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시간 - 강상도 지음 <사서가 떠나는 책 여행>
학교 도서관 사서, 삶과 글의 향기 피어나는 동네책방 거닐다
동네책방 13곳과 도서관 8곳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도
"책방 존재 가치를 높이는 건 동네 사람들 삶 되는 것"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책과 책방, 도서관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책을 짓는 사서들을 그렇게 접하지 못했던 터라 김해 경운초등학교에서 사서로 일하는 강상도 작가가 쓴 이번 책 <사서가 떠나는 책 여행>은 좀 남달라 보였다. 그는 이미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 <삶과 맞닿아 있는 도서관의 힘> 두 권의 책을 냈다.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은 2019년 창원의 책 최종 후보로 오른 책이기도 하다.
<사서가 떠나는 책 여행>을 쓴 강상도 사서가 자신의 근무처인 김해 경운초교 도서관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글 쓰는 게 재미있습니다. 그걸 모아서 책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요. 사서의 눈으로 바라본 책 세상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독자의 위치에서, 또 도서관 이용자 처지에서 겪고 부딪히는 일들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지난 19일 경운초교 도서관에서 만난 강 작가의 이야기다. 오후 4시 도서관에는 서너 명의 아이가 책을 읽고 있을 뿐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 도서관에 오는 아이는 대부분 정해져 있다. 전교생 중 20%만이 학교 도서관을 찾는다.” (21쪽)
아침에는 책을 빌리려는 아이들이 줄을 서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읽게끔 하는 것도 도서관 사서의 중요한 역할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성격유형(MBTI)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걸 활용해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친화력이 좋고 사교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 타입인 ESFP는 예측을 불허하는 공감 불능 사회에 고통과 공감의 능력을 깨우쳐 주는 손원평의 <아몬드>,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를 읽어보기를, 냉철하고 용의주도한 전략가 INTJ는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 R. J. 팔라시오의 <아름다운 아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장편동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권했다.” (53쪽)
강 작가의 책에는 동네책방 13곳과 도서관 8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도 담겼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가 빛나고 화려하고 그러진 않았지만, 책 공간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김해 삼계동 ‘화정글샘도서관’은 지역민에게 북 카페 같은 휴식 공간과 여가의 중심이 됐고, 창원 북면 무릉산 ‘최윤덕도서관’은 생활 속 독서문화가 공존하는 랜드마크다. 또, 소외된 주민의 문화 공동체가 되어준 김해 주촌 ‘디딤돌 작은 도서관’은 사서의 무던한 노력으로 그 가치를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밀양의 작은 농촌 마을 문화 사랑방인 ‘백산 작은 도서관’,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된 ‘밀양향교 작은 도서관’, 북 캠핑으로 힐링 공간이 된 ‘가야산 독서당 정글북’을 소개했고, 경남 최초 사립 공공도서관 ‘마하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알려준 ‘진주 속 진주의 빛’이라고 칭찬했다.
“책방이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팔고 있다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도록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도외시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133쪽) 이 의문에 강 작가는 “결국 책방의 존재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동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삶으로 스며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더로드. 221쪽. 1만 5000원.
/정현수 기자
*출처 :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
*원문 보기 :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28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