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닦는 과정은 ‘죽통병’이다. 죽거나, 통하거나, 병들거나 이다. 도 닦다가 죽는 수도 있고, 병드는 수도 있다. 다 통하는게 아니다. 병이 든다는 것은 어떤 상황? 대표적인 병이 주화입마이다. 상기증이다. 화기가 머리쪽으로 올라가서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면 이게 병이다. .
에너지가 위아래로 순환해야 하는데 돌지를 못하고 한 곳에 정체되어 버리면 병이 온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들이 걸리는 공황장애도 주화입마의 일종이다. 이거 간단치 않다. 간화선에서 말하는 화두를 잡다가 잘 못 잡으면 주화입마가 되어 버린다. 고치기도 어렵다.
주화입마는 병원에서 고칠수 있는 병이 아니다. 고단자를 만나서 그 옆에서 화장실 청소를 해야만 고칠수가 있다. 화장실 청소? 항상 고단자 옆에 붙어 다니면서 자질구레한 심부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게 시봉(侍奉)이다.
고단자를 항상 옆에서 모시면서 받드는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죽통병에서 죽음이다. 도 닦다가 병드는 경우보다 죽는 경우가 더 많다. 죽음도 다 양태가 다르다. 신비한 죽음도 있다. 죽는데 신비라니?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죽음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1주일간 가사 상태에 들어가는 경우이다. 1주일간 죽어 있는 상태이다. 이런 경우를 도가(道家)에서는 출신(出神)이라고 한다. 유체이탈과 비슷하다. 정신이 몸 밖을 빠져 나가서 우주 법계를 돌아다니는 상태이다. 돌아다니다가 육체로 귀환하지 못하면 그게 죽음이고, 귀환하면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상태로 살아 간다.
화경 선생도 인도에서 1주일간 가사 상태에 빠져 있던 상황이 있었다. 자기 내면세계에서 형성된 정신의 몸을 법신(法身)이라고 한다. 이 법신을 몸 밖으로 빼 내는 리스크 테이킹(위험을 감수)을 감행하였다.
법신이 몸 밖을 빠져 나가는 출구는 우리 몸에서 머리 꼭대기 부분인 백회(百會) 부분이다. 백회를 통하여 법신이 밖으로 나갔다. 밖이 어디인가? 우주 법계이다. 나는 그 동안에 법신이 나가면 어떤 상태가 되는가를 궁금해 했다. 그러나 실전 체험자가 없기 때문에 그 자세한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내용은 영적 비밀에 속한다. 알래야 알수도 없다.
화경은 30대 초반에 이 출신의 체험을 했던 것이다. 장소는 뿌나의 어느 하숙집이었다. 2층 집이었는데 그 2층에는 타일이 깔려 있었다. 인도는 덥기 때문에 바닥에다가 시원하라고 타일을 깔아 놓는 수가 많다. 출신에 앞서서 준비를 했다. 그동안 인도를 돌아다니면서 벌어 놓았던 돈. 1만 달러. 아큐펑쳐(acupuncture)를 해서 벌었 놓았던 돈이었다.
침(針)을 갖다가 서양 백인들은 아큐펑쳐 라고 부른다. 백인들에게 침을 놓아주고 돈을 벌었다. 침이야 말로 휴대하기가 간편하다. 무게가 나가는가, 부피를 차지하는가. 크고 작은 바늘 2-3개만 가지고 다니면 된다.
백인들에게 침을 놓아 주었던 혈자리는 백회, 고황, 혼문, 견정 혈 같은 자리이다. 머리에 신경 많이 쓰면 굳어 버리는 혈 자리이다. 여기에다 침을 꽂으면 곧 바로 그 효과가 감지된다. 화경이 인도를 방랑하면서 침을 가지고 다녔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인체의 12경락을 훤하게 꿰뚫고 있었던 화경은 인도에서 명상한다고 돌아다니던 서양 애들을 보면 그 몸 상태가 한 눈에 들어왔다.
기경팔맥(奇經八脈)이 열린 도사는 상대방의 몸을 투시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도사는 의사이기도 한 것이다. 효과를 본 백인들은 당연히 화경에게 사례를 하였다. 서양 애들은 공짜가 없다. 달러로 10불도 받고, 50불도 받고, 어떤 때는 100불도 받았다.
남들은 인도에 가서 돈을 쓰고 다녔지만 화경은 돈을 벌면서 다녔다. 완벽한 현지화였다. 이렇게 아큐펑쳐로 번 돈 1만불을 허리춤의 전대에 넣고 차고 다녔다.
법신이 몸 밖을 빠져 나가서 출신을 해야 하는 몸 상태가 임박할 무렵에 화경은 친하게 지녔던 인도인 요기에게 부탁을 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던 1만불 중에서 7천불은 너 가져라. 나머지 3천불은 내가 죽었을 때 장작을 사다가 화장해 주는 비용으로 써라. 그리고 내 고향 한국에다가 전보를 하나 쳐 줘라. 전보 내용은 간단하다. ‘He go’라고 전보를 쳐 줘라. 또 한가지 부탁은 물 갖다 주는 일이다. 하루에 두 번 내가 누워있는 방에 와서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체크해 주고 머리 맡에다가 생수를 한병씩 갖다 놓고 가거라”
화경은 이런 조치를 취하고 인도 뿌나의 어느 허름한 하숙집 2층 방에서 가사 상태에 들어갔다. 출신(出神)을 감행 한 것이다. 백회를 통해서 법신이 나가 버리면 거의 잠이든 상태와 같다. 그러나 완벽하게 잠이 든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반쯤 죽어 있고 반쯤 살아 있는 상태라고 할까. 힘이 쭉 빠져 버린 컨디션이기도 하다.
간신히 일어나 하루에 2번 정도 화장실 갈수는 있는 정도였다. 1주일간 이런 상태가 지속되었다. 물론 물은 먹었지만 음식은 섭취하지 못하는 조건이었다. 만리 타국의 어느 하숙집 2층 방에서 하루에 물 몇 모금만 먹고 죽음의 상태에 들어간 심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은 뭐고, 사는 무엇인가. 인생은 결국 이렇게 죽는 것인가. 마지막 가는 마당에 내가 붙 잡아야 할 것은 무엇이 있는가. 나는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1주일쯤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가 1주일이 지나는 시점에 머리쪽의 백회로부터 한 줄기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 빛이 몸 속에 들어오면서 몸의 쭉 빠진 에너지가 서서히 회복되었다.
“1주일간 죽어 있다가 다시 회복된 다음의 몸 상태는 어떤 상태였습니까?” .
“몸이 없는 상태였죠. 육체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요가를 수행하는 요기들이 생각하는 건강의 기준은 몸이 의식되지 않는 상태를 말 합니다.”
보통 사람은 병이 없는 상태를 건강이라고 표현하지만 요기는 육체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의 상태를 건강이라고 한다. 평상시에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상태에서도 몸이 없는 것 같은 컨디션. 몸이 붕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일까.
마하 삼마디(大入定)에 들어 갔다 나온 수행자는 정신의 에고와 육체가 소멸한다. 이런 마하 삼마디의 사례가 가끔 있다. 조선 중기 전라도 장성의 백양사, 김제의 망해사, 완주의 봉서사, 모악산의 대원사 등에서 도를 닦았던 진묵대사. 이쪽 지역에서는 진묵대사를 최고의 고단자로 신봉한다.
진묵대사가 대원사에서 머무를 때의 일이다. 진묵을 시봉하던 젊은 승려가 80리나 떨어진 지점에 있었던 장터에 물건을 장보기 위하여 출발하면서 인사를 드렸다. “스님 저 갔다 오겠습니다” “응 잘 갔다 오거라” 제자로부터 인사를 받은 진묵은 문지방에 손을 얹은 상태였다.
다음날 절에 돌아와 보니 진묵은 여전히 문지방에 손을 얹은 상태로 있었다. 1박
2일 동안 같은 동작으로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에 방문이 바람에 열렸다 닫혔다가 하면서 문지방에 얹혀 있었던 진묵의 손등을 때렸다. 진묵의 손등은 피가 엉켜 붙어 있었다. 파리떼 들이 진묵의 피묻은 손에 달라 붙어 있었지만 진묵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자세로 있었던 것이다.
이때 진묵은 1박2일 동안 마하 삼마디의 경지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말이다.
1주일간 하숙집 2층에서의 체험 이후로 화경은 아상소멸(我相消滅)이 이루어 졌다. 에고가 신성으로 들어가 소멸되는 상태. 이게 되면 어떤 경지에 이르는가. 일행삼매(一行三昧)가 된다. 밥 먹고 말하고 누워 있거나 앉아 있거나 일상 생활속에서 삼마디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행위들이 오직 하나의 행위로 귀결되는 삼매가 일행삼매이다. 그 하나의 행위는 무엇인가. 삼매 상태이다. 행주좌와 어묵동정 생활 자체가 참선이다. 아울러 숙명통(宿命通)의 신통력도 생긴다. 화경 선생의 전생담도 흥미로웠다. 삶은 스펙타클 그 자체이다.
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