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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븬 가지에 바구니만 매어두고 내 소녀, 어디 갔느뇨
오일도
서 정 주
아조 할수없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옛날의 모습들. 안개와 같이 스러진 것들의 형상을 불러 일으킨다.
귓가에 와서 아스라히 속삭이고는, 스쳐가는 소리들, 머언 유명에서처럼 그 소리는 들려오는 것이나, 한마디도 그 뜻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느끼는 건 너희들의 숨소리. 소녀여, 어디에들 안재하는지. 너희들의 호흡의 훈짐으로써 다시금 돌아오는 내 청춘을 느낄 따름인 것이다.
소녀여 뭐라고 내게 말하였던 것인가?
오히려 처음과 같은 하늘 우에선 한마리의 종다리가 가느다란 핏줄을 그리며 구름에 묻혀 흐를 뿐, 오늘도 굳이 닫힌 내 전정의 석문 앞에서 마음대로는 처리할 수 없는 내 생명의 환희를 이해할 따름인 것이다.
***
섭섭이와 서운니와 푸접이와 순네라 하는 네명의 소녀의 뒤를 따라서, 오후의 산그리메가 밝히우는 보리밭 사이 언덕길 우에 나는 서서 있었다. 붉고 푸르고, 흰, 전설 속의 네개의 바다와 같이 네 소녀는 네 빛깔의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하늘 우에선 아득한 고동소리.......순네가 아르켜준 상제님의 고동소리....... 네 명의 소녀는 제마다 한 개씩의 바구니를 들고 , 허리를 구부리고, 차리리 무슨 나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씬나물이나 머슴둘레, 그런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머언 머언 고동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다. 후회와 같은 표정으로 머리를 수그리고 있는 것이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잡히지 아니하는 것이였다. 발자취 소리를 아조 숨기고 가도, 나에게는 붙잡히지 아니하는 것이였다.
담담히도 오래가는 내음새를 풍기우며, 머슴둘레 꽃포기가 발길에 채일 뿐, 쌍긋한 찔레 덤풀이 앞을 가리울 뿐 나보다는 더 빨리 달아나는 것이였다. 나의 부르는 소리가 크면 클수록 더 멀리 더 멀리 달아아는 것이었다.
여긴 오지 마..... 여긴 오지 마....
에살포오시 웃음 지우며, 수류와 같이 네개의 수류와 같이 차라리 흘러 가는 것였다.
한줄기의 추억과 치여든 나의 두손, 역시 하늘에는 종다리새 한마리, 이런 것만 남기고는 조용히 흘러 가며 속삭이는 것이였다. 여긴 오지 마...... 여긴 오지 마......
***
소녀여. 내가 가는 날은 돌아 오련가. 내가 아조 가는 날은 돌아 오련가. 막달라의 마리아처럼 두눈에는 반가운 눈물로 어리여서, 머리털로 내 손끝을 스치이련가.
***
그러나 내가 가시에 찔려 아파 할 때는, 네 명의 소녀는 내 곁에 와서는 것이였다. 내가 찔레가시나 새금팔에 베혀 아파 할 때는, 어머니와 같은 손가락으로 나시우러 오는 것이였다.
손가락 끝에 나의 어린 핏방울을 적시우며, 한 명의 소녀가 걱정을 하면 세 명의 소녀도 걱정을 하며, 그 노오란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하얀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빠알간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하던 나의 상처기는 어찌면 그리도 잘 낫는 것이였던가.
정해 정해 정도령아
원이 왔다 문 열어라
붉은 꽃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고.
***
소녀여. 비가 개인 날은 하늘이 왜 이리도 푸른가. 어데서 쉬는 숨소리기에 이리도 똑똑히 들리이는가
무슨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
몇 포기의 시커운 멈둘레꽃이 피여 있는 냥떠러지 아래 풀밭에 서서, 나는 단 하나의 정령이 되여 내 소녀들을 불러 일으킨다.
그들은 역시 나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내 속에서 내리는 비가 깨이기만, 다시 그 언덕길 우에 돌아 오기만, 어서 병이 낫기만을, 그 옛날의 보리밭길 우에서 언제나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내가 아조 가는 날은 돌아 오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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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긋한 : 향긋한
에살포오시: 애처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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