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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습관이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육체적인 탄생과 정신적인 탄생이다.
육체적인 탄생이 보잘것없다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 바로 정신적으로 다시 태어나면 된다.
육체적인 탄생이 단순히 운이라면 정신적인 탄생은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운과 노력을 규명하는 일이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나는 몸부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몸부림의 여러 흔적 중 하나가 독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나는 노력보다는 운으로 산 놈이다. 몸부림의 흔적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이 헐렁하고 남루하더라도 마지막 위안이 있다. 바로 자존을 지켜내는 일이다.
약간이나마 독서가 없었다면 내 삶이 얼마나 썰렁하고 누추했을지는 불문가지다.
일본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세 가지 불행을
세 가지 행운으로 바꾼 원동력이 나는 독서와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하는 목적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함이 아니다.
즉, 돈을 벌고, 처세의 기술을 익히고, 박식함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독서를 많이 하면 세상과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또 세상과 사람을 더 많이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풍요롭게 살수 있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내가 독서를 하는 목적이다.
50대가 되면 인생의 경험도 쌓이고 이해력도 넓어지고 담을 수 있는 그릇도 커진다.
그래서 독서를 하기에 좋은 나이다. 그러나 책 읽기는 쉽지 않다.
습관이 안 됐기 때문이다. 독서는 습관이다.
책이 좋아서 읽기 시작한 사람은 별로 없다.
"공부가 가장 쉬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듯이.
그러나 습관이 되면 저절로 읽힌다. 무엇이든 처음은 힘들고 귀찮다.
그러나 몸에 익고 습관이 되면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그러니 옳다고 생각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힘들더라고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버텨보자.
새로운 길이 나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왕래해야 하듯 습관 또한 마찬가지다.
반복 그리고 또 반복...
'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라는 말은 살아보니 진리다.
내 인생의 흐름을 바꾼 책
1. 삼국지(정비석)
국민학교를 졸업 한 어느 날, 아버지가 책 5권을 가지고 오셨다.
정비석 삼국지였다. 책이라곤 교과서밖에 없었던 책꽂이에 비로소 교양서적 5권이 꽂혔다.
정비석이 누군지도 몰랐고 '자유부인'을 쓴 유명한 분이라는 것도 훗날 알았다.
한 겨울 웃풍이 부는 내 골방에서 배를 깔고 삼국지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내 책 읽기의 시작이었다.
아버지가 물려준 유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나는 길들지 않는다(마루야마 겐지)
40대 중반, 회사에서 징계를 받고 임원들의 관심 범위에서 멀어졌다.
더 이상 재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사람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져 주말만 되면 아내도 집안일도 팽개치고 산으로 들로 쏘다녔다.
그때 배낭 속에 가지고 다녔던 책이다.
국가에, 사회에, 직장에, 가정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서 자립, 자립, 또 자립을 마음속으로 외쳤다.
길들여지는 반려견 보다 외로운 늑대가 되기로 했다.
3. 철학 삶을 만나다(강신주)
그동안 일차원적인 사고를 해온 나에게 2차원 3차원의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그의 책은 기존의 모든 편견을 부수어버린다.
작가 중에 '들어가는 말'(프롤로그)를 가장 잘 쓰는 작가이지 싶다.
그의 책을 사고 프롤로그를 읽을 때마다 여행을 떠날 때의 가벼운 흥분과
전투에 임하는 검투사의 팽팽한 긴장감을 함께 느낀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 비로소 나른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거친 눈보라를 뚫고 한계령을 그와 함께 넘은 안도감과 해냈다는 성취감 말이다.
그 느낌이 좋았다. 그의 글은 변화구가 없다. 오로지 직구로만 승부할 뿐이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묵직한 직구가 미트에 꽂히는 느낌을 받는다.
"철학자는 옳은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그의 책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곤 했다.
4. 아직도 가야 할 길(스콧 펙)
육체적인 성장은 멈추었지만 정신적인 성장은 계속되어야 함을 일깨워준 책이다.
성장은 끝나는 완료형이 아니라 계속되는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
성장은 변화를 꾀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롭고 힘들다. 변화와 아픔
그리고 고통과 같은 성장통이 없는 성장은 그냥 길러짐에 지나지 않는다.
5.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의 아내가 쓴 책이다. 세상을 가볍게 사는 방법과 충만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도 스콧 니어링처럼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죽음의 모범 사례 또는 팁을 준 책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6살의 나이 차이와 약골인 내 신체를 감안해 볼 때)
아내가 나의 임종을 지켜볼 확률이 매우 높다.
좀 무서운 느낌이 든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아내에게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6. 코스모스(칼 세이건)
우주 > 은하계 > 우리 은하 > 태양계 > 지구 > 대한민국 > 나를 생각하면 티끌만도 못한 존재임을 자각한다.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질 존재들이다.
생명이 있고 영혼이 있다는 특별한 존재인 인간도 언젠가는 그것도 가까운 시일에 사라진다.
사라지는 존재 앞에 연민을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찰나의 짧은 인생을 살다가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지만
이를 망각한 채 오늘도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이해타산에만 몰두한다.
이 책을 읽으면 끝없는 우주에 티클만도 못한 존재인 외로운 인간을 인식할 수 있다.
그동안 외로움은 안으로 향하는 슬픔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외로움이 밖으로 향하는 연민으로 바뀐다.
너도 나처럼 외로운 존재구나라는 연민 말이다.
7. 맨큐의 경제학(그레고리 맨큐)
회사 다닐 때 남보다 빨리 출근해서 1시간씩 맨큐의 경제학을 공부하곤 했다.
비록 다 이해는 못 했지만 대학 문턱을 넘어보지 못한 내게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경제학 강의를 듣는 뿌듯함과 즐거움을 선사한 책이다.
내 인생은 경제학 주변을 서성이고 철학의 뒤안길을 배회하며 살아온 것 같다.
이 둘과 씨름하며 힘겹게 살아왔지만
아직도 경제와 철학은 안갯속같이 요원하고 그 끝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어렴풋이 방향만 짐작만 할 뿐이다. 그걸로도 족하다.
8. 지상 최대의 쇼/ 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
우연히 만들어진 생명체에 대한 기원과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일깨워준 책이다.
진화론을 이렇게 우아하게 설명한 생물학자는 없었다.
신이 원래 있었던 아니면 만들어졌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신이 필요한 사람은 신을 믿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을 믿을 뿐이다.
두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텅 빈 충만 말이다.
9.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
2000년, 동아 일보에 세이노 칼럼이 연재될 때 처음 알았다.
강렬한 문장과 사회의 통념을 깨는 글에 충격을 받았다.
일찍이 이토록 처절하고, 통렬하고 파괴적인 글은 없었다.
다음 카페에서 자체 제작한 글을 다운로드해 읽었다.
그리고 최근에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판되어 다시 한 권 샀다.
책을 펼칠 때 호흡을 가다듬고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
10. 재테크 불변의 법칙(아기곰)
2006년 교통 회관에서 세미나를 할 때부터 쫓아(?) 다녔다.
예측과 추정을 배제하고 자료와 팩트를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설명한 최초이자 마지막 부동산 전문가다.
자칭 타칭의 많은 전문가와 다르게 투자를 병행하시는 분이다.
그동안 뒷걸음질 쳤던 내 재테크를 선순환의 궤도에 오르게 한 분이다.
내 인생에 세 번의 행운이 있었다면 이 분을 만난 게 마직막 세 번째 행운일 것이다.
11. 부의 인문학(우석)
과거 이분의 책을 짧게 마주쳤던 기억이 있다. 브라운 스톤이란 필명으로 낸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또 몇 번의 칼럼을 읽은 기억도 있다. 그땐 눈에 띄는 분이 아니어서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 후, 부동산 스터디에 가입하고 로켓을 쏘아 올리는 이분의 글을 읽었다.
로켓을 좋아하는 김정은(죄송)처럼 다혈질인 분인 것 같기도 했고,
또 한순간이지만 또라이(두 번 죄송)라는 생각도 했었다.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주식과 부동산에 접목시켜 투자 아이디어로 승화시키는 것이 신비로웠다.
12. 팩트 풀리스(한스 로슬링)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스티븐 핑커)
세상은 점점 안전해지고 점점 편리해지고
점점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팩트와 증거로 말하고 있다.
사람은 부정적인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본능이지만 객관성을 잃기 쉽다.
이 책은 우리들의 인식과 판단이 얼마나 불안전하고 위태로운지를 증거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축복이지를 보여준다.
세상과 사람에 냉소적이고 하루하루가 기분 나쁜 사람,
그리고 기쁘게 살고 싶고 또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봐야 할 책이다.
13. 김수영 전집(시집, 산문집)
이분의 굴곡 많은 인생(일제강점기 출생, 광복, 6.25 전쟁, 의용군 강제 동원, 의용군에서 탈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 아내와의 기구한 가정사)은 부조리를 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카뮈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똑같은 나이 똑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두 사람을 생각하면
반항하는 인간이 떠오른다.
김수영은 정직한 시인이다.
관념적이고 감상적인 언어 대신 평이하고 일상적인 단어로 정직하게 시를 쓰신 분이다.
그의 산문집을 읽다 보면 정말 감추는 것이 하나도 없는 분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분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도봉구에 위치한 김수영 문학관을 다녀온 기억이 새롭다.
14. 성경
내 인생은 교회와 성경과 예수님 주변을 배회하면 산 삶이었다.
선뜻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부끄러움과 의문(의심) 때문이었다.
그 많은 사람을 놔두고 나 혼자 천국에 간다는 게 부끄러웠다.
또 그렇다면(나 혼자 천국에 간다면) 그게 더 부조리한 것 같다는 의문(의심) 때문이었다.
경계에 있는 사람들(경계인)은 늘 의심하고 피를 말리는 불안과 함께 산다.
그러나 그 불안은 물리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잘 달래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
경계에 서 있는 것은 위태롭지만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할 거리를 주고 한 곳으로 매몰되지 않는 균형추 역할도 한다.
아직도 성경을 읽는 건 인간과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이고
또 깨달음과 많은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을 가까이에 두고 산다.
아내를 위해서 그리고 또 나를 위해서.
15. 육조단경(혜능) / 무문관(무문혜개)
"boys, be ambitious!" ,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많이 들어 본 말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목표 지향적이고 성취 지향적이 아닌 삶은 의미 없는 삶이고 무미건조한 삶이었다.
패기와 야망은 젊은이가 가져야 할 두 가지 필수 덕목이었다.
새파랐게 젊었을 때는 내면에 관심을 둘 여지가 없었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진리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진 못했다.
넘어지고, 깨지고, 시련이 깊을수록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 저만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자신을 들볶지 않고, 자신과 불화하지 않고,
편안하고 평온하게, 평화롭고 평이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을 잘 알고 또 잘 다스려야 함을 알았다.
16. 돈의 심리학(모건 하우절)
빌려봐서는 안 될 위대한 책이다.
책 곳곳에 인생 잠언이 수두룩하다.
돈이란 주제는 철들 때 부터 지금까지 내 관심 범위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돈이란 무거운 주제인 동시에 가벼운 주제이기도 하다.
무거운 주제라고 한 것은 돈은 공평하게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국가가 나서서 쌈박(?)하게 해결해 줄 거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부자들은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가벼운 주제라고 한 것은 돈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우습게 안다는 사실이다.
돈이 없어서 불편한 열 가지보다 돈 때문에 생긴 한 가지 부작용에 더 주목한다.
다는 아니지만 돈 없는 사람들이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인생이 생각처럼 살아지지 않는다.
철들 무렵의 체험과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 그리고 타고난 성품대로 살아진다.
그래서 좋은 체험과 경험을 늘려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하지만 사실 자신을 너무도 모른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세상을 잘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늘 배워야 한다.
[출처] 50대와 독서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버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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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솔님의 글이 마음에 와닿고 있는 시점에
이 아침 다른 카페에서 이글을 대하니
더더욱 독서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저에게 울림을 주는 글이라
나누고 싶어 옮겨 봅니다.
마가렛대장님 ~~
좋은 글 퍼 오신 덕분에 읽고 싶은 책 찜하게 되었네요.
50대와 독서
꼭 필요한 즐거움 인것 같아요.
오늘도 잇몸만개 활짝 웃으세요 ^*^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일까요?~~~ ^^
좋은 글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인생 따위는 엿이나 먹어라"
제일 맘에 들긴 하는데...일본인 저자네요..ㅋ
와우 1~16까지 어쩜~~ 전율이 느껴집니다.
글쓴이의 깊이는 어디쯤일까요
이제는 자신과 불화하지 않고 평화를 찾았겠지요
더 좋은 경험과 체험을 위한... 나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 독서!
인문학이 정말 필요한 시대입니다
마가렛 대장님, 퍼 온 글 게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좋아할 뿐인데
이 책으로 인해 맺어진
오래된 인연들이 있어요.
이곳 또한 좋은 예감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