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주 서도산타령(놀량사거리)가사 해설
초목이
초목(草木)이 다 성림(成林)헌데
나 아하 에 헤 에헤 에헤이 구경가
에헤 에헤 에헤이도 제가 즐겁도다
마를네라
에헤 에헤 에헤로 지로구나 마를네야
에헤 에헤 에헤로 지로구나 마를레야 아하아
<초목이 해설>
초목(草木)이 다 성림(成林)헌데: 초목이 모두 무성한데. 이 부분은 경기 입창에서는 “산천초목이 다 무성한데”라고 부른다.
<초목이 풀이>
서도 입창은 <선소리>, <산타령>, <놀량>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초목이>는 산천초목에서 ‘산천’음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경기입창에서 <놀량>의 앞 부분에 해당한다.
놀이(소리)를 시작할 때 서두를 장식하는 소리이다.
서도입창에서는 <놀량>에 포함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따로 떼어 구분하기도 한다.
서도 입창인 서도산타령의 유래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신재효의 판소리 [놀부가]에도 “산천초목이 성림한데...”라는 대목이 보이고 [봉산탈춤] 3과장에도 보인다.
서도 입창과 경기 입창의 선후 관계에 대해 이창배는 경기 입창에서 서도입창이 파생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이는 무리가 있는 추측으로 생각된다.
이문주의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이수자 시험관이었던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낸 이보형은 “서도입창은 서도지방에서 불려지던 선소리이다.라고 하였다.
선소리라함은 장고를 든 한 사람(모갑이)이 소리를 메기면 여러 소고잽이들이 서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소리를 받아 부른다고 하여 선소리 또는 입창(立唱)이라고 한다.
방안에 앉아서 부르는 소리를 좌창(坐唱)이라 부르는데 반해 마당에서 서서 부르는 소리를 선소리 또는 입창이라 하며 가사내용이 산천경개(山川景槪)를 노래한다하여 <산타령>이라고도 한다.
흔히 서도지방의 선소리는 조선시대 평양의 소리꾼 허덕선이 서울의 선소리꾼인 의택이와 종대에게 배워서 서도 선소리 산타령을 만들었고, 이것이 김방울에게 전해져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20세기 초에는 서도입창이 경기입창보다 많이 사랑받았는데, 이는 유성기 음반에 서도입창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서도입창의 유행은 여러 가지 면에서 경기입창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오늘날 양자의 선후문제를 음악적으로 따지는 것은 쉽지 않다.”(이보형의 [황해도 민요]해설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고 했다.
서도의 산타령은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경발림>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따로 놀량 앞부분을 떼어내어 <초목이>를 독립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이론적인 구분으로 실제 가창될 때는 큰 구분이 없다.
놀 량
에라디여 어허야 요흘 네로구나
녹양(綠楊)에 벋은 길로 북향산(北香山) 쑥 들어를 간다
에이 에이 에헤- 어허야 요흘 네로구나
춘수(春樹)나니 낙락(落落) 기러기 나니 훨-훨-훨훨 낙락(落落)
장송(長松)이 와자지끈도 다 부러졌다 마른가지 남아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얼씨구나 좋다 말들어도 보아라
인간을 하직(下直)하고 청산(靑山)을 쑥 들어도 간다
에이 에이 에헤 어허야 요흘 네로구나
황혼(黃昏)나니 거리 검쳐잡고 서낭당(城隍堂) 숭벅궁새 한 마리 남게 앉고 또 한 마리 땅에 앉아
네가 어디메로 가자느냐
네가 어디메로 가자느냐
이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저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에-
어린 낭자 고운 태도(態度) 눈에 암암(暗暗)하고 귀에 쟁쟁(琤琤)
비나네 비나이다 비나니로구나 소원성취로 비나니로구나 에-
삼월이라 육구함도(六衢咸道) 대삼월(大三月)이라 얼씨구나 절씨구나
담불담불이 생김도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아
남창(南窓)에 북창(北窓)을 열구나 보니 담불담불이 쌓인도 사랑
기암(奇岩)에 고송(古松)에 기어나 올라 휘휘 칭칭도 감긴도 사랑
사랑초 다방초 홍두깨 넌출넌출이 박넌출이 이내 가삼에 맺힘도 사랑
에헤에 나헤 요흘 네로구나 아하아
<놀량해설>
<놀량>은 ‘놀다’에서 파생된 말. ‘놀아난다’는 뜻이다. ‘한 바탕 놀아보세’식으로 놀이판의 시작에서 부르는 소리이다. 황해도 봉산탈춤 제 3과장 사당춤에도 사당패가 등장해<놀량>을 부르는 장면이 있다. 또 1916년 발행된 [조선잡가집] <놀량>편에 “죠선에셔 뎨일 오래고 쳐음 된 노래라”말이 특별히 삽입된 것으로 보아 <놀량>은 그 연원이 상당히 오래인 것을 알 수 있다. 팔도의 사당패들이 즐겨 불렸던 으뜸가는 레퍼토리였다.
<놀량풀이>
녹양(綠楊):푸른 잎이 우거진 버들, 푸른 버들. 楊을 陽으로 표기한 곳도 있으나 이는 잘못이며 노는 소리란 뜻이다.
북향산(北香山):평안북도 묘향산을 말한다.
춘수(春樹):봄철의 나무. 춘수(春水)라는 표기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마른가지: ‘마들가지’라는 표현도 보이나 이 경우 ‘마들가리’가 맞는 말이다. 마들가리란 ‘토막으로 된 땔나무’인데, 어려운 말이기 때문에 마른가지로 두는 것이 더 낳을 듯 하다.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지화자자 좋을씨구나
인간을 하직(下直)하고 청산(靑山)을 쑥 들어도 간다:인간이 사는 세계를 벗어나 자연의 세계로 들어간다, 즉 산천경계가 좋은 곳으로 간다는 뜻.
황혼(黃昏)나니 거리 검쳐잡고: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1910년대에 발행된 여러 가사집에는 “황혼을 거긔 검처잡고”([조선잡가집]1916년,[조선속곡집]1913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검처잡다’는 두 물체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뜻이다. 후대에 음률상 ‘나니’가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숭벅궁새: 1910년대 가사집에는 ‘궁벅궁새’로 되어 있다. 벅궁새는 뻐국새다. 뻐꾹 뻐꾹하는 의성어를 채택해서 뻐국새가 되었는데, 고어에서는 벅궁벅궁 울었다고 해서 벅궁새다. 음률을 맞추기 위해 ‘숭벅궁새’로 노래했고, 이것이 ‘숭벅궁새’로 변형된 것이다.
이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거리’는 음률상 삽입된 것.
어린 낭자 고운 태도(態度) 눈에 암암(暗暗)하고 귀에 쟁쟁(琤琤): 어린 양자(樣姿)라는 표기도 보이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어린 낭자의 고운 태도가 눈에 아른거리고 귀에 쟁쟁하게 들린다는 뜻.
육구함도(六衢咸道):여섯 갈래의 갈림길이 있는 큰 길. 이부분은 [조선잡가집]1916년,[조선속곡집]1913년에는 “육구암사(六九庵寺) 대사뭉구리 얼시구나 절시구나”로 되어 있다. 이의 뜻은 “육구암사 대사 그만하고 얼시구나 절시구나”인데, 대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흥에 겹다는 뜻이 된다.
담불담불:곡식을 쌓아둔 모양을 이르는 말
사랑초 다방초 홍두깨 넌출넌출이 박넌출이 이내 가삼에 맺힘도 사랑: 사랑초는 괭이밥과의 식물이나 여기서는 특정 식물을 지칭하기 보다는 음률을 위해 만든 말이다. 다방초는 여러 풀을 말하는 것이나 역시 음률을 위해 만든 말. 넌출은 넝쿨. 가삼은 가슴의 방언. 소리의 뜻보다는 음률 장단을 위해 만들어진 가사로 보아야 한다.
앞 산 타 령(사거리)
* 나 네- 노 니-히 나 네헤 에헤에 에헤이 나 노 나에로 산하지로구나 아하아
1,(과)천(果川) 관악산(冠岳山) 염불암(念佛庵) 연주댄(戀主臺)데
도봉불성(道峯佛性) 삼막(三幕)으로 에헤 둘렀다 아하아
* 에헤에 에헤로 지이히이 지로구나 마를네야 나헤에-헤로 산하지로구나 아하아
2, 백마(白馬)는 가자고 네 굽을 땅기당 치는데
임은 옥수(玉手)를 부여잡고 낙루탄식(落淚嘆息)만 한다 아하아
*우지를 말아라 우지를 말아라 네가 진정코 우지를 말아라 너무나 울어도 정(情)만 없어진다 아하아
3, 추야공산(秋夜空山) 날 저문 날인데 모란황국(丹蘭黃菊)이 다 붉었다
*경상도(慶尙道)라 태백산(太白山)인데 상주(尙州) 낙동강(洛東江)이 더듬어 있구요
전라도(全羅道) 지리산(智異山)에 하동(河東)이 엎어 자빠라진 강이 에헤 둘렀다 아하아
4, 저 달아 보느냐 임 계신 곳을 명기(明氣)를 빌일려나 나도 잠깐이나 보자
*활량 노릇을 그만하구요 가지각색 마음을 먹었더니만
새장구 장단 치는 소리 발림춤만 춘다(나간다) 아하아
5, 팔도(八道)로 돌아 유산객(遊山客)이요 여덟도 명산(名山)이 금강산(金剛山)이라
*탁자(卓子) 앞에 앉은 노승(老僧) 팔대 장삼(長衫)을 떨쳐 입고 고부랑 곱박 염불(念佛)만 한다
6, 백구(白鷗)는 편편(翩翩) 대동강 상비(大同江上飛)하고
장송(長松)은 낙락(落落) 청류벽상취(淸流壁上翠)라 아하아
*장성일면(長城一面)은 용용수(溶溶水)요 대야동두(大野東頭)는 점점산(點點山)이라
능라도(綾羅島) 백운탄(白雲灘)으로 놀러만 가자 아하아
<앞산타령풀이>
(과)천(川) 관악산(冠岳山) 염불암(念佛庵) 연주댄(戀主臺)데 도봉불성(道峯佛性) 삼막(三幕)으로 에헤 둘렀다: 천관악산은 과천 관악산에서 ‘과’음이 탈락한 형태. 과천으로 불러도 좋고 천관악산으로 불러도 좋다. 염불암, 연주대 삼막사는 모두 관악산에 있는 절 이름.
백마(白馬)는 가자고 네 굽을 땅기당 치는데 임은 옥수(玉手)를 부여잡고 낙루탄식(落淚嘆息)만 한다: 땅기당은 음률을 위한 의성어. 임은 아름다운 손을 부여잡고 눈물 흘리며 탄식한다는 뜻.
추야공산(秋夜空山) 날 저문 날인데 모란황국(丹蘭黃菊)이 다 붉었다:가을 밤 빈산에 날 저물었는데 모란과 국화가 다 활짝 피었다. 모란은 봄에 피는 꽃이며 국화는 노란 색이나 관용적으로 “모란황국 다 붉었다”라고 표현한다.
경상도(慶尙道)라 태백산(太白山)인데 상주(尙州) 낙동강(洛東江)이 더듬어 있구요 전라도(全羅道) 지리산(智異山)에 하동(河東)이 엎어 자빠라진 강이 에헤 둘렀다 아하아: 이 부분은 이창배의 가사는 “경상도(慶尙道)라 태백산(太白山)인데 상주(尙州) 낙동강(洛東江)이 둘러 있고 전라도(全羅道) 지리산(智異山)은 하동(河東)이라 섬진강수(蟾津江水)로만 에헤 둘렀다”로 되어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1916년의 [조선잡가집]에는 “경상도라 태백산은 상주 낙동강이 더드마잇고 전라도 지리산이 해동 뒷쳐 잡바라지인 강에 에헤이 들넛구나”로 되어 있다.
저 달아 보느냐 임 계신 곳을 명기(明氣)를 빌일려나 나도 잠깐이나 보자:달아 보느냐 님 계신 곳을, 달아 밝은 기운을 빌려주려마 나도 잠깐이나 님을 볼 수 있게. 이 구절은 <황계사>에도 나온다.
활량 노릇을 그만하구요 가지각색 마음을 먹었더니만 새장구 장단 치는 소리 발림춤만 춘다: 활량(놀고 먹는 사람. 한량(閑良)의 변한 말) 마음 잡고 활량짓 그만 두려고 했더니 새 장구로 장단치는 소리를 들으니 춤이 저절로 나오고. 발림이란 노래를 듣고 흥을 내어 추는 몸동작을 말한다.
팔도(八道)로 돌아 유산객(遊山客)이요 여덟 도 명산(名山)이 금강산(金剛山)이라
※ 탁자(卓子) 앞에 앉은 노승(老僧) 팔대 장삼(長衫)을 떨쳐 입고 고부랑 곱박 염불(念佛)만 한다: 이 부분은 김정연의 앞산 타령에는 없는 부분이다. 고부랑 곱박은 의태어를 음률상 재미있게 표현한 것.
백구(白鷗)는 편편(翩翩) 대동강상비(大同江上飛)하고 장송(長松)은 낙락(落落) 청류벽상취(淸流壁上翠)라: 갈매기는 편편 날아서 대동강 위를 날고 큰 소나무는 청류벽 위로 푸르다. 청류벽은 대동강에 있는 절경지.
장성일면(長城一面) 용용수(溶溶水)요 대야동주점점산(大野東頭點點山)이라:고려 예종 때의 시인 김황원이 지은 시다. 그는 대동강 부벽루에 올라, 大野東頭點點山 長城一面溶溶水라는 시를 짓고는 풍경에 압도되어 결국 뒤의 두 구절을 완성하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큰 들 동쪽에 산들이 쭈뼛쭈뼛 솟아 있고, 긴 성 한 곳으로 잔잔히 물이 흐른다는 뜻.
능라도(綾羅島) 백운탄(白雲灘): 모두 대동강의 절경지.
뒷산타령(중거리)
*나지나 산이로구나 에 에- 두견(杜鵑)아 에 어허야 지루허구 산(山)이로구나 에-
1,일원산 이 강계 삼포주 사법성은 여산폭포수(廬山瀑布水) 로 에 둘렀다 에-
*에헤 에에헤로 에에헤 에에헤야 어허야 지루허구 산이로구나 에-
2,여초목(與草木)이 동남풍(東南風)에 거리숭벅 우는 소리
장부(丈夫) 요내 요촌의 간장(肝臟)을 다 녹여 낸다 에
*나뭇잎만 뚝뚝뚝 떨어져도 한병(漢兵)인가 의심(疑心)하고
새만 좌르르르 날아들어도자룡(子龍)의 삼지창(三枝槍)만 여겨 의심한다 에
3,갈까 보다 말까 보다 임을 따라 갈까 보다
자룡(子龍)이 월강(越江)하던 청총마(靑驄馬) 비껴 타고
이내 일신(一身)이라도 한양(漢陽)을 따라 갈까나
*에라 놓아라 못 놓갔구나 에라 놓아라 못 놓갔구나
엄지 손가락은 다물어 빠지고 새끼 손가락은 삼동에 나는데 에-
오마니 아시면 매맞겠네 짜장 깊은 정(情)을 생각하면
죽으면 죽었지 나는 못 놓겠다 에
4, 열려거든 열려무나 말려거든 말려무나 남의 딸이 너뿐이며
남의 집 귀동자(貴童子)가 세상(世上)에 너뿐인가 에
* 아하 요것이 맹랑하구나 아하 요것이 맹랑하구나
여봐라 이 애야 네 내 말 듣거라 너는 어떠한 계집애관대
장부(丈夫) 장딴지를 새장구통만 여겨 와삭바삭이 다 잡아다니고
너는 어떠한 귀동자(貴童子)관대 사람의 요내 요촌 간장(肝臟)을 다 녹여 낸다 에
5,데려가면 연분(緣分)이요 두고 가면 상사(相思)로다
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몸이 죽어서 나비되어
임의 집 화초(花草)밭으로 오락가락할거나 에
*널로 연(緣)하여 얻은 병(病)을 무삼 약(藥)을 다 쓰잔 말가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도 저바리고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도 저바리고
알뜰한 님의 말씀으로 날 살려라 에-
6,영천수(潁川水)라 맑은 물에 귀를 씻고 앉았으니
연잎은 숙어지고 방초방초(芳草芳草) 잦았는데
제비만 좌르르르 다 날아든다 에
*쟁글쟁글하니 새장구(杖鼓) 소리요 우드랑퉁탕하니 소고(小鼓) 소린데
양팔을 짝 벌리고 빵긋 웃고서 돌아서니
사람의 요내 요촌의 간장(肝臟)을 다 녹여낸다 에-
7,여운간지명월(如雲間之明月)이요 약수중지연화(若水中之蓮花)로다
운간명월(雲間明月)이 너뿐이며 수중지연화(水中之蓮花)가 세상(世上)에 너뿐인가 에
*홍순(紅脣)을 재현(纔見)하니 운리월(雲裏月)이요
옥안(玉顔)을 대상(對象)하니 수중연(水中蓮)이라 명모호치(明眸皓齒)가 너뿐이며
월태화용(月態花容)이 세상(世上)에 너뿐인가 에
8,동소문(東小門) 밖에 썩 내달아 무네미를 얼른 지나
다락원(樓院)서 돌쳐 보니 도봉망월(道峯望月)이 천축사(天竺寺)라
*일락서산(日落西山)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백운(白雲)이 솟아
달만 뭉게뭉게 솟아온다 에
<뒷산타령 풀이>
일원산 이강계 삼포주 사법성은 여산폭포수(廬山瀑布水)로 에 둘렀다: 이 부분은 현재에는 김정연의 <앞산타령>에서만 보이는 가사이지만, 1918년 발행된 [신구현행잡가]와 1922년 발행된 [신정증보신구잡가]에서 보이는 가사이다. 이 두 고가집에서 <중거리>의 첫대목이 “일원산...”으로 시작된다. <봉산탈춤>에서도 “일월산·이강계·삼포도·사법전·드른입·백사장·인천·제물포로 찾아도”라는 대사와 “우리 영감 찾으려고 일원산서 하루 자고, 이강경이에서 이틀 자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원산, 강계, 포주, 법성은 모두 지명이다. 단 ‘포주’는 평안북도에 있는 지명인지 현재의 경기도 포천의 옛 이름인지 확실하지 않다. 여산폭포수는 이백의 <망여산폭포수(望廬山瀑布水)>에서 따온 대목이다.
여초목(與草木)이 동남풍(東南風)에 거리숭벅 우는 소리 장부(丈夫) 요내 요촌의 간장(肝臟)을 다 녹여 낸다: 초목에는 동남풍이 불고 뻐꾸기 우는 소리에 장부의 간장이 다 녹아난다는 뜻. ‘거리’는 음률상 삽입된 소리이며 ‘숭벅’은 ‘벅궁벅궁’에서 변한 말. ‘요내 요촌’은 원래 ‘열네 촌’에서 변한 말이다.([신구현행잡가],[신정증보신구잡가]) 촌은 길이의 단위. 간장이
*나뭇잎만 뚝뚝뚝 떨어져도 한병(漢兵)인가 의심(疑心)하고 새만 좌르르르 날아들어도 자룡(子龍)의 삼지창(三枝槍)만 여겨 의심한다:적벽대전에서 패한 뒤 쫒기는 조조의 입장에서 서술한 대목이다. 나뭇잎만 떨어져도 유비의 군대인가 의심하고, 새만 날아도 조자룡의 군사인지 의심한다는 뜻.
자룡(子龍)이 월강(越江)하던 청총마(靑驄馬) 비껴 타고:조자룡이 강을 건널 때 탔던 청총마(갈기가 푸른 말)를 타고:
데려가면 연분(緣分)이요 두고 가면 상사(相思)로다 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몸이 죽어서 나비되어: 데려가면 사랑이고 두고 가면 님 생각에 그리움이다, 님 그러워도 보지못하면, 이내 몸이 죽어서 나비가 되어
*널로 연(緣)하여 얻은 병(病)을 무삼 약(藥)을 다 쓰잔 말가:너로 인하여 얻은 병을 무슨 약을 쓰자는 말인가. 어떤 약도 필요없다는 뜻.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열병을 다스리는 탕약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여러 질병을 다스리는 탕약
영천수(潁川水)라 맑은 물에 귀를 씻고 앉았으니:영천수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맑은 시내. 요임금이 허유라는 사람에게 벼슬을 시키려 하자 허유는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고 영천수물로 귀를 씻었다고 한다.
연잎은 숙어지고 방초방초(芳草芳草) 잦았는데: 연잎은 기울고 여러 풀들은 무성해지는데
여운간지명월(如雲間之明月)이요:구름 사리로 보이는 밝은 달같이 아름다움
약수중지연화(若水中之蓮花)로다:못에 떠 있는 연꽃 같이 아름답다는 뜻. 이 대목은 [춘향가]에도 보인다.
*홍순(紅脣)을 재현(纔見)하니 운리월(雲裏月)이요:붉은 입술을 겨우 드러내니 구름 속의 달 같고
옥안(玉顔)을 대상(對象)하니 수중연(水中蓮)이라: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니 수중의 연꽃이라
명모호치(明眸皓齒):맑은 눈동자와 흰 이라는 뜻으로, 미인(美人)의 모습을 이르는 말.
월태화용(月態花容):아름다운 여인의 얼굴과 맵시를 이르는 말
무네미:현재의 수유리를 말한다.
다락원:현재의 의정부시 망월사역 부근을 말한다.
경 발 림 (景사거리)
1,중원지변방(中原之邊方)이요 오-일세(日勢)는 요란한데
삼산반락(三山半落)에 청천외(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의 백로주(白鷺洲)란다 에-
*어데로 가자고 날만 졸라 어데로 가자고 지그렁 직신
날만 조리조리 졸졸이 따라 안성(安城)에 청룡(靑龍) 가잔다 에-
2,수락산(水落山) 폭포수(瀑布水)요 에헤 둥구재며 만리재(萬里峴)라 약잠재(藥蠶峴)며 누에 머리
용산(龍山) 삼개로 에 둘렀단다 에-
*연산(連山)의 김덕선(金德善)이 수원(水原)의 북문(北門) 지어 나라의 공신(功臣)되어
수성옥이 와류감투 꽉 눌러 쓰고 어주(御酒) 삼배(三盃) 마신 후에 앞에는 모흥갑(牟興甲)이
뒤에는 권삼득(權三得)이 송흥록(宋興祿)에 신만엽(申萬葉)에 쌍화동(雙花童) 세우고 어전(御前)
풍악(風樂)을 꽝꽝 치면서 장안(長安) 대로상(大路上)으로 가진 신래(新來)만 청(請)한다 에-
3,강원도(江原道) 금강산(金剛山)에 유점사(楡岾寺) 법당(法堂) 뒤에 느릅나무 가지가지마다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서 나오신 불상(佛像) 오십삼불(五十三佛)이 분명하단다 에-
*관동팔경(關東八景) 구경을 가자 강릉(江陵)의 경포대(鏡浦臺) 양양(襄陽)의 낙산사(洛山寺)
울진(蔚珍)의 망양정(望洋亭) 삼척(三陟)의 죽서루(竹西樓) 고성(高城)의 삼일포(三日浦)
통천(通川)의 총석정(叢石亭) 평해(平海)의 월송정(越松亭) 간성(杆城)의 청간정(淸澗亭)이란다
놀기 좋기는 설악산(雪嶽山) 신흥사(神興寺)란다 에
4,바람이 불려는지 나무 중동 거드러 반춤 추고 억수 장마 지랴는지
만수백수무산의 매지구름이 펑퍼졌단다 에-
*서도팔경(西道八景) 구경을 가자 삼등(三登)의 황학루(黃鶴樓) 성천(成川)의 강선루(降仙樓)
개천(价川)의 무진대(無盡臺) 영변(寧邊)의 약산대(藥山臺) 강계(江界)의 인풍루(仁風樓)
의주(義州)의 통군정(統軍亭) 안주(安州)의 백상루(百祥樓) 평양의 연광정(練光亭)이란다
놀기 좋기는 부벽루(浮碧樓) 대동강(大同江)이라 에-
<경발림풀이>
중원지변방(中原之邊方)이요 오-일세(日勢)는 요란한데: 중원의 변방,
즉 우리나라. ‘일세는 요란한데’는 날씨가 아주 좋은데라는 뜻.
삼산반락(三山半落)에 청천외(靑天外)요 이수중분(二水中分)의 백로주(白鷺洲)란다:이 구절은 이백의 시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에 나오는 구절이다. “삼산은 청천 밖으로 반쯤 걸렸고, 이수는 백로주로 가운데로 나뉘었네.”라는 뜻이다.
참고로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
봉황대 위에 봉황이 노닐었다더니
봉황은 가고 누대도 비고 강물만 흐르네.
오나라 궁궐의 화초는 오솔길을 뒤덮고,
진나라 귀인은 옛언덕의 무덤이 되었구나.
삼산은 청천 밖으로 반쯤 걸렸고,
이수는 백로주로 가운데로 나뉘었네.
이제 모든 것은 뜬구름이 해를 가렸으니,
장안은 보이지 않고 사람을 근심케 한다.
鳳凰臺上鳳凰遊
鳳去臺空江自流
吳宮花草埋幽徑
晉代衣冠成古丘
三山般落靑天外
二水中分白露州
總爲浮雲能蔽日
長安不見使人愁
지그렁 직신:재미있게 표현한 말. 별 의미는 없다.
안성(安城)에 청룡(靑龍) 가잔다: 안성 청룡사로 가자는 말. 청룡사는 한 때 사당패의 본거지였다.
둥구재:서대문 사거리 충정로우체국 뒤쪽 둥구레산이 줄기를 남쪽으로 흘려 내리다가 다시 둥글게 밀어올린 산 밑 부분으로 북아현동 오른편 언덕 복주우물 넘어가는 마루턱을 이른다.
약잠재(藥蠶峴):지금의 서부역에서 아현동으로 가는 고개
누에 머리:남산 서북쪽의 지명 이름
삼개: 지금의 마포(麻浦)
김덕선(金德善):충남 논산군 연산 사람으로 대목(큰 목수)였다.
수성옥이 와류감투: 자세히 알 수 없다. 와류감투는 [신정증보신구잡가]에는 ‘와룡감투’로 되어 있다. 와룡은 제갈 공명의 별칭이니 당시 유행하던 감투의 한 종류였던 것 같다. 모흥갑(牟興甲), 권삼득(權三得), 송흥록(宋興祿), 신만엽(申萬葉):모두 당대의 명창들.
쌍화동(雙花童):행사 때 세우던 아이들 둘.
가진 신래(新來)만 청(請)한다: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과거 시험을 보고 나서 합격자가 발표되면 예복을 갖춰 입고 증서를 타러 갈 때 구령이 '신래(新來)위'이다. 좋은 기분으로 행사를 치르면서 불렸던 구령 같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바람이 불려는지 나무 중동 거드러 반춤 추고:큰 바람이 부려는지 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만수백수무산의 매지구름이: 만수백수무산은 일반적인 산을 이른다. 매지구름은 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