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오름 답사기(24.6.15.토)
꽃 지자...
별이 생겼다.
모든게 술에서 비롯됐다.
지난 목요일 낮까지만 하더라도 이번주 토요일은 한라산 둘레길 답사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민갑호(제주철인클럽회장)형이
"저녁에 소주한잔"이란 악마의 유혹을 시전했고, 한없이 약한 인간은 덜컥 홀렸다.
권커니 잣커니 몇번 후,
딱 기분좋은 상황에서 형이 갑자기 "토요일 15키로 오름 답사" 얘길 꺼냈다.
6월말에 가이드 알바가 생겼는데 본인은 한라산 전문이라 오름은 모르는 구간도 있어 코스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름 15키로면...
아침일찍 시작해서 3~4시간 후딱하고 점심 먹으면 되겠다"라는 망상(그래 망상^^)에 "형 같이 가 줄께"라고 악마의 포석에 제대로 걸려 주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취중에 형이 톡으로 보낸 답사 코스를 봤다.
제목이...제주의 숨겨진 비경이라...
인터넷을 뒤졌더니 구간구간별로 산행기가 제법 많았는데 일단 호평일색이라 다행이었으나 게중에는 중간에 길을 잃고 다른 코스로 끝냈다는 것도 있어 검색을 열심히 해봐도 제대로 된 전체 코스에 대한 정보 얻기가 어려웠다.
형에게 전화로 일정을 잡고 토요일 아침 6시에 형을 픽업해서 출발지로 갔다.
도중에 편의점 들러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물을 챙겼다.
첫걸음부터 선택을 강요하는 갈림길은 답사가 끝날 때까지 안도와 한숨의 희비를 뒤섞어 주곤 했다.
잘 정비된 길은 방문객들이 편안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주고
상식을 채워 줄 안내문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보는이의 눈을 지나 마음까지 푸른 물이 들것만 같다.
잘생긴 나무를 지나 큰녹고뫼로 향했다.
-여기까지 와서야 작년에 굇물오름에서 큰녹고뫼를 거쳐 족은녹고뫼로 왔던 것이 기억났다.
- 써놓고 찾아보니 24.1.14. 신약세 제주랑 왔던^^
전체구간 중 가장 높고(834m) 가파른 계단이 제법 산타는 맛을 느끼게 한다.
정상에서 만난 부자(父子)가,
특히 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같았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고 했다.
무슨 책이냐 물었더니 "삼채"라 했는데 와서 찾아 보니 잘못 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手不釋卷의 본보기>
날이 맑지 않아 주변 풍광을 누릴 수 없음이 아쉽지만 머뭇거릴 틈이 없다.
우리네 인생도 이리 닦여지고 갈무리된 길이었음 하는 마음으로^^
이름모를 꽃이
나무가 걸음을 멈추게 하고
아래에서 보는 큰녹고뫼가 말없이 인사를 한다.
"또 봐" ㅎㅎ
잘익은 오디를 그냥 지나치는 건 도리가 아니지.
노꼬메 주차장 앞 목장에서 형이 "아는 사람"을 만났다.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
끝없는숲길을 지나
바리메 오름에 도착했다.
바리메 오름도 "큰"과 "족은"이 함께 있고 나에겐 추억이 깃든 곳이다.
작년 9월에 찍은 작은 바리메 요정들
작년에 본 큰 바리메 산정 분화구
분화구옆에선 이런 일도 있었지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송전탑 아래 벌농사가 한창이다.
날씨가 개었다 흐렸다 변덕이나 맑은 순간 펼쳐지는 자연은 제목처럼 <제주의 숨은 비경>이라 할 만했다.
숲의 수종이 달라지고 사람 손길이 닿은 흔적이 넘치더니 이유가 있었다.
삼나무 숲을 바둑판처럼...
삼나무 숲 어느구간에 돌담길이 있었고
형이 자세히 보라했다.
작은 동물들이 다닐 수 있게 문을 내어 준 배려라고 했다.
끝없는 삼나무 숲을 지나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조성한 숲길도 잠시 맛보고
(여기까진 좋았다)
마의 구간이 시작되었다. ㅠㅠ
영아리오름을 올랐으나
하산길을 찾다가 거친 길에 지쳐 "이 길이 아니다"고 최면을 걸며 되돌아 나와
편한 길을 오랫동안 걸었는데... 길에서 만난 분들이 돌아 가야한다고 해서 허탈해 하는 형...
돌아 온 영아리오름 입구에서 하산하는 가족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오르막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내려가는 길이 있고 물영아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거라 했다.
<갑자기 화이팅 사진을 찍은 이유는...>
어머님되시는 분이 형의 차림새를 보더니 "산악마라톤하시는 분인가 보다" 했고 "그렇다"는 대답에 갑자기 아버님이 "트랜스 제주50k"를 뛰었다 하고 아들?도 본인도 작년에 뛰었다 한다. "어라? 이건 도발이 분명하다" 남자들의 헛된 자존심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형은 "잘 뛴다"는 것 하나로 제주도 대표로 직업선수를 한 사람이고 나는... 음~~~ 암튼 나 또한 일반인 중에선 부끄럽지 않을만큼은 된다고 애써 자위해본다.^^
몇합의 뜀박질 족보 전쟁 후 화해? 기념으로 한방 찰칵!
다시 영아리오름을 올라 아까 갔던 좌측이 아닌 우측으로 내려가니 길은 좋고 다른 풍광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형도 나도 하고 있었다.
(다음날 다시 찾은 형이 물영아리 가는 길이 따로 있다고 했다.)
바로 옆에선 나인브릿지에서 공치는 사람들의 소리가 우리 마음을 더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결국 형과 나는 오늘 답사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다시 하기로 했다. 거리도 시간도 너무 많이 지났으므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풍광이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정갈한 대숲길이 미소짓게 하고
버티고 선 죽순이 묻는다.
"니 똥꼬 찔리면 아프겠제?"
누군가 키우던 복돼지 가족이 인사하고
너른 목초지가 닫힌 가슴을 한껏 펴게 한다.
메밀꽃 필무렵 우리네 사랑도 꽃필까? 바래도 보고
물오른 수국의 자태가 "이쁘지?" 묻는 것같고
마른 계곡은 나름의 정취를 느끼게 하면서도 비오는 날 다시 보라는 듯 하다.
여기서 출발지로 가야하는데...
IT강국의 힘을 확인해 보니 역시...
카카오택시타고 출발지로 도착.
내차로 시내로 복귀
막걸리 한잔과 한치물회 한그릇으로 속을 달랜다.
15키로 3~4시간을 계획했다가...
3가지 자료가 다다르지만 가장 적은 데이터 삼성 스마트워치 기준 26.5키로 7시간10분의 불완전 답사^^
형은 혼자서 "불"자를 없애고 완전한 답사를 하겠다 했다.
오늘(24.6.16.일) 모처럼 클럽 정기훈련으로
자전거도 타고
뜀박질도 하고
막걸리도 마시고
답사기를 적고 있는데 형이 전화해서 "불"자 없애러 간 얘길 해준다.
오늘도 완전히 없애진 못했지만 한번만 더 가면 깨끗이 정리될 수 있을거라 했다.
그때 가볍게 다시한번 함께 하는 멋진 우리가 되길 바라며...
첫댓글 삼나무 돌담길 위에 농부 숨겨놓은 ❤️모양 돌 이 있는데 보엽디가?
오잉?
그걸 보질 못한 ㅠㅠ
사랑을 해본지오래라 감성이 무뎌져 보이질 않았나 봅니다.ㅎㅎ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아라동 살아요 담에 갈때랑 부릅써^^
@장위밭디 ㅎㅎ
두눈 부릅뜨고 살펴 보겠습니다.
재미나게 읽었는데
정작
답사 하시느라 힘들었지 싶습니다
언제쯤
제주 한달살이로
고향 구석구석 걸을수 있을지..
함께 하는 형이 있어 힘들진 않았습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향 오시면 같이 걸어 드릴게요. 사뿐사뿐~~
대단하십니다요 ㅎ
덕분에 제주방산행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철인경기 준비하시나요
나도 답사기 적으면서 작년, 올해 신약세 제주 벗님들과의 추억을 하나둘 꺼내 봤습니다.
철인 준비해 보려고 막 시작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ㅎㅎ
@아라동 살아요 멋찌십니다.
철인경기 잘해내실거예요.
응원 듬뿍 드립니다.
화이팅!!
와~~
오름답사기 읽기만해도 다녀온 기분나네요
2회 답사기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잘 지내고 계신가요?
흠~~~
2회 답사기라...
제주사랑님께서 원하시면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때가 언젠지 몰라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