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둘레길 답사 1일차(2024.6.22)
가을에 함께 운동하는 육지와 제주 동료들이 한라산 둘레길 순환코스를 달리자 했고 나는 호기롭게 사전답사를 하겠다 선언해 버렸다.
일기예보엔 오늘 제주도에 비가 겁나 많이 온다했는데..
아침에 창문 열고 밖을 봤더니 오는둥 마는둥 하다.
어제 사무실에서 챙겨 온 둘레길 안내 자료를 꺼내 보고 출발지로 향했다.
오늘 답사 코스는 난이도 중급의 사려니숲길로 16키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주차장을 찾다가...
바로옆에 민오름 주차장에 파킹했다.
거의 텅빈 주차장에서 주섬주섬 준비를 하다보니 개량한복 입은 부부가 민오름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게 아닌가?
바라보니 애기낙타 봉우리마냥 나즈막한게
"어때, 만만하지?"하고 유혹한다.
"그래, 뭐 시합하는것도 아니고 오름을 그냥 지나치는 것도 도리가 아니지" 하며 홀린듯이 방향을 바꿨다.
초입에 들어서자 빗줄기가 굵어져 우산을 꺼냈다.
빗속으로 익숙한 냄내가 진하게 전해 온다.
혜원 신윤복의 시선으론 과부 속곳을 풀게 한다던...
이분도 자라서 진한 향을 뿜겠지?
정상에서 만난 부부
챙겨주는 모습이 미소짓게 하고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민오름 한바퀴 돌아 ..
노거수의 마중과 배웅을 받으며
다시 출발지에 섰다.
어떤 모습이 반겨줄까?
꽃비가 주단을 깔아주고
꾸찌뽕이 가을에 다시 와야 할 이유를 댄다.
보고픈...
아니 반드시 봐야할 그 무엇이 보이지 않아 조바심이 나고 머리가 복잡해질 무렵
"옜다. 선물!" ㅎㅎ
숲속 요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다행이다.^^"
별똥별 밭을 지나...
개작두의 단죄였을까?
용작두의 배려였을까? 목이 잘린 나무도 보고
큰천남성의 속도 들여다보고
숲속 요정의 퇴락도 본다.
너무 큰 짐을...
평생 짊어졌을 조상님들의 굽은 어깨가 안스러워 보이고
(하루방! 감ㅅㆍ홉네다. )
그 덕에 편해진 우리 삶이 또한 감사하다.^^
재작년 멋모르고 처음 여길 왔을 때...
송이길이라길래 송이가 나는 줄... ㅎㅎㅎ
대체 이걸 왜 만들어 둔 걸까?
2년전 공사중이던 다리가 반갑게 인사한다
다리위에서 본 한라산쪽
바다쪽
마땅히 이랬어야 할 친구들이
좀이 쑤셨는지 그새를 못참고 자기주장을 한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제일 예쁜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빠른 건 인정^^
비를 이겨낸 선물인지 장소가 맞았는지
요정들의 축제가 한창이다.
게다가 아는 분도 만났다.ㅎㅎ
나머지는...그냥 이름모를 여인들^^ 성춘향
황진이
기타등등..
그러고보니 아는 요정도 아는 사람도 없다.
이분은 누군지...
또 이분은 ..
콘칩을 닮아 너무 예뻤으나 혼자라 차마 뜯어 뒷면을 보지 못한
근데 버섯요정이 맞긴 한걸까?
길가던 아낙네가 요술방망이라 불렀던
이분들은 또 누굴까?
어린왕자 눈에는 무엇으로 보일까?
분명 보아뱀속 코끼리는 아닐꺼야.
숲속 먼발치 고목에
요정들의 향연이 펼쳐져 장관이었으나
허리까지 자란 조릿대숲에 옷이 젖을까 확대해서 보다가
고목앞 나무뒤로 숨은 전혀 다른 얼굴이 수줍은 듯 살포시...
옷이 젖든 말든 그냥 헤집고 들어갔다.
유혹에 한없이 약한~~~
이분은 누굴까?
너무 늦게 만나 애처러웠지만 고운 자태가 빛났다.
쉼터 의자에 정갈하게 앉은 친구들이 귀여워 다가갔더니...
아까 만난 분들이 커피마시려고 세팅한거란다.
예향 광주에서 온 부부는 내게 줄 커피가 없어 아쉽다했고 난 덕분에 예쁜 사진을 얻어 감사하다 했다.
사러니숲 세번째이나 여전히 갈 수 없는 물찻오름이 새삼 규칙의 엄정함을 생각케한다.
갈래길은 언제나 나의 정신을 시험하고
선택한 길은
"그래 잘했어!"격려를 한다.
요정들의 잔치도
이제 어여쁜 친구의 인사로 마지막을 고하고
주린 배가 아우성이라 쉼터에 들렀더니
여장을 풀기가 바쁘게 감자가 훅 들어왔다.
"이거 드세요"
얼굴도 보기전에 감자부터 받아 맛나게 먹고(제주 조천 감자라 했다)
치즈비스켓 두개를 드리자 괜찮다며 사양하길래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는거다"하자
"그럼 받아야죠" 하더니 "입가심"이라며 참외한쪽을 건낸다.
굵어지는 빗줄기가 걸음을 재촉하여
한라산 둘레길 답사 1일차 여정을 마무리한다.
첫댓글 차곡차곡
사진 속으로 걸어봅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제주 둘레길을 혼자 걷고 싶은 욕심으로
남해 바래길 3번째 완보를 눈앞에 두고 있네요.
지금쯤이 딱 좋을것 같은데
여전히 제 생활이 발목을 잡네요.
ㅎㅎ
ㅎㅎ
꼭 지금이 아니어도 좋을 듯 합니다.
꼭 오셔서 제주 올레길이든 한라산 둘레길이든 흠뻑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비내린 뒤의 숲속은 마음을 맑게 하는군요.
민오름의 거목이 엄청난 매력이 있네요
사진 두장 업어갑니당 ~~♡♡
비오는 휴일에도 한라산 둘레길 다녀오셔서
산행일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당.
그치요?
거목이 주는 영감이 꽤 매력있죠.
두장이 아니라 전부 업어가셔도 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우와 한라 숲길 넘 좋네요
올만이여요 수고가 많았어요
담 걷기서 만나요 사진 굿굿
잘 지내고 계신가요?
담 걷기서 만나요.^^
한라산둘레길 답사를 세심하게 써 주셔서 안가도 걷는듯한 기분입니다
역시나 멋찐인생 즐기시는 아라동살아요님~
최고 !최고! 짝 짝 짝
언젠가는 제주방나들이 가능하리라 여기며
답사기 올려주심에 무한감사드립니다
올리시라길래 올렸습니다.^^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