김명수 대법원’의 일탈과 인사 농단
기사입력 | 2022-01-27 11:39
김태규 변호사 前 부산지법 부장판사
법관은 법률 전문 관료다. 다른 공무원보다 느슨하나 당연히 관료제적 요소가 있고, 대법원장에서 일선 법관까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룬다. 승진이나 전보에 희비가 엇갈리고 정기 인사철이 오면 재판보다는 인사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나름의 인사 관행도 있어 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경력이 대개 15년쯤 되면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고, 또 원격지에 전보되면 2∼3년 정도 지나 주근무지로 복귀한다. 이러한 관행은 법관의 독립에 기여하기도 한다. 큰 틀은 흔들리지 않으니,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판단해도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승진은 되고, 원격지로 가도 4∼5년 이상 방치되지 않는다. 관행이 인사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새로 도입된 제도가 법원장 추천제다. 관료제의 폐단을 없애고 법관들이 원하는 법원장을 임명하겠다는 취지다. 대강의 운영은 이러한데, 각급 법원의 법관들이 투표해 2∼3명 정도의 법원장 후보를 대법원에 올리면 대법원장은 그중에서 낙점한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려 했고, 그 때문인지 법원장 추천제는 2018년부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대법원장의 의중이 묻어 있는 이 안건이 당시 뜻밖에 부결됐다. 법원 내에 선거의 부작용이 초래되고, 법원 일반공무원이 선거에서 소외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나아가 대법원장에게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새 대법원장이 인적 청산용 명분을 만든다는 의심이었다. 관행대로 해서는 기존 고위 법관들에 대해 인사상 조치를 할 명분이 적다. 이런 때 법관들의 뜻이라며 기수를 파괴하면 더 많은 후보군이 확보된다. 법원 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이 내응해 지지 후보를 내고, 그 후보가 포함된 복수의 추천안이 제출되면 대법원장이 원하는 인선이 이뤄질 공간은 커진다. 과장이나 기우라는 빈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법관 인사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한 부장판사가 기수 파괴로 서울행정법원의 법원장이 되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낸 부장판사가 전주지방법원장으로 임명됐다. 기우로 치부하기엔 석연찮다. 사법적폐 청산의 칼부림을 방치하고, 여당의 법관탄핵에 동조하며, 그 과정에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게 예상을 초월하는 판결을 한 것이 ‘김명수 대법원’이다. 이제 사법적폐로 몰렸던 법관들은 무죄로 살아서 돌아오고, 법관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무산됐으며, 이재명 구하기에 적극적이었던 권순일 대법관은 퇴임 후에 월 1500만 원의 정체 모를 자문료를 받았다. 이런 대법원에 인사 농단 정도야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법관들이 이제 국민을 위해 열심히 재판한 성과로 법원장이 되긴 어렵게 된 듯하다. 동료 법관들의 선심을 사고, 대법원장의 구미에 맞게 재판하는 게 오히려 법원장 되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좋게 볼 국민은 없을 것이다. 진정 관행과 서열화를 깰 요량이라면 굳이 법관들만 참여할 이유가 없다. 아예 국민을 상대로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그들이 법원장을 선출하게 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사법행정권을 국민에게 돌린다는 명분에도 더 부합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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