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1일 목요일
산이 부른다
김미순
나는 어려서부터 신체적으로 몹시 약했다. 움직이기 어려우니 행동도 굼떴다. 체육시간에 벤취에 앉아있을 정도로 약한 몸을 부끄러워 해야 했다. 말하기 싫어했고 속앓이에 익숙했다. 친구도 거의 없었다.같은 동네 사는 두명이 다였다. 국민학교 육학년 때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생겼다. 그애 집에 가고 그 애 엄마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사는 게 차이가 심하게 나고 중학교가 갈려 헤어졌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다시 만났다. 그러나 그때는 많이 달라진 우리가 예전같은 우정을 다시 잇기가 어려웠다.
대학때부터 점차 행동반경을 넓히고 사람들도 많이 사귀었다. 마당발이 되었다. 여러분야의 취미활동에 몸을 던지고 나만의 고집도 생겼다. 독서와 문학활동은 물론이고 학생운동,걷기대회 참여, 시낭송, 벽시 걸기, 등산하기 여행하기 등 몹시 분주하고 바쁜 일상을 보냈다. 지금은 독서와 시쓰기 종교활동으로 나를 버티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산 때문이다.
국민힉교(지금은 초등학교) 육학년 때 봄이었다.뒷산(마래산)에 혼자 올랐다. 그때 나의 목표는 한기지, 마래산이 바다에서 융기했으니 조개깝질이 있을 거야, 그 증거를 찾으러 올라갔다. 끝까지 올라가도 굴껍질은 찾아내지 못하고 삘기만 뽑아 털레털래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어른들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불이었다. 산등성이가 벌겋게 타고 있었다. 너무 놀라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아저씨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내려왔다. 그불의 원인은 정상에 불을 밝히고 치성을 드리던 무당의 실화였다. 그 이후 나는 산이 무서워졌다. 밑에서 바라보기도 힘들어졌다.
대학때가 되어서 조금씩 등산에 대한 꿈이 되살아 났다. 지리산, 백운산, 내 장산, 천관산, 조계산, 여수의 구봉산, 고락산, 종고산, 금오산.등 크고 작은 여러 산들을 섭렵했다
그러나 2015년 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뇌출혈을 입고 반쪽이 마비뎐 것이?다.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는 낭편을 따라 선암사 야생화단지까지 걸으려고 애를 쓰기도 하고,남편이 오기까지 휠체어를 타고 기다리기도 하먼서 내 마음을 달랬다. 친한 친구가 산 메니아여서 매주 토요일마다 등산을 하고 어떤 친구는 백개의 산을 등반하는 위대한 일을 달성하였는데, 나는 어쩌다 이렇게 추락했나, 서글프고 애달팠다. 그래서 영상으로 알프스 안데스,히말리아를 보고 또 보았다.
올해가 남편 환갑이다. 12월는 정년이다. 그래서 나는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이다. 네팔 여행! 나는 네팔 아랫마를에서 여행하고 남편과 친구들을 등반하고, 한 달동안 설레면서 대리만죽이라도 해야겠다.
200미터를 혼자 걸을 수 있으면 해외여행을 가게 해준다고 남편이 말한다. 그래, 좋아! 열심히 걷기 연습에 매진해야지,설산 아래 포근한 눈 속에서 푹 잠기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