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길 기행, 고창 43코스 나만의 문화 탐방 길 걷기
선운산도립공원엔 폭설이 내려 있었다. 공원 입구의 드넓은 협곡을 병풍처럼 에워싼 산자락엔 두터운 눈모자를 두른 설압송
(雪壓松)들이 장관이고, 이것들은 그대로 승경(勝景)이고 한 폭 한 폭의 그림이었다. 온 세상이 희었다. 이진(離塵)한 세상, 글
자 그대로 티 한 점 없는 순백의 세상이었다. 청아한 하늘까지도 구름 한 점 티가 될까 저어하며 가장자리 묏등에 걸려있었다.
명산이 그려낸 새하얀 눈세상에 마음이 들떠서 발등에 차이는 눈길도 그저 즐겁기만 했다. 서해랑길 43코스 가는 길 들머리
선운사터미널 광장 풍경이다.
서출 동진(西出東進)하는 선운천(禪雲川)을 따라 차편으로 삼인교차로와 주진천을 건너 부안면 선운리를 찾았다. 미당 생가
가 있는 마을이다. 코스대로면 소요산 남동 자락 2km의 질마재를 넘어서 가야 하지만, 21km에 이르는 긴 코스에 미답(未踏)
의 눈길을 걷는 게 아무래도 무리라 여겨져 취한 조치였다. 선운리는 소요산 북사면 산록에서 북쪽을 향해 내변산을 마주하
고 앉은 목가적인 전원 마을이었다. 마을 안길 미당 서정주 선생 생가를 찾았다. 전면 4칸 측면 2칸 초가(草家)에 3칸 곡간채
를 두고 있는 것으로 봐 미당의 어릴 적 고향집은 비교적 잘 살은 듯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선생을 좋아하고 존경했었다. 어
릴 적 때부터 국화를 좋아했고 지금도 가을이면 집에서 소국(小菊) 중국(中菊) 대국(大菊)까지 친다. 젊은 때는 누구나 그렇
듯 시를 좋아했고 지금도 가끔 시작(詩作)을 한다. 그런 내가 그의 시 '국화옆에서'를 보고 어찌 선생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
었으랴! 세인들이 말하듯 선생의 문학세계는 끝없는 탐구에 있다. 미당(未堂)은 '덜 되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그는
오랜 세월 시집을 낼 때마다 새로운 관념, 새로운 세상,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며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버무렸었다. 마을 앞
옛 봉암초교 선운분교는 지금 미당문학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미당 생가와 문학관을 둘러보는 즐거움은 남달랐다.
봉암리 인촌마을을 찾았다. 인촌(仁村) 김성수 생가가 있는 마을이다. 앞서 미당 생가 마을 선운리가 그러하듯 인촌 마을 또
한 내변산을 마주 보는 북향 마을로, 수수 백 년 묵은 큰 느티나무와 낙락장송이 동구(洞口)를 지키고 서 있었다.인촌 김성수
선생은 일제 강점기 때의 언론인이자 교육자였다. 대한민국 2대 부통령이었고, 그 동생 수암 김연수 선생과 함께 고려대학
교를 창립하고 동아일보사를 창업하였다. 아래의 별첨 이미지들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생가는 아주 수수했다. 당시 만석지기
로 불릴 만큼 큰 부잣집이었기에 아흔아홉 칸 집을 그리며 찾은 내가 깜짝 놀랄 만큼 수수해 다시금 머리를 숙였다. 생가는
한 울 안에 큰댁과 작은댁이 겹으로 서 있고, 두 댁 솟을대문 안은 큰댁과 작은댁을 연결하는 별도의 통로문이 있어 특별했
다. 인촌 생가 탐방에 이어 인촌로(버스길)를 따라 봉암리, 상암리, 수앙리를 가로질러 갈곡천을 찾았다. 줄포만으로 흘러드
는 갈곡천은 하구역에 이르러 부안면과 흥덕면을 경계하고, 천을 건너자마자 마주하는 흥덕면 사포리는 또 당대 국창(國唱)
으로까지 추앙받던 명창 김소희 생가가 자리한 마을이다. 갈대밭 울울한 갈곡천 하구역은 서해의 임천(臨川)이 대개 그러하
듯 갯골이 깊고, 곰소만 갯벌과 동림저수지를 오가는 철새들이 또한 자주 찾아 탐조대까지 갖추고 있어 이채로웠다. 만정 김
소희 선생 생가는 5칸 'ㄱ' 자 초가로 전형적인 향촌의 보통집이었다. 방문 위에 걸린 선생의 초상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시나브로 세밑, 주말마다 떠나는 나의 트레킹 여행도 대미(大尾)를 맞았다. 격주마다 찾는 한반도 둘레길 서해랑길 고창 43
코스가 올해의 주말여행 마지막이 되었다. 43코스는 아래의 지도에서 보듯 선운사터미널에서 흥덕면 사창리정류장까지 21
km에 이르는 긴 코스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주진천을 건너고 질마재를 넘어 선운리로, 다시 곰소만 고창 갯벌로 나가서 송
현, 봉암, 상암, 수앙리 해변을 따라 걷지만, 나는 코스를 비틀어 문화탐방로를 택했다. 미당 생가, 인촌 생가, 만정 생가를 찾
으며 제 부락 안쪽 인촌로(시내버스 길)를 따라 직행하며 걸었다. 거리는 13여 km, 8km를 줄인 단축 코스였다. 이유는 코스
에서 벗어나 있는 인촌 생가를 찾는 것과 폭설이 내려 쌓인 미답의 산길이 있기 때문이었다. 43코스의 못다 본 부안면 해변
은 후일 변산반도를 찾아 건너편으로 볼 요량(料量)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촬영, 2023, 12, 23.
▼ 선운산도립공원 입구 / 고창 43코스 들머리
▼선운산버스터미널
▼선운산 입구 삼인교차로 - 1
▼선운산 입구 삼인교차로 -2
▼ 주진천
▼고창 부안면 선운리, 미당 서정주 시문학관 앞
▼선운리, 질마안길 - 1 / 미당 생가 가는 길
▼ 선운리, 질마안길 - 2 / 미당 생가 가는 길 '우물'
▼미당 서정주 생가 / 고창 부안면 선운리
▼ 미당 서정주 선생
▼미당 생가 - 1
▼ 미당 생가 - 2 / 뒤란 쪽
▼ 미당 생가 - 3 / 본채 유향재
▼ 미당 생가 - 4 / '국화와 산돌' 시비
▼부안면 봉암초교 분교 터에 세운 '미당시문학관' 전경 / 고창 부안면 선운리
▼ 동천(冬天) 시비
▼미당시문학관 조성 내역
▼미당시문학관 전시관 - 1
▼ 미당시문학관 전시관 - 2
▼ 미당시문학관 전시관 - 3
▼선운리 삼거리
▼선운리 삼거리, 인촌로 버스정류장
▼ 부안면 송현리, 인촌로 안현마을 버스정류장
▼송현리 안현마을 앞들과 멀리 곰소만 건너 내변산 풍경
▼안현마을에서 뒤돌아본 소요산과 선운리
▼부안면 봉암리 인촌로, 봉오마을 정류장
▼봉암리 들녘
▼부안면 봉암리, 인촌마을 동구 - 1
▼ 부안면 봉암리, 인촌마을 동구 - 2
▼부안면 봉암리, 인촌마을 인촌 김성수 생가
▼ 인촌 생가 안내도
▼인촌 생가, 작은댁 솟을대문
▼ 작은댁 사랑채
▼작은댁 사랑채 앞마당 풍경 / 수당 김연수 선생과 그 부친 지산 경경중 상
▼작은댁 우물
▼ 작은댁 안채
▼ 큰댁과 작은댁 사이 통로문
▼인촌 생가 큰댁 솟을대문
▼ 인촌 생가 큰댁 사랑채문간채
▼인촌 생가 사랑채
▼사랑채 마당 인촌과 양부 원파 김기중, 김상만 상
▼ 인촌 생가 큰댁 안채
▼인촌 생가 큰댁 안채 곡간
▼인촌 생가 앞 인촌마을 - 1
▼ 인촌 생가 앞 인촌마을 - 2
▼부안면 봉암리, 봉암초교 앞
▼부안면 상암리, 상암보건소
▼상암리 저수지
▼줄포만을 찾은 두루미 가족
▼부안면 수앙리, 신촌마을 동구
▼수앙리 들녘에서 보는 고창 '방장산'
▼ 수앙리 들녘에서 보는 줄포 건너 내변산
▼수앙리와 수동리 경계의 갈곡천 둑 앞 삼거리
▼줄포만으로 유입하는 갈곡천 하구역 - 1
▼ 줄포만으로 유입하는 갈곡천 하구역 - 2
▼갈곡천 탐조대 기념 필자의 인증
▼고창군 흥덕면 사포리, 명창 김소희 생가 - 1
▼ 고창군 흥덕면 사포리, 명창 김소희 생가 - 2
▼ 고창군 흥덕면 사포리, 명창 김소희 생가 - 3
▼명창, 만정 김소희 초상
▼ 고창군 흥덕면 사포리, 명창 김소희 생가 - 4
▼흥덕 사포리 경로당
▼흥덕면 사포리와 후포리 경계 삼거리, 사포리 버스정류장 - 1
▼ 흥덕면 사포리와 후포리 경계 삼거리, 사포리 버스정류장 - 2 / 고창 43코스 날머리
▼서해랑길 43, 44코스 날. 들머리와 안내지도
첫댓글 와우~~ 몽중루 선생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여전히 이렇게 멋진 산행을 하고 계시니 더욱 반갑습니다~!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안산, 즐산하시길 빕니다~!
네, 감사합니다.
세밑을 맞아
즐거운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