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과 한국어 교육
박영순 (고려대학교)
1. 국어 교육과 한국어 교육의 개념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어” 라는 용어는 현재 남한내에서 한국어가 “국가의 언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한국어”라는 용어는 주로 대외적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언어의 원이름을 쓰지 않고 “국가의 언어”라는 뜻으로 그냥 “국어”라고 부르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 뿐이다. 중국이나 북한만 해도 각각 “漢語” (또는 “中國語”), “조선어” 라고 하지, “국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한국어를 언제까지나 대내적으로는 “국어”, 대외적으로는 “한국어”라고 반드시 구별해서 부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하여 한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이렇게 한국어를 대내용, 대외용으로 구별하는 것이 일장 일단이 있을 것이나, “한국어의 국제화”라는 시대적 요청을 감안하면 차제에 일본식 호칭인 “국어”라는 명칭 대신에 국내외 할 것 없이 “한국어”로 통일해서 부르는 것도 고려해 볼만 어떨까 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식으로 부르면 뜻도 명확해지고, 국제적으로도 더 잘 통하게 될 것이다, 반세기 동안 사용하였던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개칭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국어”라는 명칭과 “한국어”라는 명칭을 통틀어 하나의 대상으로 논의할 때는 잠정적으로 “(한)국어”로 표기하기로 한다.
2. (한)국어 교육학의 성격과 하위 분야
(한)국어 교육은 한국어를 교육적 대상, 교육적 목적으로 하여 가르치는 행위 또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고, (한)국어 교육학은 (한)국어 교육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에 관한 제반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육 문제는 곧 (한)국어 교육학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input이 되고, feedback도 되며, 또한 output도 되는 것이다. 국어교육학의 성격은 노명완 (1997)에 의하면 종래의 「국어 +교육」 이 아니고 교과적 특수성과 “교육적 보편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제7차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국어생활> 과목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국어생활 과목은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언어적 교양과 실천 능력을 길러주는 과목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국어생활’은 학생들이 장차 영위하게 될 직업의 유형과 관계없이 한 사람의 바람직한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국어 소양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과목에서는 언어와 인간의 삶과의 관계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품위있는 국어생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국어의 규범을 익혀 바른 언어생활을 하게 하고 전통적인 국어문화를 이해하여 계승, 발전시키게 하며, 국어의 아름다음을 깨닫고 문학과 함께 하는 삶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심미적인 국어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자질을 길러줌과 동시에 국어를 사랑하는 태도를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둔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의 국어교육과 국어교육학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지 않고 국어교육학의 학문적 위상도 아직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즉 교육현장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학문적 연구에 등한하고, 국어교육학에 종사하는 학자들은 현장과의 연대가 약할뿐만 아니라, 국어교육학 전공학자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어교육학의 정체성이 확고히 되고, 연구성과가 축적되고 국어교육학 이론이 확고히 됨으로써 교육현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어교육학 분야는 크게 내용론, 교수법, 평가론, 교사론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포괄적이고도 종합적으로 하위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도표화될 수 있을 것이다.
언어기능교육 말하기
듣기
언어내적 분야별 읽기
쓰기
음운론 교육
문법교육 형태론 교육
통사론 교육
의미론 교육
국어사 교육
문학교육 시교육
소설교육
수필교육
희곡교육
(한)국어 교육학 언어 외적 대상별 (한)국어과 교육과정론
(한)국어과 교육방법론
(한)국어과 교육평가론
(한)국어과 교재론
(한)국어과 교사론
학습자 수준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일반인
내국인
학습자 성격별 해외 동포
외국인
언어능력별 초급단계 하
초급단계 중
초급단계 상
중급단계 하
중급단계 중
중급단계 상
고급단계 하
고급단계 증
고급단계 상
원어민 하급
원어민 중급
원어민 상급
위의 언어내적 분야, 언어외적 대상, 학습자 수준, 학습자 성격, 언어능력별 등 다섯가지 분류 기준은 각각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예를 들면 한국어가 모어인 내국인으로서 ‘원어민 중’의 능력을 가진 고등 학생에 대한 쓰기 교육의 교육과정, 교재, 교육평가안이나, 한국어가 외국어인 ‘초급 상’의 능력을 가진 성인에 대한 발음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교재, 교육평가안이 마련되어 실제의 교육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위의 각각의 하위 분야는 다시 교육 목표, 내용, 교수법, 평가론으로 재분류도 가능할 것이다.
3.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의 과제
1) 내용과 관련된 분야
(1) 언어기능분야
말하기 ... 학생들로 하여금 정확한 발음과 표준어로 말하되, 바르고 고운 말, 품위있는 말, 말하는 태도, 경어법, 공석과 사석에서 하는 말의 구별, 어휘의 풍부성, 설명적인 말과 논리적인 말의 구별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말하기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가능한 한 다양한 말하기 기회를 만들어 주고, 학생 개개인의 말하기 단점을 교사가 파악하여, 지도해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듣기 ... 한국학생들은 남의 말을 바른 태도로 듣되, 내용과 화자의 의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때에 FEEDBACK을 주는 데 소극적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듣기 교육은 말하기 교육과 연계하여 들은 내용을 요약하거나 주제를 발표하게 한다든가, 들은 내용에 대한 청자의 느낌을 이야기하도록 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우선 청자로서의 예절에 맞는 태도로 집중하여 듣고, 적절한 반응을 보일 줄 아는 교육이 이루어져야겠다.
읽기 ... 독해 교육과 독서 교육의 양면을 모두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신입생들의 교양 국어나 작문 시간을 통하여 나타나는 독해력은 일반적인 기대치보다 훨씬 낮고, 독서는 중학 이상이 되면 거의 하지 않는 것이 현 한국학생들의 독서 실정이다. 어쩌다 교과서와 참고서 외의 책을 읽는다고 하면. 만화, 소설 등에 거의 국한되고, 대학생들 조차도 사상 관계 서적이나 논설문 같은 논리적이고 어려운 책은 별로 읽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어진 텍스트를 정확히, 빨리 읽고, 요약하며,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나이와 수준에 맞는 독서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본다. 아마 독서학회 같은 데서는 학생들의 학년과 지적 수준에 따라서 읽을만한 도서목록 같은 것을 만들어 교육부나, 언론계로 하여금 각급 학교에 배포하도록 한다.
쓰기 ...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쓰기 교육에서는 실용문과 문예문 쓰기 교육을 일단 다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쓰기는 특히 훈련을 통하여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과 친숙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읽기와 쓰기, 말하기와 쓰기를 연계하여 지도하는 기회도 필요할 것이다. 다른 언어 기능교육도 마찬가지지만 쓰기 교육은 특히 개인별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학급의 학생 수가 많을 경우 개인별 지도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울 때는 동시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몇 팀으로 나누어서 지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2) 국어학 분야
국어학 분야에서는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국어경어법에서 핵심적인 사항을
교육내용으로 하고, 이때 언어보편적인 현상과 국어 개별적인 것을 구별하여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음운론 초기 교육에서는 한국어 음운을 표기법과 함께 1음절 1문자의 특성을 이해시키며, 다른 언어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도한다. 문자지도에서는 훈민정음 제자 원리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흥미를 가지고 쉽게 배울 것이다.
형태론에서도 단어형성 같은 언어보편성도 다루면서 국어 조사, 동사 활용 같은 국어의 개별성을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통사론에서도 문장 구성의 언어 보편성 외에 국어의 어순, 1,2 인칭 주어 탈락 같은 한국어 개별성에 대하여 이해시킨다. 의미론에서도 의미론적 언어보편적인 현상들, 이를테면 의미론적 비문, 중의성, 동의성, 반의성, 다의성, 논리성, 전제와 함의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룸으로써 의미론적인 원리를 터득하게 한다. 그리고 국어의 개별성인 국어 관용어와 은유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원리는 이해시키도록 한다.
또 한가지 (한)국어 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경어법이다. 청자가 누구냐, 화자와 청자의 관계가 어떠냐, 때와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서 알맞은 호칭, 문장어미, 어휘, 조사를 선택해야 하며, 상대방이 손위일 경우 화자 자신을, “저”로 낮추어야 하는 국어의 개별성이 있다. 어떤 언어에나 존대나 비존대, 친숙과 비친숙의 구별이 있지만 한국어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하다. 그러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는 경어법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이 요구된다.
(3) 문법 교육의 유의점
문법 교육은 지식 위주의 암기 교육을 지양하고, 언어구조와 사용의 원리를 이해시켜야 하며, 언어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기술 문법과 언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규범문법을 모두 교육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저학년에서는 발음 지도에 힘써야겠고, 초중학교까지는 문장 구사력을 통달시켜야 하며, 학년과 연령에 맞는 어휘력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어기능 교육, 특히 읽기와 쓰기 교육과 함께 문법 교육도 동시에 시켜도 좋을 것 같다. 국어 문법 교육이 외국어 문법 교육의 기초가 되도록 하는 것이 국어 문법교육의 목표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법 교육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교사가 반드시 가르쳐 주어야 할 것과 학생 스스로가 깨달아야 하는 것을 구별하여 반드시 가르쳐 주어야 할 것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에서 동사의 활용 원리는 가르쳐 주어야 하지만 개별 동사의 활용법을 모두 가르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대규칙 (Major rule)과 소규칙 (Minor rule)을 구별하여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즉 대규칙은 가장 먼저 확실하게 가르치고 나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소규칙을 가르치며, 그다음에 예외적인 현상에 대하여 지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동사 활용에서 어간은 변하지 않고 어미만 달라지는 것은 대규칙이다. 그러나 ‘ 걷:다 → 걸어, 묻:다 → 물어, 듣다 → 들어, 싣:다 → 실어’ 같은 경우는 어간의 “ㄷ”이 활용할 때 “ㄹ”로 변하는 하나의 소규칙을 이룬다. 이러한 대규칙과 소규칙을 동일한 비중으로, 동시에 가르치면 학생들은 매우 혼란을 느끼고, 활용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지 못할 것이다.
세째, 언어교육에서 Competence와 Performance를 구별해야 한다. 왜냐하면 동일한 오류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competence상의 오류인지 단순히 performance상의 오류인지를 구별하여야 한다. 즉 수행상의 오류일 때는 주의를 주는 정도로 한 번 언급만 해주면 되지만 능력 상의 오류일 때는 교사가 특별히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꽃”을 “꼿”으로 발음한다고 할 때, 다시 한번 발음하게 하여 “꽃”으로 정확하게 발음하면 문제가 안 되지만, 두 번, 세 번을 반복시켜도 여전히 “꼿”으로 발음한다면 언어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꽃을 → 꼬츨, 꽃이 → 꼬치” 등으로 발음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4) 문학 교육
과연 문학을 교육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나 그 나라의 국어교육에서 문학교육을 하지 않는 예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한국의 경우도
국어 교육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래 문학교육을 해왔다.
1992년의 교육부가 고시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문학교육의 목적을 “문학작품을 통하여 문학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고 창조적인 체험을 함으로써 미적 감수성을 기르며,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데에 있다”로 되어 있다. 문학교육의 성격은 “문학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길러주는 교과로서, 문학 작품의 감상을 통하여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삶의 다양한 모습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게 하며,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재와 유능하고 성의있는 교사, 그리고 참신한 교수법이 삼위일체가 되어 교육현장에 투입될 때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교육은 독서교육과 연계하여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문학교육은 인간 심성의 성장을 돕는 데 기여하는 교과이므로, 교사 스스로가 인격적으로 충분히 성숙되어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여기서 지적할 것은 미국 고등학교에서의 영어 과목에서는 아주 수준 높은 고전 문학 작품을 교재로 하여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 교육을 동시에 하는 학교도 많이 있다는 것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문학작품을 교육의 목적으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고 수단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한국문화 분야
최근으로 올수록 세계의 언어교육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언어교육을 문화교육으로 확대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국어 교육을 확고히 하면서도 한 개 이상의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잘 할 수 있도록 이중/다중언어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에서도 문화교육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며, 해외 동포들에게는 현 거주국의 국어와 한국어 이중언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범학계,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에서도 한국어를 자기의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이론적, 실증적 연구를 확대 심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근 Asher(1996) 교수의 TPR 이나 Lambert(1974)의 Immersion program, 그리고 최근 구조적, 기능적, 상호작용적 방법을 모두 결합하여 적절히 운용하는 Stern(1992), Lapski, Harley & Tayler(1993) 등이 개발한 “다차원 언어 커리큘럼(Multi-dimensional curriculum)” 같은 제2언어 교육의 성공 사례들을 참고로 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 다차원 언어커리큘럼에 나타난 통합 교수요목을 보면 다음의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ㄱ) 언어교육 요목
- 여기에는 언어의 구조, 기능, 맥락 등이 모두 포함된다.
(ㄴ) 의사소통 활동/경험적 요목
-의사소통 활동, 경험적 교수요목
(ㄷ)문화적 요목
-문화와 관련된 요목
(ㄹ) 일반 언어교육 요목
-학생들의 언어학적 자각, 문화적 자각, 전략적 자각을 증대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위와 같은 취사선택적, 통합법은 “학급에 맞는 접근방법(Class-wise approach)"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자국어, 외국어 교육과 관계없이 최신의 교수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2) 한국어 교육의 과제
제2언어로서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있어 당면한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전문인력의 부족이다. 즉 우선 이 분야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 연구를 축적하여 제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연구인력의 절대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들 전문 인력들의 진지한 연구가 있어야만 비로소 시대와 학습자에게 맞는 다양한 커리큘럼 제정, 체계적인 교과서 제작, 교수법 개발, 교사 양성, 표준 평가 도구 제작, 전자 사전과 한국어 학습의 컴퓨터 프로그램화 등과 같은 한국어교육에 필요한 제반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고, 이런 준비가 되어야만 비로소 한국어 교육이 이상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학습자의 목적에 맞게 한국어 교육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유수한 외국어들의 국제적 교육체계와 비교하면 진정한 의미의 한국어 교육의 국제화는 아직 초보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현재 한국어의 국제적인 위상은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높다는 사실을 우선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력의 신장, 남북한과 해외 거주자를 합친 한국어 인구 수, 남북통일을 비롯한 지정학적 문제, 문자의 과학성과 체계성으로 인한 기계화의 용이성, 한국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과 OECD 회원국 진출, 미국, 소련, 중국, 일본 등 4강국과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와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및 이들 국가들에 거주하는 몇 백만명의 한국교포 수 등으로 인한 국제적 관심 등의 요인으로 이제 한국어는 수천 개의 언어중 세계 10대 언어권 내외에 진입해 있는 주요 언어가 되었다.
그러므로 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고등학교와 대학, 그리고 일반 언어교육 기관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수요를 더욱 상승시키고, 확산하기 위한 교육체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이 분야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의 대학들과, 해외의 한국계 학교 증가, 외국 대학에서의 한국어과나 한국어 강좌 증설, 토요학교 증가 또는 확대 등이 교포나 외국인들의 한국어 습득 욕구에 부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사항은 외국의 대학원에서 한국어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교수들의 자질 문제이다. 외국 대학의 한국어과 교수와 한국 강좌를 담당하는 교강사 중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비록 한국어의 원어민이고,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고 해도,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한국어 대학원 과정 학생을 지도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한다. 토요학교 교사들 중에도 국내에서 국어국문과나 국어교육과 출신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사, 교수 양성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서 또는 동시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겠다는 것이다. 다른 언어들의 교육 이론을 이해하고, 참고는 해야겠지만, 한국어에 적합한, 한국어 교수법과 교육 현장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현장 연구의 강화도 (한)국어 교육의 과제가 아닌가 한다.
4. (한)국어 교육의 내실화와 한국어의 국제화 방안
(한)국어 교육이 내국인들에게도 착실히 이루어지고, 대외적으로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한국어가 국제적으로 유수한 언어 중의 하나로 효과적으로 교육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1) 한국어 구조와 사용에 관한 연구를 강화하여, 학계의 일치된 견해를 도출하여 교육에 반영
(2) 한국어 교육 이론 연구의 강화
(3) 유능하고 성실한 한국어 전문 교사, 교수 양성
(4) 효율적인 교육 방법론의 개발
(5) 이상적인 커리큘럼 제정
(6) 표준문법 제정
(7) 체계적인 각종 교재 개발
(8) 남북한의 국어통일
(9) 권위있는 능력 평가 도구 제작
(10) 체계적이고도 정밀한 어휘조사와 정리를 통하여 난이도별 어휘목록 작성
(11) 전자사전 편찬
(12) 인터넷의 한국어 웹 사이트 확보
(13) 수준별 독서 자료의 발굴 및 개발
(14) 이중언어 이론의 이해 및 적용 시도
(15) 다른 외국어와 한국어와의 대조 분석 연구 강화
(16) 해외 동포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는 이중/다중언어교육 이론의 이해와 한국어-거주국 언어의 이중 언어교육 이론 연구 강화 및 오류 분석 강화
(17) 한국어의 국제화와 해외동포들의 이중언어교육 확대를 위한 국가적, 민족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
위의 (10)번에서 어휘의 난이도는 대략 다음과 같은 어휘군을 배우기 쉽고 필요한 순서대로 배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개 어휘의 진정한 난이도는 매우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조사,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1) 생존에 필요한 어휘
(2) 자연어휘
(3) 교육에 필요한 어휘
(4) 문화와 관련된 어휘
어휘력 (5) 정치, 경제, 사회, 법률과 관련된 어휘
(6) 자연어휘
(7) 학문어휘
(8) 관용어
(9) 은유
5. 결론
국어 교육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그 깊이와 폭, 그리고 교수법도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 언어에 통달하게 하는 것이므로 “한국어 교육” 이라는 하나의 영역으로 묶어 여러 계층의 하위 분야로 분류하여 천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더구나 국가의 언어를 그 언어의 고유명사가 아닌 “국어”로 부르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거의 한국과 일본 뿐이다. 그러므로 “한국어의 세계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차제에 아주 “국어” 대신 “한국어” 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였다. 한국어는 화자 수, 한국의 국제적 위상 등등으로 볼 때 세계 10대 언어권에 진입해 있다. 외국의 고등학교의 외국어에 한국어가 포함되고, 외국의 유수한 대학에 한국어학과나, 한국어 강좌 개설의 괄목할 증가는 이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식 명칭인 “국어”라는 용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문제는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내의 국어 교육의 문제점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의 과제를 제시해 보았다. 국내 내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교육 내용, 교수법, 교육평가 등의 지향점을 논의하였다. 즉 내국인에 대한 국어교육은 단순한 언어기능 신장 교육뿐이 아니라 문법, 문학, 문화, 애국-애족심 고취 교육 등이 동시에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해외 교포나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우선 능력별, 연령별로 분리하여 교육하되, 외국어 교육 이론적 연구의 필요성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표준 평가 방법, 그리고 학습자의 교육목적과 능력에 맞는 교육과정, 교수 요목, 교재의 개발, 인터넷에 한국어 웹 사이트 확보 등을 현안으로 지적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휘에 대한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어휘의 난이도와, 중요도 등을 종합하여 기초어휘 300, 1000 등의 목록과 분야별 어휘, 한국문화와 관련된 어휘, 학문 어휘, 관용어 등등 어휘군의 설정은 국내의 국어 교육이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은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고 넓은 의미의 한국어 교육 속에 포함된 문제이며, 한국어교육 이론의 심화 확대와 그 활발한 응용은 (한)국어 교육이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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