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2018년부터 윤하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이문세-변진섭 노래를 즐겨듣다 토이 노래를 듣기 시작했고,
우연찮게 토이의 정규6집에 수록된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을 듣게 되었다.
노래에 푹 빠져 라이브 영상도 찾아보게 되고
노래를 부른 가수가 궁금해져 누군지 찾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윤하의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2]
평소 가수에게 관심이 생길 때, 데뷔곡이나 앨범부터 가장 최신의 것까지 차근히 듣는 스타일인데 윤하의 경우 노래만 300곡 가까이 되고 일본 데뷔가 먼저라 꽤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전곡을 듣다가 울컥했던 노래가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사랑이 궁금할 나이.
사랑해보지 못한 내게 사랑을 상상하게 만들었고, 이별을 그리게 만들었다.
이상하리만큼 추아기를 들을 때면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모습이 그려졌고, 가수의 모습을 배경으로 난 이별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늘 몰입하며 듣고,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꼭 이 노래를 현장에서 듣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왔다.
그러나 내가 가지 못한 21년도 콘서트에서 노래를 불렀고, "어떤 수를 써서든 이 노래를 현장에서 들으리라"는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어제, 소원이 이루어졌다.
[3]
내 자리는 F11구역으로, 통로 쪽 좌석이라 쾌적했다.
시야는 가수로부터 왼쪽에 치우쳐져 있어서 조명이나 특수효과를 제대로 맛 보진 못했다.
다만 이머시브 사운드 적용으로 정중앙에 앉아 보는 듯한 착각과, 어지간한 주변 사람들 소리가 묻히며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4]
셋리는 올드팬들이시라면 즐겁지 않았을까? 싶었다.
난 윤님이 데뷔한 2004년엔 세 살, 한국에서 데뷔한 2006년엔 다섯 살이었던 터라.. 올드팬까진 아닌지라...
옛날의 향수를 느끼거나 감동을 심하게 받진 못했던 것 같다.
다만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자주 듣던 노래들을 들으며 그 당시를 추억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1) 체조경기장 가면 첫 곡으로 부르지 않겠어!라며 광고하던 P.R.R.W.를 첫곡으로 무대를 열었다.
(2)(3) 그리곤 Black Hole로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주셨고 바로 물의 여행으로 "그래! 내가 이래서 윤하를 좋아하지~!~!"라며 -윤님의 표현을 빌리면 '깊은 감동이 잦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4) 보통 공연이 끝나갈 때 부르는 노래를 부른다 하셔서 뭘까?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My Song and... 가!!!! 팬송으로 알고 있는데 첫 가사 '언제나 고마웠다고'에서 나도 모르게 살짝 울컥했다...
(5)(6) 정말 많은 라이브 영상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앨리스부터 어린욕심까지 전곡 재생할때나 듣던 노래들이 나오면서 "와 올드팬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7) 20주년 기념인데 데뷔곡 불러야 하지 않겠냐며 불러준 Audition! 락윤을 좋아하게 된 노래고, 당시 목소리랑 지금이랑 사뭇 달라 기대했는데 옛날 목소리가!! 그대로!!! "이래서 내가 윤하 좋아하지"
(8)(9) 기타를 메며 전주곡인 Black Rain과 Break Out을 연달아 공연해주셨고 밴드사운드의 진가를 다시 한번 배워갔다. 개인적으로는 잘 듣지 않던 노래들이라 "아 다음엔 더 많이 예습해와야겠다!" 다짐했다.
(10) 윤콘이라면 빠질 수 없고, 모두가 기대하는 Supersonic! 최근 정규 6집이 나오기 전까지 윤하의 최고 명반을 뽑으라하면 모두가 정규4집을 뽑았는데, 그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윤하의 진가는 역시 락이다.
(11) 프롬으로 스포해주셨다고 팬카페에서 알음알음 떠돌던 지금이 제일 좋아. 일본 번안곡인데, 정말 오랜만에 들으며 라이브는 어떨까? 어떤식으로 표정을 지을까? 너무 궁금했는데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다른 번안곡들도-추억은 아름다운 기억, 바람-연속으로 불러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울컥)
(12)(13) 그리곤 윤하의 히트곡 타임! 혜성부터 비밀번호 486까지 앉아서 쭉 달리며 "일어나서 놀고 싶은데?"라고 생각 할때쯤,
(14)(15) 살별과 Rock like Stars 로 날 미치게 만들었다. 6집에서 가장 즐겨듣는 노래가 Black Hole과 살별인데 살별-Rock like Stars로 이어지는 미친 비트와 고음의 향연은....햐.. 그리고 무엇보다! Rock like Stars부터는 의탠딩으로! 놀았다!
(16)(17) 한 번 더?라며 의탠딩을 이어갔고, 텔레파시-오르트구름으로 이어지는 미친 셋리에 감탄했다. 목이 터져나가라 텔레파시를 따라부를 땐 주변에서 "나만 부르나?" 싶어서 눈치보였는데, 오르트구름때는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10,000여 명의 미친 떼창에 나조차 울컥했다. 중간에 마이크를 넘기며 관객들만 부르기도 했는데, 내가 더 울컥...
(18) 앵콜 안 해주겠냐며 농담하다 막곡으로 사건의지평선을 불렀고, 이어지는 떼창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조차 이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느꼈는데, 가수님은 얼마나 더 그랬을까
(19) 앵콜로 나와 콘서트 주제에 맞게 스무살 어느 날을 불렀다. 화면에 가사가 같이 나와 따라 부르는데 와~왜 이리 울컥하는 건지... 주변에선 나만 울컥하고 훌쩍이는 것 같아 무안했는데 곡 마지막 쯤엔 윤님도 눈물을 참더라. 그 모습을 보고 더 울컥했다.
(20) 바로 나온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 앞에서도 썼듯 "이 노래를 듣다니!" 감동의 연속이었다. 중간중간 몇번 영상을 찍어보니 거리가 너무 멀어 별로라 이번 콘서트는 눈에 담아와야겠다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지. 바로 카메라를 켰다. 특히 노래가 끝나갈 때쯤 관객들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에선 도저히 참기 어렵더라
(21) 이어진 기다리다(20th Anniversary Edition)는 전날 cd를 드시고 주무셨나? 싶을 정도로 완벽했고.. 마지막 QR까지 집 가는 내내 여운에 잠겨있었다.
[5]
아침9시부터 공모전 준비로.. 미추홀도서관을 갔다가 12시까지 공모전 준비를 하고
부천역으로 이동해서 16시까지 중학교 선생님을 만나뵙고
올림픽공원으로 이동해서 공연을 봤다.
올림픽공원이 가까워질 수록 심박수는 100을 가뿐히 넘기 시작했고,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 워치에서는 연신 심박수 알림-100이상 10분-을 보내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설렌다' '떨린다' '행복하다'를 반복했고 공연을 보고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공연이 시작되곤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황홀했고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정말 많은 공연을 봐왔지만, 통틀어서 최고의 공연이었다.
[6]
어제 오늘 내내 팬카페 후기를 찾아보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듣고 있는데,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공연 내내 진정성있는 표정과 말투는 어느 아티스트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앵콜-스무살 어느 날-은 내 20살 첫 곡이었는데, 함꼐 부르며 울컥하고 눈물 흘리며 가수와 호흡한다는 느낌을 알았다.
어제 공연을 통해 "윤하 평생 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체조콘이라 일반인들도 많아서 그런지 1집, 2집 그리고 번안곡들이 나올 땐 생소하다는 반응-시큰둥, 청음모드-가 일부 보였다. 내 주변 자리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만 잘 즐기고 오면 되지! 내가 더 열심히 응원하면 되지! 마인드로 연신 응원봉을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7]
윤님이 말한 깊은 감동이 잦은 사람들-오타쿠-중 한명으로서 올콘을 갈지 말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지갑 사정이나, 근로때문에 토요일 하루만 예매했는데 지금은 그게 너무 아쉽다.
올해 계속될 전국투어에선 이머시브 사운드가 적용되지 않을 뿐더러, 체조콘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 떼창도 아쉬울 것 같다.
음원에선 들을 수 없는 현장의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있고, 근로 조퇴하고 일콘도 갈까... 고민 중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올라온 몇 개의 영상들을 보며 어제를 추억하고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어제 프롬 구독을 시작했다.
트위터도 깔아봤다.
윤하와 함께할 앞으로의 날들이 너무 기대된다.
[8]
혹시나 윤님이 보실까..ㅎㅎ
일요일날 블로그에 검색 비허용으로 올렸던 글을 조금 다듬고 올려봅니다!
진짜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ㅠㅠ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