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킬 안타까운 희생을 보고 / 공영란
오늘 출근길에도 도로엔 까마귀가 까맣게 내려앉아 정신없이 또 한 마리의 고라니 사체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점점 더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으나,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세 마리의 고라니가 로드 킬로 희생된 것을 본다.
내가 오가는 도로는 도시 근교에 위치해서인지 야산이 인접한 데다 양옆으로는 논밭이 즐비하여, 자동차전용도로는 아니지만 출퇴근 상시 정체 구역으로 차량 통행이 빈번하게 잦다.
출퇴근 피크타임에야 속도를 내고 싶어도 그러기 어렵지만 조금만 정체가 풀리면 과속이 빈번하다. 그로 인해 야생 고라니나 길고양이와 유기견들이 드물지 않게 종종 희생되는 곳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모든 것은 사람에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그들 삶의 터전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빼앗았음에도, 안전보장은 생각하지 않음과 야생동물들에 대한 생명 경시 때문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개발초기 그들의 길을 만들지 않았을지라도, 최소한 규정 속도로만 다녀도 피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늘 바쁜 일상을 이유로 똑같은 상황이 수시로 반복하지만 무감각하다. 처음 죽은 사체를 봤을 땐, 깨끗하게 뒤처리할 수 있도록 누군가 구청에 신고 접수했겠다고 생각하고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날이 지나도록 그대로 방치되는 것을 보고 민원으로 해결한 후, 이제는 본 날에 무조건 민원 접수를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이제 내 번호를 저장했는지 아예 정확한 지점을 말해달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사실 이 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픈 마음에, 작년엔 지역 연로하신 농민들이나 동물들에게 위험도가 높은 지점을 중심으로, 서너 개의 과속방지턱과 횡단보도를 만들어달라고 구청에 민원 요청을 했다. 그렇게 해 만들어졌음에도 이어지는 안타까운 희생을 봐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참으로 씁쓸하다.
이는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 쫓기는 까닭도 물론 있겠지만, 습관적인 법규 위반과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타인과 야생동물들에 대한 생명존중과 배려의 부족함 뿐만 아니라 생명 경시 현상까지 더해진 때문일 것이다. 하여 나부터 돌아보고 각성한다. 앞으론 조금만 더 섬세하게 생각하고 행하여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안타까운 희생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빌어본다.
약력:등단 2018《대한문인협회》시,《동해문학》수필,《신정문학》시조.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 뉴스N제주 칼럼니스트. 제3회 김해일보 신춘문예 대상, 경기문학인협회 자랑스러운 경기문학인상, 대한민국가곡작사가협회 국자감문학 가곡작사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