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섬 순례, 1박2일 여행
섬의 고장, 신안
전라남도 신안은 섬의 고장입니다. 서해의 끝자락, 점점이 떠있는 1025개 섬이 신안군을 이룹니다. 전국의 섬 3358개 가운데 31%가 신안에 있습니다. 섬이 곧 신안이고 신안이 섬인 까닭입니다. 신안은 바위섬 21개를 제외한 1004개 섬을 지역 브랜드로 내세웁니다. ‘천사의 섬 신안’입니다. 신안이 자랑하는 다이아몬드 제도의 동쪽 축을 이루는 자은도 · 암태도 · 팔금도 · 안좌도는 서로 연도교가 나 있어 사실상 하나의 섬이 되었습니다. 네 섬을 하나로 보면 남북 길이만도 30㎞에 달하고, 길을 따라 명소를 돌아보면 총 280㎞에 달하는 장대한 코스가 됩니다. 다리가 연결되었지만 각자 지형과 풍경, 환경이 달라 다채로운 섬 여행을 한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천사대교
이 네 섬을 육지와 이어주는 천사대교는 총길이 7.22㎞, 왕복 2차로로 사장교와 현수교 형식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교량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4번째 규모의 장대교량입니다. 암태도 측 사장교 길이는 1004m, 주탑 높이는 195m로 세계 최대 고저주탑 사장교입니다. 압해도 측 현수교는 세계 최초 해협을 횡단하는 다경간 현수교로 세계 다리의 역사를 새로 쓴 기념비적인 교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남 신안군은 새천년대교로 불리던 교량을 교량의 상징성과 디자인 등을 연계해 지역 이미지를 높이고 서남권 랜드마크로 부상시킨다는 전략에 따라 천사대교로 명명하였습니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연도의 의미를 넘어 1천4개의 섬을 지닌 신안군 전역을 육지와 연결하는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천사대교가 개통돼 신안 중부권 주요 5개 섬(자은 · 암태 · 팔금 · 안좌 · 자라)이 연도교로 연결되면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펼쳐진 일명 '다이아몬드제도'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육상 교통망이 완성되면서 목포 등 육지로 자유롭게 갈 수 있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는 천사대교가 임시 개통돼 8만2천여 대가 이용한 바 있습니다.
암태도
암태도는 암태면의 중심으로 추포도, 당사도 등 유인도와 수십 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연안은 리아스식 해안지대로 농경지의 대부분이 넓게 펼쳐진 갯벌을 간척해 일군 것입니다. 모래사장 하나 없고 온통 바위산과 넓은 간척지, 섬을 둘러싸고 있는 갯벌이 광활합니다. 1405년 향나무를 갯벌에 묻고 세운 매향비가 유명한데, 장고리 인근 바다에 있습니다. 향나무를 묻고 1000년 뒤 다시 떠오른 향나무로 향을 피우면 미륵이 출현한다는 전설이 담긴 곳입니다.
암태도에 딸린 추포도는 갯벌에 남은 노두(갯벌에 돌을 깔아 건너다니던 돌다리)와 길이 600m에 달하는 깨끗한 추포도 해수욕장이 유명합니다. 가는 길에 추포 염전도 있습니다. 암태도 수곡리에서 노두를 건너면 추포도에 갈 수 있습니다. 암태도와 추포도를 연결하는 바닷길인 옛 노두길은 썰물 때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돌을 징검다리 모양으로 이어서 만든 돌길을 일컫습니다. 썰물 때 다 드러나면 2.5km에 달합니다.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으며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길이 드러나 자동차가 다닐 수 있습니다.
원래의 노두길은 수십만 개의 돌로 만들어진 길이 1.1㎞에 이르는 징검다리였습니다. 옛 노두길은 돌에 이끼가 끼어 미끄럽기 때문에 해마다 한번씩 마을 주민들이 돌 뒤집기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옛 노두길 위에 시멘트 포장을 해서 돌 뒤집기를 하는 불편은 없으나,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겨 통행을 하지 못하는 불편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짱뚱어가 뛰어 노는 갯벌의 노두길을 달려 추포도 염전길을 돌아 나가면 추포해변입니다. 경사가 완만한 약 1㎞의 해변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일품입니다.
암태도 소작인 항쟁기념탑
암태도는 황량하고 척박해 예부터 유배지로 이름 높았습니다. 한데 일제강점기 때 마명방조제를 조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드넓은 갯벌이 옥토로 변하는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는 1924년 소작쟁의의 도화선이 됐고, 치열한 싸움 끝에 소작인들의 승리로 쟁의는 끝났습니다.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 대표적 항일농민운동으로, 이후 전국에서 일어난 소작쟁의의 기폭제로 평가받습니다. 국내 첫 소작쟁의였던 ‘암태도 소작인 항쟁’(1924년)을 기리는 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이 있습니다.
안좌도
원래 안창도와 기좌도 두 개의 섬이었으나 간척공사로 합쳐져 ‘안좌도’라는 새 이름이 생겼습니다. 높은 산이 많고 넓은 평야는 없으나 간석지를 막아 논농사와 밭농사가 주를 이루고 간석지에는 염전과 김양식 등의 어업도 겸해 주민소득이 높은 편이라 합니다. 흔히 예술의 섬이라 불립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작가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1910년 백두산 나무로 지었다는 그의 생가가 안좌도 가운데에 남아 있습니다. 마을 이곳저곳과 포구 등도 벽화, 조형물로 장식됐습니다. 대리마을 우실도 볼만합니다. 60여 그루의 팽나무가 마을을 감싸 안고 있습니다. 400여 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됐던 숲의 일부입니다. 성기 바위도 세 개가 남아 있습니다. 마을 여자들의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세웠다는 남근이 둘, 소나무 사이에 숨긴 여근이 하나입니다.
김환기 화백 생가
안좌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면, 새 · 달 · 항아리 등의 그림으로 유명한 서양화가 김환기(1913~1974)입니다. 우리나라 전통미를 현대화시키는데 기여한 분으로, 한국의 대표적 서양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적 정서를 추상화한 그를 세인들은 흔히 ‘한국의 피카소’라 부릅니다. 홍익미술대학 초대학장, 한국미술협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그의 작품에 자양분이 되었을 유년기의 기억이 어려 있는 읍동리에 생가가 있습니다. 중요민속자료 제251호인 생가는 아담한 기와집으로 안채는 ㄱ자형으로 유년기와 청년기의 작품 활동이 이뤄졌던 곳입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의 고향마을답게 벽화는 대부분 추상화입니다. 읍내의 민가 담벽, 읍동선착장, 마을회관, 창고와 시멘트 담장들을 캔버스 삼아 바다색 위주의 벽화로 단장되어 있습니다. 선착장 주변의 조형물 등은 김환기 화백의 ‘사슴’이라는 작품과 연계성이 있습니다.
천사의 다리
안좌도의 남쪽 섬 반월도와 박지도 · 두리도 해변을 연결해 2010년 세워진 해상목교로, ‘ㄱ’자 형태인 다리는 안좌도 남쪽 두리마을~박지도 구간이 547m, 박지도~반월도 구간이 915m로 총 연장은 1462m며 폭은 1.4m입니다. 2009년 5월 완공했습니다. 육지를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소망을 그려 소망의 다리라고도 불리다가 지금은 천사의 다리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바다 위를 걸어서 섬 속의 섬을 여행하는 색다른 경험과 목교 아래로 펼쳐진 비옥한 갯벌에서 맘 놓고 뛰어다니는 짱뚱어와 안좌도의 특산물인 감태를 눈으로 보면서 걸을 수 있는, 여유로운 힐링 코스입니다. 썰물 때면 다리 아래에 넓은 갯벌이 드러나 조개를 줍거나 굴을 딸 수 있고, 한겨울이면 푸른 융단처럼 감태가 덮이는 갯벌 위에 설치된 아름다운 나무다리입니다. 다리 하단에는 두 섬에 물을 대는 수도관이 연결됐습니다. 갯벌체험용으로 만들어졌지만 밤에는 오색등이 켜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며, 다리 밑에서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고 박지도 선착장 주변에서는 낚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중노두길 전설
박지도와 반월도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박지도와 반월도에는 서로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젊은 스님과 비구니가 각각 살고 있었는데,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멀리 아른거리는 형상만 보고 애틋한 마음을 품다가 시간이 흘러 서로 사모의 정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밀물이면 바닷물에 막히고, 썰물이면 허벅지까지 빠지는 갯벌에 가로막혀 오갈 수가 없었습니다. 사모의 정이 더욱 간절해지자 두 남녀는 망태기에 돌을 담아 갯벌에 부어 나가기를 몇 년이 지나니 꽃 같은 두 남녀는 어느덧 중년 나이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묵묵히 사랑의 돌무더기를 만들어 조금씩 조금씩 쌓아 나가면서 드디어 갯벌에서 만나 두 손을 부여잡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어느새 바닷물이 들어왔고 물이 빠진 후에 보니 두 사람의 모습은 간데없고 노둣길만 남았더라는 것입니다. 굳이 전설이 아니라도 두 섬 주민들이 서로 오가거나 본도로 나가기 위해 그 옛날 노둣길을 내기 위해 고생한 애환을 느껴 볼 수 있습니다.
반월도 당숲
반월도는 반월 모양의 섬이라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 순환도로가 있는데, 절반가량은 비포장 임도입니다. 박지도~반월도 간 목조다리 915m를 건너 마을 앞에 이르면 600년 전 주민이 입도하면서 심었다고 전해지는 당숲이 있습니다. 300년 이상으로 보이는 팽나무가 울창한 당숲은 후박나무, 느릅나무 송악, 동백나무가 모여 방풍림을 이루고 있어 오랜 섬 역사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가운데는 돌담이 동그랗게 둘러 있고 그 안은 나뭇잎에 가려 어두침침할 정도입니다. 왕매미 서식지로도 유명하며 2013년 제14회 전국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습니다. 여기에서 더 진행하면 다도해 아름다운 섬들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봉 견산(151m)에 오를 수 있습니다. 반월도는 할아버지 당을 섬기므로 할배섬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명 어깨산이라 불리는 견산은 목포 유달산까지도 볼 수 있으며, 빼어난 풍광을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팔금도(八禽島)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면 팔금도입니다. 팔금도는 수십 개의 섬들을 연결해 간척해서 그런지 경작지와 염전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사람이 살았던 여덟 개의 유인도인 섬의 팔(八)과 날짐승 지명의 금(禽)을 합해 섬 이름이 유래됐다고 합니다. 유인도인 본도(本島), 매도(梅島), 거문도(巨文島), 거사도(巨沙島), 백기도(白驥島), 원산도(元山島), 고산도(高山島), 모도(茅島) 등 8개의 섬이 간척사업을 통해 하나의 섬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크고 작은 14개의 부속섬이 있는데, 이 섬에는 닭메산, 흰되강오리, 원앙구지, 원산의 까치머리, 나는 백로, 까마귀, 이목의 물오리, 진고의 까마귀 등 날짐승들과 관련된 지명들이 전해집니다,
팔금도 채일봉 1004섬 전망대
채일은 잔칫날에 햇볕을 가리기 위하여 치는 장막입니다. 차일을 전라도 방언으로 채일이나 철로 부릅니다. 원산리에서 채일봉을 바라보면 영락없이 차일처럼 생겼습니다. 낮은 산이지만 산세는 부드러워 가족 산행지로 최고의 산입니다. 팔금도의 최고봉(159m)인 채일봉의 어느 봉우리를 오르더라도 월출산, 유달산, 해남의 흑석산, 해남 화원반도, 진도, 1004의 섬이 조망됩니다. 장목지~제1봉~제2봉~제3봉~원산지까지는 전형적인 신안군의 모실길(마실길)입니다. 장목지~제1봉~제2봉~제3봉~원산지~제4봉~정상~조망바위~산행 날머리까지 약 2시간 30분 소요되며, 원산마을에서 정상까지는 640m로, 왕복 1시간이 소요됩니다.
자은도
전국의 섬들 중 열두 번째로 큰 섬이며, 독특한 매력이 있는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중국인 두사춘이 반역으로 몰려 피신 왔다가 섬에 도착하여 본 바, 난세에도 생명을 보존하게 됨을 감사히 생각하고 베풀어준 은혜를 못 잊었다 하여 자은도라 부르게 되었으며, 석씨가 처음으로 입도하여 살았다고 합니다. 해안가 절반 이상이 저녁노을이나 해돋이를 마주할 수 있고, 서해에 있는 섬이지만 쪽빛을 띠는 아름다운 ‘힐링’의 섬입니다.
좋은 토질과 바닷바람이 키운 품질 좋은 마늘의 주산지로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대부분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합니다. 또한, 지질학적으로도 특이한 곳인데, 지형상 바다였던 곳이 거센 파도와 바람에 의해 모래가 쌓여 육지가 된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은도 서북쪽에 있는 백산리와 한운리, 송산리 일대가 그렇게 형성된 마을입니다. 섬의 동쪽엔 염전이 있고, 세발낙지와 짱뚱어, 칠게가 꿈틀대는 찰진 갯벌이 가득합니다. 서쪽에는 소나무 숲을 거느린 하얗고 고운 모래를 자랑하는 천혜의 해수욕장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분명 내륙과 멀리 떨어진 바다 가운데 떠있는 섬이지만 주민들은 어업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간척해서 만든 땅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농업이 위주인 곳이 많아서 바다 속 농촌마을도 체험할 수 있어 더욱 이채롭습니다. 대율리의 아슬아슬한 양식장 길과 해안 방조제를 달리고, 신흥마을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부엉산 임도에서 바라본 한 폭의 그림 같은 바닷가 풍경, 한운리의 정겨운 시골길과 바다와 갯벌 사이로 이어진 옥도 노두길 등등 매혹의 구간이 매우 많습니다.
한운해변 옥도 신비의 바닷길/ 신안 해넘이길
자은도 최북단에 위치한 한운리 임도에서 바라본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의 풍광은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장관입니다. 해넘이길로 알려진 임도는 12km의 거의 전 구간에서 섬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낙조가 아름다운 낭만코스로 2012년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대 대표 노선으로, 힐링투어의 명소입니다. 낮은 경사도를 자랑하는 소나무숲길과 드넓은 바다를 보며 사색할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자 외지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운해변에 이르면 소나무 두 그루가 일주문처럼 서 있는 사이로 소나무 숲을 이고 앉은 자그마한 섬 옥도가 바다 한가운데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이 빠지면 옥도까지 바닷길이 열립니다. 옥도 뒤로는 슬로우시티 증도가 바라보입니다. 이곳에서부터 왼쪽 솔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운임도(林道)에 접어들어 취성산 허리를 따라 둔장해수욕장까지 5.6㎞ 신안 해넘이길이 이어집니다.(1시간 30분 소요)
둔장해변
자은도의 모든 해변은 포근한 백사장에다 기암괴석과 시원한 소나무숲으로 둘러 싸여 있어 어느 곳을 가더라도 대만족입니다. 자은도 9개의 해변 중 길이 2.4㎞의 둔장해변은 마을과 가까워 비교적 접근이 쉽습니다. 3km에 달하는 넓고 광활한 해변은 이국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장관입니다. 해변 동쪽 끝의 할미도 독살(석방렴)과 함께 돌아보면 좋습니다. 이처럼 규모가 크고 뚜렷한 곳은 드뭅니다. 3만 평의 크기로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둔장해변은 두리도와 소두리도라는 두 개의 작은 무인도가 있을 뿐, 바다 앞이 확 트였습니다. 모래와 뻘이 섞인 백사장은 사질이 단단합니다.
분계해변 천년 솔숲길
자은도의 대표적 해수욕장으로 넓은 백사장과 백사장을 뒤덮고 있는 고운 모래와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울창한 송림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아름답습니다. 분계해변 앞바다는 ‘ㄷ’자형의 돌출된 곶(串)과 깊게 패인 만(灣)의 형태를 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아늑한 느낌입니다. 어른 팔로 감싸기 어려울 정도로 굵은 아름드리 해송 1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곳의 천년 숲은 조선시대부터 방풍림으로 조성해 인근에 있는 매의 형상을 닮은 응암산, 소의 뿔을 닮은 우각도와 함께 장관을 이룹니다. 이 솔숲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소나무는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물구나무를 선 여인이 미끈한 다리와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그래서 이 소나무의 이름도 여인송입니다. 하지만 이 섹시한 자태의 소나무에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여인송의 전설
옛날 분계 마을에 가난하지만 고기잡이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고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 큰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후회한 부인은 날마다 이곳 솔등에 올라 우각도 너머 수평선을 바라보며 남편의 무사 귀환을 애타게 빌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지나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부인은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소나무에 물구나무를 서서 보니 남편이 배를 타고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음날부터 부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분계의 제일 큰 소나무에 올라 남편이 배를 타고 오는 환상을 보곤 하였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기다림에 지친 아내는 소나무 에서 거꾸로 떨어져 동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돌아온 남편이 아내의 시신을 수습하여 그 소나무 아래 묻어주자 나무는 거꾸로 선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를 닮은 여인송으로 변하여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연인간의 사소한 말다툼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수 있다는 교훈과 아름다운 기다림을 간직한 여인송에는 부부의 금슬을 좋게 만드는 신령스러운 힘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옛날 한 여인이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이 여인송을 두 팔로 끌어안고 하소연 하자 그 뒤로 남편의 바람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연인끼리 여인송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면 백년해로를 이룬다는 소문에 펴져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소원을 빌며 사랑을 키워갑니다.
백길해변
자은도 최남단에 있는 백길해변은 눈부신 하얀 백사장으로 유명합니다. 규사 성분이 많아 백사장은 희고 단단할 뿐 아니라, 주변의 기암과 어울려 멋진 풍광을 연출합니다. 길이 840m, 폭 80m의 모래밭 후면에 솔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얀 백사장에 서면 여기가 과연 우리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집니다. 3km가 넘는 광활한 해안선을 따라 고운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지고 수심이 얕아 가도 가도 끝없는 모래밭입니다. 바다 건너로 철새 서식지로 유명한 칠발도 앞 바다 풍경이 아름답고 주변의 수많은 노송의 군락 또한 장관입니다.
주변의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백길해변은 원추리가 집단적으로 자생하여 원추리해변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좌·우측 해안에 테마를 가진 해안산책길이 있습니다. 좌측 해안에는 견우성전망대와 프로포즈 전망대가 있고, 우측 해안에는 직녀성전망대가 있습니다. 프로포즈 전망대를 중심으로 밀물(만남)과 썰물(헤어짐)에 의해 직녀성과 견우성전망대로 이어져 사랑이 맺어진다는 테마를 설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