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ㆍ돌이킬 수 없는 모든 일은 운명이 아닐까요? 우리가 친구가 된 것도 단지 우연만은 아닐 거구요.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가야합니다.
ㆍ운명적인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교토의 어느 골목
ㆍ 사람의 운명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그날 우리들의 만남은 과연 언제부터 운명지어져 있던 것일까?
ㆍ스페인으로 떠나기 꼭 ㅣ주일 전 기요미즈데라에서 스페인 사람들을 만나다니 신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지구 반대편 나라 일본의 시골마을 골목 어귀에서 스페인어를 하는 한국여자를 만났다는 사실을 신기하게여겼다.더구나 그 여자가 곧 스페인에 가서 몇달간 머무를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는 모든 것이 '운명'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내게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까지 건네주며 무슨 일이든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난 바로셀로나에 꼭 한 번 놀러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고는 헤어지기 전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탁해 셋이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사진을 찍은 후 각자 반대편 길로 걸어간 우리가 오후의 소나기를 피해 같은 장소에 들어가는 바람에 다시 만나 차를 마시게 되리라는 것을, 또 며칠 뒤 도쿄의 한 술집에서 다시 한 번 우연히 만나 정종 잔을 함께 기울이게 되리라는 것을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운명의 시작이었다.
ㆍ 예술이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느낄 자유가 있는 법.
ㆍ 참 이상하게도 때로는 낯선 사람에게 오히려 더 편안하고 솔직하게 내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게 될 때가 있다.
ㆍ꿈을 향해 가고 있는 젊은이가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마음 속에 꿈을 간직한 젊은 사람은 아무런 조건 없는 호의를 받을 자격이 있는 거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게 희망이 없는 얼굴을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ㆍ꿈을 향해 가는 길에는 항상 고통이 따르고 고난의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반드시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소중한 사실을.
ㆍ스페인은 알면 알수록 참 묘한 매력을 지녔다. 복잡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있어 한 나라 안에 수많은 다른 나라가 존재하는 듯하면서도 유럽의 그 어느 나라와도 구별되는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산이 많은 나라 중 하나일 정도로 험한 지형에 우리의5배 정도 되는 넓은 국토도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ㆍ누군가는 그랬다. 똘레도는 하늘과 맞닿은 도시라고. 그 말이 맞았다. 운전을 하는 동안 오르막길을 지나온 기억은 전혀 없는데도 똘레도의 땅을 밟고 서 있으면 도시밖의 모든풍경이 발끝 저 아래로 펼쳐져 있었고
구름은 손에 잡힐 듯했다.
ㆍ인생은 어차피 도박이다. 때로는 잃기도 하고 때로는 대박도 나고°°°°°°. 하지만 두려워하면 변화란 있을 수 없는 법. 사고를 쳐야 할 때였다.
ㆍ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지만 동시에 오랜만에 하는 도전이라는 점이 마음 한구석을
몹시 설레게 했다.
ㆍ광장주변 벤치에는 푸짐한 체격에 백발이성성한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지금 막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ㆍ파라솔 하나를 차지하고 누워
책 한 줄 읽고 바다 한 번 보고. 또 책 한 줄 읽고 파도 소리 한 번 듣고. 또 책 한 줄읽고 수영 한 번 하고°°°°°°.
그는 자유로운 영혼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였다.ㅡ안익태
ㆍ벌써 그분이 떠난 지 40년이
됐네. 난 아직도 매일매일 그분을 조금씩 더 사랑한단다.
내겐 그분이 곁에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거든. 그분을 만나 사랑할 수 있었던 난 정말 복이 많은 여자지. 행복했어 아니 행복해. 난 요즘도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ㅡ로리타
ㆍ학교갈 채비를 하며 가방을 싸는데 마음에 야릇한 설레임이 있었다.
ㆍ국적만큼이나 과거 경력과 비하인드 스토리도 다양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놀라고 또 동시에 매우 끌리고 있었다.
ㆍ가우디의 숨결속으로
ㆍ바르셀로나는 1800년대 후반부터 실시된 도시 팽창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계획도시이다. '엑잠플르'란 '팽창' 또는 '확장' 이라는 뜻으로
계획도시로서의 바로셀로나를 대표하는 구역이었다.또 그렇게 새로운 모습의 도시가 탄생하는데 여러 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천재 건축가 안또니오 가우디였다. 그는 무엇보다 자연과 인간 중심의 건축물과 도시를 꿈꾸었던 건축가 가우디의 예술 혼이 담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당이 서
있는 방향만 보아도 그의 인간적인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라 했다.
ㆍ스페인 속담에 남자는 세계를 정복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요리로 정복한다는 말이 있다.
ㆍ디오스 미오스!(하나님 맙소사!)
ㆍ사소한농담에도 얼굴은 물론 귀까지 벌겋게 달아오르는 수줍음 많은 순수 청년 루이스는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작곡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멋게 노래를 끝낸 루까스가 갑자기 초조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데낄라를 한 잔 들이켜더니 고백할 게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엉뚱하게도 나에게 다가와 느닷없이 손을 잡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당황한 나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동기들 모두가 밤새 마신 술이 다 깬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버리고 루까스를 바라보았다 ." 왜 이러 느냐고... 음, 사실 내가 미나 너를 좋아하고 있거든 ...
넌 정말 예쁘고 착한 거 같아."
허걱 ...이 무슨 어이없는 상황이란 말인가. 루까스는 우리 동기생들 중에서도 가장 막내에 속하는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 볼 때는 거의 조카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보니 그가 내게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순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루까스는 수업시간에 늘 내 주변에 앉아 있거나 우연히 내가 고개를 돌려보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싱긋 웃곤 했던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는데 ...... '넌 정말 예쁘고 착한 것 같아' 라니 ...... 너무나 순수하고 진심 어린 루까스의 고백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좋아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미나, 네가 좋다는데 왜 엉뚱한 소릴 하는 거야? 사랑을 구하고 있는데 거기서 나이가 왜 나와?
나이랑 사랑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네가 젊기 때문에 내가 사랑한다면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니겠어? 나이가 많아서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만큼이나 이상한 일이야. 사람의 아름다움은 나이에 가려지는 것이 아니잖아.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소리를 하 ...는 ...지 .....".
ㆍ조금 전 그 축제 현장에서의 일들이 마치 전날 밤의 꿈처럼 아련하게 느껴졌다. 과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어이없는 달구지 에피소드 때문인지 모르도바에서의 하루는 왠지 실제로 지나온 시간 같지가 않았다. 그렇게 꿈을꾸듯
몽롱한 기분으로 두어 시간을 달려 우리는 세비아에 도착했다.
ㆍ그 존재만으로도 나를 겸손하게 하는 드넓은 바다를 눈 앞에 두고 난 그렇게 매일 같이 내 안의 잡념과$ 욕심들을 파도에 실어 보냈다.
ㆍ내가 결심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맛있게, 여유 있게, 그리고 멋있게 먹자' 라는 것이었다.
ㆍ지난 일을 후회 않고 미리 앞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ㅣ년간 터득한 스페인식 생활의 철칙이었다.
ㆍ그래 끝까지 최선을 다해 모든 순간을 즐기자. 이 밤이 지나면 드디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스페인의 여름 섬으로 떠나는 거다. 가자! 태양속으로. 여름 속으로!
ㆍ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이번 여름의 추억도 구름 아래 세상처럼 기억조차 흐릿한 머나먼 이야기가 될 테지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어차피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 준 고마운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행복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