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넣으면 현금 드려요”...전국으로 확산되는 ‘쓰테크’
이학준 기자입력 2023. 6. 16. 13:36 조선비즈
쓰레기 가져오면 포인트 주는 기기 전국 1200여 대 설치
스타트업이 개발...주민 호응에 매출·납품처 확대
지자체가 주민에게 적극 사용 권유하기도
어차피 해야 하는 분리수거, ‘놀이’로 인식 전환
지난 14일 오후 5시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지하철역 앞. 주민 A씨가 검은 가방에서 플라스틱·캔을 하나씩 꺼내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 투입구에 넣고 있었다. 넣을 때마다 화면에 ‘10포인트 적립’이라는 문구와 함께 누적 포인트가 떴다. A씨는 이날 가져온 플라스틱·캔 50개를 넣어 총 500포인트를 적립했다. 2000포인트가 쌓이면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집에 쌓인 폐기물을 버리고 돈도 벌 수 있는 ‘쓰테크(쓰레기와 재테크의 합성어)’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주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나 기업에 기기를 납품하는데, 매출과 납품처가 증가하는 추세다. 시민들은 분리 수거 쓰레기도 버리고 돈도 벌 수 있어 1석2조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 폐기물 수거함 전국 1200여 대 설치...운영 스타트업 매출 증가세
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 동작구 인근에서 주민들이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을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투입구에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버리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조연우 기자
조선비즈 취재에 의하면, 전국구에서 운영 중인 폐기물 수거 서비스 기기는 네프론, 오늘의 분리수거, 이노버스다. 3개 모두 스타트업이 개발했으며 전국에 1200여 대 설치돼 있다.
15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네프론은 820여 개. 2016년부터 약 7년간 네프론으로 수거된 페트병은 약 1억6657만개, 캔은 6781개다. 네프론 운영사 수퍼빈 매출액은 2020년 17억7000만원에서 2021년 46억1000만원으로 2.6배 증가했다. 수퍼빈 고객사 60%는 지자체로 알려졌다. 일부 지자체는 폐기물 수거함 1대당 3200만원에 구매해 주민들에게 사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350대 도입된 ‘오늘의분리수거’는 인공지능융합기술(AIoT)를 이용한 재활용품 배출함으로 외형은 자동판매기와 흡사하다. 플라스틱·캔·종이 팩·일회용 컵 등을 기기에 투입하면 인공지능 카메라가 재활용품의 유형을 인식하고 애플리케이션(앱)에 포인트가 지급된다. 지급된 포인트로 앱 내에 설치된 ‘오분쇼핑’ 카테고리에서 우유, 커피, 피자, 할인권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운영사 오이스터에이블 매출액은 2020년 4억1000만원에서 2021년 15억9000만원으로 3.8배 증가했다.
지능형 폐기물 수거함 이노버스는 전국에 40대 있으며 페트병을 수거함 투입구에 넣으면 이물질 유무에 따라 포인트를 받아 종량제 봉투 또는 음식물 쓰레기봉투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노버스 운영사 쓰샘은 사업을 시작한 2019년 매출이 1000만원 수준이었지만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 주민들 “쏠쏠한 부업” 호평... 지자체에서 사용 적극 권유
오이스터에이블이 운영하는 오늘의 분리수거 앱과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함의 모습. /홈페이지 캡처
전국 곳곳에 설치된 폐기물 수거함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길을 지나가다 호기심에 플라스틱 커피잔을 투입하는 10~20대 학생부터 집에서 며칠간 차곡차곡 모은 플리스틱 병을 들고 와 폐기물을 처분하는 30~50대 주부까지 다양했다. 수거함에 쌓이는 폐기물은 유지보수계약을 맺은 업체에서 하루에 1번씩 수거해 가도 저녁이 되면 폐기 용량이 남은 수거함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박 모(51) 씨는 “땅을 파도 1원이 안 나오는데 쏠쏠한 부업이다”며 “어차피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를 폐기하는 건데 돈도 벌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나 학생이 ‘쓰테크’로 분리수거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것이다.
주민센터 14곳에 네프론을 설치한 동작구청 관계자는 “수거함에 쌓인 폐기물을 주기적으로 비워도 금방 가득 찬다”며 쓰레기 감소 효과에 대해 말했다. 이어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 큰 봉투를 끌고 먼 곳에서 수거함을 찾아오는 어르신도 있다”며 “2021년 4월에 설치된 이후로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 분리수거를 ‘놀이’로 인식시켜 재활용 중요성 부각
폐기물 수거함의 인기 요소는 포인트제도와 놀이 기능이 있다. 폐기물을 분리수거해서 얻은 포인트로 보상금을 얻을 수 있고 선물 추첨 등을 통해 식음료 기프티콘을 받을 수 있어 재활용을 ‘놀이’와 ‘수입’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수퍼빈 관계자는 “폐기물 수거함으로 금전적 보상, 폐기물 처리 두 가지를 다 충족할 수 있다”며 “덕분에 지자체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학교 등 다양한 고객에게 설치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폐기물 수거함으로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폐기물 수거함을 이용하면서 분리배출 시스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플라스틱, 종이, 캔 등 특정 품목이 재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레 생기면서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한 관계자는 “리워드 형식의 폐기물 수거함 시스템으로 환경 문제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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