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안방을 찾아오던 납량특집 대명사 `구미호` . 20년 가까이 끈끈한 생 명력을 이어오다 99년 막을 내린 KBS `전설의 고향` 에도 가장 많이 등장한 소 재는 바로 구미호였다.
그러나 이제 그 납량 공포물이 공상과학 판타지로 탈바 꿈해 안방을 다시 찾아온다.
KBS 2TV가 오는 19일부터 매주 월ㆍ화요일 밤 9시 50분에 선보일 `구미호외전` 이 바로 그것.
하지만 이제 `전설의 고향` 에 가졌던 추억은 조금 버려야 할 것같다.
16부작 미니시리즈 `구미호외전` 은 `외전(外傳)` 이란 낯선 글자가 의미하듯 그간 접 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구미호 이야기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재탄생시켰다 .
연출을 맡은 김형일 PD는 "구미호외전의 구미호는 전설의 고향에 등장한 구미 호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라고 잘라 말한다.
그가 그토록 색다른 구미호를 만 들고자 한 이유는 단 하나다.
그 동안 구미호는 솔직히 `지겨웠다` 는 것. 김 PD는 "서양에서 뱀파이어가 수많은 작품으로 재해석된 반면 한국의 대표적 캐 릭터 구미호는 항상 똑같은 스토리와 형태로 답습돼 왔다" 고 지적한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는 현대판 `구미호족` 을 전면에 내세운다.
인간 속에 섞여 살지만 인간과는 전혀 다른 존재 구미호족.
그들은 생자(生者)든 망자(亡者)든 사람의 간을 먹어야만 생존하며 인간과 거의 흡사한 외모에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녔으나 오직 수적으로만 열세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종족의 안전을 위한 규칙이 있다.
구미호족을 통제하는 원로 회가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먹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생사람의 간을 탐하는 구미호들로 인해 종족의 실체가 드러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계산이다.
하지만 그러한 제약 아래 노선을 이탈하는 자는 엄연히 존재하는 법. `맛 없는` 죽은 간보다 `싱싱한` 생간을 원하는 구미호가 속세에 암약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무규범 구미호들을 처단하는 `헌터` 를 중심 축으로 설정한다 .
낮에는 자연사 박물관 큐레이터, 밤에는 헌터의 임무를 수행하는 구미호 여 전사 시연(김태희)은 생간을 먹는 범법 구미호들만 찾아 응징한다.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인간 민우(조현재)는 형사 신분으로 시연과 위험한 사랑에 빠지고 구미호족 최고의 헌터 무영(전진)이 그러한 시연의 가슴앓이를 눈치챈다.
`구미호외전` 은 납량물 이미지를 벗고 본격 SF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만큼 판타지적인 감각의 공간과 캐릭터 창조에 무엇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 다.
2000평 규모의 특수 촬영 세트, 현란한 액션을 집요하게 포착하는 카메라 앵글 등이 퓨전 드라마 성격을 물씬 풍겨낸다.
특히 디지털 캐릭터의 활용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가령 구 미호 전사가 달리는 전차 위로 뛰어드는 장면은 스턴트맨 대역만으론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
따라서 제작진은 섬세한 디지털 캐릭터 작업을 거쳐 매끄러운 영상을 만들어냈다.
<서진우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