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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여행, 특히나 해외로 자유여행을 떠난다면 많은 욕심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자주 나갈 수 있는 형편이나 조건도 아니고 한 번 나갔을 때 여행과 휴양을 두루두루 해야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빡빡한 일정이 되기 일쑤입니다.
아이들이 있다면, 체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일정은 필수인 것 같아요. 초반 일정은 실제 계획대비 저녁 일정은 많은 생략을 뒤따랐답니다. ㅎㅎ 그래도 여행을 계획한다는 건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참!! 사진은 3일차에 디카를 분실하는 대참사로 인해 휴대폰 사진만 남았답니다. 그래도 일찍 분실해서 폰카사진은 남아서 다행입니다.
9/2 1일차
새벽 1시 조금 못 돼서 드디어 발리 도착, 기분은 up, 아이들은 졸려서 down. 이래저래 입국수속을 마치고 출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와 정말 많은 가이드들이 저마다 사람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더군요. 다행히 우릴 픽업하기 위해 나온 '아리아'의 큰 키 덕분에 뒷쪽에 있었는데도 쉽게 '미친발리' 피켓을 찾음과 동시에 또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 아리아의 또렷한 한국말 '안녕하세요!', 우와!! 이후에는 그냥 되든 안 되든 우리말을 썼답니다. 콘래드가 첫 숙박지였는데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왔답니다. 혹시라도 짧은 한국어 실력에 말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죄송하다는 양해를 구하네요.
2시 경 체크인 후 새벽에 도착해 피곤할텐데도 아이들은 8시에 기상합니다. 그 좋아하는 물놀이를 정말 밥 먹을 때 빼고는 해가 질 때가 하더라고요. 콘래드 최고의 뷰인 로비에서 메인수영장을 배경으로 사진 도 좀 찍었습니다만, 디카와 함께 사라졌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9/3
고고고, 미친발리를 통해 예약한 펀쉽, 코코넛 섬으로 출동, 너무 아침일찍이라 피곤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이라면 차멀미나, 배멀미도 고려해서 약 꼭 챙기시길 당부드립니다. 암튼 피곤한 가운데 아이들은 처음 타는 배(선착장에서 1시간 정도 소요)에 신났습니다. 뱃머리에 나가서 들어오질 않습니다. 코코넛섬 주위에 정박한 후 스노클링, 배 미끄럼, 바나나 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점심 뷔페를 먹었습니다. 역시 서퍼에겐 최고라는 발리의 파도는 이곳에서도 서퍼를 불러 모으더군요.
펀쉽과 코코넛 섬에서의 즐거운 액티비티를 마치고 배 안에선 저도 지쳐서 쓰려졌답니다. 피곤하거든요. ㅎㅎ 그래서 이날 저녁 계획한 토테이토 헤드를 포함한 스미냑 일정은 과감히 취소하고 숙소로 바로 컴백하고 우리의 입맛 신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하며, 콘래드에서 아름다운 2박을 보냅니다.
일정의 여유가 있으면 데이 크루즈도 정말 좋은 액티비티이지만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다거나 여행일정이 짧은면 생략해도 될 것 같다는 개인 의견입니다.
9/4
아쉽지만, 콘래드를 떠나 우붓으로 들어가는 날입니다. 이날 미친발리를 통해 가이드 없이 렌트했지만, 아리아의 한국어 실력때문에 안심이 됩니다. 11시 30분쯤 아리아의 픽업으로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는 워터봄으로 향했습니다. 가면서 아리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 가이드하기에는 모자른 어학실력이지만, 꾸준히 독학으로 배우고 있답니다.
워터봄은 정말 아이들의 천국이더라고요. 지치지도 않고 폐장할 때 까지 신났습니다. 정말 한국에서는 긴 줄 때문에 엄두도 못 내던 다양한 슬라이드를 질리도록 탔습니다. 아이들이 있으면 필수코스로 추천합니다. 사실 어른들도 재미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답니다. 아침 부터 오는 건데.. ㅎㅎ
워터봄을 나와서 원래 계획에서 맛집으로 점찍었던 루머스나 울티모는 아이들이 피곤해 해서 패스하고 아리아가 추천하는 한식당집 라리스에서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으로 한국인의 입맛을 살렸습니다. 정말 이때 안 먹었음 발리에 있는 내내후회할 뻔 했답니다. 우붓은 한식당 자체가 없더군요. 컵라면으로라도 얼큰함을 대신하려고 수퍼에서 신라면을 사다 먹어봤지만, 현지인에 맞춘 맛이라 얼큰함이나 개운한 맛은 떨어지구요.
우붓도 해가 완전히 떨어진 9시경 도착해서 아리아도 초행이라는 코마네카 비스마를 찾아 약간 헤매다가 이웃 사람에게 물어서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비스마에 도착합니다. 정말 룸 컨디션은 콘래드보다 월등합니다. 방도 무지크고, 정글과 논에서 들려오는 풀벌레며 새 울음소리,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까아만 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 저에게는 지상 낙원이나 다름없는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우붓에 가실 생각이면 적극 추천합니다.
9/5
하루를 우붓시내를 잘란잘란하며 편히 쉬자고 잡은 안식일. 늦은 아침을 먹고, 몽키 포레스트 입성, 아이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어른들도 재미있어 합니다. 신기 신기. 바로 앞에서 원숭이들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가끔 용감한 녀석들은 아들 놈과 저의 등을 오가며 무력시위를 하더군요. 정말 원숭이 천국입니다. 두 시간이나 머물정도로 재미는 최고 였습니다. 이날 발리라뚜 우붓점에서 아로마 스파를 받았습니다. 시설은 시골틱하지만, 여행으로 피로한 몸을 푸는 데에 좋더군요. 2시간의 마사지라 아이들에겐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수 밖엔 없었지만 말입니다.
9/6
드디어 기대하던 래프팅하는 날, 기사는 아리아, 가이드는 꼬망이 대동하고 왔습니다. 아리아는 안 오는 줄 알았는데 기사로 왔더군요. 역할에 충실하느라 꼬망이 가이드를 했습니다. 소백래프팅 기대를 많이 했지만, 멀미 많이 하는 아이들이 내심 걱정이었는데, 막상 래프팅을 하기위에 아융강의 험난한 계단도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더 익사이팅하다는 뜨라가와자강으로 가는 건데 말이죠. 7살 짜리 딸래미도 무리없을만큼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이번 발리 여행에서 아이들 위주의 액티비티의 1~3위를 꼽으라고 하면 래프팅/워터봄이 공동 1위, 3위 몽키포레스트 입니다.)
선선한 바람 맞으면 데이투어로 다녀온 브두굴에서의 시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브두굴을 나와 빠중에서 자띠루위로 들어가는 길(빠중에서 20~30분 들어갑니다)은 꾸불꾸불한 길 탓에 아이가 멀미를 하느라 힘든 곳 이었지만, 경치는 볼만 하더군요. 한가롭게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람쐬기 딱입니다. 역시 아이들은 동물이 최고인지라 노천카페에서 닭과 병아리를 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9/7
코마네카 비스마에는 시간에 한 번 출발하는 셔틀이 있지만,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우붓시장까지 15분, 몽키포레스트공원까지 15분(아이들 걸음 감안해서 넉넉히 잡고) 거리라 큰 불편은 없습니다.
역시 아이들 눈에는 관광, 경치 이런거 별로 입니다. 이날도 몽키 보러 또 가잡니다. 이번엔 걸어 갔습니다. 원숭이 들은 여전하더군요. 초입에 있는 놈들이 항상 바나나를 선점합니다. 바지 가랑이 잡고 안 놔 줍니다. 하지만 안쪽으로 어마어마한 원숭이 무리가 있으니 미리 다 뺏기면 곤란합니다.안쪽에 있는 아이들도 한 성깔 하거든요. ㅎㅎ
인상 팍 쓰며 제 모자를 뺏은 원숭이 놈이 나무까지 타고 노는 통에 모자는 잊어버리자라고 했는데, 어느새 내려와서 제 물병을 노리더군요. 살은 내주고 뼈는 취하자(?)는 전략으로 물병으로 그 놈을 유인해 모자를 재빨리 낚아채기에 성공했고 물병 또한 지킬 수가 있었습니다.
점심은 그렇게도 맛있다는 누리스 와룽에서 립을 먹었습니다. 한식이 없는 우붓에 아이들 입맛에 딱 맞았던지 맛있게 먹더군요. 립 가격은 계속 오르는지 85,000루피아였던것 같아요. 세금까지하면 1만 루피아 정도죠. 청결이나 분위기(저는 좋았지만)는 상호 그대로 와룽 스타일이라고 보면 됩니다만, 유명세는 정말 대단하더군요. 사람들이 항상 북적입니다.
우붓 시내를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이용하지 못 했던 코마네카 비스마의 메인 수영장과 에프터눈 티도 여유롭게 즐기고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저녁에도 누리스 와룽에 립을 얌얌했습니다. ㅎㅎ 맛있는 거는 알아가지고 말이죠.
9/8
발리에서의 마지막날입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떠나야한다는 마음에 아쉬움이 가득. 미친발리 기사와 가이드 꼬망을 대동하고 데이투어를 떠납니다. 그간의 일정을 미루어보아 강행군이 될 것 같아 하루 일정을 조정합니다. 보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아이들도 피곤해 하는 것 같아, 11시30분에 체크아웃 후 뜨갈랄랑-낀따마니-울루와뜨-짐바란-스미냑(루비아 스파) 코스로 정리합니다.
사실 이정도도 늦은 출발이라 빡빡하더군요. 꼬망은 한국말이 아주 유창하지는 않지만, 시간조정 때문에 바쁜 모습니다. 뜨갈랄랑(참!! 선물로 목공예품을 구입하실 계획이면, 꼭 여기서 하세요. 가격이 저렴하고 좋습니다. 위로 쭈욱 올라갈 수록 가격이 조금씩 저렴하다는 정보입니다. 저는 시간 여유가 없어 한 곳만 들어갔지만, 쭈욱 늘어서 있으니 다양한 목공예품을 싼 금액에 구입하 실수 있어요. 공항이나 시내보다 훨 쌉니다.)를 찍고 따나롯 사원을 대신해 낀따마니에서 점심뷔페를 제안하는 꼬망의 말을 따랐습니다.
낀따마니는 정말 장관이더군요. 시간이 있었으면 좀 더 안쪽으로 가자고 했을텐데, 늦은 출발탓에 꼬망이 바삐 서두르는 모양새입니다. 관광객이 운집하는 낀따마니 초입의 뷔페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신선한 바람 쐬는 걸로 만족합니다.
이동시간이 가장 오래건리 코스인 낀따마니-울루와뜨 코스에서는 피곤함에 가족 모두 쓰러져 잠들어서 이동했습니다. 짐바란 식사와 스파 시간을 고려하다보니, 정말 울루와뜨는 한바퀴 휙 돌고는 말았습니다. 발리의 트래픽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더군요.
짐바란 씨푸드도 정말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중국 단체관광객100여명이 자리를 차지해서 뭐 난리도 아니었지만, 석양이 지는 모습과 분위기는 여행의 마지막 심신을 달래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미친발리에 사전예약한 세트와 새우를 시켰는데, 역시 많은 분들 이야기 대로 새우가 가성비가 아주 좋습니다. 아이들도 해산물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성인 2명, 어린이 2명 세트 1개, 타이거 새우 1개로도 충분했고, 이것 저것 잡다한 것이 필요없으며, 새우 2세트로도 괜찮을 듯 합니다.
이어서 정말 발리에서의 마지막 코스 루비아 진주 스파를 받으러 스미냑으로 출발합니다. 발리의 청담동(?)이라는 말처럼, 건물이 정말 세련되고 고급스럽더군요. 루비아 스파도 동네와 걸맞게 고급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약 2시간 정도 스파를 통한 피로회복과 원기충전을 마지막으로 발리에서의 모든 액티비티는 끝이나고, 늦은 저녁 공항에서 꼬망과 기사와의 작별인사의 아쉬움을 면세점 쇼핑으로 달랬답니다. 뭐 인천공항에 비하면 구멍가게 이지만 말이죠. ㅎㅎ
마치며,
미친발리를 통해 사전 예약하고 별 탈없이 여행을 마친 듯 합니다. 여행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짠 탓에 약간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간간히 가이드가 커피공장이며, 식당을 추천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이니 가이드나 기사가 서운해 하더라도 확실히 의사를 밝히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미리 일정을 짜보았습니다만, 어디까지나 경험이 없이 짠 일정이라 아이 둘을 데리고 모두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리라는 예상을 했고, 미발 영감님의 조언대로 여행의 목적과 개인의 스타일, 체력 등을 고려해서 여유있는 일정을 다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자칫 그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ㅎㅎ. 아무튼 발리 여행을 우리 가족 기억에 깊이 남게 해 준 미친발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머지않아 두번째 발리를 여행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모두들 즐거운 여행 되세요!!
P.S
아 ㅠㅠ 그리고 여행 3일째 싸구려지만 똑딱이 카메라는 잃어 버리는 바람에 멘붕이 왔습니다. 여행에서 추억과 더불어 남는 것이 사진일텐데 하는 생각에 말이죠. 그래도 이것 때문에 즐거운 기분을 망칠 순 없겠죠. 이미 지난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으니, 일찌감찌 미련 버리고 스마트폰 카메라, 래프팅에서 방수카메라 등등을 이용해서 그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사진 때문에라도 발리에는 또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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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구나 여행을 떠나며 가방을 꾸리다보면 욕심이 앞서는가 봅니다...
카메라를 일찍 잃어버려서 다행이었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좋아요~ ^^;
저도 몇년 뒤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상상을 해 봅니다~
네^^ 다음에 꼭 발리 가야죠. 후유증이 크네요. 일주일 밖엔 안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