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드셨다.
영감을 준다.
우리를 유혹한다.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구효서의 장편소설로, 조국에 닿지 못하고 떠돌다 간 두 조선인 음악가 이야기이다. 소설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음악예술과 시공을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변주한다. 18세기 말 독일 바이마르와 평양, 그리고 21세기 독일 베를린, 일본,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인 여인 하나코는 40여 년 동안 연락 두절되었던 첫사랑 야마가와 겐타로(한국명 김상호)의 행적을 쫓아 독일로 향한다. 그가 고향도 조국도 아닌 독일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 의미심장한 메모를 남겼기 때문이다. 소설의 첫 번째 화자 이근호는 하나코의 통역을 맡으면서 점차 김상호의 죽음 뒤에 얽힌 거대하고 가슴 아픈 비밀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각각 제2, 제3의 화자로 기능하는 두 문서 '토카타 운트 푸가(Toccata und Fuga)'와 '랩소디 인 베를린(Rhapsody in Berlin)'은, 1770년대 바로크 시대 독일 풀무꾼에서 비범한 음악가로 성장한 힌터마이어의 혈통과 생애, 그리고 1944년 한 유대인 수용소에서 탄생한 '이디시어 랩소디'가 그와 무관하지 않음을 서서히 드러낸다.
[명사] <음악> 관능적이면서 내용이나 형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환상적인 기악곡.
Diaspora디아스포라(다른 나라에서 살며 일하기 위한 유대인들의 이동),고국을 떠나는 사람・집단의 이동)
바빌론 유수 후의 유대인의 분산, (팔레스타인 이외의) 타국에 거주하는 유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외의 유대인 거주지
Yiddish 미국·영국 [|jɪdɪʃ]
[명사] 이디시어(원래 중앙 및 동부 유럽에서 쓰이던 유대인 언어)
* 액자식 구성이 특이하며 3편 모두 각각 스토리 전개가 베일에 싸여 있어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명쾌한 결론이 모든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독일인도 아닌 김상호의 인생이 가슴아프다. 묘비명이 슬프다. 5p 3/10
*늘 무언가를 향하면서 그 곳에 닿지 못하는 사람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아다지오였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라니. 하늘과 바람뿐인 광활한 코마가다케 정상에서 그것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나코는 생각했다. 그러나 겐타로의 선율은 이미 하늘과 바람을 불러오고, 섞이어 쓰다드고, 아위운듯 작별하며, 끝없이 뭔가를 토해냈다.
어울리지 않는 것의 절묘한 조화처럼 사람을 사무치게 하는 것도 없었다. 네 개의 현에서 토해져 나오는단선율이, 가을 정경에 잘 익어 너끈히 무르녹았다. 아다지오는 오래오래, 정성스럽고 간곡하게 이어졌다. 이별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너무도 어울리는 곡이었다. 하늘, 바람, 호수가 바이올린 선율에 보랏빛으로 멍울졌다. 상쾌한 우울이 하나코 가슴을 아리고 하게 훑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