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하는 스타 얼마나 있나? [배국남칼럼]
1999년 200만원, 2002년 11월 625만원, 2002년 12월 700만원, 2003년 11월 1,000만원, 2004년 7월 1,500만원, 2004년 11월 2,000만원....
이 금액의 숫자는 무엇일까. 바로 최진실, 전도연, 김혜수, 김희선, 이영애, 고현정를 비롯한 스타 연기자들에 의해 긴박하게 깨어지고 있는 드라마 회당 최고 출연료 액수다. 불과 5년만에 드라마 최고 출연료가 1,000%가 인상됐으니 어느 분야에서도 볼 수 없는 증가율이다. 일반 직장인의 월급이 해마다 아무리 많이 인상이 돼도 10%미만인 점을 본다면 연예인의 출연료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그 한계를 아무도 모르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방송과 영화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인상률이다.
스타는 공장에서 상품 제조하듯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없는 희소한 자원이고 스타를 수요로 하는 매체나 기업이 증가할수록 몸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스타 시스템의 주체로 떠오른 연예 기획사들이 스타의 장기적인 상품성 관리보다는 스타를 볼모로 몸값 올리기에 혈안이 된 근시안적인 스타 관리 관행도 스타의 몸값을 부풀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고 방송사들이 기를 쓰고 스타를 기용하는 것일까. 스타는 비스타를 기용했을 때보다 드라마나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의 질에 상관없이 맹목적으로 드라마나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팬들이 일정정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 연구소 보고서 ‘스타파워 분석’에 따르면 한 스타의 출연으로 11%의 관객 동원효과가 있다. 이는 미국의 한 스타가 동원하는 관객 15%에는 떨어지는 수치이다. 드라마 역시 스타 출연으로 인해 상당한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일단 스타가 출연하면 홍보나 마케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도 방송사들이 엄청난 출연료를 감수하고도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시청률면에서 망하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다. 성공하는 경우보다 실패한 경우도 많다. 시청률 불패신화를 기록했던 김희선도 ‘요조숙녀’에서 실패했으며 ‘영웅시대’에서 차인표도 그가 출연한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 30~50%에 훨씬 못미치는 17%대를 기록했다. 다른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스타는 모든 작품의 흥행을 보장하는 흥행보증수표가 아니라 ‘문제있는 필수품’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점에서 스타들이 몸값을 제대로 하는가에 의문이 든다.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도 불성실한 연기로 드라마의 질을 떨어트리는 스타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수의 다른 연예인의 출연료의 희생을 발판삼아 높은 출연료를 받는 스타들중 대본연습에서부터 연기연습, 그리고 촬영시간 엄수 등 연기자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덕목까지 무시하는 스타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드라마에서 소화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내는 많은 스타를 보면서 과연 막대한 출연료를 받을 자격이 있나 의구심이 든다.
드라마는 스타의 기용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드라마의 탄탄한 대본과 연출자의 연출력 그리고 출연 연기자의 연기조화이다. 스타의 기용은 그 다음이다. 최근 인기가 높았던 ‘두번째 프로포즈’는 스타 없이도 이 세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성공하는 경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제발 스타들이여, 받은 만큼 몸값을 해라.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천정부지로 수직상승하는 그대들의 몸값은 그대들의 부실한 연기로 드라마가 실패하면 브레이크 없는 추락의 방향으로 질주하는 역현상이 일어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