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 이해 정도 하시면 좋을 것 같은 생각에...
물론,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읽어 보셔도 좋을 듯.
대상 수상작 <바다와 나비> 심사평
바다를 건너는 나비, 그 환상(幻想)의 도정(道程)-권 영 민(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이 작품은 인간의 존재와 삶의 가치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소설적 진지성이 돋보인다. 오늘의 소설이 경박한 소비문화의 풍조에 휩쓸려 가벼운 읽을 거리로 변질되고 있음을 놓고 본다면, 이 작품이 삶의 진정성을 한번쯤 돌이켜보게 만드는 깊은 감동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문학의 정수(精髓) 보여준 진지하고 노련한 작품-김 성 곤(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모든 것이 찰나적이고 한없이 가벼워지는 이 시대에 김인숙은 문학의 진지함과 무거움의 정수를 보여주는 보기 드물게 진지하고 노련한 작가다. 〈바다와 나비〉에서 그는 다시 한 번 고도의 상징성으로 개인의 슬픔을 ‘시대의 아픔’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사랑과 죽음의 드라마 통해 행복의 범주 재확인-김 인 환(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태초 이래로 반복되어 온 사랑과 죽음의 드라마를 통하여 행복의 범주를 다시 한 번 새롭게 확인한 데에 〈바다와 나비〉의 의미가 있다. 논의의 대상으로 떠오른 작품 가운데서 부정의 밀도가 가장 높고 쾌락 원칙의 진동이 가장 큰 작품이라는 데는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하였다.
‘어떻게’보다는 ‘무엇’을 화두로 삼은 수작-서 영 은(소설가)
거짓과 기만, 환멸, 혐오, 폭력과 잔혹함으로 얼룩져 있는 삶의 심연 속으로 끝없이 자맥질하여, 그럼에도 그 경건한 ‘살아 있음’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 이 작가의 ‘무엇’에 대한 탐구이다. ‘무엇’은 오직 하나의 표정, 삶 앞에서의 진정성이다. 삶은 경이롭게도 이 진정성 앞에서만 용서와 화해의 비의(秘意)를 연꽃처럼 피워 보인다.
창작의 성숙하고 깊이 있는 변화 체감-이 어 령(문학평론가)
시적 모티프를 소설로 현상화한 이 작품은 이른바 후기 구조주의자를 비롯해 비평계에서 흔히 써오던 ‘인터 텍스추얼릴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창작계가 얼마나 성숙하고 깊이 변화해 가고 있는지 체감할 수가 있다.
괄목할 만한 인간애와 인물의 내면 투시 위한 의지-최 윤(소설가, 서강대 교수)
현란한 기교와 새로움에 대한 성급한 투신, 공허한 과포장의 시대에 김인숙의 소설은 그런 것들의 흔적을 마치 가필을 할 때마다 지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 왜냐하면 바로 지워진 그 자리에서 이 작가 특유의 진지하고 고집스러운 현실의 접착 지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진지하고 신중한 솜씨로 가벼운 글쓰기와의 차별화-최 일 남(소설가)
당선작으로 뽑은 〈바다와 나비〉는 김인숙 소설의 변함없는 한 보기로 여전히 단단하다. 세상을 쉽게 쉽게 살지 못하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늘 진지하고 신중한 솜씨다. 가벼운 글쓰기와의 차별화가 이때 돋보인다.
<바다와 나비〉의 줄거리
남편과의 불화로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나온 여자는 한국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국밥집에서 주방일을 하고 있는 조선족 여인의 부탁으로 그녀의 딸 채금에게 돈을 전해주기 위해 만난다. 스물다섯 살인 채금은 한국 국적을 가지기 위해 마흔이 넘은 한국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으로 떠나려고 준비중인 여자.
결혼생활을 실패하고 중국으로 건너온 여자와 행복을 꿈꾸며 중국에서 한국으로 떠나고자 하는 또 한 여자. 이야기는 이 두 여자의 인생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여자의 남편은 삼십대 중반에 다니던 잡지사에 사표를 던진 실업자로 사십이 다 되어 재취업을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은 모조리 밖에서 보낼 정도로 부부 생활은 단절되었다. 여자는, 남편이 실업자 시절에 봤던 비디오 중 제주왕나비가 바다를 건너는 순간을 포착한 화면을 보며 세상에는 저런 거짓말도 있구나,라면서 자신이 꿈꾸어왔던 행복이라는 이름의 거짓쯤은 별것도 아닌 것처럼 여겼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도 가능하지 않은 것이 바로 누군가를, 그리고 바로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곧 한국으로 떠나게 되었다는 채금의 전화를 받고 여자는 채금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팔다리가 사라진 채 몸통뿐인 모습으로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본다. 오랜만에 안아주고 싶은 마음에 다가서지만 남편의 몸은 더 푹, 짠 소금물에 절여져 있는 듯하다.
꼬리말
에펨포미 으랏차! 님이.. 올리셨던.. 서평이 더욱 빛을 발하겠네요~~ 이렇게라도 호평 받는 작가는 그래도.. 살만하겠죠? 그럼.. 우리는? ^^* [200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