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재미삼아 가볍게 늘어놓을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아름다운 미원성당 내에 아담한 수녀원이 있습니다. 그 곳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저녁, 성당에서는 미사가 시작되었고 도둑은 그 시간에 맞추어 텅빈 수녀원을 털었습니다. 담만 넘은 것이 아니라 쇠창살까지 자르고 침입하였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꽤 머리도 좋고 배짱도 있어 보입니다. 더구나, 수녀님이 생활비를 타신 직후에 담을 넘었다는 점에서 타이밍도 매우 절묘하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떡합니까? 이 도둑, 세상물정 어둡고 지지리 복도 없어 보입니다. 결국 수녀님은 한달 생활비를 몽땅 잃었습니다. 하지만 도둑이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입장에선 고작 하룻밤 유흥비에 지나지 않을 적은 돈이었습니다.
무엇을 기대했던걸까요? 회색의 저고리를 사시사철 걸치고 사는 분들에게서 도대체 무얼 기대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도둑은 수녀님이든, 신부님이든 누가 살든 간에 금촛대 하나쯤은 꽁꽁 숨겨놓고 있을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성가대 모임이 있어 성당엘 갔습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성가대원들 장난스런 간식타령에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큰 수녀님이 사비를 들여 과자을 사다주셨습니다. 한달 생활비를 모두 잃었지만 큰 수녀님은 '도둑놈'을 '도둑님'이라 부르며 환한게 웃으십니다. 참으로 대범하시고 너그러운 분이십니다. ㅋㅋ
만약, 그가 잡혀 돌아온다면.. 우리 수녀님, 성당 안 촛대라도 내어주며 "이것은 왜 가져가지 않으셨나요?"하고 용서와 자비를 베푸실것만 같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처럼.
### 그날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하고 충격적입니다. 하루 속히 수녀님들이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