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21 (수)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 A석 10,000원
○ 관람기준 : 8 세 이상
○ 장애인 본인 및 동반자 50%
○ 하나카드 10%
○ 일반단체할인 20인이상 20%
○ 학생(초.중.고,대)단체할인 20인이상 50% (단, A석 제외)
○ 4인이상 가족 30% 할인(단, A석 제외)
# 증빙 신분증이나 카드 미 지참시 차액 지불
--------------------------------------------------------------------------------
그녀의 춤에서 행복을 발견하다.
세대를 아우르는 우화 댄스, 정원사!!
그녀가 변화한다.
따뜻하고 아양스런 춤으로 가족모두를 행복유토피아로 인도한다.
신작 “정원사 The Gardener”
■ 제1부 -샘
(막이 오르기 전부터 물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 계속된다)
하늘과 땅을 덮는 분홍빛의 뭉게구름, 은빛 갑옷을 입고 얼굴이 넓적하고 큰 태양신(太陽神)과, 젖가슴과 엉덩이가 거대한 지모신(地母神)이 밭이랑에서 물장난을 친다. (짝춤)
짝춤이 되는 동안에 에로스(eros)가 발동한 그들. 지축(地軸)을 울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급해지다가 물꼬가 터지는 듯한 폭발음을 끝으로 잠시동안 침묵.
어디선가 ‘졸졸졸’ 샘솟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지모신의 몸에서 고무호스가 뱀처럼 뻗어나온다. 그 끝에 정원사가 따라나온다. 검은 외투를 입은 그림자와 함께.
태양신은 그림자가 싫다.
그러나 지모신은 그림자(응달)로 해서 썩는 것이 있어야 살찔 수 있다.
서로 입장이 다른 네 사람. 신들은 다투다가 퇴장하고 만다. (4인무)
정원사는 흥겹게 호스로 물을 뿜어댄다. 그림자는 훼방을 놓는다. 정원사와 그림자는 쫓고 쫓기다가 퇴장. (짝춤)
물기 오른 대지에는 봄이 완연하다.
투명한 고치 속의 번데기는 고치를 뚫고 나와 어린 나비로 변해서, 방금 피어나는 민들레꽃, 제비꽃과 어울려 춤을 추면(군무), 밭고랑에서 기어나온 허리가 잘록한 개미 군단이 보란 듯이 무리다운 행진을 한다. (군무)
이때, 남생이가 느릿느릿 나타나서 목을 움츠리고 예리한 앞발로 어린 나비를 노린다.
생명 있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또한 생존경쟁이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 서서히 암전 (F.O.)
■ 제2부 -장대비
여름은 에로스의 계절이다.
에로스는 격정과 무자비함, 번식에 대한 본능과 환희, 희생과 공격이 공존하는 혼돈의 도가니.
무대장치 : 밭이랑이 된 바닥 뒤에는 허물어진 돌담. 그 뒤에 높은 공장 굴뚝 셋이 보인다.
그 뒤에 거대한 배경막(back screen)
조 명 : 여름은 강렬한 빛과 그림자의 계절이기도 하다. 거대한 배경막에 그림자가 톡톡히 한몫을 한다.
조명이 들어오면, 여름 햇빛 아래 정원사가 흰 파라솔을 쓴 양장여인과 희롱하는 춤을 추며 돌담 위를 지나간다. (짝춤)
밭이랑은 에로스의 계절을 만끽하는 곤충들의 세계.
먹이가 든 광주리(선물)를 굴리며 암놈에게 접근하는 땅벌들의 룸바(Rumba)춤. (군무)
뚱보의 암놈은 배꼽춤을 추고, 수놈끼리는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권투형의 짝짓기 혈투를 벌이는 거미들. (3인무)
등에 점박이 원반을 진 무당벌레들의 우아한 왈츠(waltz). (군무)
거기에 끼어드는 멋쟁이 베짱이 한 쌍. (짝춤)
그 사이를 비집고 개미군단이 범포(帆布)같은 매미날개를 운반한다. (군무)
팔이 길고 다리가 긴 키다리 사마귀가 짝짓기를 한 뒤에 수놈을 먹어치운다. (짝춤)
이때부터 검은 구름이 몰리기 시작한다.
공장의 오수가 돌담을 넘어 밭이랑으로 퍼진다.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배경막에 영화 <타이타닉>을 방불케하는 아수라장이 승리의 춤을 추는 정원사의 분신인 ‘그림자’와 함께 투영된다. (군무)
이윽고 천둥 ․ 번개가 멎고 장대비가 쏟아진다.
모든 생물이 소생하고 구정물이 씻겨 내려가는 순간이다. (군무)
정원사는 하늘을 우러러 무릎을 꿇는다. (독무)
-서서히 암전 (F.O)
■ 제3부 -겨울나기
겨울조차도 축적이 있고 보면, 기다려지는 안식(安息)이 있다.
그러나 겨울은 결판이 내려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만큼 극적인 계절이랄 수도 있다.
온누리가 회색으로 뒤덮인 듯한 분위기.
배경막에 그려진 개미굴의 군거지(群居地: 공동체사회)만이 아즉한 불빛 속에 있다.
군거지의 일개미들은 식량고(食糧庫) 채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양식 가마니는 캡슐 같은 타원형이다. (군무)
그 옆에 외진 여왕의 방에는 넓은 침대.
여왕과 여섯 마리의 수놈들은 짝짓기에 여념이 없다.
고전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의 공주와 각국 왕자들의 상견례(相見禮)를 연상하게 하지만, 그보다는 농밀하고 황홀한 에로스의 향연이다.
수놈들은 짝짓기로 하나씩 쇠약사(衰弱死)한다.
그럴 때마다 시체는 여왕의 비탄과 함께 침대 밑에 안치된다. (7인무)
남루한 옷차림의 베짱이 부부를 일개미가 데리고 들어온다.
(개미들의 군락지는 촉각으로 대화를 하는 사회다)
그들은 베짱이의 낡은 외투를 담보로 양식 한 가마니를 들려 보낸다.
그러나 혹독한 추위에 굶주리고 외투조차 없는 베짱이가 어떻게 살아남으랴.
암놈은 양식 가마니를 안고 통곡한다.
일개미들이 나타나서 베짱이 시체를 여왕의 침대 밑으로 옮겨간다. 짝짓기하다 죽은 여섯 마리 시체와 나란히.
그런대로 자연의 맥박은 쉬는 법이 없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여울물 소리가 구슬을 굴리는 듯 영롱한 소리를 낸다.
어린 산토끼와 부지런한 다람쥐가 깡충거리며 나와서 짝춤을 춘다. (짝춤)
겨울잠에서 금세 깬 듯한 정원사가 그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물을 뿌린다. (독무)
그 장단에 맞추기라도 하듯, 배경막이 사라지면(Drop Out), 노란 유채꽃 화원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보인다.
전원이 등장해서 대단원이 된다. 시작은 끝이요, 끝은 시작이라던가. (군무)
○ 제작 및 출연진
- 안무 및 연출: 안은미 - 대본: 박용구 - 음악 감독: 장영규 - 프로듀서: 김성희
- 무대디자인: 권용만 -조명디자인: 장진영 -무대감독: 서정우 -음향 엔지니어: 오영훈
- 의상디자인: 안은미 - 의상제작: 김윤관 (윤관 디자인) - 분장: 이인숙 -교정: 김재석
- 사진: 최영모 - 기록: 지화충 - 디자인: 김영나 - 컴퍼니 매니저: 이은정
- 출 연 : 안은미 Romain Guion(로만 기온) 고흥균 강태석
김선미 남현우 박명훈 이수진 임현애 정완영
- 소 리 : 이희문, 고금성
안은미 안무의도
물 그리고 통로, 심장의 맥박이 달리는 하늘의 정원
하늘과 땅이 있고, 그 중간에 인(人)이 있다.
정원사는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중간에서 무언가를 늘 딛고 이고 사는 인간의 삶은
태초부터 고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원사>는 출발점에서 끝점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의
수직적 시간성을 수평적 공간에 펼쳐 놓고
멈추지 않는 수많은 사건의 충돌을 지켜본다.
그래서 정원사는 슈퍼맨처럼 날아다닌다.
아니, 그는 소망한다.
이번 작품은 물과 파이프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빛과 소리, 다양한 무대 장치와 함께
무용수의 몸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인간의 상상계를 자극한다.
<정원사>는, 어른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임금님의 보이지 않는 옷을 칭송할 때, “하하, 임금님은 벌거숭이야. 임금님이 알몸으로 행차하셨다.”라고 솔직하게 말한 동화 속 아이의 눈과 같은 작품이다. 이번 신작을 통해 아이처럼 투명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어른을 꿈꾸고, 삶의 고단함을 조금 덜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