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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소월 (1902∼1934)
시인. 본명 정식. 평북 곽산출생. 오산학교 배재고보에서 수학. 한국 최대의 민요시인,국민 시인이라 일컬습니다. 시집에 <진달래꽃><소월 시집> 등이 있습니다. 소월의 시가 세상에 처음 발표된 것은 1920년 <창조>지 제 5호 부터였습니다. 당시 오산학교에 재학중이었던 소월은 그의스승 김억 시인의 영향을 받아서 정적이고 아름다운 리듬으로 짜여진 민요적인 시를 터득했습니다. 소월은 흐름에는 관계없이 그 스스로 자기의 개성이 보이는 세계를 개척해 나갔습니다. 그것은 슬픔, 그리움, 체념을 주제로한 한의 정서입니다. 그가 살아간 33세의 짧은 생애는 그 고독과 그 불행함에 있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주고 있지요.
출생 : 평북 정주 호 : 소월 학력 : 오산학교 중학부(1919), 배재고보 졸업(1923), 도쿄상대 중퇴
등단 : 1920년 『창조』에 「낭인의 봄」「야(夜)의 우적(雨適)」등 발표
경력 : 영대』동인, 광산 경영, 동아일보 지국 경영.
저서 : 시집 『진달래꽃』(매문사, 1925), 『소월시초』(박문서관, 193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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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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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화(山有花)
산유화(山有花)
산(山)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山)에 산(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山)에서 우는 적은 새요 꽃이 좋아 산(山)에서 사노라네 산(山)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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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番)……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江)물, 뒷 강(江)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여울-소월 시 1922년 발표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 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이 봄 바람에 해적 일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 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말라는 부탁인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 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말라는 부탁인지요
22년 개벽지에 발표된 소월 시 개여울이 최초로 대중가요로 발표된
것은 1966년. 작곡가 이희목이 시에 로맨틱한 멜로디를 담아
아마추어 작곡가 콘테스트에서 가수 김정희의 청초한 목소리에
담아 처음 발표해 1등상을 수상했다.
그 노래는 67년 킹레코드의 컴필레이션 음반 속에 '개여울'과
더불어 정미조의 또다른 히트곡 '파도'까지 함께 수록되었다.
하지만 전혀 대중적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음반 발표 5년 후인 1972년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대형가수 정미조에 의해 리메이크 되면서 비로소
개여울은 빅히트가 터지며 70년대 불후의 명곡으로 각인되었다.
하지만 엄연히 이 노래는 60년대 중반에 이미 세상에 나온
60년대의 노래이다.
음악이 수록된 킹레코드의 음반 재킷. 재킷의 주인공은
민요 트로트가수 송춘희다. 불행하게도 오리지널 가수인
김정희는 음원만 전해질뿐 단 한장의 사진조차 남아있지 않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밟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中)에 헤여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웠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女子의 냄새*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바다…… 어즐이는 배……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조그마한 푸릇한 그무러진 영(靈)
어우러져 비끼는 살의 아우성……
다시는 장사(葬事) 지나간 숲속의 냄새.
모래 둔덕 바람은 그물 안개를 불고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유령(幽靈) 실은 널뛰는 뱃간의 냄새.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생고기의 바다의 냄새.
늦은 봄의 하늘을 떠도는 냄새.
먼 거리의 불빛은 달 저녁을 울어라.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풀 따기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임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임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 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 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물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임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 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 가는 잎이나 맘에 보아요.
왕십리(往十里)
비가온다
오누나
오는비는 올지라도
한 댓새 왔으면 좋았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朔望(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가도 왕십리 비가오네
왠걸, 저새야
울랴거던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와도 한 댓새 왔으면 좋았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못 잊어 -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끝 이렇지요,
그리워 살틀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신앙
눈을 감고 잠잠히 생각하라
무거운 짐에 우는 목숨에는
받아가질 안식을 더 하랴고
반드시 힘있는 도움의 손길이
그대들을 위하여 내밀어지리니.
그러나 길은 다하고 날 저무는가,
애처러운 인생이여
종소리는 배바삐 은들리고
애꿎은 조가(弔歌)는 비껴 울 때
머리 수그리며 그대 탄식하리.
그러나 꿇어 앉아 고요히
빌라 힘있게 경건하게,
그대의 맘 가운데
그대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신을
높이 우러러 경배하라.
멍에는 괴롭고 짐은 무거워도
두드리던 문은 멀지않아 열릴지니
가슴에 품고있는 명멸(明滅)의 그 등잔을
부드러운 예지(叡智)의 기름으로
채우고 또 채우라.
그리하면 목숨의 봄두던의
살음을 감사하는 높은 가지
잊었던 진리의 몽우리에 잎은 피며
신앙의 불붙는 고운 잔디
그대의 헐벗은 영을 싸 덮으리.
먼후일/ 김소월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진달래꽃/김 소월
나보기가 엮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분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가을 아침에
어둑한 퍼스렷한 하늘 아래서 회색(灰色)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섭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 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 오는 모든 기억(記憶)은 피흘린 상처(傷處)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난 아기같이 울며 서두는 내 영(靈)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속이 가볍던 날 그리운 그 한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운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은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가을 저녁에
김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길 - 김소월
어제도 하루밤 나그네집에 가마귀 가악가악 울며 새웠소
오늘은 또 몇십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가오
말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에 길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알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무 덤 ~ 김 소 월
그 누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붉으스럼한 언덕,여긔저긔 돌무덕이도 음즉이며,달빛헤 소리만남은 노래 서리워엉겨라
옛조상들의 기록을 무더둔 그곳! 나는 두루찾노라,그곳에서, 형적없는 노래 흘너 퍼져, 그름자가득한 억덕으로 여긔저긔
그누구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소리 부르는소리,부르는 소리, 내넉슬 잡아끄러헤내는 부르는 소리.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 가며 슬피 웁니다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더면
나는 꿈 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夕陽)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츰에 저물손에 새라새로운 탄식(歎息)을 얻으면서.
동(東)이랴, 남북(南北)이랴,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희망(希望)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 다리에.
그러나 어찌면 황송한 이 심정(心情)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츳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살았대나 죽었대나 같은 말을 가지고
사람은 살아서 늙어서야 죽나니,
그리하면 그 역시 그럴 듯도 한 일을,
하필코 내 몸이랴 그무엇이 어째서
오늘도 산마루에 올라서서 우느냐.
| 강 촌
날 저물고 돋는 달에 흰 물은 솰솰…… 금모래 반짝……. 청(靑)노새 몰고 가는 낭군(郎君)! 여기는 강촌(江村) 강촌(江村)에 내 몸은 홀로 사네. 말하자면, 나도 나도 늦은 봄 오늘이 다 진(盡)토록 백년처권(百年妻眷)을 울고 가네. 길새 저문 나는 선비, 당신은 강촌(江村)에 홀로된 몸.
님과 벗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香氣)로운 때를 고초(苦草)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