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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자유게시판 스크랩 [추석연휴] 고속도로 휴게소 총점검
최영기 추천 0 조회 111 08.09.12 00:0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추석연휴] 고속도로 휴게소 총점검

 

1970년대, '브리사' 구경하러…
2000년대, 천연 암반수 뜨러 휴게소 간다!

 

  

 

짧은 연휴지만 고향을 찾기로 마음먹은 추석 귀성객들의 최대 고민은 '고속도로를 언제 어떻게 타야 짜증스런 교통체증·정체를 피하나' 아닐까.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서울방향)와 경산휴게소, 평사휴게소, 언양휴게소(서울방향)를 운영하는 '대신기업' 대표이사 이기진(52)씨에 따르면 이런 고민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상상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1973년부터 올해까지 35년 동안 휴게소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이 대표는 "1980년대 중반만 해도 고속도로에 차가 없어서 휴게소 영업이 안될 지경이었다"고 했다.

 

▲ 1980년대 초반 언양 휴게소

 

▲ 1980년대 휴게소 간이화장실  

 

■ 1970년대 육개장·비빔밥·설렁탕 전부… 매주 수요일 '분식'

"서울부터 대전까지는 그나마 괜찮았죠. 대전 이남으로는 차가 없었어요. 화물트럭이 하루 대여섯 대 지날까? 주변 주민들이 자동차 구경하려고 휴게소에 왔어요. 버스나 트럭이 들어오면 반가워서 서비스를 열심히 해줬을 정도예요."

첫 고속도로 휴게소는 1971년 문 연 추풍령휴게소. 이어 1972년 대신기업과 연도산업, 보림개발이 망향·옥산휴게소(연도), 죽암·천안삼거리휴게소(보림), 평사·경산휴게소(대신) 운영권을 공개 경쟁 입찰로 낙찰 받은 것이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 역사의 시작이다.

시설은 화장실과 식당이 전부였다. 식사는 육개장과 설렁탕, 비빔밥이 고작이었다. "매주 수요일은 만두와 칼국수를 냈어요. 그때만해도 정부에서 분식을 장려했거든요. 간식은 햄버거였어요. 그것도 요즘처럼 제대로 된 쇠고기 패티도 아니고, 무슨 생선 넣고서 만들었던 것 같아."

음료는 콜라, 사이다, 커피. 손님이 판매대에 와서 음료를 달라고 하면 병뚜껑을 따서 유리잔에 따라 팔았다. 1980년대 중반 콜라 한잔 가격이 130원. 커피는 주전자에 끓여서 사기 잔에 따라줬다. "그런데 대전 이남으로는 탄산음료가 안 팔려요. 휴게소 문 열고 4년쯤 지나니까 팔리더라고. 그리고서 '인삼 넥타' '로얄D' '구론산' '진생업' 같은 음료가 나왔어요."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을 휴게소를 운영·관리로 보낸 대신기업 유춘식 상무이사와 성대현 영업이사는 "1980년대만 해도 '차판매'라는 걸 했다"고 회상하며 즐거워했다. "이만한 상자에 과자·음료수·아이스크림을 잔뜩 싣고 버스에 올라가 팔았습니다. 그러면 초등학교 아이들이 몰려들어요."

빵과 과자도 휴게소에서 직접 구워 팔았다. "제빵업체에서 빵 납품을 안 해요. 팔리지 않아 반품 많지요, 운송비는 많이 들지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까." "삶은 달걀 참 많이 팔렸어요. 달걀 세 개 하고 한약봉지에 싼 소금을 비닐망에 담아서 100원에 팔았죠."


 

▲ 2007년 신축한 덕평휴게소 본관

 

▲ 칠곡휴게소(하행) 미술관  

 

■ 좌변기 올라앉아 '일' 보시던 어르신들

당시 휴게소는 오지였다. "몸을 씻을 수가 없어서 경산에서 트럭을 얻어 타고 경주에 가서 목욕했습니다. 다시 트럭 얻어 타고 휴게소 반대 방향에 내려서 고속도로를 건넜죠. 평사휴게소에는 전화가 없어서 경산휴게소까지 '삐삐선'을 우리 직원들이 깔았습니다."

이 대표는 "좌변기가 휴게소 화장실에 설치된 건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경"이라고 기억했다. 외국 관광객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였다. 그런데 좌변기는 부서지기 일쑤였다. "좌변기가 익숙하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좌변기에 올라가서 쭈그리고 '일'들을 보셨거든요."

좌변기가 보급된 1986년 즈음부터 차가 늘더니, 88올림픽 이후로 폭증했다. 기아에서 생산한 '브리사', 현대 '포니'가 드문드문 서있던 주차장은 이제 '그랜저' '쏘나타'로 빽빽하다. 'BMW' '벤츠' 같은 외제 승용차도 드물지 않다. 휴게소는 6곳에서 149곳(2008년 8월 기준)으로 늘었다.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 서정웅 본부장은 "1960~70년대 약 80㎞이던 휴게소 간 간격이 30~40㎞ 정도로 좁아졌다"고 말했다.
휴게소 취급 등록상품만 4500여개. 매점은 편의점 형태로 바뀌었다. 카페테리아 또는 푸드코트 스타일의 식당에서 다루는 음식은 한식은 물론 중식과 일식, 양식까지 스무 가지가 넘는다. 가격도 백반 1인분 400원쯤에서 5000원으로 올랐다. 좌변기에 올라앉은 건 사람이 아닌 비데. 평사휴게소와 경산휴게소를 잇던 삐삐선은 사라졌고, 인터넷 안 되는 휴게소가 드물다.

갈수록 높아지는 휴게소 이용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휴게소마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별미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미술관을 만들어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요즘 휴게소에서는 어떤 음식과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고생길, 낭만적인 가을 휴가가 되다 - 경치 좋은 휴게소

 

 

 ■ 일출은 여기서―동해휴게소·옥계휴게소

일출이 여기만큼 멋진 휴게소는 없다.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와 옥계휴게소. 전국에서 일출을 보겠다고 몰려오는 정동진이 바로 옆이다. 동해휴게소(동해방향)는 높은 언덕 위에 넓은 전망대가 있다. 망상해수욕장이 바로 아래다. 휴게소와 해수욕장 사이를 철로와 고속도로가 가른다. 인파에 시달려야 하는 정동진과 달리 한적하고 조용해서 차분하게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벽돌로 지은 아담한 휴게소 건물이 고풍스럽다. 전망대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벤치 10여 개가 놓여있다.

동해휴게소 건물이 '빈티지'라면 옥계휴게소(속초방향)는 현대 조각이다.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 특선을 수상한 휴게소 건물은 날아오를 듯 날렵하다. 노출 콘크리트와 티타늄 등으로 건물 외관을 무채색으로 구성했다. '튀지' 않는 겉모습이 아름다운 풍광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풍경을 가로막지 않고 감상하도록 휴게소 건물은 가능한 한 벽으로 채우지 않고 비웠다. 휴게소 뒷면은 툭 터진 공간으로 만들었다. 옥계휴게소는 동해휴게소보다 바다에 붙어있다. 그래서인지 동해휴게소에서 감상하는 일출이 해수욕장과 소나무, 기찻길, 도로가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다면, 옥계휴게소 뒤쪽 전망대에서의 일출은 거칠 것 없이 호방하다. 전망대 아래로 언덕이 절벽처럼 바다로 뚝 떨어진다. 아래로 방파제가 보인다. 휴게소 안에서도 풍광을 최대한 즐기도록 건물 뒷면은 통유리로 마감했다. 2층 화장실은 '필수 답사 코스'. 건물 옥상에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망상해수욕장이 멋지다. 왼쪽 시멘트공장은 썩 아름답지 않다.

 

 

▲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 전망대 솟대 너머로 해가 뜬다.

 

▲ 동해고속도로 옥계휴게소의 아침

 

▲ 노출콘크리트 같은 무채색 소재로 지은 옥계휴게소가 해돋이 풍경 속으로 자연스레 녹아든다.

 

 

전망대 옆으로 물·모래·자갈·대리석으로 조경한 공간도 볼 만하다. 바다와 모래사장, 자갈밭을 기하학적으로 해석했다. '테마박물관'은 테마가 명확하지 않다. 새·표범·늑대·호랑이 박제와 화석 따위가 1층과 2층에 전시돼 있다. 무료. 해 뜨는 시간이 휴게소 안내센터에 매일 게시된다.



오렌지 빛 일몰―행담도휴게소

서해대교 중간에 위치한 휴게소. '오션파크 리조트 휴게소'라고도 불린다. 고대신전 건축양식을 본떠 2층 건물을 지었다. 휴게소 2층 난간에 올라서면 서해대교 너머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몰을 보기 쉬운 위치는 아니지만, 안개가 너무 심하지 않다면 저녁 무렵에 오렌지 빛 바다를 볼 수 있다. 휴게소 뒤편에 위치한 '서해대교 홍보관'엔 서해대교를 짓기까지의 과정을 각종 영상과 사진으로 설명해 놓았는데, 한 번 둘러보고 난 감상을 써서 내면 휴대용 밀폐용기 '락앤락'이나 이동식 휴대전화 충전기를 선물로 준다.


갤러리 같은 휴게소―덕평자연휴게소

나무와 유리가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 눈길을 끄는 휴게소. 고속도로 휴게소라기보단 카페나 갤러리 건물 같은 느낌이다. 건물 뒤편엔 커다란 인공연못을 끌어들인 '중앙정원'을 조성해 놓았다. 연못 주변엔 깔끔한 나무데크로 산책로를 만들고, 아기자기한 구름다리와 물레방아, 작은 꽃밭과 풀밭까지 있어 온 가족이 나들이를 떠나는 길에 잠시 쉬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중앙정원 한쪽엔 햇살 잘 드는 통유리창 건물로 지어진 이탈리아 파스타식당 '델 파스타'와 한식당 '풍경마루'가 있어 데이트 장소로 활용해도 좋다. 허브로 만든 천연 화장품·비누를 파는 '아로마&허브', 이천 도자기를 전시·판매하는 '이천도자기관'도 있다. 아기를 데리고 나온 가족을 위해 유모차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두 평 남짓한 모유수유실엔 전자레인지와 아기용 간이침대를 갖춰놓았다.


일렁이는 논 너머 푸른 바다-대천휴게소

서해안고속도로 대천휴게소(목포방향)에 위치한 '전망대'는 '야외 쉼터'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법하다. 직원들에게 "일몰 전망대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자 다들 고개를 기웃거리더니 "저기 야외에 나가면 바다가 보이는 것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대답했다. '전망대'치곤 머쓱하게 낮은 위치에 있는 야외쉼터지만, 날씨 좋은 날 이곳에 서면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논·밭 너머 멀리 푸른 서해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은 화분과 야외 테이블을 갖춰놓아, 하늘을 보면서 한숨 돌리고 가기도 좋다.

LPG 충전소 뒤편에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가 있고 나무 계단을 따라 산책로가 있다. 장시간 운전에 뻐근해진 몸을 풀고 가볍게 산책하기엔 안성맞춤이다.

 

 

귀향길, 휴게소에서 스테이크로 럭셔리한 점심을!

 

휴게소 음식은 싸구려? 
 

 

  ::: ‘칼질’ 하는 휴게소

 

저렴한 음식 위주인 고속도로 휴게소와 값비싼 음식의 대명사 스테이크. 어울리지 않는 둘의 만남이 횡성휴게소(인천방향)에서 이뤄졌다. 횡성휴게소에서는 지난 1일 '횡성한우스테이크'(14000원)를 내놨다. 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가 인증한 '강원 명품 음식' 셋 중 하나다. 횡성의 유명한 한우를 특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횡성휴게소 신인선 소장은 "1등급 한우만 축협에서 받아 쓴다"면서 "1등급 한우 150g이면 서울에서 최소 2만5000원은 줘야 먹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권을 한식당에 내면 "어떻게 굽겠느냐"고 묻는다. 레어(rare), 미디엄(medium), 웰던(well-done) 중 미디엄으로 부탁했다. 성인 여성 주먹만한 고기는 육즙이 촉촉하고 육질이 부드럽다. 그릴에 구워 '불맛'도 난다.

와인을 졸여 만든 소스는 너무 시거나 달지 않은 수준급 맛이다. 볶음밥, 양송이크림수프, 샐러드, 김치, 새송이버섯 볶음, 매시드포테이토, 단무지와 피클 등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음식도 서울 웬만한 경양식당 수준이다. 여기에 1000원짜리 원두커피 티켓이 서비스로 딸려 온다. 볶음밥이 고기 접시에 함께 나오고 김치, 단무지 등이 테이블에 올라, '정통' 스테이크보다는 동네 경양식 분위기에 더 가까운 듯한 분위기가 난다. 그러나 고기 맛은 수준급.

스테이크가 부담스럽다면 '제육직화구이'(6000원)가 있다. 그릴에 불맛 살려 구운 삼겹살이나 목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낸다. 정사각형 도시락통에 제육구이와 김치, 삼치구이, 무채, 오이지, 김, 오징어젓, 달걀찜, 밥이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맑은 장국은 따로 나온다. 맛도 맛이지만 양도 푸짐하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 장 담그는 휴게소

 

경부선 칠곡휴게소(부산방향) 옥상에는 커다란 장독 11개가 놓여있다.

방종찬 조리장은 "김천에서 계약 재배한 콩으로 만든 메주 400개를 받아다 장을 담근다"며 "직접 장을 담그는 휴게소는 아마 우리 밖에 없을 것"고 말했다.

이렇게 장을 담가 간장을 뜨고 된장을 담근다. 대형 식품업체에서 대량생산해 일괄적으로 납품 받는 간장, 된장과는 맛이 다르다.

"손님들께서 고향에서 먹는 된장찌개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는 방 조리장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생산량이 모든 매장에서 쓸 만큼 많지는 않다.

칠곡휴게소의 경우 '한식당'과 '기사식당'에서 판매하는 된장찌개에만 이 맛있는 된장이 들어간다.

뚝배기에 끓여 나오는 한식당 된장찌개 3500원, 테이블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보글보글 끓여 가며 먹는 기사식당 된장찌개 5500원.

 

 

 

::: 해장국 좋은 휴게소

 

장시간 운전으로 몸이 피곤할 땐 역시 뜨끈한 국물을 먹어줘야 한다. 별미 해장국으로 유명한 세 곳을 찾아가 맛봤다.

 

첫 목적지는 경부선 경주휴게소(부산방향). 발음이 "와장창"과 비슷한 '봉계 우장탕'(5000원·사진)은 내장탕의 하나다. 봉계에서 자란 한우의 내장, 소장, 간, 쓸개, 허파, 살코기 등 일곱 부위를 소뼈와 황기, 감초, 생강 등 한약재와 함께 네 시간 동안 천천히 폭 우린다. 이 묵직한 진국에 버섯, 토란, 파 따위 채소와 들깨가루를 넣고 된장과 고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너무 맵지 않으면서 구수하고 시원하다. 여기에 밥을 푹푹 말아 먹으면 든든하다.

 

다음은 단양휴게소(부산방향) '올갱이 부추어탕'(6000원). 올갱이는 1급수에서만 사는 민물 다슬기. 경상도에선 '고디', 전라도에선 '대사리'라고 부른다. 올갱이는 간과 신장에 좋아 피로나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친 운전자에게 특효일 듯하다. 충북에선 올갱이로 된장국을 주로 끓인다. 올갱이 부추어탕은 올갱이와 어죽의 만남이다. 곱게 푼 생선살과 올갱이에 된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팔팔 끓이다 부추를 송송 썰어 넣고 마무리한다. 걸죽하고 구수한 국물이 입안에 꽉 찬다. 물에서 나는 재료로 끓인 국물이어선지 우장탕보다는 덜 묵직하고 조금 더 가볍다. 뒷맛이 개운하다.

 

마지막은 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강릉방향) '대관령 황태곰탕'(6000원). 지난 1일 지역 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가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개발해 판매를 시작한 '강원 명품 음식' 세 가지 중 하나라 기대가 컸다. 소뼈에 황태를 넣고 우린 국물이 뽀얀 우윳빛이다.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어딘가 허전하면 송송 썬 풋고추를 넣어 먹도록 함께 내준다.

 

국물이 어딘가 어정쩡하고 밋밋하다. 황태처럼 맑고 투명한 것도 아니고, 소뼈 국물처럼 깊은 진한 맛도 아니다. 이 휴게소에서 황태곰탕과 함께 판매하는 '황태해장국'(5000원)'은 오래된 황태를 사용하지 않는지 묵은내 없이 개운하다. 콩나물과 무가 들어가 더욱 시원하다. 맛은 황태 해장국이 더 깔끔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인기메뉴 Best 8

 

휴게소에선 역시 우동이 최고


 

고속도로 휴게소 최고 인기 음식은 역시 우동이었다. 지난 1~7월 전국 휴게소에서 팔린 우동 매출액은 약 385억40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약 194억 원으로 2위에 오른 라면과의 매출액 차이가 두 배에 가깝다. 한 휴게소 관리자는 "휴게소 손님들은 빠르고 편하게 한 끼 '때우기'를 원하지, 비싼 별미는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빔밥·국밥·백반 등 오래된 휴게소 음식을 제치고 2위에 오른 라면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휴게소들은 한국사람이 라면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다른 음식보다 휴게소마다 맛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을 라면의 인기 비결로 보고 있다. 3위에는 매출 156억여 원을 기록한 비빔밥이 올랐다.

오징어는 매출 135억여 원으로 전체 4위, 간식류 중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국밥과 김밥, 백반이 5·6·7위에 올랐다. 전통의 휴게소 먹거리 호두과자는 매출액 4억7000여 만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  베스트셀러 기흥 우동

 

경부선 기흥휴게소(부산방향)는 수타(手打)식 우동으로 소문난 곳. 평일 하루에만 우동 1000여 그릇을 팔아 치우는 휴게소 우동의 명가(名家)다.

주의해야 할 점은 '수타'가 아니라 '수타식'이라는 것.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맛을 재연하는 '사누키 면 기계'를 사용해서 면작업실에서 매일 우동면발을 만든다.

주방장 한운규씨는 "수타식이라고 하면 다들 중국집 자장면처럼 반죽을 치대고 때리는 장면을 생각하는데, 일본 수타 면발은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칼국수 면발을 만드는 것처럼 잘 반죽하고 밀어서 썰어내는 식"이라며 "매일 손으로 만든 반죽을 하루 정도 숙성시킨 다음 기계로 밀어서 썰어낸다"고 말했다.

반죽을 만들 땐 인공첨가물 없이 소금물과 밀가루만 넣는다. 국물은 가다랑어, 고등어, 다시마 등 천연 재료로 우려 낸다. 냉동면을 중탕해서 내놓는 일반적인 휴게소 우동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다. "우동의 참 맛을 즐기고 싶다면 튀김이나 기타 재료가 추가로 들어가지 않은 기본 우동을 먹는 게 제일 좋다"는 것이 주방장의 말. 최근 일본 관광객들은 튀김우동을 많이 찾는다. 간판이름 '향천우동'은 일본에서도 수타 우동으로 유명한 가가와(香川·かがわ)현의 지명에서 따왔다. 향천우동 4500원, 튀김우동 6000원.

 


::: 스테디셀러 천안 호두과자

 

경부선 천안삼거리휴게소(서울방향)는 전국에서도 호두과자를 가장 많이 파는 곳. 평일 하루 동안 1000만~1200만 원어치의 호두과자가 팔린다. 휴게소 호두과자 담당자 원종필씨는 "1973년부터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팔았다"며 "천안의 호두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자연스레 판매율 전국 1위를 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안 호두과자의 원조로는 흔히들 1940년대 때부터 천안 광덕산에서 자란 호두로 만들어 팔았다는 '학화 할머니 호두과자'(www.hodoo.co.kr)를 꼽는다. 천안 삼거리로 진입해야만 '원조 호두과자'를 맛볼 수 있지만,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천안 휴게소에 들르자마자 호두과자부터 찾기 시작했다는 것. 원씨는 "손님들 중에는 화장실 가는 것보다 호두과자를 사는 걸 더 급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호두과자 반죽을 직접 해서 굽는 곳은 천안삼거리휴게소, 죽암휴게소, 칠곡휴게소 정도. 천안삼거리휴게소는 하루에만 밀가루 15포(미국·호주산), 호두 30㎏(미국산), 팥 60㎏(중국산)을 써서 호두과자를 만든다. 다른 곳보다 반죽이 도톰하고 감촉이 포실포실한 것이 특징.

호두는 그러나 많이 들어가는 편은 아니다. 과자 한 개당 기껏해야 1~2조각이 들어간다. 20개들이 한 봉지 2000원.

 

 

강릉선 곤드레밥·이천선 이천쌀밥…

 

"여긴 밥맛이 다르네!"

 

 

::: 웰빙음식 휴게소  

 

서해안 고속도로 화성휴게소(목포방향)에선 파주 특산물로 유명한 장단콩(국산 대두)으로 조리한 '순두부백반'(5000원·왼쪽 사진)을 판매한다.

 

"지방에선 특산품을 먹어줘야 한다는 인식 덕분인지 장단콩 메뉴가 인기가 많아서 휴게소에서 한 해에만 22t가량의 장단콩을 쓴다"는 것이 허재홍 조리실장의 말.

두부를 넣은 맑은 국물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한때 해물순두부백반, 김치순두부백반, 순두부청국장 등 각종 메뉴를 판매했으나 최근 메뉴를 간소화하고, 장단콩순두부백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다양한 메뉴를 파는 것보다 제대로 된 한 가지 맛을 내는 데 주력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조리실장의 설명이다.

직원들이 직접 음식을 갖다 주는 '카터(carter) 서비스'는 최근 인력이 부족한 관계로 중단했다.

대신 공깃밥·김치·단무지·오이김치 등을 무료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서비스바'를 아침 7시~저녁 7시에 운영, 라면이나 우동을 주문해도 공깃밥을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이 공짜로 밥을 갖다 먹을 수 있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의 강원도 사투리.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로,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에 좋은 데다 구수한 맛이 그만이다. 강릉휴게소(영동선 인천방향)는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를 넣고 지은 '곤드레돌솥밥'(6000원·왼쪽 사진)과 '곤드레돌솥비빔밥'(6000원)을 별미로 내놨다. )

2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곤드레돌솥밥이 나올 때까지 한참 기다렸다.

이번엔 금세 나왔다. 그런데 맛이 떨어졌다.

곤드레 밥은 지어 바로 먹어야 구수한 향기가 그윽하고, 기름이 자르르하다.

하지만 이곳은 밥을 미리 지어 놓은 듯하다. 풍미가 떨어진다.

'황태국밥'(5000원)이나 '봉평메밀막국수'(5000원), '감자칼국수'(4000원)가 더 나을 듯하다. 원주휴게소(중앙선 부산 방향)에서는 지난 1일부터 '곤드레감자밥'(6000원)을 팔고 있다.


::: 밥맛좋은 휴게소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서울방향)에선 '이천돌솥쌀밥정식'(7000원)을 판다.

다른 메뉴 음식들은 좀더 저렴한 국내산 쌀로 만드는 반면, '이천돌솥쌀밥정식'만 이천쌀로 밥을 짓는다.

관리소장은 "뜸을 오래 들여서 짓기 때문에 급히 식사하고 가야 하는 손님에겐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고로 가서 직접 재료를 확인해 봤다. '임금님표 이천쌀' 상표가 붙은 쌀 포대가 창고 한 편에 쌓여 있었다.

계산대에서 주문을 했더니 "17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기다린 시간은 22분. 돌솥밥과 된장찌개·오징어젓갈·계란말이·김치·김·호박무침·조기 등 7가지 반찬이 함께 나왔다.

정갈하고 담백한 맛이다. 돌솥에서 밥을 긁어먹은 뒤 숭늉을 만들어 먹으라고 주전자에 물을 따로 담아준다. 단체손님 예약 따로 받는다.


::: 물맛 좋은 휴게소

경부선 천안휴게소(부산방향)에 도착하니 빈 생수통을 들고 걸어가는 운전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물통 들고 어디 가세요?" "물 뜨러 가지. 여기선 사람들이 물 안 사먹잖아."

천안휴게소가 자랑하는 지하 207m 천연암반수 약수터. 겉보기엔 그저 수도꼭지 하나 달아놓은 것같이 생겼는데, 사람들에겐 세종대왕이 피부병을 치유했던 물이라고 소문이 났다.

한때 천막을 쳐놓고 빨간 바가지 몇 개를 놔두었던 초라한 약수터를 2004년에 개·보수, 식수대를 설치했다.

수질 검사 항목 46개에서 모두 음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물이라고. 실제로 물을 받아 먹어 보니 수돗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고 희미한 돌맛, 미네랄 성분 맛만 느껴진다. 생수보단 쌉쌀한 느낌이지만, 나쁘진 않은 물맛. '공짜'라는 사실 때문인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물통에 받아간다. 


 

휴게소 노점상 단속 못하는 이유?

 

휴게소 곳곳에 '불법·탈세의 온상 휴게소 노점의 물건을 사지 맙시다'라는 표지가 붙어 있지만 노점상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한국고속도로 휴게시설협회 관계자는 "국유재산법, 도로법 등 관련 법규가 분산돼 있고 단속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도로공사측은 "휴게소 노점은 약 350개에 달한다"며 "철거 명령을 내려도 일단 철수했다가 대부분 다시 돌아오는 이들을 24시간 상주하며 단속할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2001년 '인력 부족'의 구멍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고엽제 후유의증 전우회와 1년짜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가 심한 몸싸움이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 영동고속도로 한 휴게소 주차장에 좌판을 벌인 노점상

 

올해 8월엔 휴게소 노점을 일제히 고소·고발해 50만~300만원 정도의 벌금을 물렸다. 그러나 노점상들은 벌금을 제대로 내지 않을 뿐 아니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대왕판교로 도로공사 정문 앞에 '생계형 노점상에 대한 단속 및 고발 중단' 집회 신청까지 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고소·고발을 한 것인데 반발만 커졌다"고 했다.

노점상은 노점상대로 울상이다. 20년 동안 옥산 휴게소에서 노점을 해왔다는 전국노점상총연합 고속도로휴게소 지역연합회 임윤규 회장은 "노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요즘은 한 달에 150만원 벌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불법 장사를 하고 있지만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힘쓰고 있으니 선처해 달라"고 했다.

'노점 뒤 조직폭력배 배후설'에 대해 임 회장은 "7, 8년 전까지만 해도 자릿세랍시고 돈을 뜯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2001년 협회를 구성해 이들에게 맞선 결과 조직폭력배의 '입김'에서도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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