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왕국을 만드는 벌레
(그들 만의 천년왕국을 만들지 못하게 해야 매실을 수확할 수가 있다)
오래 전 부터 매실나무 50여 주를 관리하고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는다고 농약을 전혀 치지 않았더니 매실을 수확 할 때가 다가오면 매실이 쪼그라들어 다 떨어져 버리길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원인을 몰라 몇 년 동안 수확 한 톨 못하다가 최근에 그게 바로 " 씨살이 좀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놈은 꼭 매실 꽃이 피었다가 지고 열매가 콩알만 해질 때쯤이면 열매에 달라붙어 꽁지의 침으로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데, 이 알이 매실 속에서 부화하여 애벌레가 되면, 씨 속에서 새들이나 다른 천적들로 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매실의 진액을 빨아 먹으며 자라다가, 매실이 익을 때쯤이면 성충이 되어 밖으로 날아 나오는데, 그때가 되면 하루아침에 전 매실 밭의 매실 열매가 쪼그랑 양재기처럼 오그라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 놈을 퇴치하려면 4월 초부터 말까지 아예 매실에 달려들지 못하도록 일주일에 두어 번씩 살충제를 치는 길 뿐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놈들이 정말 머리가 비상한 놈이라는 생각을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잠시 한 눈 팔다 농약 치는 시기를 잘못 맞추면 새끼들을 씨방 속에 심은 뒤 인지라 그 독한 농약도 무용지물이 되니 그 놈들의 존재 방식이 가히 신의 경지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 유행을 하는 통에 사이비 종교의 실체까지 드러나게 되자 나는 문득 이 좀벌이 떠올랐는데, 미물이나 인간이나 그 어떤 천적도 범접을 못하는 곳에다 그들만의 천년 왕국을 만들고 있는 것은 하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4월이 오자마자 아예 살충제를 집중적으로 서너 번 살포했지만 매실 씨앗 속에서 그들의 왕국이 자라고 있는 지를 확인해 볼 길이 없으니 겉이 싱싱한 매실을 보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꼰대" 같은 소리
-진심이 담겨야 통 한다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라고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을 보고 “어떻게 이런 기본적인 단어를 모를 수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과 “‘진심 어린 사과‘나 ’깊은 사과’ 등 쉬운 말을 두고 왜 굳이 ‘심심한 사과’라는 말을 써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면서 청소년의 문해력(文解力)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글이 대구수필가협회 카페에 올라 왔다. 나는 그 분의 마음에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 단어의 뜻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한다고 믿으시면 아니 됩니다.^^
진정어린 사과를 하는 기성인들을 본적이 없다는 뜻으로 "심심"이라는 뜻을 알면서도 말과 행동이 다른 기성인들이 쓰는 언어를 비틀어서 사회를 냉소하고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단어라도 스마트 폰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세상에 단어의 뜻을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청년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소리가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꼰대" 같은 소리입니다. 청년들을 힐난 하지만 말고 그들에게 진정으로 꿈과 용기를 심어 주는 글들을 써야 존경 받는 어른이 됩니다. 이런 식의 반대의견 표현도 “꼰대” 같은 표현인데 듣기 싫을 것입니다. 청년들도 똑 같은 사람입니다. ^^』
35년 쯤 전에 울산에서의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세운 100만평이 넘는 거대 공장에 견학을 갔다. 공장을 구경하려면 차를 타고 다녀야 했는데 후미진 산속에 텅 빈 돈사장이 있었다. 회사 직원에게 저게 뭔가 하고 물었더니 2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일을 하니 그들이 식사하고 남기는 “잔밥”량이 어마하더란다. 버리기 아까워서 돈사장을 짓고 돼지를 키우고 다시 그 돼지를 잡아서 직원들 급식에 충당을 했더란다. 말 그대로 철저한 절약정신, 재활용 정신을 발휘한 것이란다. 그런데 왜 지금은 돼지를 키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을 해 주었다.
어느 날 박정희 대통령이 공장 시찰을 왔는데 돼지 키우는 것을 보고 꼭 필자처럼 궁금하여 수행하던 회장님께 물었단다. 설명을 들은 대통령께서 칭찬은 않고 다음과 같이 되물었단다.
“그러면 돼지 키우는 농부들은 뭘 먹고 사느냐?”
장자의 도(道)가 아니라는 소리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기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 재벌은 재벌이 가야 할 길이 있고 대통령은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이 있고 필부는 필부가 가야할 길이 있다. IMF 이후로 타락한 자본주의 정신인 “무조건적인 자유 시장경제원리”가 자유주의의 참 정신인양 물밀 듯이 밀려들어와서 거대자본이 “골목 빵집” 까지 독식해 버렸다. 자영업을 하는 서민들이 먹고 살 길이 없어졌다. 아빠 찬스 엄마찬스가 없는 세칭 "내신 1등급, 수능 1등급에 들지 못한" 청년들은 직업다운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고 어디다 납품처를 뚫으려 해도 인맥이 없으니 납품 할 길을 만들기도 어렵다. 아파트도 10억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평생을 벌어도 살림집 하나 살수가 없다. 결혼도 못하고 어찌 결혼 했다하더라도 자식도 낳지 않는다. 인구절감 세계 최1위국이 되었다. 경제 성장기에는 대기업이 재벌화 되는 일은 돼지 키우는 일보다 쉬웠다. 그렇게 수직계열화 시켜서 건설회사도 차리고 백화점도 차리고 금융회사도 차리고 해서 자기 식구들끼리 만의 천년왕국을 만들어 갔다. 교회도 학교도 언론사도 그렇게 흘러갔다. 경영에 탁월한 재주가 있어서 사장이 되었다고 하면 믿을 일인가? 대량으로 구매해주는 확실한 매출처만 있다면 기업하기는 땅 집고 헤엄치기가 아닌가?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꿈과 희망을 잃은 청년들에게 “꼰대” 같은 소리 그만하고 그들의 가슴에 와 닿는 꿈을 심어 줘야 나라에 미래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님 생전에 "초소형 승용차"를 타고 어딜 가시는 모습을 본 사진기자가 잽싸게 그걸 찍어서 자동차 광고에 사용한 것을 보았다.(천주교 재단의 항의를 받아 즉시 시정함).한발만 움직여도 파파라치들이 줄줄 따라다니는 고위층 부인들부터 서민들이 만든 구두, 핸드백, 의상, 액세서리를 사용하고 떡볶이도 드신다면 청년들이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없는 사람끼리 뭉쳐서 없는 사람들이 만든 것을 좀 더 팔아 줘라!”
“기성의 것 보다는 젊은이들 것을 좀 더 팔아 줘라!”
서툴지만 청년들을 믿고 그들이 이 땅에서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꽃피워 나가도록 길을 열어 주는 일 그게 바로 먼저 이 땅을 살아낸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꼰데” 같은 소리를 한번 해 봤다.(202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