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그린' 작가를 알게 된 건, 지난해 순천 여행길에서였습니다. 동네책방 '심다'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제 맘에 쏙 드는 예쁜 그림들이 전시 중인 걸 보게 되었어요. 특이하게도 그림의 소재가 모두 '책'이었습니다. 그림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마침 작가님이 계셔서 인사도 나누고 왜 '책그림'들을 그리게 되었는지 대화도 나누게 되었지요.
그때 만남이 인연이 되어 숲속작은책방에서 작가님 작품들을 2023년 한 해 동안 전시하고 판매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괴산로컬잡지 '툭' 2호에 지상전시라는 제목으로 담았습니다.
펀그린 작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한국에서 북디자인 작업을 하다 2006년 캐나다로 이주했습니다. 외국 이민에서 부딪치는 삶의 어려움과 외로움들을 극복하는데 책이 주는 위로가 컸다고 해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우리말에 대한 향수를 책으로 달래곤 했죠.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 표지를 새로이 그려보기도 했고, 책 속 문장을 그림속에 적어넣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독서 후기가 된 작품들이 쌓였습니다. 이 작품들을 동네에서 전시하고 판매도 하면서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2020년, 한국에 돌아와 인연이 닿은 동네책방들에서 그림을 전시하기 시작했어요. 책그림이니 책과 관련된 공간에서 전시하고 싶었고, 어려움속에서도 책의 정신을 삶의 힘으로 삼아 살아가는 작은 책방들에 자신의 그림이 조금이나마 위로 혹은 연대의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렇게 숲속작은책방과 인연도 이어졌고요.
숲속작은책방은 특히 2023년 책방이 사랑하는 작가 4인을 선정해 주제전을 기획했습니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는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가 아니라서 이 기회에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진 작가가 자기 삶을 통해 시대와 사회,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학적 힘에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책방 북클럽에서 전작주의 작가로 여러 달에 걸쳐 함께 읽은 작가죠. 이미 여러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야마오 산세이'는 도시를 떠나 자연 속 삶을 고민할 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작가입니다. 섬 깊숙한 곳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그의 생태적 삶을 닮고 싶었고요.
'한강' 작가의 작품은 최근 한국 소설가들 가운데 가장 문학적 본질에 가까운 깊이와 감동을 안겨주는 작가라 생각해서 선정했습니다.
'초록 고사리'라는 뜻을 가진 펀그린 작가의 그림은 화사하고 따뜻합니다. 무엇보다 그가 사랑하고 읽어왔던 책들의 목록이 책방지기 서가의 목록과 겹쳐질 때 깊은 공감을 하게 되고요.
작품 전시는 숲속작은책방에서 계속되고 있으니 책방 오시면 조금 더 애정어린 시선으로 감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기사 전문은 '툭'2호에 소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