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시안컵] 19일 중국을 잡아라... 박은선 "강팀 이기는 버릇 들이고 싶다"

[민병근]

18일(한국시간) 베트남 호찌민 아미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친후 윤덕여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FAphotos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긴장감과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12년 만의 월드컵 진출을 이뤄낸 태극낭자들은 이제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베트남 호찌민의 아미 스타디움에서 1시간 30분 가량 회복훈련을 실시했다. 대표팀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훈련했다. 전날 태국전에 선발 출전한 선수들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피로 회복에 중점을 뒀다. 교체 출전했거나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은 패스 및 슈팅 훈련을 하며 감각을 익혔다. 윤덕여 감독은 중국전을 앞두고 선수단에게 패스 미스를 줄일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미얀마전과 비교해 태국전에서 느슨한 플레이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간 선수단을 질책하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대표팀은 전날인 17일 태국을 4-0으로 물리치고 미얀마전(12-0 승)에 이어 2승을 기록, 조별리그 3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대회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더불어 이번 대회 5위까지 주어지는 2015 캐나다 월드컵 진출 티켓도 따냈다. 2003년 미국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월드컵 진출을 이뤄낸 것은 값진 성과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상대적으로 약체인 미얀마와 태국을 상대로 2승을 거뒀을 뿐이라 마냥 기뻐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상대할 팀들이야말로 한국의 진정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강팀들이다.

한국은 19일 중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중국은 태국과의 1차전을 7-0, 미얀마와의 2차전을 3-0으로 이겼다. 한국은 두 경기서 16골을 넣었기 때문에 10골을 넣은 중국과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중국은 1990년대 쑨원을 앞세워 미국과 함께 세계 여자축구를 양분했던 강팀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하락세를 타면서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최근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WK리그를 경험한 3명의 중국 선수가 경계 대상이다. 수비진을 책임지는 리지아위와 우하이얀(WK리그 등록명 오해연)은 각각 수원시설관리공단, 대전스포츠토토에서 뛰고 있다. 공격수 리잉은 지난해 수원시설관리공단에서 뛴 바 있다. 이밖에도 지난 두 경기서 5골을 몰아친 공격수 양리를 주의해야한다.

윤덕여 대표팀 감독은 “지금부터가 진검승부다. 앞으로 맞붙을 중국, 일본, 호주는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에 나가는 팀이라 수준은 서로 엇비슷하다. 첫 두 경기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측면 미드필더들의 스피드가 빨라 이 점에 잘 대비해야 한다. 또한 중국에 WK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3명 있어 우리 스타일을 잘 알 것이다. 5골을 넣은 양리는 집중 마크가 필요하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호찌민(베트남)=오명철

<중국전 앞둔 대표팀 선수단 각오>

박은선(공격수)
“태국전에서 골을 더 넣을 수 있었는데 기회를 못 살려 아쉽다. 앞으로 상대할 팀들이 강팀이라 더 긴장된다. 이제 월드컵 진출이 확정됐다. 동료들과 좀더 집중해서 조직력을 맞추고, 좋은 성적을 내서 돌아가고 싶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제대로 사고 한번 치고 싶다.
제가 어릴 때 중국과 대표팀 경기를 치르면 항상 고전했다. 그러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왠지 중국에게는 더 지기 싫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일본, 호주와 함께 상위권 팀이다. 그런 팀을 이기는 버릇을 들여야 세계무대에서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소연(공격수)
"월드컵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뤄낸 것에는 만족하지만 지난 두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더구나 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중국전까지만 뛰고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전을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뛸 작정이다. 팀과 끝까지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는 만큼 마지막 중국전에서는 지금까지보다 나은 플레이 선보여 조 1위로 4강에 진출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지소연은 지난 12일 소속팀 첼시 레이디스에서 FA컵 준결승전을 치른 뒤 13일 베트남 현지로 합류했다. 그는 조별리그 3경기를 뛴 후 20일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아시안컵이 FIFA가 지정한 A매치 캘린더에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에 소속팀 첼시는 선수 차출 의무가 없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중재 끝에 지소연의 조별리그 3경기 출전을 허락했다.)

박희영(미드필더)
“지난 두 경기서 다득점한 동시에 실점하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 아직 부족하지만 나름 조직력이 맞아가고 있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고 일정이 빡빡해 체력적으로 힘든 면도 있지만 짧은 휴식기간을 이용해 잘 쉬고 회복해야한다. 지난달 22일 소집 이후 한 달 가까이 대표팀에서 지냈는데 예전에 비해 대화도 많고, 분위기도 밝아졌다. 개인적인 목표는 매경기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체력관리를 잘 해 우승에 도전하겠다.”

임선주(수비수)
“앞선 두 경기는 준비하는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우리나 세대교체가 이뤄져 또래가 많다. (중국 대표팀에) 한국에서 뛰었던 선수도 있어서 서로 잘 알고 있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
아직 강팀과 맞붙지 않아 수비 조직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내일 경기를 해보면 우리 실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태국과 경기는 생각보다 어렵게 치렀다. 중국전을 위해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중국도 미얀마와 2차전에선 우리와 비슷하게 어려운 경기를 했다. 12년 만에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는 역사를 썼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역사를 쌓아가고 싶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러닝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FAphotos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18일 훈련을 앞두고 어깨동무를 한 채 결의를 다지고 있다. ⓒFAphotos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18일 훈련을 마친 후 자유로운 포즈를 취한 채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나래(왼쪽)와 지소연(오른쪽)은 양쪽에 서서 익살스런 포즈를 취했다. ⓒFAphotos

훈련을 마친 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이은미-임선주-김나래(가운데 위-오른쪽-왼쪽). ⓒFAphotos

송수란-전가을-김도연(왼쪽부터)이 훈련을 마친 후 나란히 앉아 V자를 그리며 활짝 웃고 있다. ⓒ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