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와 과학의 뒷이야기 사이에는
묘한 차이와, 그 차이에서 오는 긴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책이
Thomas S. Kuhn이 우리에게 선물한 『과학혁명의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의 세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언제나 닫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서만 통용되는 ‘과학의 언어’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아듣기에는
너무도 깊고 멀며, 언어형식 자체가 ‘그들만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은 어렵다고 생각하여
처음부터 아예 접근할 엄두도 못 내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학의 언어라고 하는 수학,
수없이 이어지는 기호와 공식들은
언뜻 보아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때
과학이 갖고 있는 단순함과 명료함,
그리고 그 세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길을 아예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과학교육이 과학으로 넘어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차단하는 것으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분야가
‘과학의 뒷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과학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해소시킬 뿐 아이라
자신과 과학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알게 하고
과학이 가진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미각의 회복에도 아주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과학자인 동시에
과학의 뒷이야기에 대해서도 아주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아는 것도 엄청나게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대단히 많은 것들이 그것을 잘 드러내는데
그래서 읽으면서 얻을 것이 참 많은 책입니다.
하지만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 어수선해서 읽다가 뒤로 돌아가야 했던 적도 많고
과학 관련 이야기이긴 하지만,
결코 과학의 뒷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라든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과학자들의 사적인 일상에 대해
지나치게 길게 늘어놓은 것,
특히 위대한 과학자의 업적을 조금씩 흠집 내는 것 같은 투의 내용은
그들을 존경하는 입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과학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내게는
역시 얻을 것은 충분히 많았던
약간은 어수선하고, 무엇인가 핵심을 늘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이 책은
‘읽는 맛’은 그리 산뜻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여기서 정리한 것 정도를 읽는 것이
이 책을 직접 읽는 것보다는 훨씬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여
혹독한 글낯을 붙여서 소개를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또 앞으로 나아갈 밖에······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