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장,+
찰리박과 허윤지의 결혼식은 전통혼례로 치러진다.
찰리박은 외국인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다.
자신의 결혼을 위해 일부러 날아와 주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나라 전통혼례를 보여주고 신부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전통혼례를 올린다.
물론 윤지와의 상의를 해서 결정한 일이다.
윤지 또한 전통혼례를 치른다는 것에 대해서 흔쾌하게 찬성했다.
찰리박은 윤지의 혼례복을 정성을 다해서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자신과 신부가 입을 전통혼례복을 제작하기 위해 두 달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
마치 궁중의 왕과 왕비가 혼례식을 올리면서 입던 혼례복을 제작하며 온 정성을 기울인다.
화려하고 대단한 혼례복이다.
한복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과 화려한 색상과 현대미의 아름다움을 조화시켜 심혈을 기울이면서 제작을 한 것이다.
결혼식에 참석한 외국인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내 노라 하는 유명 인사들과 인기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 성황을 이룬다.
결혼식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다.
일반인들조차 허은서의 어머니 결혼식이라는 이색적인 결혼식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으나 입장이 통제가 된다.
찰리박과 윤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일반 웨딩드레스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장엄함과 화려함과 웅장함이 깃들어 있다.
결혼식이 시작되자 신랑이 탄 가마인 ‘교자’를 4명의 남자들이 들고 들어오면서 "신랑 납시오!"라고 외친다.
뒤이어서 신부가 탄 가마도 들어왔고, 역시 "신부 납시오!"라고 남자들이 힘차게 외친다.
한복을 입고 갓을 쓴 남자 혼례상 옆에 서서 차례를 알려주고 설명도 해준다.
혼례식은 순서에 따라 신랑과 신부가 손을 씻고, 맞절을 하고, 표주박에 술을 따라 나눠 마시는 순으로 진행이 된다.
혼례식의 순서는 제일 첫 번째로 전안 례이다.
혼인식의 첫 번째 순서로 신랑이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나무 기러기를 드리는 의식이다.
기러기는 사랑의 약속, 부부의 예, 훌륭한 삶 등 3가지 덕목을 상징한다.
두 번째로는 관세우 신랑과 신부가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는 의미로 예식 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 의식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교배례 신랑과 신부가 백년해로를 하기로 서약하면서 맞절을 한다.
또한 네 번째로 합근례 신랑과 신부가 천생배필의 인연임을 확인하고, 하나의 표주박에 술을 따라 나누어 마시는 의례이다.
신랑과 신부가 부부로서의 인연을 맺었다는 것을 의미하여 근배 례라고도 한다.
결혼식에는 찰리박의 모든 형제들이 참석을 한다.
이제 찰리박은 형제들과도 서로 내왕을 하며 살겠다는 마음이다.
자신은 고아로 외톨이가 아님을 보여주려는 마음이다.
형들과 형수님들과 누이동생들 부부와 조카들이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찰리박의 형제임을 드러내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모든 장면들이 매스컴에 보도가 된다.
송옥주여사는 그런 모든 것들을 며느리인 이자영과 함께 보면서 눈물을 훔친다.
죽은 작은 아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자신의 며느리여야만 했던 윤지의 모습에서 자꾸만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
또한 간간히 크게 크로즈업 되어 비쳐지는 은서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한다.
자신의 손녀딸이다.
할머니라고 손녀딸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자꾸만 눈물짓게 만든다.
예식은 한 시간여의 시간이 걸린다.
예식이 끝나고 나서 바로 피로연이다.
피로연 역시 한국적인 음식으로 하객들을 즐겁게 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과 신부는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바쁘다.
고운 드레스로 갈아입은 윤지의 모습에서 오십대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윤지는 한층 젊어 보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그들은 식장을 떠난다.
은서와 함께 신혼여행지인 구라파를 향해서 날아오른다.
은서 역시 모든 스텝들과 촬영을 하기 위해서 가는 길이지만 이렇게 엄마 아빠와 함께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제는 마음 놓고 부를 수 있는 아빠가 있기에 행복하다.
엄마를 보호해줄 사람이 있기에 마음이 든든하다.
그들은 같은 비행기에 탑승을 한다.
“엄마, 아빠!
오늘 정말 너무 우아하고 멋졌어요.
아마 오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은서의 말에 두 사람은 환하게 웃는다.
“우리 은서가 그렇게 말을 해 주니 정말 행복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은서가 칭찬을 해 주는 것 이상 행복한 일은 없거든!“
찰리박이 대답을 한다.
“아빠!
제게 너무 많은 가족들이 생겨서 얼마나 행복한지 아세요?
큰 아빠들에 고모들 그리고 사촌들이 생기니까 저절로 힘이 솟아요.“
“그래?
정말 그 일들이 은서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나야 더 바랄 것이 없지.”
“그럼요!
이제는 혼자가 아니어도 되고 많은 가족들이 있으니 갈 곳도 생기고 저희 집에도 찾아오시는 가족들이 있으니 너무나 행복한 일이지요.“
“그래!
정말 고맙다.
그동안 나도 너무 가족들을 멀리하고 살아왔다.
이제는 우리 자주 시간을 가지고 함께 만나서 정을 쌓아가야 하겠다.“
”네!
반드시 그렇게 하고 살아요.
혼자라는 외로움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인지 몰라요.“
“은서가 그동안 많은 외로움을 겪었구나?
이제는 아빠도 은서가 외롭지 않게 많은 신경을 써야겠다.”
“호호호..........
제게 신경을 쓰지 마시고 두 분이서 정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도 없답니다.“
그들은 소리를 내어 웃는다.
은서가 촬영을 하는 동안 찰리박과 윤지는 은서의 촬영장소를 찾기도 하고 둘 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하면서 여행을 즐긴다.
“찰리!
우리 정말 결혼한 것이 맞아요?“
윤지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있었다.
“꿈이라도 꾼 것 같소?”
“네!
아주 좋은 꿈을 꾼 것만 같아요.
정말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좋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오.
당신 허윤지는 내가 사랑하는 오직 단 한 사람이오.“
”고마워요!
보잘 것 없는 나를 당신이 선택을 해 주어서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당신은 절대로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아니요.
당신은 태어나면서 행복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도록 운명이 정해진 것이오.
윤지!
내 아내가 되어 주어서 고맙고 은서 같은 멋지고 귀한 딸을 주어서 고맙소.“
그들의 달콤한 사랑의 언어는 끝이 없다.
그들은 은서의 스케줄에 따라서 함께 머문다.
은서가 촬영으로 바쁜 시간에는 두 사람만의 밀월여행을 다니고 은서의 시간이 허락이 되는 시간에는 세 사람이 함께 여행을 즐긴다.
촬영이 오래 끄는 것도 아니다.
보름 정도의 시간으로 은서의 촬영은 모두 끝이 난다.
그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여행을 하고 나서 한 달 뒤에 귀국한다.
공항에는 또 다시 취재진들이 북적인다.
그들의 귀국을 알고 있는 취재진들이 그들을 맞이하며 취재경쟁에 열을 올리며 사진을 찍으며 허은서와 허윤지의 모습을 담는다.
두 모녀의 모습은 다시 매스컴을 장식한다.
행복에 빠져 있는 모녀의 모습이다.
윤지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이제는 남편과 딸을 위해서 두 손을 걷어 부치고 살림을 해 나간다.
이젠 음식을 하는데 익숙해진 윤지의 모습이다.
전처럼 나태하거나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모습이 아니라 남편과 딸을 위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서슴없이 해 내곤 한다.
기흥 집에서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이층은 은서를 위한 공간이다.
은서의 침실과 휴식 실 그리고 영화나 음악을 듣는 룸이 있고 넓은 발코니가 있어 언제든지 밖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차를 마시곤 한다.
세 사람은 시간이 나기만 하면 늘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은서의 촬영이 없을 때면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늘 집에서 보내곤 한다.
넓은 정원에서 세 사람만을 위한 가든파티를 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은서야!
이제는 일을 조금 줄이고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어?“
찰리박이 은서의 결혼을 걱정한다.
“아빠!
아직은 결혼할 마음이 없습니다.
이렇게 아빠하고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누가 늙은 너를 사랑한대?“
윤지가 웃음 끼 어린 얼굴로 딸을 놀린다.
윤지는 자신의 행복에 도취가 되어 은서의 친가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은서의 입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묻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은서는 당분간 촬영이 없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길이다.
최재용은 이제 은서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인기를 위해서라도 많은 출연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신중하게 작품을 고른다.
“은서씨!
당분간 쉬시면서 건강을 챙기세요.“
”네!
안 그래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젠 조금 쉬고 싶어요.“
”내일 저녁에 스케줄 하나만 만들게요.“
최재용은 슬며시 은서의 눈치를 본다.
“어떤 일인데요?”
“출연교섭은 아니고요 그동안 우리가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신데 내일 저녁식사를 초대를 하셨어요.”
“그래요?
누구신지 묻고 싶네요.“
”만나 보시면 아시게 됩니다.
시간을 허락하시죠?“
”매니저님이 정하시는 시간인데 제가 허락하고 말고가 있나요?
몇 시에 어디로 나가면 되죠?“
”오후 다섯 시쯤에 차를 보내겠습니다.
준비하시고 기다리고 계시면 됩니다.“
“네!
그렇게 하죠.“
은서는 흔쾌하게 수락을 한다.
최재용이 은서의 성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성격이다.
어떤 일이든 망설임이 없다.
그 정도로 자신을 믿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일을 하든 흔쾌하게 수락을 하고 망설임이 없다는 것이 최재용으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최재용은 이미 조영균을 만나 본 뒤였다.
허은서의 큰아버지 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성품과 인격이 마음에 든 최재용은 은서를 위해서 모든 것을 뒷받침 해 주시겠다는 말에 호감을 느낀다.
또한 은서를 만날 수 있게 해 달라는 그의 부탁대로 촬영스케줄이 없는 날을 택한다.
미리 은서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쁜 일이 아니고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약속을 했다.
은서는 늦게까지 잠을 잔다.
참으로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늦은 아침잠을 즐긴다.
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깼구나?
배고프지?”
윤지는 반색을 하며 주방으로 들어선다.
딸을 위한 식탁을 차리기 위해서다.
“엄마!
그냥 간단하게 주세요.
저녁 초대를 받아서 이따가 나가야 합니다.“
”집에서 쉬는 것이 아니고 나가?“
”네!
저녁만 먹고 들어올 겁니다.“
“그래도 제대로 먹어야지.
벌써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
은서는 고운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엄마는 이제 예전 모습이 하나도 없다.
가족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열중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은서를 행복하게 해 준다.
“엄마!
너무 아름다워!“
“뭐가?”
“지금 엄마의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호호호.........
고맙다.
나 혼자만 행복해서 어쩌나 하고 조심을 하려고 해도 얼굴에 나타나지?“
”후후후........
우리 엄마 얼굴에 깨소금이 잔뜩 묻었는데 모르겠어요?“
은서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엄마를 놀린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