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거부가 민심이라는 '질 나쁜'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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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잉크' 운운할 자격도 없는 용산 대통령실
양보한 것도 거의 없으면서 이태원특별법이 협치?
수사 지켜봐?…한도 끝도 없이 수사만 하려는가?
기소권도 없는 공수처…친윤 검찰 손아귀에 있어
이미 검찰·법무부 중립성 잃어…특검 반드시 해야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반드시 수사 받아야
해병대 예비역 "거부하면 정권 퇴진 선봉에 설 것"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4.5.1. 연합뉴스

우리 모두는 기억한다, 지난 여름을. 그래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그리고 드디어 한 발짝 다가섰다. 그러나 권력은 또다시 무자비하다. 대통령실이 재차 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던 젊은 장병이 안타깝게 순직한 지 10개월이 다 돼가지만, 사건의 진상 규명은커녕 권력의 수사 외압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한 군인만이 군에 남아 재판을 받고 있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지휘관은 진상 규명을 위해 보도했던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 압박까지 하고 있다.

정식 명칭 '순직 해병 사망 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국회는 전날(2일) 본회의에 상정된 채 해병 특검법을 재석 의원 168명 중 168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등 야당이 주도해 처리했으며, 김웅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 처리에 항의하며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국민들의 민의에 따른 특검법 처리였다.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특검법 21대 국회 내 처리 찬성이 67%, 반대는 19% 불과했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총선 과정에서도 이미 민의는 확인됐다.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인 전직 국방부 장관 이종섭(64) 씨의 호주 대사 임명에 국민들이 분노했고, 당황한 여당과 대통령실 이 씨를 다시 국내로 불러들인 이유도 민심 때문이었다. 이 분노는 정권심판 표심으로 드러났고, 대통령은 총선 참패 뒤 처음 낸 입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쇄신하겠다던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법안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거부권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전날 특검법 통과 뒤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며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임에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는 것은 진상 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영수회담에 이은 이태원특별법 여야 합의 처리로 여야 협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폭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위협했다.

또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현재 공수처와 경찰에서 철저한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이 우리 법률에서 정한 특검 도입의 취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서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다. 지금까지 13차례의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루어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발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4.5.2. 연합뉴스

홍철호 정무수석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이 절차가 끝나는 것을 기다려 봐야지 합법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부족하다고 판단되거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면 민간위원회 구성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특검을 한다든지 입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때 가서 그건 볼 노릇"이라며 "결국 대통령께서 이걸 받아들이시느냐의 여부는 어쩌면 이걸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까지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마치 선심쓰듯 말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는 대통령실이 아니라 유가족이 한 것이다. 지난 29일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지난 1월 거부권을 행사할 당시와 똑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그래서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특별조사위원회의 직권조사 권한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을 모두 삭제했다. 유가족이 눈물을 머금고 양보해준 것이지 대통령실과 여당이 실질적으로 내준 게 무엇인지 의문이다. 대통령실이 협치 성과인 양 떠드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 실장은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라는 표현을 쓰며 민주당이 폭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애초에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협치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영수회담 당시 이 대표가 요구한 채 해병 특검법에 단 한 마디도 없었던 게 대통령과 대통령실이다. 그런데 절차에 따라 법이 통과되자 이제 와서 '나쁜 정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채 해병 특검법을 애초에 추진하게 된 이유는 공수처 수사의 한계 때문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공소 제기 권한을 이렇게 제한하고 있다.

제3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와 독립성) ①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관하여 다음 각 호에 필요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수사처”라 한다)를 둔다.

1.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수사

2. 제2조 제1호 다목(대법원장 및 대법관), 카목(검찰총장), 파목(판사 및 검사), 하목(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범죄의 공소제기와 그 유지 (후략)

이 사건은 대통령실 관계자와 군인, 공무원 등이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외엔 수사를 할 수 있지만, 기소는 할 수 없다. 기소 여부는 윤 대통령의 영향 아래에 있는 검찰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이종섭 씨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며 이미 중립성을 잃었다. 게다가 대통령은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통제하는 민정수석 신설까지 추진하고 있다. 공수처에 맡기면 이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아울러 대통령은 공수처의 힘을 빼왔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일어났지만, 공수처는 지난 1월에야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를 압수수색했다. 관련 문서를 파기하고 증거를 인멸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수사는 매우 더뎠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지명을 미루면서 수사가 제대로 추진되지도 않았다. 수장 없는 수사기관이 권력 최정점을 수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지명한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는 국민의힘 추천을 받은 인물로 보수 성향으로 평가 받는다. 판사 출신으로 수사와 거리가 멀다.

이러한 배경에서 채 해병 특검법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수사의 중립성, 신속한 추진 등을 위해서라도 특검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공수처 수사를 기다리자는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이 지켜보라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신속한 수사를 바라는 유가족과 해병대 예비역들, 국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것이다. 정 실장은 수사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도입하는 게 특검법 취지라고 했지만, 특검의 사전상 정의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에게 수사권을 맡기는 제도'다. 채 해병 사건을 특검으로 추진 해야하는 이유와 일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정 실장은 13차례 특검에서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강변했지만, 대통령의 사당이 된 여당과 합의라는 게 애초 가능한지가 우선 의문이다. 또한 채 해병 특검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이었다. 국회법에 의해 당연히 처리하는 게 수순이었다. 이처럼 합의가 전혀 되지 않은 극단적 상황에서도 필수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것이 패스트트랙이다. 지난해 10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채 해병 특검법은 6개월의 숙려 기간을 거쳤다. 숙려 기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거부권부터 들먹이는 건 국민을 호도하는 '질 나쁜 정치'에 불과하다.

오히려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더 문제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해 가족 수사를 처음으로 막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치명적인 오점이다. 더군다나 '검찰 독재'라는 말까지 듣는 대통령이 거부권까지 남발하는 것은 심각한 입법권 침해다. 윤 대통령은 9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대통령 최다 기록을 매번 갱신하는 중이다. 심지어 의사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자, 자신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을 재추진하는 코미디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거부권이 얼마나 숙고없이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 실장 발언처럼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거부권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반성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시사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대통령은 지난 영수회담에서도 거부권을 남발하지 말라는 이재명 대표의 요구에 아무 답변을 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거센 민심의 태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병대예비역 연대는 지난 2일 "국민의힘에,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여당이 국회 표결을 거부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우리는 정권 퇴진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했다.

거부권에 대한 거부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일동은 이날도 해병대원 특검법 즉각 수용 촉구 결의문을 내고 "사태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대통령 거부권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특검법의 내용은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 등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특검 수사로 밝히는 내용"이라며 "윤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이 연루된 의혹 사건은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되어서는 더이상 안 된다. 국민의 저항만 더욱 커질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떳떳하면 사정기관을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한다면 본인이 수사 외압의 범인임을 자처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예비역연대 에비역들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채 해병 특검법에 국민의힘 참여 촉구와 대통령 즉각 수용을 촉구했다. 2024.5.2. 이호 작가

한편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26~27일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3.8%, 부정 평가는 74.2%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긍정 평가와 가장 높은 부정 평가로 집계됐다. 보수 성향이 강한 NBS의 국정운영 평가 역시 지난주 38%에서 11%포인트로 급락한 뒤, 이번주에도 그대로 추세를 유지해 긍정 27% 부정 64%로 나타났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실상 심리적 탄핵 상태에 가깝다.

출처 : 채상병 특검법 거부가 민심이라는 '질 나쁜' 대통령실 < 정치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띠아모]

거부권 만 날리면 돼~~

"떳떳하면 사정기관을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네~~ 그렇죠.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기 어렵죠.
대장부가 ..아니 대통령님 .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3.8%, 부정 평가는 74.2%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긍정 평가와 가장 높은 부정 평가로 집계됐다.

헌법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