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기술하는 내용은
이대성 세례자요한 선생님의 홈페이지 http://iterisosik.com 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혀드립니다.
선생님의 제자이면서 전례학 박사이신 부산교구 신호철 비오 신부님의 글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가톨릭성가 304번 "Ecce Sacerdos Magnus"(주교영접가)를 편곡하였습니다.
가톨릭성가304_-_Ecce_Sacerdos_Magnus.zip
1. 화성에 있어서
Perosi 곡의 화성진행에서 보이는 전반적인 특색은 각 성부가 자연스럽게 진행하지 않고 어색한 도약을 (때로는 금지된 도약마저도) 빈번하게 한다는 것과 변성화음이 지나치게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편곡하면서 5번째 단의 경우 성부의 진행만 고치고 그곳의 변성화음들은 그냥 살려두었었는데 이 선생님께서 이것마저 정리해 버리시더군요. 정리된 상태에서 보니 더 장엄해지고 깨끗해졌습니다. 반음계 진행과 남용된 변성화음은 곡을 세속적이고 경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번역문에 있어서
한글로 번역된 기존의 가사는 원문에서 다소 의역된 느낌은 있으나 상당히 잘된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둘째 단의 '주의 의로운 대사제 오셨네'에서 '주의'는 '주님의'로 옮겨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우므로 여기서 개사가 필요했고 이왕 개사하는 김에 원문의 의미를 살려보고자 했습니다. 원래의 뜻을 보기 위해서 일단 원문을 번역해 보겠습니다.
qui in diebus suis placuit Deo et inventus est justus.
[그분은] 하느님 마음에 들게 살아왔고 그래서 [하느님 앞에] 의인이 되셨다.
하느님 앞에서 의인이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인간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를 의인으로 만드셨다는 것은 곧 하느님께서 그를 구원하셨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음절수에 맞추어 '정녕 주님께서 의로운 대사제로 세우셨네'로 옮겼습니다.
제일 마지막 단에 나오는 et inventus est justus는 발음의 문제와 음절수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전반부에 나오는 et inventus est justus의 한글 가사를 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기존의 번역을 최대한 살려서 '참된 대사제여라'로 번역하였습니다. 이 경우 '참되다'라는 말이 '옳다', '의롭다'라는 의미까지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2. Elegit eum Dominus - 주교영접가
Elegit_eum_Dominus.zip
주교영접가를 사용할 일이 있어서, 가톨릭성가 304번 'Ecce sacerdos magnus'를 살펴보던 중 텍스트에 문제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Perosi 곡에 사용된
텍스트는 Graduale Romanum의 사목자 공통 미사의 시편화답송 후렴으로 나와 있는 가사를 더 간단히 한 것이며, "qui in diebus suis placuit Deo et inventus est iustus."(그 살아온 날들이 주님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의인이 되었다.)라는 가사는 집회서 44장 16절과 20절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죽은 선조들의 업적을 기리며 칭송하는 것입니다. '살아온 날들'을 언급하는 것은 은퇴하신 분의 금경축이나 이미 하늘 나라에 계시는 성인들의 축일에 어울리는 것이며 현직 주교님들께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교영접가는 그 목적이 주로 현 교구장 주교님이나 다른 주교님, 추기경님 혹은 교황 성하의 공식적인 방문이나 그분들이 방문하셔서 집전하시는 미사의 입당 행렬 때에 부르는 것이 지금의 관례이므로 보다 적합한 텍스트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1970년, 1975년 그리고 2002년 미사경문에서 교황/주교를 위한 미사의 입당송으로 공통적으로 사용되어온 가사입니다.
Elegit eum Dominus sibi in sacerdotem magnum
주님께서 그를 당신의 대사제로 뽑아 세우셨고,
et aperiens thesaurum suum
당신의 보고(寶庫)를 여시어
abundare eum fecit omnibus bonis.
온갖 좋은 것들로 그를 충만하게 하셨도다.
Ecce sacerdos Domini magnus.
정녕 주님의 대사제시로다.
이곡은 주교/교황영접가(Cantus ad suscipiendum Episcopum seu Papam)로 사용할 수 있고, 또한 주교/교황 성인 축일 미사의 입당송에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라틴어 가사 중 첫째 단의 "sibi^in"은 "시비 인"이 아니라 모음 'i'를 접속하여 "시빈"으로 발음합니다. 라틴어 수사학에서 이러한 '모음융합'(synaeresi)은 운율을 맞추기 위해 흔히 일어나는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