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듣고 도서관 갔다가 귀가. 이런 패턴이라면 성공하기 어렵겠다. 적어도 하버드에서는 그렇다. 실제로 하버드를 졸업한 저명인사들은 수업 외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교내 신문이었던 <하버드 크림슨>지에 모든 여가를 쏟았다. 그는 “이 활동이 공직에 종사하기 위해 했던 가장 훌륭한 준비였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재학 시절 과외활동을 매우 중요시했다. 그는 <하버드 로(Law) 리뷰> 역사상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었는데, 독창적이고 심오한 편집 논평으로 시카고대학교 법학대학원 마이클 매코넬 교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매코넬 교수는 오바마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다. 당시 오바마에게 시카고대학 겸임강사 자리와 사무실, 컴퓨터를 마련해줬다. 겸임강사의 경험은 훗날 사교와 공식 연설 분야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두 사람의 과외활동은 후일 그들의 정치 생활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하버드생들은 매주 20시간가량 과외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과외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의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네댓 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도 무려 14%에 달한다.
하버드에서의 과외활동은 크게 자원봉사, 학교 대항 스포츠 활동, 교내 클럽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나뉜다. 출신 학생들은 과외활동의 장점으로 “우선 즐겁다. 그리고 수업 내용과 접목할 수도 있다”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아인식을 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의 학습 및 교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하버드 졸업생 씨에이난은 “하버드대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능력이 비교적 강하고, 강의실 안팎에서 배우는 것들을 똑같이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지원도 따른다. ‘갭이어(Gap Year)’ 장학금을 통해서다. 하버드에 입학한 모든 학생은 입학처장 윌리엄 피츠시몬스의 선물을 받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장학금이다.
피츠시몬스는 학생들에게 이 갭이어를 신청해 그 돈으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무슨 일이든, 예를 들어 세계여행처럼 완전히 다른 인생을 접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권한다. 여타 교수들 또한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나와 사회를 둘러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교실 밖 활동, 무엇을 할까?
무턱대고 밖으로 나선다고 능사는 아니다. 어떤 과외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다르다.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는 ‘시간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필요와 욕구’를 구분해야 한다. 대개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필요를 만족시키는 것의 내재적 가치가 더 높다. 둘째는 투자비용과 기회비용을 정확히 인식하는 거다. 선택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에 대한 비용을 냉철하게 계산해야 한다. 세 번째는 목표를 위해 순서를 정하는 것. 미국의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복잡하고 난해한 일을 신속하고 실수 없이 처리하는 방법으로 잘 알려진 ‘십자형 시간 계획표’를 고안했다. 십자 형태로 선을 그어 자신이 해야 하는 일 가운데 중요하면서 긴급한 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 중요하지 않고 긴급하지 않은 일을 네 개의 사분면에 구분해 적은 후 ‘중요하면서 긴급한 일’ 영역에 적힌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하는 방식으로 업무효율을 크게 높였다.
과외활동의 필요성과, 수업과 학교 밖의 활동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지 파악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 정해야 한다. 무엇을 배울지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스스로 선택하는 데 가장 큰 동기부여는 아무래도 ‘흥미’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흥미가 모든 일의 가장 좋은 선생님이다. 흥미는 책임감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하버드는 학생을 평가할 때 학업 수준과 전공기술 외에 학생 내면의 가장 진실한 흥미도 중요하게 여긴다. 일례로 여러 과외활동의 경험도 있고 성적도 매우 우수한 학생이 하버드에 탈락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입학사정관은 “학생 내면 세계의 가장 진실한 부분, 그리고 학생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부분 또한 눈여겨보는 항목”이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꿈을 좇는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둔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이 호기심이다. ‘호기심, 도전에 대한 욕구, 비판적 사유 능력’은 하버드대 총장이 생각하는 대학 4년 동안 반드시 배워야 하는 덕목이다. 화학자 마리 퀴리는 호기심이 학자의 첫 번째 미덕이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만약 누군가 더는 호기심도 없고 놀라움을 느끼지도 못한다면 그는 걸어 다니는 시체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자신이 흥미 있는 일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는 것.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그다음 과정이 없으면 어쩌면 ‘결실’이 없을 수도 있다. 다음 과정이 뭐냐고? 흥미와 사회의 요구를 접목시키는 일이다. 흥미를 사업으로까지 이어갈 수 있는 ‘선구안’을 가지면 좋다. 마크 주커버그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프로그램 설계 중에서도 특히 커뮤니케이션과 게임을 좋아했다. 그는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응용에 흥미를 느꼈고, 주크넷이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의사였던 아버지가 집에서도 치과 진료와 정보교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의 실시간 온라인 통신 소프트웨어의 원시 버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