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끼상품 ‘공정과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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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YUJI 되는 영부인의 박사학위 논문
대법원 판결 무시한 징용피해자 제3자 변제
무너진 사회정의, 누가 바로 세울 것인가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꼬박 30년 전 1994년 7월 초, 독일 브레멘 대학 세미나실, 나는 브레멘대 교수 5명, 학생회 대표 1명 앞에서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 박사 학위 청구 논문(“Fordismus und Hyundäismus. Rationalisierung und Wandel der Automobilindustrie”[한‧독 자동차산업의 경영합리화와 노사관계]) 심사일이었다. 그 두어 달 전에 논문은 미리 제출되었고 그 사이 두 명의 지도교수와 다른 세 명의 심사위원 및 위원장이 내 논문을 꼼꼼히 읽은 상태에서 최종 구술시험(rigorosum)이 진행됐다.

통상적 심사교수들 외에 학생회 대표(여학생 한 명)도 참석했는데, 나는 ‘웬 학생인가?’ 속으로 물으며 의아해 했다. 알고 보니, 그는 독일식 ‘공동결정’(Mitbestimmung) 문화의 산물로, 논문 심사에 ‘부당한’ 일의 유무를 모니터링 하는 옵저버였다.

완벽한 듯 완벽하지 않은 독일의 박사논문 심사

이 경우 부당한 일이란 크게 두 가지일 텐데, 하나는 학위 청구 논문의 수준이나 내용에 여러 문제가 많음에도 교수들이 아주 형식적인 절차만 거쳐 통과시키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논문 자체는 훌륭한데 교수들 간 갈등, 또는 특정 심사자가 별 근거 없이 흠집을 잡는 탓에 통과되지 못하는 일이다. 그 옵저버 학생은 이 모든 부당행위를 모니터링 했다.

나는 약 20분 간 논문의 동기와 개요, 핵심 주장인 기본 테제, 그 테제를 뒷받침하는 실증 근거와 결론을 체계적으로 발표했다. 그 뒤 심사위원 교수들의 다양한 질문에 나름 최선을 다해 답했다. 모두 독일어로 진행된, 엄격한 시험(rigorosum)이었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등에 땀이 흘렀다. 1시간여 지나 심사가 종료되었다. 교수들 표정을 보니 흡족해 했고, 결과는 ‘우수’(magna cum laude)였다. 공식 심사 완료 후 교수들은 샴페인 한 잔을 권하며 마음으로 축하해줬다. 귀국 비행기에서 나는 ‘공부해서 남 주자!’던 초심을 또 다짐했다.

그러나 독일 사회라고 100% 완벽한 건 아니다. 일례로, 독일 프랑켄 귀족 가문 출신의 정치인(기독교사회당)으로 미래의 총리감이라 주목받던 카를 테오도어 구텐베르크 남작(Karl-Theodor Freiherr zu Guttenberg) 사례를 보자. 그는 1971년생으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바이로이트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2007년, 같은 대학에서 “헌법과 헌법조약-미국과 유럽 헌법의 발전단계”란 논문으로 최우수(summa cum laude) 평가를 받아 박사가 됐다. 그 뒤 그는 ‘독일의 케네디’란 별칭까지 얻으며 승승장구, 2002년부터 연방 의원, 2009년 2월 기술경제부 장관, 10월엔 국방장관이 됐다. 당시 세계적 명성이 높던, 보수파 기독교민주당 앙엘라 메르켈 정부(2005~2021) 시절! 그랬던 그가 2011년에 박사 논문 표절 논란으로 모든 공직에서 돌연 사퇴했다.

한동훈 당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표절 의혹 논문의 표절률이 4%라고 주장했다. 2022, 5. 9.  MBC 방송 화면 캡처

‘독일의 케네디’ 장관을 날려버린 논문 표절

알고 보니, 그 논문은 문제투성이였다. ‘복사하기+붙이기’ 흔적(표절률)이 무려 94%까지 나왔다. 흥미롭게도 내가 공부한 브레멘 대학의 법학과 안드레아스 피셔-레스카노(Andreas Fischer-Lescano) 교수가 위 구텐베르크 박사의 논문에 대한 비판을 전문학술지에 게재했는데, 그 과정에서 매우 ‘이상한’ 점들을 많이 발견했던 것! 그 논문엔 출처 명시 없는 무단 도용이 전체 475쪽 중 300쪽이나 됐다(<한겨레>, 류재훈 기자, 2011.3.2.). 페이지수 만으로도 무려 63%! 요즘은 표절 검색 엔진이 발달해, 원문 파일을 입력하면 짧은 시간 안에 세계의 유사 논문이나 책이 자동 검출돼 표절 의심 구절들이 정확히 표시된다.

피셔-레스카노 교수는 많은 보수 우파들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이 문제를 학술 논문에 썼다. 독일 언론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피셔-레스카노 교수의 의견을 근거로, 구텐베르크의 표절 의혹을 특종 보도했다. 이후 네티즌들이 ‘집단 지성’으로 해당 논문을 세밀 검증한 결과, 표절 페이지를 대거 찾아냈던 것! 독일 대학에서 이런 일은 상상 불가인데, 일단 표절이 확실한 이상 독일 학계는 일어섰다. 삽시간에 교수 및 연구자 5만여 명이 구텐베르크 장관을 “카피베르크”라 부르며 연대 서명으로 사임을 요구했다.

구텐베르크 장관은 처음엔 “의도치 않은 실수”, “싸울 준비가 됐다”며 버티기 작전을 썼다. 하지만 독일 의회가 그 논문은 의회 연구조사원들의 보고서 표절임을 공식 발표했고, 이를 엄중히 여긴 바이로이트 대학은 언론 보도 ‘1주일 만에’ 그 박사 학위를 취소했다. 전국이 끓어오르자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역량의 한계”라며 한 달도 못 돼 전격 사임했다.

한국의 영부인은 여전히 국민대 ‘박사’ 유지(yuji)

이에 비해 2022년 5월부터 대통령 영부인이 된 김건희 ‘박사’의 2008년 국민대 ‘박사’ 학위 논문(“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건은 어떻게 ‘유지(yuji)’되고 있는가?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국민대 측의 발표는 과연 떳떳이 ‘유지(yuji)’ 가능한가? 같은 질문은 ‘석사’ 학위를 준 숙명여대에도 해당한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화교수협의회 등 전국 14개 교수‧학술 단체들이 “박사 아닌 복사 논문”이라 비판해도 해당 대학들은 같은 태도를 ‘유지(yuji)’했다. 오호통재라, 이 태도는 올곧음의 소산인가, 두려움의 결과인가?

또 하나. 2018년 대한민국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신일본주금(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들(원고)의 손을 들어주고, 일본의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는 오랜 세월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해 투쟁해 온 노동자의 승리다. 또, 역사적 정의 실현을 위해 진력한 한‧일 시민사회의 쾌거다. 2023년 12월에도 두 차례 연속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들이 나왔다.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제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일본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히타치조선 등 피고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음을 재확인한 것!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전범기업’들은 영화 <군함도>에서도 잘 묘사되듯, 한편으로 노동력을 헐값으로 강제 동원했고 다른 편으로 종군 위안부란 이름 아래 젊은 여성들을 성 노예화했다. 예컨대, 미쓰비시는 하시마 탄광 등 280여 작업장에서 조선인 노동력을 강제 동원했다. 미쓰이 역시 미이케 탄광 등 219개 현장에서 노동력 강제동원을 자행했다. 스미토모 또한 광산 노동자를, 도요타(미쓰이)나 닛산 자동차 역시 노동력을 강제 동원했다. 한편 오늘날 맥주로 유명한 기린(미쓰비시가 지분 투자), 삿포로(미쓰이), 아사히(스미토 출신 사장) 등도 전범기업과 내적 관련이 있다. 또, 카메라로 유명한 니콘은 태평양전쟁 당시 광학무기를 생산했고, 모리나가 제과는 당시 전투식량 등 군수물자를 납품하는 전범기업이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나 산업용 로봇으로 유명한 나브테스코(나브코) 역시 전범기업으로 자본 축적을 했다. 전동차나 모노레일을 만드는 히타치제작소도 마찬가지 전범기업이다.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노역 피해배상을 핵심으로 한 해법을 공식 발표한 6일 오전, '역사 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이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항의 행동을 벌이고 있다. 2023.3.6 연합뉴스

한일 과거사 문제에서도 정의 외면하려는 두 나라 지배층

이러한 전범기업들의 행위는 식민지 조선인들을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고 오로지 노예와 다름없는 취급을 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뒤늦게나마 1990년대 들어 일부 일본 정치가들이 식민지 지배 역사나 노동력 강제동원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1993)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했고, 무라야마 담화(1995)에서는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했다. 그 뒤 오부치-김대중 공동선언(1998)으로 식민 지배에 따른 한국인의 고통과 손해에 대해 사죄를 표명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8월, 한국 헌법재판소는 “위안부 문제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 판시했다. 그 뒤 박근혜 정부 때 일본은 현안-과거사를 분리해 양국이 현안에서 협력하자고 했는데,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현안에 협력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결국 2015년 12월 일본 총리가 공식사과하고 일본 국가예산으로 10억 엔을 출연, ‘화해치유재단’을 만들어 과거 위안부들을 지원하는 식으로 합의, 종결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들에의 직접 사과와 합의 과정을 배제한, 상부 지배층 간의 담합이었기에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는 강한 배신감으로 저항했다.

이 장면은 영화 <밀양(secret sunshine)>(이창동 감독, 2007년)을 떠올린다. 남편을 잃은 신애가 어린 아들(준)을 데리고 남편 고향(밀양)에 정착하려 한다. 신애의 뭉칫돈을 노린 웅변 학원장이 준을 유괴, 살해한다. 그 사이 (심적 고통 속에) 신자가 된 신애는 감옥의 유괴범을 직접 만나 하나님의 뜻을 전하려 한다. 그러나 유괴범은 극히 멀쩡했고, 그가 되레 신애를 위로하며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 마음이 편안하다” 했다. 으악! 정작 피해자 자신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과연 누가 용서를 했으며 어떻게 평화를 얻었단 말인가? 이 부당함, 이 불의를 누구에게 호소할까? 과연 하나님은, 또, 국가란 무엇인가?

일본보다 더 일본 같은 윤석열 정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문재인 정부 때(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일본 전범기업들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의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아베 정부는 (식민 지배의 합법성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현안 협력도 불가하다며 강경 대응했다. ‘배 째라’ 식 전략이었다!

그런데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말로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일본보다 더 일본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일례로, 윤 정부는 2023년 3월, 2018년의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과 달리,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한국 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조성)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대신’ 내주되 피고인 일본 기업에는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제3자 변제안’을 제시했다. 그 상황에서 나온 2023년 12월 두 차례의 대법원 판결은 (2018년 최초 판결과 같이) 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부당함을 간접 피력한 것!

생각해 보라. 일본 전범기업들이 자행한 강제노동에 대해 왜 한국 기업들이 돈을 내야 하는가? 물론,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아직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유사한 소송들이 100건이 넘는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판결한 것은 (위헌이 아닌 이상) 대통령도 무조건 지켜야 한다. “국헌 준수”는 대통령 선서의 기본이 아니던가. 만일 대통령이 나서서 대법원 판결을 어긴다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해선 안 된다.

바로 이런 논거로, 이미 남북통일 운동이나 ‘디올백’ 사건으로 유명해진 최재영 목사는 2024년 4월 19일 ‘최재영 목사의 금요 캐비넷’ 제14화 동영상에서 “범야권은 윤석열 조기 탄핵에 목숨을 걸어라!”고 호소했다. 이미 현 21대 국회가 2023년 3월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했어야 마땅하다는 것! 물론, 최 목사는 그 외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일본 후쿠시마 핵 폐기수 방류 허용, 양평 고속도로 비리, 전쟁 위기 조장 등 수많은 이슈가 대통령 탄핵의 근거라 강조한다.

독일의 프랑크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르샤바 게토 봉기 80돌 기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기념식은 나치 독일군의 만행에 대항하여 무기를 들고 봉기한 수백 명의 유대인 청년들을 기리는 행사다. 2023. 4. 19. AP 연합뉴스

사라진 한국의 ‘사회 정의’는 누가 바로 세울까?

바로 이 지점에서 2023년 4월, 독일의 프랑크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폴란드에 가서 “역사적 책임엔 끝이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 그는 80년 전(1943년) 4.19부터 5.16까지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에서 나치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자 독일 군경이 유대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저는 과거 나치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우리의 책임, 그리고 함께할 미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합니다. 전쟁 후 처벌받은 가해자들이 너무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자리 여러분들 앞에 서서 독일이 여기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이 사죄가 ‘진심’인 것은 “역사적 책임엔 끝이 없다”는 기본 태도 때문! 사죄나 용서는 결코 배상금 내지 위로금 몇 푼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종결되는 건 자본주의 ‘등가교환 법칙’일 뿐! 역사적 잘못에 대한 ‘영원한 사죄’의 마음이 동반돼야, 용서도 화해도 평화도 가능하다. 이게 ‘생명평화 법칙’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법원 판결을 정면 무시하는) 대통령의 ‘제3자 변제안’도, (학계의 상식을 정면 배신하는) 영부인의 박사학위 논문도, 전혀 가당치 않다. 2022년 대통령이 될 당시에 윤석열 후보가 주창한 ‘공정과 상식’은 바로 그 자신을 겨누는 부메랑이 됐다. 아니, 차라리 그것은 대통령 자리를 낚아 올리는 ‘미끼상품’에 불과했다. 오호 통재라, 과연 대한민국의 정의는 어디로 갔는가? 대법원도 하나님도 대학가도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바로 잡을 것인가?

출처 : 부메랑 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끼상품 ‘공정과 상식’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띠아모]

진정 그대는..
진실한가? (거짓말, 우리 마누라는 주식으로 손해 봤어요. 그런데 23억 이익)
공정한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수사, 고속도로, 거부권)
상식에 맞게 행동하였나?(바이든 날리면, 이태원, 채상병, 경찰수사권, 언론탄압,이념 전쟁)
답은?
아니올시다.
그래서 국민들이 실망하고 배신당했다고 느낀거고 표로 답한거죠.
아니겠지, 설마 그럴가? 하다가 행동으로 보여 주었네요.
가장 모범을 보였어야 할
전 검찰 총장께서, 대통령께서...
공정과 상식을 골로 보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