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을 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음양오행법(陰陽五行法)이다. 그 사람이 양인(陽人) 인가, 음인(陰人) 인가부터 판별하는 법이다. 양인은 외향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을 가리킨다. 이재명 도지사는 전형적인 양인 관상이다. 음인은 내성적이고 수비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인 음인 관상이다.
음양도 있지만 오행도 있다. 목형은 얼굴이 길쭉하다. 이런 얼굴은 끈기가 있다. 금형은 네모진 형이다. 흔히 밭 전(田)자 형상이다. 의지가 굳고 실천성이 강하다. 이해찬 전 총리가 금형에 해당한다. 외국 영화배우로는 갱 영화에 자주 나왔던 로버트 드 니로가 금형이다. 화형은 턱이 뾰쪽한 특징이 있다. 아이디어와 번쩍이는 머리가 있다. 끈기가 좀 약하다는게 단점이다. 토형은 뚱뚱한 스타일에 많다. 속이 깊고 신중한 편이다. 돈이 좀 짜다.
관상을 볼 때 음양오행 다음으로는 동물법이 있다. 동물에 비유하는 법이다. 이 동물법을 마스터 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왕국’을 아주 장시간 시청하는 것이 좋다. 각종 동물의 행태를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동물의 왕국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할 수 있는 아주 심오한 프로이다.
정치인들이 이 프로를 많이 시청한다고 들었다. 생전에 DJ도 동물의 왕국은 아주 즐겨 보았다고 들었다. 그 사람이 어느 동물과 유사한지를 알면 결정적인 순간에 그 사람이 보여줄 행보를 미리 짐작할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의 관상이면 힘이 들더라도 우직하게 그 일을 밀고 가는 끈기를 보여 준다고 예측한다.
원숭이 상은 시야가 넓다. 나무에 높이 올라가서 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트렌드를 예측하고 잡아내는 데에는 아주 뛰어 나다. 단점은 나뭇가지를 잘 갈아 탄다는 점이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여차하면 갈아 탄다. 이익에 아주 민감한다. 바로 나무를 갈아 타 버린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원숭이상은 장기적인 동고동락의 관계보다는 단기적인 단타매매의 인간 관계에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원숭이상 하면 떠 오르는 인물이 있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시키게 되면 척을 질 수 있어서 생략할까 한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임팩트가 생기기 마련이다.
주역의 64괘로 보는 방법이 있다. 그 사람을 척 보고 64괘 중의 어떤 하나의 괘로 판별하는 방법이다. 주역관상법은 주역의 64괘를 줄줄이 외우고 있어야 하고, 신기(神氣)도 장착된 고단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주역은 이론과 신기를 모두 겸비하고 있어야 실전에서 활용할수 있는 과목이다. 책만 보고 이론만 축적한다고 해서 되는 분야가 아니다.
핵심은 신기 내지는 직관력이다. 이 신기도 전생부터 가다듬은 신기가 있어야만 작동이 된다. 신기 중에서도 고급스런 신기가 육효를 뽑아서 적중시키는 능력이다.
우리나라에 민족종교협의회 라는 종교 지도자들의 단체가 있다. 이 단체 회장을 오랫동안 맡았다가 돌아가신 어른이 있는데 한양원 선생이다. TV에서 보면 한복 도포를 입고 머리에는 갓을 쓰고 북한에 가는 방북행사때 자주 등장하던 원로였다. 이 양반이 주역의 괘에 아주 밝았다. 특히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이 한양원 선생에게 많이 자문을 구하였다.
“저 이번에 선거 나가면 붙겠습니까?” “이번에는 떨어질 것이네. 뿐만 아니라 감옥에도 가겠네. 학교(감옥)에 들어갈 괘야. 그런데 들어가면 좀 오래 있겠어. 그러니 각오를 좀 하고 있어야 돼”.
그리고 나서 과연 그 정치인은 감옥에 가게 되었다. 1-2년이 아니라 4-5년을 학교에 있었다. 그 정치인이 학교에서 나와 필자에게 해 준 이야기이다.
“그 어른이 돌아가시고 나니까 내가 어디가서 내 인생 상담을 해줄 양반이 없어져 버렸어. 아버지처럼 믿고 의지했는데 마음이 참 허전해요”
통일교의 교주 고 문선명 총재도 젊었을 때 이 한양원 선생한테 가서 몇 달간 주역을 배웠다고 전해진다. 문 총재도 기독교 성경뿐만 아니라 동양의 주역과 풍수도참에 깊은 조예를 지녔던 인물이다. 문 총재가 한양원 선생한테 주역을 배울 정도였으니 당대 실전 주역의 최고봉은 한양원 이었다고 생각한다. 왜정때 주역 최고봉은 야산(也山) 이달(李達) 선생이었지만 말이다.
다산 정약용이 주역에 대해서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실전주역은 몰랐다고 생각이 든다. 주자학의 원조 주희도 주역에 대해 책을썼지만 주역의 묘용은 몰랐다고 보는 것이 남회근 선생의 결론이다.
주역은 책많이 본다고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책을 안 본다고 아는 것도 아니다. 먹물과 신기. 이 조합하기 어려운 2가지 능력을 모두 겸비해야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주역의 세계이다.
공자가 가죽끈이 3번이나 끊어지도록 많이 보았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신세계의 4차원에 들어가는 신기가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책을 보아도 물 리가 터지지 않는다. 이 소설을 쓰는 나도 신기가 부족해서 주역의 물리를 터득하지 못한 상태이다. 굴 속에도 들어가 보고 바위 밑의 암자에서도 몇주씩 기도를 해보기도 하였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깨달은 이치는 먹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영발에는 해롭다는 이치이다.
먹물이 영발을 휘발시켜 버린다고나 할까. 또 하나 영발은 전생부터 이월 받아야 생기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금생에 시작하면 늦다. 이야기가 옆으로 좀 샌감이 있는데, 이건희 관상으로 돌아가 보아야 겠다. 이야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수 있어야만 플롯이 된다. 옆 가지로 새어나가 유턴하지 못하면 횡설수설로 전락할 수 있다. 소설가는 사실 횡설수설하는 화법이 많다.
이건희의 관상을 동물법으로 판단하면 금두꺼비 관상이다. 눈매 쪽이 그렇다. 두꺼비는 동작이 날쌔지 않다. 가만히 엎드려 있는 형국이다. 굼뜬 것 같으면서도 파리가 앞에 지나갈 때는 잽싸다. 얼른 파리를 혓바닥으로 낙아채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하면 평상시에는 조용히 있다. 에너지 낭비가 없다. 절전형으로 살다가 앞에 파리가 날라오면 그 즉시 혓바닥으로 파리를 낙아채는 습성이 두꺼비의 행태이다.
그리고는 다시 눈 감고 가만히 앉아 있다. 언제 파리를 낙아챘냐 하고 시치미 떼듯이 가만히 정좌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얼마나 효율적인가. 두꺼비 중에서도 금색 무늬를 띈 두꺼비를 금두꺼비라고 부른다. 황금색이 무엇인가? 돈이 붙는 다는 이야기 아닌가. 후손 중에 이런 금두꺼비 관상이 나올려면 선대에 그만한 축적이 있어야 만 한다.
인과론(因果論)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온다.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면 인중유과론(因中有果論)이다. 원인 속에 이미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어떤 원인을 심어 놓으면 그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원인이 중요하다.
보살은 원인을 두려워 하지만 범부는 결과를 두려워 한다는 말도 있다. 원인을 제공할 때 이미 결과도 예정되어 있는 이치를 아는 보살은 원인 제공 단계에서 심사숙고 하는 것이다. 원인을 개떡같이 심어 놓고 아름다운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이다.
이병철의 윗대(조부?)는 풍수 매니아였다. 명당을 써야만 발복한다는 철저한 믿음이 있었다. 그 시대에 이런 믿음은 이병철 집안만 미신에 현혹되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전국이 다 그랬다고 보아야 한다. 글 좀 읽고 밥 먹고 사는 중산층이나 상류층들이 이 풍수지리에 심취해 있었다.
유교의 약점이 죽은 후의 사후세계를 말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이 약점을 풍수사상이 보완해 주고 있었다. 명당에 묘가 들어가면 죽은 사람도 행복하고 그 후손들도 잘 된다는 신앙이다. 이건 20세기 후반까지 이어져온 한국인의 신앙이었다.
이병철 조부(윗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백골을 수습해서 상자에 넣은 다음 이걸 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명당이 발견되면 묻기 위해서였다. 자동차도 없던 시절에 걸어서 전국 이곳 저곳을 헤매고 다녔다. 그 얼마나 고생길인가! 선친 백골을 등짐에다 메고 10년을 명당 찾아 삼만리를 한 셈이다. 이를 일러 십년구산(十年求山)이라고 한다. 십년간 산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고생 고생 하다가 어느날 고향인 의령군 정곡면 일대에서 어느 스님을 만났다.
“왜 그렇게 해매고 다니느냐?” “좋은 명당 자리를 찾고 다닙니다. 어디에다 묻으면 좋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태도와 봉투가 중요하다. 아마도 스님을 존중하는 태도로 물으면서 식사 대접도 후하게 하였을 것이다. 건방진 표정으로 박대하면 절대로 명당 알려줄 이유가 없다.
“어디 멀리 갈 것 없다. 당신 고향 동네 뒷산에 명당이 있다. 거기에다 써라. 후손중에서 국부(國富)가 나올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병철 고향 동네 뒷산에다가 이 스님이 잡아주는 대로 묘를 썼다. 이 자리가 금섬복지(金蟾伏地) 라고 알려져 있다. 금 두꺼비가 엎드려 있는 형국의 명당이라는 뜻이다.
‘十年求山(10년구산)에 家後葬(가후장)이요. 金蟾伏地(금섬복지) 명당이로다’. 10년을 쎄가 빠지게 전국을 유랑하다가 결국 구하게 된 곳이 동네 뒷산 이라니.
가후장은 집 뒤에 묻었다는 말 아닌가. 동네 뒷산에 있는 걸 모르고 그렇게 밖을 헤맸단 말인가. 금 두꺼비 묘에다 쓴 이후에 이병철도 나오고 그 후손인 이건희 얼굴 모습이 금두꺼비를 닮게 된 소이연이 아닌가 싶다.
그 두꺼비가 반도체를 폭발시켜서 한국의 국부를 쌓아 올렸으니 금섬복지의 명당발도 입증된 셈이 아닌가. 이럴 때 하는 말이 ‘인걸은 지령(地靈)’이다. 땅에 신령함이 숨어 있다라는 이 이치를 깨닫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