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자] <196> 대작전 (11)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은 김희선이 입을 열었다.
"미국에 있는 로이 피터슨의 수행 비서가 주선자야. 켐벨이라고 최측근이지. 그 놈이 채홍사 역할까지 다 하는거야."
강한과 장미는 듣기만 했고 김희선의 말이 이어졌다.
"켐벨에게 선을 대려고 할리우드의 바바라라는 거물한테 접근했어. 바바라는 배우 출신인데 지금은…."
"뚜쟁이가 되었구만."
장미가 말을 받았으나 김희선은 못들은 척 말을 이었다.
"바바라는 피터슨에게 여러번 여자를 공급했어. 물론 켐벨을 통해서 말이지."
"그래서요?"
짜증난 듯 장미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소양강이 내려다보이는 강가의 모텔 커피숍에서 셋이 만나고 있다. 햇살을 받은 강물 표면이 고기 비늘처럼 반짝였다. 김희선이 다시 말했다.
"그 바바라한테 선을 댄 것이 나하고 형님 동생하는 오여사야. 걘 서울에서 잘 나가는 요정을 운영하다가 15년쯤 전에 미국으로 이민갔지."
"그럼 거기서는 뚜쟁이 짓으로 먹고 사는구만."
"바바라한테는 처음이야."
"도대체 뚜쟁이가 몇 명이야? 오여사, 바바라, 켐벨, 그리고 여기 계신 분하고."
손가락을 넷 꼽은 장미가 눈을 크게 떴다.
"넷이나 되네."
"그러니 내가 돈이 얼마나 들겠니?"
김희선이 눈을 흘겼다.
"내가 오여사한테 10만불 보냈다. 내 몫은 이미 그쪽에 다 뿌려진거야."
"그러니까 돈 더내란 말이에요?"
싸늘해진 얼굴로 장미가 묻자 김희선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20% 받아야겠다."
"안돼."
장미가 한마디로 거절했을 때 잠자코 듣기만 하던 강한이 말했다.
"내 몫에서 10% 드리죠."
강한이 눈을 치켜든 장미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래, 보너스도 다 네가 먹어."
"그럼 그렇게 알고 갈테니까."
가방을 챙긴 김희선이 생각났다는 듯이 머리를 들고 강한을 보았다.
"참, 매스컴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안가를 준비해야 해. 서울 근처의 별장이 낫겠는데."
김희선이 웃음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김박사처럼 다루면 안될거야. 협박하면 둘 다 드러나게 되거든. 피터슨은 세계적 명사라 아주 위험해. 경비도 삼엄하고."
자리에서 일어선 김희선이 강한을 향해 한쪽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럼 5일후야. 준비들 잘 해놓고 있어."
김희선이 커피숍 밖으로 나갔을 때 장미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 할망구가 다 알고 있었네. 우리가 김가한테서 5억5000만원 뜯어낸 거 말이야."
강한은 잠자코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후 3시반이다. 그때 장미가 상반신을 펴더니 강한을 똑바로 보았다.
"이봐, 방 하나 빌려. 전망 좋은 데로."
시선을 둔 강한에게 장미가 말을 이었다.
"좀 쉬었다가 가자. 3시간쯤."
그러더니 강한의 표정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쪼는거야? 겁나니?"
"……."
"넌 내가 하는 걸 바로 코 앞에서도 본 작자야. 난 도무지 네가 남자 같지가 않으니까 쫄지마."
그때 강한이 자리에서 일어섰으므로 장미는 얼굴을 굳혔다. 강한이 커피숍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5분쯤 후였다. 장미는 강을 내려다 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표정이 차분했다. 다가선 강한이 입을 열었다.
"가자."
장미가 시선도 돌리지 않았지만 강한은 말을 이었다.
"방 얻어놨어. 전망 좋은 곳으로."
그러자 장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한이 몸을 돌렸고 장미가 뒤를 따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