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안영 장편소설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 이 책은 어려운 집안의 최고 경영자가 되어, 몸에 밴 겸손으로 남편을 다독이며 바른 길로 이끌어 준 아내이자 사람됨을 최우선으로 자녀 교육에 정성을 쏟아 율곡을 구도장원공으로 길러낸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삶을 그려냈다.
저자
안영
1940년 전남 광양시 진월면 출생.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했다. 전남여고, 여수여고, 서울동일여고, 중앙대학교 부속여고 교사,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을 역임했다. 소설집 『가을, 그리고 山寺』 『아픈 幻想』 『가슴에 묻은 한마디』 『비밀은 외출하고 싶다』, 수필집 『그날 그 빛으로』 『아름다운 귀향』 『하늘을 꿈꾸며』 『초록빛 축복』 『나의 기쁨, 나의 희망』, 동화 『배꽃마을에서 온 송이』, 장편소설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 엮은 책 『스물넷 못다 사른 불꽃』 『영원한 청년』 『오, 아름다워라. 내 고향 진월』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펜문학상, 월간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제1회 자랑스런 광양인상을 수상했다.
목차
0 프롤로그
1 오죽 동산에서
2 아버지가 주신 행복
3 생명의 소중함에 눈 뜨며
4 수틀 속에 열린 세상
5 정혼(定婚)
6 천붕지통(天崩之痛)
7 다시 잡은 붓
8 남편에게 학업을 권하다
9 이른 봄 산야의 맑은 정기로
10 대관령을 넘으며
11 대가족의 살림을 꾸리다
12 아들이 안겨준 기쁨
13 아름다운 귀향
14 에필로그
책 속으로
▶ “당호라고? 좋은 생각이오. 우리 인선이 그렇게 훌륭한 분을 마음에 모시고 있었다니 대견하구나. 사람은 항상 앞서 간 성현들 중에 자신이 마음으로 존경하며 따르고 싶은 사람 한 분을 모시는 게 중요하지. 그래야 인생의 목표가 서는 것이거든. 사람마다 제게 알맞은 성현들이 있기 마련이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천양지차가 된다. 그래서 청년기에 접어들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입지立志란다. 자기 뜻을 세워 놓으면 자연히 거기 맞추어 노력을 하게 마련이지. 그러다 보면 설령 그분과 똑같이는 못 되어도 그 비슷한 사람은 되지 않겠느냐. 너는 아주 네게 딱 맞는 분을 마음에 모셨구나. 태임을 본받는다, 정말 좋구나. 사임당. 신사임당. 듣기도 좋아. 네가 스무 살이나 되면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3 생명의 소중함에 눈 뜨며’ 중에서)
▶ 여름이 왔다. 봄비에 모종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텃밭에는 오이며 가지들이 조랑조랑 열렸다. 사임당은 점심 반찬을 만들려 오이를 따려다가 잠깐 숨을 멈췄다. 아야, 가시가 그네의 손바닥을 찔렀던 것이다. 갑자기 그 가시 달린 오이를 그리고 싶었다. 텃밭에는 보랏빛 가지도 조랑조랑 열려 있고 아직 매지 못한 강아지풀도 함께 있어 그 여러 가지 것들을 함께 따 가지고 들어갔다. 가지는 빛깔도 아름다웠지만 그 탄력 있는 부드러움을 어디에다 견주랴. 그런 가지가 있는가 하면 온몸에 실낱같은 가시를 달고 있는 오이도 있다니 우스웠다. 강아지풀 또한 부드럽고 보송보송했다. 볼에 부비면 간지럽기까지 한 풀이었다. 어떤 풀은 살을 베일 듯이 날카롭고 어떤 풀은 솜털처럼 부드럽다.
신기하기도 하지. 이렇듯 각양각색의 생명이 어떻게 다 생겨났을까. 식물뿐 아니라 땅에 기는 벌레도 각기 다른 제 모습을 지니고 꿈틀꿈틀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임당은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허투루 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초충은 언제나 다정한 그의 그림 소재가 되어 주었다. 그네는 그 모든 것들을 화폭에 담았다.
옛 선비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대개 먹만으로 간결하게 그리고 있었지만 사임당은 주변의 사물들을 꼼꼼하게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었다. 그네가 변형을 주었다면 단 하나, 식물들의 줄기를 항상 곡선으로 그렸다. 왠지 반듯한 줄기보다는 약간 굽은 곡선이 더 부드럽게 보여 좋았다. 꼭 이름 있는 사람들의 그림을 흉내 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네는 수묵화 대신에 알맞은 빛깔을 칠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어떤 때는 밖으로 나타난 빛깔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눈에 보이는 빛깔로도 그려 보았다. 꽃을 파랗게도 칠해 보고 가지를 하얗게도 칠해 보았다. 가지야말로 쪼개 보면 속은 하얗지 않던가. 그래서 보랏빛 껍질을 벗기고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심정으로 흰빛을 칠해 보았다. 파란 꽃, 하얀 가지, 그네는 자기만의 독창적 화법을 살리며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기도 하였다.
(‘8 남편에게 학업을 권하다’ 중에서)...
출판사서평
“전통적이고 순종적일 것이라는 신사임당에 대한 선입견을 확 뒤집어 놓은 책”
_차동엽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희망의 귀환』 저자)
어버이가 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최고의 선물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다시 보완하고, 사임당의 그림까지 곁들인 증보판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30여 년 교단생활을 한 작가 안 영은 그 대안으로 ‘인성교육’을 꼽는다. 인간은 7세 전후에 인격, 생활습관, 심지어 지능계발까지도 거의 다 영글게 되기에 최초의 학교인 가정에서, 최초의 교사인 부모가, 그 중에서도 어머니가, 임신 중의 태교에서부터 유아기, 아동기, 소년기에 교육한 모든 것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성’을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 안 영은 2004년 봄, 신사임당 일가의 가정교육을 택해 자신의 교육을 펼쳐 보자는 뜨거운 사명감으로 한 달 넘게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온갖 자료를 찾고, 신사임당 생가가 있는 강릉을 들락거리며 더 많은 자료를 구했다. 뿐만 아니라 사임당이 읽었음직한 『소학』, 『효경』, 『내훈』, 『명심보감』, 『사기열전』, 사서삼경 등 수십 권의 고전과 어머니의 교육에서 영향을 받았을 『율곡전서』를 정독하고, 사임당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한시, 그림, 서예, 자수 등에 관한 책도 구해 읽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작가는 신사임당 시대에 온 나라가 신봉했던 유교의 ‘하늘공경’ 사상과 자신의 종교 ‘하느님 흠숭’ 사상이 일치되어 보편 진리를 전함에 있어 더욱 신명이 났다고 한다.
2005년 1월부터 월간 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2007년 봄 『그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이라는 제목으로 초판이 발간된 이 책은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소설을 읽은 분들이 신사임당의 눈물겨운 효성, 본으로 보여준 자녀교육, 자아성취의 열정 등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여기저기서 작가에게 강연을 요청했다.
그러다 2009년 신사임당이 오만 원권 화폐의 주인공이 되면서 보급판을 내자는 출판사의 요청으로 분량을 줄이고 이야기 전개 순서와 제목을 바꿔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으로 출간, 오랜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증보판으로 출간된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은 처음 원고에서 미비했던 몇 곳을 보완하고 다듬었으며, 신사임당의 그림과 글씨를 컬러로 실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신사임당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하였다.
특히, ‘신사임당’이란 이름만으로 이 책을 고리타분한 자녀교육 방법론, 순종적인 여성상을 그렸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이 있다면 큰 오산이다.
작가는 말한다.
“어려운 집안의 최고 경영자가 되어, 몸에 밴 겸손으로 남편을 다독이며 바른 길로 이끌어 준 아내! 사람됨을 최우선으로 자녀 교육에 정성을...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