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가 트기까지
- 나여시인- 보리 한 가마니를 안고 나온 품에는 지난 시절이 까슬까슬 피어나고
또한 그 밭을 거닐던 낭만이 슬슬 풍겨 나오기도 한다.
트다 틔다 깨다 깨치다 깨우치다로 이르고 이르기까지,
혹한이며 한설풍을 이겨야 하는,
싹 그것만으로도 깊이를 재주는데 오월의 종달새 노래를 사랑으로 부르고,
두들겨 맞아 부푸는 타작으로 매끈하게 일어서는 날까지
포용에 이르노니 사랑으로 이르렀나니~,
까슬 머리 털어
매끈 댕기로 거닐던 오월의 빛살
꿈은 무한해서 창창이라고 텄다
한때 끓어오르는 울분도 있었고
한때 울근불근 욕망도 날뛰었고
시절을 얘기하면 보리죽 끓어
지글지글 가난의 소리를 알려주고
까실까실 타작의 타박을 보여주고
이제 뻥 빵 별식으로 입을 녹인다
그리움이다 돌아보고
보고픔이 내다보면
아빠 위로 활아버지겠지
한으로 씹고 눈물로 적신다-- 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