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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8월 1일 목요일.....덥다..
드디어 11개월의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지난주에 학교 마치고, BT 일도 마치고 이젠 정말 돌아간다...
누군가가 도둑질빼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해 보라고 해서
여기와서 별일을 다 겪어봤다..나름대로 배운것도 많고, 결국
어느나라 사람이나 사는 모습들은 서로들 비슷하다는 점도 새삼 느끼고..
영어?
음..1년 가지고는 택도 없는것 같다..하긴 한 나라의 말을 배우는데,
그 언어속에는 그만의 역사와 문화와 다양한 배경들이 조화되어
창조된 피조물인데, 짧은 시간안에 소화하기란 불가능 처럼 보인다..
굳이 위안을 삼자면, 여기서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가면서 열심히 지내려고
했다는것에 위안을 삼아야겠다..
브라이튼 학교나 집 값이 몇달 사이에 많이 올랐다..
내가 다녔던 Mayfield도 주당 5파운드 정도 더 올랐고,
Brighton School of English 같은경우도 4-5파운드 더 올랐다..
집값은 항상 꾸준히 오름세이다..
아무것도 포함안된 Studio Flat같은 경우, 좀 싸게 나온것이
한달에 550파운드에서 600파운드 정도 한다..물론 전기세 수도세 물세
전부 포함 안 되고...
오히려 호스트패밀리 하고 사는게 돈버는 지름길인듯 싶다..
요즘은 여름철이라서 주말이면 브라이튼 도시 전체가 사람들로 꽉찬다.
관광객들도 그렇고, 해가 나오면 기다렸다는듯 훌러덩 옷벗고
선텐하는 사람들과, 지금 한참 거의 모든 가게들이 세일 기간이라서
쇼핑객들까지 합쳐져서 온통 북적북적 거린다..
ㅋㅋ 하긴 나도 2파운드짜리 반팔 티셔츠 하나 사긴 했지만..
원래 여름 시즌에는 유럽의 다른 나라 학생들이 많아진다..
울 학교만 해도 2주 사이에 이탈리아랑 스페인, 터키 사람들까지
짧은 기간으로 어학코스를 선택해서 학교도 북적북적 거린다.
똘랑 2주나 3주 정도 홀리데이를 영국에서 지내는것인데,
학교끝나면 다들 여기저기 놀러다니느라 정신없어 보인다..
한국과는 다른 휴가 개념이라서, 이런점은 정말 부럽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몇개의 회사가 휴가를 어학연수 가라고 돈을 주겠는가..
음....
며칠전에 집에 전화했다..
간만에 아버지께서 심각한 이야기를 하셨다..
"훈..너 영국에서 살 수 있을거 같으면, 그냥 거기서 몇년 사는건 어떠냐?
한국와서 어렵게 직장구해서 지내는거 보다는, 경험도 쌓고
영어도 더 공부하면서 지내보지 그러냐..."
갑자기 혼란 스러웠다..
물론 여기서 지내라고 하면, 이제쯤이면 잘 지낼 수 있을거 같다..
월급 잘 나오고, 일도 편하고, 사람들도 괜찮은 BT일을 계속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사람들 말마따나.."What's the point?"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른건데...영국에서 청소반장 노릇하면서 지내는거
보다는 내가 하고 싶고, 힘들지만 보람도 느끼는 그런일 하면서 한국에서
지내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거 같은데....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하긴 아버지 입장도 이해간다..
여기 온뒤로 학교 더 등록할때 빼고는 알바하는 돈이 있어서 집에서
송금 받을일이 없었고,그래서 집에서도 그나마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었겠지...
음.....다시 한번 숙고를 해봐야겠다...
우리집 뒷뜰에 있던 다람쥐 녀석들이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식구가 다섯으로 늘더니만, 큰 나무로 이사갔나부다..
나쁜녀석...간다는 인사도 없이 가다니...그간 땅콩과 과자를
던져주면서 듬뿍 주었던 정이 있는데...암튼 잘 살겠지....
맥도날드에서 어린이 세트 시키면, 스머프 미니어처 인형을 준다길래
아는 후배 꼬드겨서 하나 사달랬다..^^염치 불구하고 어린이 세트를
주문하고 뚜껑을 여는 순간 반가운 투덜이 스머프와 유일한 스머프 마을의
강아지 퍼피가 나를 반겼다..얼마나 반갑던지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했다..
스머프 이야기를 더 해볼까?
스머프 마을에는 101명의 스머프들이 살고 있다..처음 스머프의 캐릭터가
만들어진곳은 벨기에 이다..영국에서 바로 옆동네인데, 1950년대에 처음 만들어져서 몇번의 수정을 거쳐, 미국의 방송사에 수출을 했고,
결국 전세계에 퍼지게 되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스머프를 좋아한다.. 전에 어떤 선배는 스머프들의 캐릭터들이 너무 일반화 되어서 싫다고 했지만, 난 그래도 좋다..
특히나 똘똘이 스머프..
항상 머머 한척하고, 나름대로 이성적이지만, 이론적인것만을 많이해서 거의 막판에는 항상 튼튼이 스머프가
바로 뻥 차서 마을 입구까지 날아간다..
그런데..
그의 나름대로의 이성적이고, 튀는 행동이 결국 나쁜 것일까?
파파 스머프의 비서격인 행동들이지만, 스머프 마을에서의 한 캐릭터로서
자리매김한 그의 처세술은 과연 비난의 대상이기만 한것일까?
다른 캐릭터들의 스머프들도 나름대로의 독특함이 있고,
서로다 인정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그런 마을에서 결코 똘똘이 스머프의
말과 행동은 나쁘기만 한것은 아닌거 같은데..
암튼 이상하게 자꾸 내 눈을 끌어당기는 캐릭터이다..
나중에 www.smurf.com에 들어가면 영문판 스머프의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 목록 정리하고,
한꺼번에 좌악..쇼핑을 했다..무려 90파운드가 들어간 쇼핑목록을
다 채우고나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결국 한국올때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시던 우리 엄마는
전화할때 안여쭤봤으면 서운하셨을것처럼 받아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도
목록을 부르셨다...내참...
그래도 사고나니 맘이 편하다...
후한이 없을거 같기에...^^
다음주 금요일 8월 9일이면 이나라를 뜬다..
일본에서 하루를 자야되는데, 호텔도 예약하지 않았고, 일본 비자도
8월 23일까지 라서 동경 시내로 나가보려고 한다..
그런데 나리타 공항에서 동경 시내까지 들어가는 지하철 값이
자그마치 5만원 이라고 한다...일본 친구말에 의하면..
음.....그 5만원 그냥 아끼고 한국가서 떡볶이에 영화 한편보고,
거뜬하게 냉면 먹고나서 차한잔해도 남을거 같은데...
에혀....걱정은 하지말자....고민만 해야쥐....
삶을 사랑한다....다른것도 아닌 내 삶을 사랑한다..
그리고 여기서 있는동안 알게모르게 배운 모든것들이
결국 나의 자양분이 될거라 믿으며, 다음주에 히드로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싶다....그리고 내가 비워두었던
나의 자리로 돌아가고싶다.....
아뒤오스 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