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경을 처음 만난것은 여름날 공원의 시원한 저녁이며 그녀를 웃게 한것은 포도알 쥬스 캔음료이다. 일을 마친 어느날 집앞쪽의 공원을 지나 노점의
튀김과 오뎅, 붕어빵을 사먹으러 갔다. 자취를 했기에 가끔 밥하는 일에 이탈을 즐기는 풍요이다. 든든히 군것질 한 후 TV 보며 먹을 붕어도 여섯마리 담아
달라했다. 붕어 양식장 아주머니가 한마리를 더 주었다. 좀더 노릇한 행운의 붕어는 내가 모르던 신상품 슈크림 내장형 이랬다. 공원을 지나며 사이다를 마실
생각에 수돗가 쪽 자판기에 갔다. 가던 중에 보이길 벤취에 앉아 우수에 찬 눈으로 서쪽 다 져버려 흔적만 겨우 남은 노을을 바라보는 여자가 있었다. 공장겸
내가 살던 공장겸 집 건물 안채에 전세사는 집 딸이 자주 들러 내게도 호감을 보였지만 그녀의 엄마가 경계했다. 허름한 옷에 고추가루를 묻히고 다니는 나는
볼품 없는 남자였기 때문일거다. 공장에 새로 담은 김치를 얻어 먹으며 '키키' 웃던 안집 여자애는 입과 눈으로 매우 행복을 보였지만 그녀의 엄마는 못마땅 했던지
그날 그녀를 나무랐고 퇴근하며 붕어빵을 사들고 김치공장에 들르던 그녀는 더 오지 않았다. 다른 마음을 가진적도 없었고 단지 귀엽던 그녀의 일 때문에
꿀꿀 하기도 했던 차에 왠지 공원의 여자에게 말걸고 싶었다. 자판기에 천원짜리 지폐를 넣으니 잔돈이 남아 무의식에 포도봉봉 캔도 하나더 눌렀다. 다행이
주변에 비어있는 벤취가 없어 그녀의 벤취에 공간을 많이 두고 앉았다. 힐끔 보는듯 했으나 난 애써 무관심한 척했다. 먼저 사이다 캔을 땄고 후루륵 마시다 턱에
흘렸다. 재빨리 얼굴을 내밀며 손으로 닦았고 바지에 스윽 닦았다. 그게 우스웠던지 그녀가 살짝 미소 지은것 같았다. 봉봉을 땄다. "마셔요.!" 말했다.
"아뇨 됐어요.!" 거절했다. "이미 땄어요 마시고 남겨요.!" 말하며 가까이 가져갔다. 그녀가 재차 거절 하려다 얼떨결에 받았다. 슈크림 붕어도 한마리 내밀었다.
역시 거절했지만 '슈크림 붕어빵은 매우 귀한거에요' 라고 말하고 그녀쪽에 다가 앉으며 손에 쥐켜 주었다. 웃었다. 그녀가 붕어를 조금 뜯어 찔끔 먹었다.
"가시는 내가 다 발랐으니 맘놓고 드세요.!" 호감의 표정이 살짝이 보였다. 나 또한 먹고 싶었기에 팥붕어 두마리를 먹었다. 언뜻 나이가 나와 비슷해 보여
'나는 스믈 여섯인데, 그쪽이랑 비슷한가요.?' 하고 물으니 '....그러네요.!' 하고 미소와 함께 답했다. 대충 밖에나온 나의 차림새가 탐탁치 않아 더오래
마주 하기가 내키지 않았다. "내일 모래 이시간 여덜시에 이 벤취로 더 멋있어진 제가 나타날 테니 다시 와주세요. 기쁘게 해줄께요.!"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남은 붕어 네마리를 그녀 옆에 밀어주고 도망치듯 일어서며 "꼭이요.! 안오면은 밤새워서 기다릴께요.! 맛있는거 같이 먹게 저녁 굶고 오세요" 그리고
'휘익' 와버렸다. 내가 돌아오는 모습을 그녀가 쳐다 보길래 손을 한번 가슴 높이에 들어 흔들어 보였다. 얼떨결에 그녀도 손을 들다가 만 듯 급히 딴청 하였다.
봉봉캔을 집어 드는것에 나는 기뻤다. 이틀 후 보자 한것은 그녀에게 생각해 볼 여유를 줄수도 있을것 같았다. 이틀 후 서둘러 일들을 끝내고 모처럼 세차도 했다.
지저분 한것들이 에어 분사기 수압에 후련하게 씻겼다. 여덟시 다되어 공원에 가니 아직 그녀는 없었다. 오거나 말거나 두시간은 기다리고 앉아 있을 작정으로
책을한권 가지고 갔다. '유식해 보일지도....' 십오분쯤 지났을까 가로등이 켜진 밑으로 힐을 신고 푸른색 타입의 원피스 입은 여자가 돋보이게 걸었다.
오늘 만날 여자가 저정도 화려하면 부러울게 없겠다. 생각하는 중 그녀가 내쪽으로 가깝게 왔다. "뭐에요 애써 왔는데 쳐다만 봐요.?", '헉.!' 엇그제 그녀였다.
"너무 예쁜 여자가 와서 엇그제 그 여자가 아닌줄 알았어요.!" 그녀가 눈흘겨 '피식' 웃었다. "레스토랑 갈래요.? 남자여자 만나면 그런곳 가는거 맞죠.?",
"아뇨 삼겹살 먹어요 오늘 삼겹살이 먹고 싶어요.!" 내가더 좋았다. 레스토랑 음식은 배가 금방 꺼진다. 가까운 맛집에 도착하여 노릇노릇이 구웠다.
오른손에 집게 왼손에 가위질 하자니
"왼손잡이라서 편하시네요 양손 다 써서"
"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걸을때도 양발 다써요.!"
"치이.! 상추는 안싸서 드세요.? 야채가 몸에 좋은데" 말하고는 측은히 날 바라 보았다. "고기 마시고 상추는 디져트로 따로 먹으면 싱싱해서 몸에 더 좋아요.!" 말했다.
"어휴.!" 고기나 먹자 하는 표정이다. 그녀가 다소곳이 풋고추를 된장 발라서 고기와 싼 후에 큰눈을 반짝이며 내게 내밀었다.
"자요.! 특별히 아저씨 착해 보이니까 싸 드리는거에요"
"내가 아저씨면 그쪽은 아줌마네요.? 저 착하지는 않아요 맘에드는 사람 만나면 손잡는건 예사고
뽀뽀도 막 할수도 있는 나쁜 사람이죠" 충청도는 착하다는 말이 욕인걸 모르나 보다. '푸웁.!' 하고 하마터면 고기에 그녀의 밥풀이 튈뻔 했다.
"웃기네요 누가 그러게 누가 가만 있는데요.! 난 미경 이라고 해요 김미경" 나이는 나보다 한살 어린데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내 또래와 친구라 했다. 그탓에
서로 말을 놓았다. 미경이 다 못먹어 덜어주는 반공기 밥과 합해 두공기반을 먹었다.
"그렇게 먹는데 살이 안쪄.?"
"나는 바쁘게 살아서 그런지 안찌내.!"
"좋겠네"
미경은 내눈에 말라 보였다. 다먹은 후에 물었다.
"우리 우암산 가자 안보면 후회 될만한 야경을 보여 줄께 간만에 세차도 했으니 드라이브도 할 겸, 캄캄해도 뽀뽀는 안할께 삼겹살 먹어서 입안이 느끼 할테니까.!"
표정은 어이 없어 했지만 싫어하지 않았다. 우암산에 올라가니 시내의 조명이 별무더기 처럼 깔려 야경이 보기 좋았다. 그녀도 오길 잘했다는 표정으로
"와.! 여기 멋있네 이런데를 어찌 다 알아.?"
"여자친구 생기면 꼭 오는데야 그런데 이년 동안 딱한번 밖에 못왔어"
내가 자꾸만 농담조를 말하니 놀리는가 하여 시큰둥 했다.
"실없는 소리 자꾸하면 담에 안볼꺼다."
"그럼 내일 저녁 영화보자.! 극장에선 조용해야 하니까"
미경이 머뭇 거리는 틈으로 얼른 양념을 쳤다. "이번에 개봉한 정우성 나오는 '무사' 정우성 엄청 멋있게 잘 싸우고 중국배우 장쯔이도 나오는데 중국말을
엄청엄청 잘한데" 눈을 마주쳐 미경의 표정을 보았다. "쿠후후.! 너 왜케 웃기냐.?" 자동 승락이다. 시간이 간줄도 모르게 열두시에 가까워 비교적 우리집과
가까운 미경의 집앞에 바래다 주었다. 배부른 삼겹살과 우암산의 보기 좋은 야경처럼 나의 마음도 흡족했다. 자꾸 웃었던 미경의 표정에서 느끼길 그녀도 그래 보였다.
영화 무사의 최장군 연기는 조금 책읽는 듯 보였고 주인공 여솔의 꾸밈 없는 말투의 대사는 오히려 매력 이었으며 차이나 마켓팅의 요소인 장쯔이는 호화스럽지
않은 명나라 공주였으며 노련한 노병의 안성기는 활쏘는 폼이 실제 쏘는것 처럼 느겨지진 않았다. 그때 만큼은 무협의 연기력이 덜 돋보였고 몽골의 장수가
여솔 정우성에게 '제는 매의 눈을 가진자다. 우리가 초원을 다시 얻으려면 저런 용사가 필요하다. 생포해라' 하는 대사와 그의 카리스마 페이스는 매우 무사스럽고
매력 있었다. 미경은 영화를 본다는것에 자리를 지킨듯 하고 나는 평론가 처럼 진지하게 영화를 보았다. 시간이 나면 언제 무사를 한번 더 봐야겠다.
장쯔이와 미경이 닮았다. 극장을 나올때 미경의 손을 잡았다. "누구 맘대로 손을잡니.?" 고맙게도 빼지 않았다. "극장은 컴컴해서 니손이 보이지 않았어
바깥에선 잘 보이네" 돌아오는 차량안 에어콘의 시원함으로 여름의 더운바람을 가르며 곧장 대천 바다로 달렸다. 조개껍질 가루의 백사장을 손잡고 '꽉꽉' 밟았다.
가까운 식당 해물탕은 부글부글 잘도 끓었다. 더욱 맛있던것은 미경이 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시내에는 불들이 많이 꺼졌고 난 미경에게 우리집 커피를
한잔 끓여 주겠다고 했다. 장쯔이나 백사장 보다 내게 보기 좋은것은 미경 이었다. 무사의 영화에서 정우성과 주진모는 장쯔이를 품지 못햇지만 난 미경을 품었다.
"야.! 나 가슴이 너무 찌릿해.! 아.!"
미경은 청록색깔 빛의 머리코팅을 했었는데 잠든 미경을 두고 새벽 야채시장에 갔을때 거래처 주임이 말했다.
"사장님 어제 크게 싸웠어요.?" '네.?' 하고 무슨 소린지 알수 없었지만 미경과 내가 만나는걸 밖에서 보았는가 하고 '커피만 마셨어요' 하고 웃었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청록색 머리 코팅물이 내 오른쪽 볼에 배겨서 마치 멍든것 처럼 보였다. 잘 닦이지 않아 애먹었다. 김치공장의 구조는
현관 열면 작업장에서 내실문이고 다시 열면 주방겸 응접실이며 그안에 잠자는 숙소 문이 있었다. 거의 점심까지 잠잤던 미경의 뾰족한 하이힐을 직원
아주머니가 점심 취사를 위해 주방에 오가며 보았다. "사장 누가 안에 있는겨.?" 아줌마들은 어린 사장인 나를 조카처럼 잘대해 주었고 나의 외로운 총각시대를
걱정해 주었다. 맞선 자리도 권유했지만 잘 안되면 서로 불편 할까봐 웃어 거절 했었다. 종업원 아주머니들은 숙소의 미경이 궁금했던지 도마의 칼질 소리는
유난히 커졌고 평소 안하던 맛난 반찬을 요리 했으며 반찬통째 놓고 먹던 밑반찬들을 접시에 가지런히 나눠 담았고 코를 괴롭히는 음식을 계속 끓였다.
남편이 양복집인 장난스런 아주머니가 숙소방을 노크했다. '안에 뭐좀 꺼낼께 있는데 실례좀 할께요' 하며 일부러 침범했다. 난 못본척 했다.
미경이 니가 늦잠잔 잘못이니 어쩌랴 방문을 빼꼼 열은 미경에게 재빨리 손목을 잡은 양복점은 "어여 점심 같이 먹어요" 반강제 잡아 데리고 나왔다.
미경은 양복점의 싹싹함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멋적게 웃으며 '밥은 제가 플께요.!' 하며 조화로웠다. 그렇게 미경은 김치공장의 일원이 된 듯했고 납품 후
돌아온 내눈에 오후에는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대파도 썰며 마늘도 까는 사랑스러움을 내게 선사했다. "나 일당 얼마 줄꺼야.?" 미경이 돼지고기를 사와서
기다렸다가는 막담은 생김치 보쌈을 먹겠다고 아줌마 셋과 벌써 친하여 있었다. 김치공장엔 더 없던 행복이다. 이름있는 식당 보쌈처럼 맛나게 다들 같이 먹고
분당에 배송 가는길에 미경과 같이갔다. 나의 김치 30박스 떼는일을 지켜보며 대견해 했다. 급식업체 사모님이 끓여 주는 커피가 평소 보다 더 맛있었다.
그곳의 잘생긴 임사장은 미경의 예쁨을 연신 칭찬해 주었다. 다음날은 쉬는 날이라 중부 고속도로로 빠져 진천 농다리에 구경도 갔다. 농다리를 건너며 천년전
만들어진 돌다리가 여전히 건제하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기술을 말해주고 신라의 역사를 덪붙혀 설명 해주니 내가 유식한 줄 미경이 '오오 아는것도 많으네.!' 하고
칭찬했다. 다리를 다시 건너와 오른쪽 약수터의 샘물을 마셨다. 한모금 시원히 샘물을 마신 미경은 내눈을 빤히 쳐다 보더니 덮석 내입에 키스했다.
첫댓글 덥석 내 잎에 키스를 했다. 이건 뭐 끝난 게임이군요 ㅎㅎㅎ
아껴가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