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건설업 불공정 하도급 행위 집중 점검 |
“10일만에 2년치 자료 준비? 사정기관 횡포” |
“공정거래위원회의 ‘서면실태조사’는 통상적으로 7~8월께 공문이 도착해 전년도 하반기, 올 상반기를 포함해 1년 정도의 하도급대금 지급 현황 등을 제출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2년에 걸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주 화~수요일(22~23일)께 유선전화를 하고, 목요일(24일) 정도가 돼서야 공문이 도착했다. 그리고는 29일까지 회신을 제한했다. 이후 8월5일까지 제출토록 하라는 재통보가 있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다. 무조건 제출부터 하라는 게 주먹구구식 조사 아니겠느냐.” - A건설사 B차장
“자료제출 기한도 답답하지만, 세금계산서 발행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평균 24개월, 공정(토목 10여개, 건축 40~50개 하도급), 현장개수를 곱하고 여기에 선급금에 따른 현금결제비율을 계산하려면 간단하게 생각해도 2~3만개 정도의 세금계산서 등을 일일이 대조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기한을 정해놓고 며칠 만에 뚝딱 만들라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불공정행위 조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듯해 너무 비교된다.” - B건설사 D과장
朴 대통령 지시… 공정위 서둘러 조사 착수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업계의 공사대금 지급과 관련한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서면실태조사에서 현금결제비율 미준수, 어음할인료 미지급 등 대금지급 관련 법 위반 혐의가 있는 180여곳이다.
일부 건설사들이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받고도 하도급 업체에는 대금 일부만 현금으로 주거나, 현금 대신 어음으로 지급하면서 어음할인료를 주지 않는 등 ‘하도급법’을 위반하는 사례를 점검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소하도급 업체들이 제때 현금을 받지 못하거나 장기 어음 지급으로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각별히 챙겨보길 바란다”고 지적, 불공정 행위 조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조사를 받게 된 건설업계는 공정위의 이 같은 실태조사가 ‘사정기관의 횡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지역의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조사를 한 적이 없다. 특히 서울지역의 일부 건설사에는 보도자료 배포 이후에 (15일께) 곧바로 현장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에는 하루나 이틀에 걸쳐 6개월치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일주일이 지난 24일께에 공문을 보내 주말을 포함해 단 10여일 만에 2년치 자료를 준비토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에서 제출토록 한 조사표 양식대로 선급금 비율을 적용하게 될 때 문제도 있다. 500억원 규모의 5년짜리 계속공사에서 발주처가 올해 예산을 100억원으로 책정하고, 선급금(현금) 10억원(10%)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원청은 하도급업체에 10%의 현금지급비율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원청은 하도급사와 5년치 계약을 하기 때문에 연차계약금액과는 다른 비율이 나오게 된다. 연차계약과 통계약의 차이다. 이런 걸 일일이 해명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른 지시 불구 발주처 불공정행위 조사는 ‘조용’
무엇보다 건설업계는 박 대통령이 지난 5월26일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을 주재하면서 공공기관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적폐로 규정하고 강력한 개선의지를 표명한 데 따른 후속조치가 미흡한 데 따른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이른바 ‘공공기관의 불공정 행위 봐주기’, ‘느림보 조사’라는 비판이다.
실제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발주기관들이 ‘국가계약법’과 상충된 내부 지침을 통해 계약 상대방에게 부당한 비용지출을 강요하고 있고,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를 지급하는 데도 인색하다는 지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LH는 공사계약 특수조건을 제정해 설계 변경 적용단가 협의기준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국가계약법’에는 규정돼 있지 않은 대체 신규비목이라는 용어를 신설해 설계변경 시 부당하게 낮은 계약금액 조정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한국수자원공사는 내부지침인 ‘TK공사 사업관리 실무매뉴얼’에 따라 계약금액 조정 기준을 별도로 제정ㆍ운용하면서 계약단가를 입맛대로 낮추는 실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산업의 ‘슈퍼갑’은 발주처다. 법률을 위배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만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 발주처가 하도급대금을 현금이 아닌 대물로 지급했지만, 하도급법에 저촉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면서 “건설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려면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불공정 행위뿐 아니라 하수급인이 계약하는 자재ㆍ장비업체와 건설근로자, 그리고 수급인과 계약을 하는 발주처 모두를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과ㆍ시장감시국 관계자는 “현재 조사 착수ㆍ진행단계여서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는 게 어렵다. 발주처 불공정 행위는 위법 여부를 판단해 연말에는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출처=건설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