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이야기] 영어를 잘 한다는 것
굳은 표현 벗어나 "살아있는 영어" 배울 때
실제로 있었던 얘기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 갓 입학한 한국 학생에게 미국 학생이 다정한 미소를 띠고 다가와 “Hi,
What's the good word?"라고 인사를 건넸다. 영어만큼은
자신있다고 스스로 자부하던 한국 학생은 얼어버렸다. 꾀를
낸 그는 다른 미국 학생에게 다가가서 "Hello, What's the
good word?"라고 물었지만, 대답을 듣고 더 당황했다. 대답이 ”Oh, not much."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고교 영어교과서에 나오는 격식화된 영어 표현에
익숙해 있다. 가령, How are you?라고 물으면 예외없이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묻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표현이 쓰인다. How are
you? 외에도 How's it going?이나 How are you doing?,
How's everything? 그리고 위에 든 What's the good
word? 그리고 친한 사이에서 격의없이 쓰는 What's up?까지 친소 관계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대답도
천편일률로 Fine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Good, All right.,
Okay, Not bad 등 다양하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틀에 박힌 교과서적인 표현을 뛰어넘어 우리가 만나는 상대방의 지위와 신분, 그리고 상황에 알맞는 영어 표현을 구사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항상 똑같은 표현(문체)을 사용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은가? 신분과 계층, 친분관계 등에 따라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른 표현이 사용된다. 언어학자 마틴 주스(Martin Joos)가
예시하는 사례를 보자. “지금 곧 이층으로 올라가 주세요”를 영어로 한다면, 가장 딱딱한 표현은 Visitors should
make their ways at once to the upper floor by way of
the staircase.일 것이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Time you
all went upstairs at once. 그리고 가장 친근한 관계라면
Up you go, chap!이 알맞는 표현이 될 것이다. 차를 권할
때, Would you like some coffee?라고 예의를 차려 공손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으나, 친한 사이라면 How about
some coffee? 또는 Some coffee?라고 달리 말하는 게 좋은 예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 여하에 따라
그때 그때 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로서는 문법과 교과서
영어를 기초로 하되, 실생활에서 쓰이는 살아있는 영어 표현을 배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박영배·국민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