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이슨이 PRIDE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터지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MMA 선수로 변신할지는 솔직히 미지수입니다. 그간 WWE, K-1 등이 타이슨을 활용해서 단체의 행사를 홍보했던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봅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PRIDE가 밝히길 타이슨과는 파트너의 관계이며 자세한 계약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최근 들리는 바로는 타이슨은 복싱 시범 경기 정도만 고려할 뿐이며 10월 21일 있을 미국의 이벤트를 알리는 정도로 쓰일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경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시범 경기 정도로 보이며 실제 MMA 경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PRIDE는 매우 다급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별 다른 위기설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현지 방영권이 사라지면서 세계 최고의 개런티와 정상급의 화려함을 갖춘 단체의 위용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연말까지 뭔가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단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단순 홍보용 행사로 생각했던 미국 이벤트에서 뭔가 확실한 결과를 얻어야한다는 중압감을 받고 있지요. 아예 일본에서 무대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대한민국에서 이태현선수를 데려간 움직임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미국 이벤트에서는 헤비급 챔피언인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마크 콜맨, 미들급 그랑프리 우승자 마우리시오 ‘쇼군’ 루아와 케빈 랜들맨의 경기를 미리 발표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미국인 선수들이기에 홍보를 염두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미국의 대표는 금메달리스트 룰런 가드너
원래 PRIDE는 룰런 가드너와 에밀리아넨코 효도르간의 경기를 계획했었습니다. 룰런 가드너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그 후 동상으로 가운데 발가락을 잘랐으며 손목이 골절되었고 오토바이 사고마저 겪었던 불운이 있는 선수입니다. 그래도 2004년 올림픽 선발전에서 우승,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는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요.
전설의 알렉산더 카릴린을 이긴 것도 놓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가드너는 2000년 올림픽에서 13년간 무패로 격투기계에서도 세계 최강일 것이라고 생각된 알렉산더 카릴린을 꺾었습니다. 아마추어 레슬링에서 6년간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던 엄청난 선수였지요.
PRIDE는 이런 미국인 스타를 불러들이려고 했지만 가드너는 2004년 연말의 ‘남제’에서 요시다 히데히코에게 판정승을 거둔 후 MMA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2005년엔 Real Pro Wrestling이라는 방송에 참가하여 홍보대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요즘 보이는 프로레슬링이 아니라 아마추어 레슬링이 ‘프로’로 변모하는 과정을 알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청률이 저조했기에 계속 이어지는 데에는 실패했었지요.
2004년 가드너가 PRIDE에 참가하기 전, WWE도 가드너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계약에는 실패했지요. 원래 WWE는 가드너보다는 카렘 이브라힘에게 관심이 더 많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카렘 이브라힘은 K-1의 연말 이벤트에 참가했고, 어이없이 레슬링기술대신 복싱으로 맞서다가 후지타 가즈유키에게 KO패를 당했습니다.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처절하게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지요.
콜맨은 꿩 대신 닭?
격투기계에서 유명할지언정 미국 내에서 마크 콜맨의 이름은 룰런 가드너와 비교하면 차이가 현저합니다. 그렇지만 가드너가 움직이지 않자 PRIDE는 마크 콜맨을 불러들인 것이지요. 원래 마크 콜맨은 UFC 이적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지난 마우리시오 ‘쇼군’ 루아와의 경기 후 PRIDE와의 계약이 만료되자 UFC는 9월 23일 있을 경기에 참가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한물 간 선수로 여겨졌던 마크 콜맨, 하지만 룰런 가드너가 전혀 계약할 분위기가 아니자 고국에서 대신 챔피언과 상대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세 경기를 계약했으며 약 7~8억 사이를 받을 것이라고 하네요. UFC 같은 경우는 메인이벤트에서 활약하면 따로 PPV의 구매율에 따라 수입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마크 콜맨은 아직 그 정도로 투자할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굳이 계약분쟁을 일으킬 정도의 제의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하지만 메인이벤트가 약합니다. 이에 홍보를 위해서 마이크 타이슨의 존재가 더욱 필요했다고 보입니다.
또 다른 문제
사실 PRIDE는 FSN을 통해서 방영되었고 미국에서 유료 시청채널에 자리잡고 있지만 사실 일반적으로는 생소한 프로그램입니다. 우리가 볼 땐 UFC보다 더 화려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다를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이벤트가 펼쳐지는 라스베가스는 UFC가 주로 이벤트를 하는 곳입니다. 한동안 지역 할거구조로 가던 프로레슬링에서 WWE가 더 화려한 이벤트를 보이지만 지역 단체들이 한동안 맞서서 승리를 하던 사례는 많습니다. 남부 쪽의 제리 제럿, 빌 와츠 등의 프로모터가 그런 사례이지요. WCW와도 전국을 양분해서 이끌었던 이유도 자신의 지역의 단체에 팬들이 호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UFC도 미국에서는 토종단체로 13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해외의 수준급 단체가 밀고 들어온다면 외국영화를 자막을 읽기 싫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미국인의 수준을 고려할 때, 온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K-1의 이벤트에서 유료관중은 2,500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준비하고 연예인들을 불러들이며 미국인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해도 그 정도에 그칩니다. 나머지는 공짜로 표를 얻는 관중들이 자리를 차지했지요(이런 것은 대부분 공연에서 보이는 현상입니다. 관련 업체나 기타 여러 방법을 통해서 공짜표를 얻는 경우가 다반사이지요). 미국 내 홍보용 이벤트이자 일본에는 미국에서의 위상을 과시할 기회로 생각했다가 이젠 전력을 투구해야 하는 입장의 PRIDE로서는 그만큼 다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약한 메인이벤트를 벌충하기 위해서 타이슨을 불렀지만 세부적인 계약내용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MMA를 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MMA를 한다면 아예 대서특필하게 만들었겠지요.
타이슨 효과를 누린 이들
타이슨은 어떤 효과를 보일까요? 이전의 사례들을 들어보겠습니다. WWE는 1998년 상반기에 타이슨을 활용해 엄청난 효과를 봤습니다. 1997년도에 WWE는 650만 달러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으며 스타였던 브렛 하트와 숀 마이클스는 끊임없는 반목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결국 빈스 회장은 전무후무한 20년 장기 계약으로 붙잡은 브렛 하트를 라이벌이자 당시 세계 최고의 레스링 단체인 WCW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간 WCW는 여러 할리우드의 스타들과 데니스 로드맨, 케빈 그린 등의 스포츠 스타들을 고액으로 데려와서 잠시 활용하는 깜짝 쇼를 통해서 더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결국 남에게 득이 된다고 불만을 가졌지만 흥행에서 성공을 거둔 터라 뭐라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었습니다. 방송 퇴출설마저 돌았던 WWE는 라이벌 WCW가 마이크 타이슨을 잠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자 선수를 칩니다. 이에 몇 차례 출연에 350만 달러를 주면서 WWE의 레슬매니아 14에서 벌어지는 스톤 콜드와 숀 마이클스의 대결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했지요.
타이슨은 돈 이상의 가치를 해냈습니다. 타이슨이 프로레슬링 링에 선다는 소식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엄청나게 홍보가 되었고 WCW에 비해서 스타 선수의 층이 얇은 WWE에 있어서 타이슨은 그 공백을 메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홍보까지 해내니 레슬매니아 14는 탄력을 받았습니다. 이에 1998년 벌어진 레슬매니아 14는 73만 가구가 구입하면서 유료시청채널 수입만으로도 2천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경기장 입장료, 물건 판매 대금들을 합한 당일 총 수입은 2천 5백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WWE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지요. 게다가 스톤 콜드가 확실하게 스타로 부상하면서 결국 WCW까지 이기는 초석을 마련하게 됩니다.
K-1도 그간 타이슨과 밥 샙의 대결설을 흘렸고 최홍만 선수가 타이슨과 하와이대회에서 조우를 하는 등 그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링으로 불러들이는데 있어서는 실패했습니다. 물론 타이슨이 전과전력으로 인해 일본에서 워킹비자가 나오지 않긴 하지만 대한민국이나 미국의 하와이에서 경기를 하겠다는 말만 흘리고 막상 실현된 것은 없었지요.
오히려 타이슨의 이름으로 동남아의 유령단체를 통해 세금포탈을 한 적도 있습니다. K-1의 이시이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모하메드 살림이라는 30대 초반의 에이전트와 공모, 마이크 타이슨을 불러들인다는 미명 하에 송금을 했고, 이 과정에서 세금 포탈이 이루어졌습니다. 재미있게도 후일 정말로 타이슨을 K-1으로 불러들여서 하와이 대회를 비롯한 여러 장면에 노출시키기도 했지만 이 당시만 해도 단지 세금 포탈의 수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미국과 비교하면 범죄의 수위는 가벼운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서 경기장 퇴출, 방영권 상실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나마 운이 좋게도 이 시기엔 밥 샙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인지라 이시이가 표면적으로 뒤로 물러난 선에서 마무리되었지요.
MMA 선수가 되지는 않을 듯
이번 PRIDE의 경우도 타이슨을 이용한 홍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이슨도 자신의 선수 생명은 거의 끝난 것과 다름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이미 몇 차례의 인터뷰에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엄청난 대전료를 약속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 PRIDE의 수익구조상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복싱의 큰 경기는 PPV로 방영되는데 메인이벤트의 이름값으로 흥행이 결정되기에 선수에게 돌아가는 몫이 크지만 현재 일본 격투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WWE도 PPV 시장에서는 사실 복싱보다 앞서지만 선수 이름값보다는 단체의 이름이 더 우선하므로 선수에게 돌아가는 몫은 복싱에 비하면 매우 작습니다. PRIDE는 미국 내에서 UFC에 비해 열세입니다. 복싱 메인이벤트에 비교되기 힘든 돈을 받는 UFC 선수들(최근엔 그래도 100만 달러 선을 돌파한 사례가 있긴 합니다)을 본다면 타이슨이 MMA 선수로 전환할 구미가 당기는 금액은 맞추기 힘들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타이슨의 격투기 복귀 이야기는 수차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타이슨은 K-1과 복싱도 다르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그가 40대의 나이로 MMA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선례들도 그렇고, 여러 정황을 본다면 MMA 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홀릭 2006-08-24 오전 7:28:17 승인 2006-08-24 오전 1:41:18 수정
첫댓글 wfa에서 골드버그를 이용한것과 같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