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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등산에 입문하는 경우는 대부분 주위의 권유 때문입니다. 친구나 친지들이 산이나 한번 가자고 하는 것이죠. 회사 등산에 따라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따라 나선 게 등산의 시작이 됩니다. 그 밖에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집 주위의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주위에 물어보고 등산용품을 고릅니다. 어떻게 입고 산에 가야하는지 모르니까, 뒷산에 가는데 뭘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답변은 뻔합니다. 대충 차려 입고 나서면 되는데 등산화는 꼭 사라고 합니다. 그래서 동네 등산용품점을 찾아갑니다. 혹, 백화점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 샵에 가보니 거기에 있는 신발이니, 배낭이니, 옷이니, 하는 것들이 눈이 튀어나오게 비쌉니다. 그 순간 언뜻 생각나는 곳이 마트나 할인매장입니다. 마트나 할인매장에서 5~6만원짜리 등산화를 하나 사옵니다. 모양은 여타 전문 등산화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뿌듯합니다. 다음날 패트병에 물을 담아 곧바로 뒷산을 오릅니다. 숨은 조금 차지만 산에 오르니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흐뭇~~~~~! 집에 돌아와서 큰소리도 한번 칩니다. “어~~~ 등산하니까 좋네.”
돈을 제법 들였으니, 부인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을 가야 합니다. 작심삼일이란 말은 듣지 말아야죠. 북한산에 갔는데, 등산화가 바위에 쩍쩍 달라붙습니다. 캬~~하~~ 역시 전문화는 다르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상에 오른 후 하산을 하는데, 이젠 발바닥에 불이 납니다. 그리고 무릎도 약간 시큰거립니다. 어~~어~~ 이건 또 뭐지?? 집에 돌아오니 무릎이 걱정됩니다. 그래서 산을 잘 탄다는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산을 내려오는데 무릎이 시큰거리던데 어쩌면 되냐?” 친구는 “스틱을 쓰면 좋아진다. 요즘은 산에 갈 때 반드시 스틱을 가져가야 해. 스틱을 쓰면 오를 때도 힘이 덜 들고, 내려올 때 무릎이 아픈 것도 좋아져.”라고 합니다. 스틱? 음…..이것도 필요한 것이구나…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어떤 스틱이 좋냐?” 친구는 대답합니다. “레키가 좋은데 좀 비싸.” “얼마나 하는데?” “엉….한 쌍에 15만원 정도 할걸?” “뭐가 그리 비싸냐?” “비싸면 국산도 쓸 만하니까 등산 점에 가서 한 쌍 사라.” 등산 점에 가보니 국산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쌍을 사 들고 옵니다. 제법 높은 산도 오릅니다. 근데, 셔츠니 바지니, 팬티가 펑펑 젖습니다. 심지어 바지가 똥꼬를 먹기도 합니다. 수건을 목에 걸고 가도 수건마저 펑펑 젖으니 대책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 다니지? 하산 후 뒤풀이 때 주위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땀이 안 나시나 봐요. 저는 땀 때문에 미치겠던데…” 대답은 간단합니다. “전 쿨맥스 티를 입어요. 그럼 땀이 적게 흐르고 잘 말라요.” 음……쿨맥스가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물어봅니다. “바지도 땀이 잘 마르는 게 있어요?” “쉘러 바지가 좋아요. 뽀송뽀송합니다.” 엥? 쉘러는 또 뭐야? 영어가 자꾸 나오는데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일단 물어봅니다 어디서 파는지. “ 등산 점에 가면 다 팔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등산 점에 들립니다. 쉘러 바지 값을 물어봅니다. 무려 20만원이 넘습니다. 쿨매스 티셔츠도 8만원이 넘습니다.ㅜ.ㅜ 이런 이런, 왜 이리 비싸? 등산용 팬티도 보입니다. 이것도 3만원이 넘게 합니다. 이 가게 저 가게 돌아다녀 보지만, 대충 가격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어부인 걱정은 되지만, 일단 카드로 끊고 봅니다. 어떻게든 메꾸겠지..머. 담 달에 잔업 수당 나오면 조금 삥땅을 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산을 오르는데 ‘세상이 이런 옷이 다 있구나!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별로 덥지도 않고 땀이 나도 금방 마릅니다. 역시, 돈 값을 합니다. 등산이 더 잘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근데…… 이제 등산용품 메이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퇴근길에 등산 점에 가끔 들리는 게 취미가 됩니다. 그리고, 코오롱, 에델바이스, 밀레, 노스페이스, 컬럼비아, 블랙야크, K2 등의 메이커 이름을 줄줄 외우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어떤 게 비싼 건지 싼 건지 알게 됩니다. 게다가 산을 다니다 보니 귀동냥으로 어떻게 해야 싸게 사는지도 알게 됩니다. 물론 인터넷을 뒤지는 것도 상습화 됩니다.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가격부터 알아보는 게 몸에 배게 됩니다. 이 단계가 바로 등산용품 사재기의 바로 전 단계입니다. 때 마침 가을도 되고 해서 태백산으로 제법 긴 산행을 가게 됩니다. 날씨도 좋고 해서 평소처럼 자신 있게 나섰는데 정상에 가 보니 안개가 끼고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땀에 젖어서 바람을 맞아보니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개 떨 듯이 떨어보고 나니 방풍 자켓은 꼭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바위에 붙던 등산화가 여기에선 발바닥에 불을 냅니다. 게다가 밑창도 다 달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제 돈 쓰는 일만 남았습니다. 여기저기 인터넷도 뒤지고 해서 지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제 눈이 높아져 싼 건 눈에 차지 않습니다. 결국 유명 메이커 제품으로 한 가득 사게 됩니다. GTX라는 암호가 붙은 등산화도 장만하고, 고어텍스 자켓도 하나 사고, 배낭도 조금 큰 걸로 장만하고…… 근데, 이걸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사무실에 며칠 두고 있다가 결국 집으로 들고 들어갑니다. 당장 어부인이 그거 어디서 난 거냐고 묻습니다. “퇴근길에 샀어.” “얼만데?” “엉……얼마 안 해, 자켓 하나에 3만원 줬어.” 이렇게 거짓말을 합니다. 실제로는 30만원도 넘게 준 옷입니다.ㅜ.ㅜ 이 단계에서는 산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뭔가 등산용품이 하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브랜드가 하나쯤은 생깁니다. 그래서, 내 브랜드가 좋니, 니 브랜드가 좋니 하면서 말싸움도 가끔은 합니다. 제법 메이커가 있는 멋진 옷을 입어보니 역시 뽀대가 다릅니다. 게다가 엄홍길처럼 산도 잘 타지는 것 같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 번씩 쳐다봐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 이 맛이야~~~! 이젠 단순히 인터넷 서핑으로 싼 물건을 찾는 게 아닙니다. 전 세계 쇼핑몰을 뒤집니다. 그러다가 30% 세일이라는 문구만 보면 눈이 번쩍 떠집니다. “저게 한국에선 얼마인데, 저긴 저렇게 싸네! 하면서 이른바 사재기에 들어갑니다. 살 때마다 돈을 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걸 안사면 손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카드결제액은 무작정 늘어가고, 자동차 트렁크에 온갖 등산용품이 넘쳐납니다. 집에 들고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일단 택을 떼고 한번 입은 다음에 집에 가지고 갑니다. 집에 가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고장터에서 만원 주고 샀어.” 이 단계에 들어가면 평상복은 입지도 못합니다. 뭔가 찝찝합니다. 산에 가지 않을 때도 기능성 옷을 찾게 되고, 그것만 입고 다니게 됩니다. 청바지니 카키 바지니 하는 것들은 장롱에서 썩고 있습니다. 폴로셔츠도 맘에 안 찹니다. 대신 밀레의 티셔츠가 훨씬 낫습니다. 이제 핑계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집에다가 이야기 합니다. “내가 등산용품 사는 대신에 다른 옷은 안 사자나”. 이제 더 이상 등산용품을 집에 둘 곳이 없습니다. 자기 방 뿐만 아니라 베란다에도 한 가득입니다. 안사람도 잔소리를 합니다. 제발 좀 그만 사라고… 그래도 습관처럼 삽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는 뭔가 특이한 것, 남이 안 가지고 있는 것에 눈길이 갑니다.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아크테릭스니 그레고리니, 몬츄라니 하는 것에 눈길이 갑니다. 저걸 함 입어봐야 합니다. 죽을 때 갖고 갈 것도 아닌데, 젊어서 하고 싶은 건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때 쯤이면, 등산용품의 전문가가 됩니다. 집구석에 없는 게 없습니다. 더 이상 둘 곳도 없고, 더 이상 살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사고 싶은 게 생깁니다. 그 이유는 이제 그냥 산에 다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일 걸고 바위에도 붙고 싶고, 산에서 야영도 하고 싶습니다. 이러다 보면 사고 싶은 장비 목록이 새롭게 쭈욱~~~~~~~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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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장님들 몇단계신가요? ㅎ
오사장께서는 통달하셨남?....
저는 3단계정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