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한때 퇴출 위기에 몰렸던 터보차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작은 배기량으로 큰 출력을 뽑아내는 본래의 장점에 효율을 높이는 최신기술이 결합되어 차세대 엔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직분사 디젤 엔진과 짝을 이뤄 휘발유 엔진을 위협하는 수준에 와 있는 것. 고질적인 문제인 타임랙을 잡을 수 있게 되어 휘발유 엔진용으로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역사 태평양 전장에서 자동차 시장으로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면서 2차대전은 말 그대로 세계대전으로 치닫게 된다. 유럽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독일군이, 태평양은 제로 전투기의 기동성과 강력한 함대를 갖춘 일본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맹위를 떨치던 제로 전투기는 속속 등장하는 연합군 전투기에 의해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했다. 특히 1인승 쌍발 전투기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가진 미국의 P-38 라이트닝은 높은 속도와 상승력, 강력한 무장으로 일본군 파일럿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미 공군의 2차대전 격추횟수 1, 2위는 P-38의 몫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P-38이 강력했던 것은 아니다. 1939년 첫 비행을 한 P-38은 전황이 불리한 영국의 요청에 의해 유럽 전선에 투입되었지만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영국 투입형 기체가 ‘거세된(castrated) P-38’이라고 불린 이유는 고고도 비행을 위한 터보차저가 없고, 여러 가지 초기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
P-38이 꾸준하게 개량되는 사이 엘리슨제 V12 엔진 역시 터보차저를 달아 1기당 최고출력이 1천475마력으로 높아졌고, 최고시속 666km의 스피드와 1만3천km를 넘어서는 상승고도가 가능해졌다. 개량된 P-38을 앞세워 미국은 태평양 상공에서 일본군을 압박해 들어갈 수 있었다.
터보차저의 기본원리는 스위스의 알프레드 부치에 의해 1905년 확립되었다. 1920년대 디젤 선박과 열차에 조금씩 쓰이던 이 기술은 1차대전 말기, 미국 GE(General Electric)의 샌포드 모스 박사가 패커드제 V12 엔진에 얹어 시험함으로써 실용화의 첫걸음을 뗐다.
본격적인 발전은 2차대전 중에 이루어졌다. 당시 내연기관과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투기는 산소가 희박한 고고도에서 출력이 떨어져 상승고도에 한계가 있었다. 여기서 배기가스 압력을 이용해 흡입공기를 압축하는 터보차저의 원리가 주목을 받게 된다.
터보는 디젤 엔진(1949년)에 먼저 사용되었다. 한편 대배기량을 선호하는 미국은 터보에 무관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승전국으로서 세계질서를 이끌게 된 미국은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항공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유명한 테일핀 디자인도 그 중 하나. 승용차용 휘발유 터보 엔진 역시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1952년 미국 인디 500 레이스에서 프레드 아가바시안이 터보 경주차로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10년 후 최초의 양산 터보 자동차를 탄생시킨 메이커는 GM이었다. 1962년 올즈모빌 커틀라스 F85 제트파이어와 코르베어 몬자가 등장했다. 오펜하우저는 1966년 인디 500에 터보를 다시 선보인데 이어 1968년 최초의 터보 인디 우승차를 배출했다. 1976년부터는 르망 24시간에서도 터보 엔진이 하나 둘 등장해 성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터보 엔진이 널리 쓰이는 유럽에서는 BMW, 포르쉐, 사브 등이 선구자 역할을 담당했다. 1973년 BMW는 2002ti를 만들었고, 이듬해 파리 오토살롱에서는 터보 스포츠카 시대를 연 포르쉐 911 터보(타입 930)가 베일을 벗었다. 사브 첫 터보카인 99 터보는 1978년 등장. 한편 벤츠와 푸조가 1978년 출시한 300D 터보와 604 디젤 터보는 오늘날 가장 큰 터보 세력(직분사 디젤 터보)으로 성장했다. F1에 터보 엔진이 등장한 것은 1977년. 르노는 규정으로만 존재하던 터보 엔진에 도전해 RS01을 완성했고, 가능성을 확인한 혼다와 TAG-포르쉐, BMW 등이 뛰어들면서 80년대 터보 전성기를 이끌었다.
항공기와 달리 자동차는 공기밀도에 대한 걱정이 없다. 대신 작은 엔진으로 큰 출력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었다. 게다가 동력원은 버려지는 배기가스. 하지만 80년대 중반 배기가스 해악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배출가스 규정이 엄격해지자 고출력의 대명사이던 터보 엔진은 일순간 퇴출위기를 맞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돌파구가 된 것이 직분사 디젤 터보 기술.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오던 승용 디젤 엔진은 90년대 직분사 기술을 확립해 휘발유 엔진과 당당하게 겨룰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터보를 중심으로 한 과급기술을 결합시켜 연비와 성능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디젤의 인기를 바탕으로 휘발유 터보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터빈의 저항과 관성을 낮춰 터보랙을 줄일 수 있게 되었고, 가변 지오메트리 기술도 일반화되고 있다. 최신 전자장비나 가별 밸브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배기가스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직분사와 터보를 결합시켜 출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원리와 구조 버려지는 배기 에너지를 활용하라
간단히 터보라고 불리는 터보차저를 정확히 표현하면 ‘배기가스로 구동되는 터빈을 이용한 과급장치’(Exhaust gas-driven turbo supercharger)다. 터보는 원래 터빈을 뜻하는 접두어. 터빈을 사용했다는 의미에서 수퍼차저와 구별해 터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4스트로크(행정) 엔진은 크랭크샤프트가 2회전하는 사이 흡입-압축-연소-배기 4단계 행정이 일어난다. 엔진이 힘을 내는 원천은 압축된 연소실 안에서 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팽창력. 짧은 시간에 많은 연료를 태워야만 큰 힘을 낼 수가 있다.
과급기는 제한된 크기의 연소실에 더 많은 공기와 연료를 넣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터보차저가 먼저는 아니다. 자동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틀리프 다임러는 1900년 내연기관을 위한 강제 흡기 시스템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했다. 그가 완성한 수퍼차저는 1860년 미국인 프랜시스 루츠가 발명한 트윈 로터 에어펌프에 기초한 것이었다. 요즘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루츠형 수퍼차저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엔진에 연결된 일종의 공기펌프를 이용해 연소실에 강제로 공기를 밀어넣는 것이 수퍼차저의 원리. 1920년대 메르세데스와 벤틀리에 의해 상용화된 후 서키트와 고성능차 시장에서 맹위를 떨쳤다. 엔진 크랭크샤프트와 연결되어 있어 시동을 걸면 바로 움직이고, 저회전에서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반면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출력을 깎아먹을 뿐 아니라 마찰에 의한 손실과 고회전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40년 가량의 시차를 두고 상용화된 터보차저는 수퍼차저의 단점을 해결한 새로운 대안이었다. 우선 엔진과 기계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기계적 손실이 적고, 버려지는 배기가스를 활용하는 만큼 에너지 재활용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 블로오프 밸브를 이용해 고회전에서의 지나친 회전수 상승이나 과급압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배기가스가 충분하게 나오지 않는 저회전에서 재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를 안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터보가 작동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것을 타임랙, 터보랙이라고 한다.
터보차저의 구조는 샤프트로 연결된 두 개의 터빈(임펠러)과 흡기, 배기를 인도하는 하우징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과급압을 제한하는 웨이스트게이트 밸브와 압축된 공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 인터쿨러 등이 추가된다.
배기 매니폴드에 모인 배기가스는 터보차저의 한쪽 터빈으로 보내진다. 뜨겁고 강력한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리고, 여기에 연결되어 있는 반대쪽 터빈이 따라 돌면 그 힘으로 흡입공기를 압축해 연소실로 보낸다. 압축된 공기는 매우 뜨겁고, 공기가 뜨거우면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압축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터쿨러(공기 냉각장치)를 단다. 회전수 상승에 따라 과급압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노킹이 일어날 수 있어 웨이스트게이트 밸브가 일정 수준에서 압력을 제한한다.
터보차저의 종류와 기술
하나의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싱글 터빈이 가장 널리 쓰인다. 하지만 6기통이 넘거나 고성능을 추구하는 경우 2개 이상을 달기도 한다. 8기통이 넘으면 배기 매니폴드를 하나로 모으기 힘들 뿐 아니라 한쪽 배기가스가 다른 실린더로 들어가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터보차저를 둘로 나누면 터빈이 작아져 저회전에서 반응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포르쉐의 첫 수퍼카로 기억되는 959(1987년)는 시퀀셜 트윈터보라는 특이한 방식을 사용했다. 크기가 다른 터보 두 개를 달되 3기통씩 독립적으로 연결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썼다. 가스 압력이 약한 저회전에서는 소형 터빈으로 가스를 모아 빨리 과급을 시작하고, 일정 회전수에 이르면 대형 터빈을 가동시켜 최대의 과급압을 얻는 방식. 고질적인 터보랙을 줄일 수 있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출력특성이 일정치 않은 단점이 있었다. 요즘 이 기술은 BMW가 직분사 디젤(535d)에 쓰고 있다.
부가티는 성능 추구와 시선집중을 위해 쿼드 터보를 선택한 경우. 1987년 부활할 당시 선보인 EB110은 V12 3.5ℓ 5밸브 엔진에 3기통마다 터빈을 단 4터보 방식으로 553마력의 최고출력(EB110 SS에서는 650마력)을 냈다. 1998년 부가티를 인수한 폭스바겐은 후계모델 베이론에 W16 8.0ℓ 엔진을 얹고 역시 쿼드 터보 구성으로 최고출력 1천 마력을 돌파했고, 최고시속 406km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다.
기계적으로 독립된 터빈은 고압, 고온의 배기가스에 의해 최소 8만rpm에서 최고 2만5천rpm으로 회전한다. 엄청난 온도와 고회전에 의한 마찰은 가장 큰 위험요소. 일반 볼 베어링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터보는 유체식 베어링을 사용하고, 오일쿨러를 쓰기도 한다. 유체 점성을 이용해 축을 띄워 회전시키는 포일 베어링은 오일 공급 없이 마찰을 제거해 터보랙을 효과적으로 없앤다.
요즘 상당수의 디젤 엔진이 가변식 지오메트리 시스템을 쓰고 있다. 터빈 주변에 가동식 날개가 달려 낮은 배기압력에서도 터빈을 효과적으로 돌릴 수 있다. 호스로 정원에 물을 줄 때를 생각해 보자. 수압이 낮아 멀리 뿌릴 수 없을 때 호스 주둥이를 손가락으로 눌러 물줄기를 강하게 만든다. 입구가 좁아지면 스피드가 빨라져 물줄기가 멀리까지 간다. 이 원리를 터보차저에 응용한 것이 가변 지오메트리 시스템이다.
통로를 절반으로 나눠 반을 막은 예전의 트윈 스크롤 방식과 달리 요즘에는 터빈 주변 날개의 각도를 세밀하게 조정, 배기가스 속도를 제어한다. 이 기술을 처음 쓴 차는 1989년형 쉘비 CSX-VNT다. 사용한 터빈은 가레트 T-25. VNT 이후 VANT, VTG, VGT, VVT 등의 유사 시스템이 잇따라 등장했다. 디젤에 많은 쓰이는 기술이지만 휘발유차 중에서는 CSX-VNT(500대 한정생산) 이후 사라졌다가 최근 포르쉐 911 터보에 다시 사용되었다.
Milestone 역사에 남은 모델
Chevrolet Corvair Monza
최초의 양산 터보차는 GM이 만들었다. 1962년 올즈모빌 F85 제트파이어와 시보레 코르베어 몬자 스파이더가 태어났다. 코르베어는 2차대전 후 들어오기 시작한 유럽차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소형, 고효율, 스포티 캐릭터 모델. 올즈모빌 커틀라스, 폰티액 탬페스트와 같은 A보디를 사용하면서 비틀과 같은 리어 엔진 리어 드라이브 구성으로 1960년 데뷔했다. 1962년 추가된 몬자 스파이더에는 옵션으로 수평대향 6기통 터보가 마련되고, 타코미터와 흡기 압력계, 엔진 헤드 온도계 등이 추가되었다. 발표 당시 2.3ℓ 배기량으로 80마력을 낸 140형 엔진은 1961년 2.4ℓ로 배기량이 늘면서 기본형 98마력, 고성능형이 102마력으로 강화되었다. 1년 후 등장한 터보형은 출력이 150마력으로 올라가고, 밸브 재질이 개선되었다. 후에 배기량이 2.7ℓ로 커지면서 터보의 출력은 180마력이 되었다. 코르베어는 엔진 고장이 잦고 불안정한 서스펜션 때문에 스핀이나 전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등 그리 뛰어난 차는 아니었다. 다만 터보 엔진 선구자로서 의미가 있다.
Offenhauser
오피(Offy)리는 애칭으로 불린 오펜하우저는 1933~1983년 활동한 엔진 제작회사. 인디 500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전설적인 경주차 제작자 해리 밀러와 함께 경주차 제작을 시작한 프레드 오펜하우저는 밀러가 파산하던 1933년, 동료 레오 구슨과 공동으로 공장을 사들여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이렇게 시작된 오펜하우저는 밀러의 명성을 이어 나갔다. 1934년부터 1960년까지 열린 26회 대회에서 오펜하우저 엔진이 무려 24번의 우승컵을 차지할 만큼 무적의 엔진이었다. 1966년 4기통 터보를 처음 선보인 오펜하우저는 1968년 인디500 첫 터보 엔진 우승(알 언서, 이글-오펜하우저)을 기록, 인디 500에 터보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BMW 2002ti
독일에서 가장 작은 자동차회사였던 BMW는 1962년 ‘뉴 클래스’를 선보이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뉴 클래스는 배기량에 따라 1500과 1600, 1800, 2000 등으로 불렸다. 1.5부터 2.0ℓ까지 커버한 직렬 4기통의 M10 유닛은 20여년간 350만개나 생산된 명기. 1968년 등장한 2도어 2002는 BMW 역사상 손꼽히는 걸작 중 하나로, 3시리즈 뿌리가 된다. 197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2002ti는 유럽산 첫 터보차. 2.0ℓ 터보 170마력 엔진은 M31로 불렸고, 2002tii에는 BMW 최초로 연료분사장치를 얹었다. 투어링카 경기 등 서키트에서 활약했으며, 카브리올레 버전도 만들어졌다.
Porsche 911 turbo(930)
포르쉐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911은 1963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부치 포르쉐(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아들)는 RR구성이면서도 4명의 승객을 태우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GT를 원했다. 초대 911은 수평대향 6기통 2.0ℓ 130마력 엔진을 얹었고 배기량과 성능을 꾸준히 개선, 1975년 혁신적인 모델 911 터보(타입 930)을 선보였다. 수평대향 6기통 3.0ℓ 터보는 26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했고, 독특한 대형 리어윙은 고성능의 상징이 되었다. 터보랙 때문에 조종이 힘들었지만 레이싱카 934와 935로 개조되어 서키트에서 큰 활약을 보였다. 911 터보는 지금도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Renault RS01
프랑스 국영 르노는 1977년, 대형 메이커로는 메르세데스 벤츠 이후 20여년만에 F1 진출을 선언했다. 르노는 당시 주류였던 자연흡기 3.0ℓ 대신 옵션조항이되 유명무실했던 1.5ℓ 터보 엔진에 도전했다. 1977년 모습을 드러낸 RS01은 V6 1.5ℓ에 KKK제 터보 2개를 달았다. 초기에는 1대 체제로 개량작업과 경기참가를 겸하느라 리타이어하거나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엔진이 숙성되고 2카 체제가 마련된 1979년에는 남아프리카 폴포지션에 이어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드물고 컨스트럭터 타이틀 역시 1983년 2위가 최고였지만 이후 F1의 터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었다.
Peugeot 604 turbodiesel
역사상 최초의 디젤 터보 승용차는 프랑스 푸조가 1978년 선보인 604였다. 504 윗급으로 푸조의 첫 대형 고급세단이었던 604는 1975년 등장했다. 피닌파리나 디자인의 604는 1985년까지 15만 대가 생산되었다. 504 플랫폼을 활용해 사이즈를 키우고 엔진은 푸조, 르노, 볼보가 공동개발한 V6 2.7ℓ의 PRV 유닛. 그룹내 시트로앵 CX, 탈보 타고라와 많은 부분을 공유했다. 1978년 발표된 604 디젤 터보에는 직렬 4기통 2.3ℓ OHV의 XD2S 유닛이 80마력의 최고출력과 19.2kg·m의 최대토크를 냈다.
Lancia Delta S4
란치아 랠리 037의 후계로 1985년 등장한 델타 S4는 그룹B의 폐지로 짧은 활동을 마감한 비운의 랠리카다. 당시 그룹B는 메이커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몬스터 머신들이 잇따라 태어났다. 델타 S4 역시 모양만 콤팩트 해치백일 뿐 강관 프레임, 컴포지트 보디의 미드십에 직렬 4기통 1.8ℓ 엔진을 얹어 네바퀴를 굴렸다.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직렬 배치한 2단 과급방식을 사용해 랠리카의 경우 최고출력이 550마력에 이르렀다. 당시 FIA가 준비 중이던 그룹S 규정에 맞추어 2기통에 하나씩 터보차저를 연결한 직렬 4기통 트윈터보 600마력 엔진의 델타 ECV도 개발했지만 잦은 사고로 그룹B가 폐지되자 경주차 프로젝트도 중단되었다.
Bugatti 16.4 Veyron
이태리의 로마노 아르티올리가 전설적인 메이커 부가티 판권을 사들여 파올로 스탄자니와 마르첼로 간디니 합작의 수퍼카 EB110을 완성했다. V12 3.5ℓ 5밸브 4터보 엔진으로 553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하지만 판매부진으로 경영난에 빠졌고 1998년 폭스바겐에 매각되었다. 신생 부가티는 1999년, 오리지널 디자인의 18기통 미드십 수퍼 컨셉트카 EB18/4 베이론을 바탕으로 16.4 베이론을 완성했다. 1천 마력과 시속 400km 돌파를 목표로 해 화제를 모았다. W8 엔진 2개를 직렬 연결한 W16 엔진에 4개의 터보를 달았다. 엔진 방열과 고속 안정성 확보 문제로 개발이 늦춰지다가 올해 고객에게 인도를 시작했다. 최고출력 1천1마력에 최고시속 407km, 0→시속 100km 가속 2.5초.
World Turbos
현재의 대표적인 터보차들
Audi TT TFSI
아우디 스포츠 쿠페 TT가 올해 2세대로 풀 모델 체인지되었다. 골프 플랫폼을 바탕으로 태어난 초대 TT(1998)는 역대 어떤 아우디보다도 스타일에 치중한 모델이었다. 신형은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무게를 덜면서 직렬 4기통 2.0ℓ 직분사 터보 200마력과 V6 3.2ℓ 엔진을 얹고 세미 AT DSG를 연결했다. 골프 GTi와 함께 쓰는 2.0ℓ TFS I 엔진은 휘발유 직분사와 터보를 결합해 고출력과 연비, 저배기를 노린다. 또 고압분사되는 연료의 냉각효과를 살려 10.3의 고압축비를 실현했다. 미쓰비시에 의해 상용화된 휘발유 직분사는 요즘 유럽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BMW 535d
2004년 등장한 BMW의 신형 직분사 디젤 엔진은 터보 2개를 순차적으로 가동하는 시퀸셜 트윈터보는 사용해 반응성 개선과 함께 출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현재 535d에 얹히는 직렬 6기통 3.0ℓ 트윈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은 2.85바의 최대 과급압으로 구형 530d의 218마력을 훌쩍 뛰어넘는 272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한다. 57.1kgm의 최대토크를 내고 불과 1천500rpm부터 51.0k·gm를 발휘하는 실력가. 덕분에 535d는 불과 6.6초반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다. 배기량은 3.0이지만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에 535d로 불린다. 비슷한 성능의 530i와 비교해 연비도 월등하다.
Mini Cooper/Cooper S
미니 상표권을 인수한 BMW는 옛 이미지를 살리면서 최신 독일 기술을 투입한 신형을 2001년 선보였다. 순수한 펀카를 목표로 4인승 해치백이되 2+2 쿠페에 가까운 구성을 보였다. 올해 발표된 신형은 디자인을 둥그렇게 바꾸는 한편 크라이슬러와 공동개발했던 트라이텍 엔진을 버리고 PSA와 공동개발한 신형 프린스 유닛으로 교체한다. 가변 밸브 기술로 성능이 개선되었다. 고성능 쿠퍼 S는 이전의 수퍼차저 대신 터보를 사용한다. 직분사 시스템으로 연비악화를 막고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가 터보랙을 감소시킨다. 최고출력은 175마력. 0→시속 100km 가속을 7.1초에 끝낸다.
Mitsubishi Lancer Evolution Ⅳ
스바루 임프레자와 함께 WRC에서 활약 중인 랠리카 베이스 모델. 랜서 에볼루션 시리즈는 컴팩트한 차체와 강력한 4기통 터보 엔진, 전자제어식 4WD 시스템의 조합을 통해 세계 최강의 가격대비 성능을 자랑해 왔다. 1992년 데뷔한 이래 한 플랫폼 안에서도 모델 체인지를 거듭하며 현재 9세대로 발전했다. 4기통 2.0ℓ DOHC 터보 엔진은 265마력을 내고, FQ-340 버전(영국)은 345마력까지도 올라간다. 0→시속 100km 가속 4.3초에 최고시속 251km. 한편 랜서 랠리카에 쓰여 유명해진 ‘미스파이어링 시스템’은 배기 매니폴드에 연료를 뿜어 연소시킴으로서 터보랙을 없앤 기술이다.
Nissan GT-R
일본 서키트 레이스 역사에 빠질 수 없는 이름 GT-R. 내년이면 스카이라인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GT-R로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R32부터 R34까지 사용하던 직렬 6기통 트윈 터보의 RB26DETT는 과감히 버린다. 신형은 V8에 대한 이야기도 들리지만 V6 트윈터보를 얹을 기능성이 크다. 목표출력은 약 480마력. 이번에도 4WD와 4WS를 조합한다. 코스워스와 로터스가 개발작업에 참여중이라고 하며 프로토타입이 뉘르부르그링 노르드슈라이페에서 포르쉐 996의 랩타입 기록을 돌파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Peugeot 607 HDi DPFS
TDI와 함께 유럽 승용 디젤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PSA 그룹의 HDi. 최근 푸조는 새로운 트윈터보 기술을 투입한 직분사 디젤을 선보였다. 607 2.2 HDi에 얹은 신형 유닛은 2.2ℓ의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170마력의 출력을 낸다. 하니웰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시퀸셜 파라렐 트윈 터보는 2개의 터빈을 순차적으로 사용함으로서 저회전에서부터 빠르게 출력을 높일 수 있다. 두 개의 터보차저는 하나의 유닛으로 콤팩트하게 통합되어 있다. 포드와 공동개발한 이 엔진은 407에도 얹힌다.
Porsche 911 Turbo(997)
터보 스포츠카의 기원이 된 911 터보가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고전적인 디자인의 997 플랫폼을 사용한 신형은 수평대향 6기통 3.6ℓ DOHC 트윈터보 엔진에 모험을 시도했다.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VGT)가 그것. 디젤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휘발유 엔진은 1989년형 쉘비 CSX-VNT 이후 처음이다. 480마력의 최고출력과 함께 63.3kg·m의 최대토크를 불과 1천500rpm에서부터 뿜어낸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터보를 선택하면 시프트 레버 버튼을 눌러 10초간 과급압을 0.2바 높일 수 있다. 순간적으로 토크가 69.4kg·m까지 치솟는다.
Saab 9-3
사브 첫 터보카인 99 터보(1978)의 혈통을 잇는 9-3. 대부분의 모델이 터보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엔진이 다양하지 않았던 사브는 일찍부터 터보를 활용해 성능을 높여 왔다. 주력은 오펠과 같은 직렬 4기통 2.0ℓ의 에코텍 터보. 과급압을 달리해 175/2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V6 2.8ℓ 터보는 트윈 스크롤 방식 싱글터보(미쓰비시제 TDO4-15TK)를 얹는다. 터빈의 배기구 통로마다 3기통씩 연결해 최대토크가 2천~4천500rpm에서 나온다. 0→시속 100km 가속 6.9초.
VW Golf GT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휘발유 직분사 TSI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함께 사용해 과급 시스템의 장점을 극대화한 엔진. 현재 골프 GT에 얹히고 있다. 엔진이 작아져 2.0ℓ 직분사(FSI)에 비해 연비가 5% 개선되고, 2단 과급 시스템으로 출력이 14% 향상되었다. 배기량은 1.4ℓ. 저회전은 수퍼차저가 담당하고, 배기압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터보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고회전에서는 전자식 클러치를 사용해 수퍼차저와 엔진의 연결을 끊는다. 140마력형은 투란, 170마력형은 골프 GT에 쓰이고, 2008년 등장하는 쿠페 시로코에도 얹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