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공공노조 교선실장
Ⅰ. 스웨덴 산별노조의 교육활동
들어가며
지난 3월 12일부터 3월 20일까지 민주화학연맹 교육국장과 함께 스웨덴의 노동교육 활동을 견학하기 위한 학습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견학은 화학산업노조 3개년 현장활동가 훈련 프로젝트1)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스웨덴 산업노조를 방문하여 교육국장 토마스로부터 스웨덴 교육활동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날부터는 산별노조인 스웨덴산업노조(Industrifacket)의 스톡홀름 16번 지역조직과 DCM 공장의 클럽, 스웨덴노총(LO)의 루뇌교육원, 노동자교육협회(ABF)를 방문하여, 교육활동과 조직활동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스웨덴 노동교육을 떠받치고 있는 노동자교육협회(ABF)의 활동은 우리나라 노동교육의 체계화와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주었다.
1. 스웨덴산업노조(INDUSTRIFACKET)의 체계화된 교육활동
스웨덴산업노조의 조합원은 10만명으로 스웨덴노총(LO)에서 6번째로 큰 조직이다. 조합원 구성을 보면 유리·페인트·화학·플라스틱·모직·임업·요업·제약 따위의 직종을 포괄하고 있다. 본부 상근자는 54명이고, 3개 지방조직에 12명, 22개 지역조직에 120여명이 일하고 있다. 기업단위에 670여개의 클럽이 있으며, 영세규모 공장들은 지회(AO-Arbetspcaiser)로 조직되어 있었는데 모두 1,800개의 지회가 있다.
1) 산별노조 본부의 교육활동
본부에는 교육담당자가 4명인데, 사무·행정·물품담당 2명, 교육기획과 집행 등을 책임지는 전문교육담당이 2명이다. 22개 지역조직에는 1명씩 교육책임자가 있는데, 이들은 본부에서 파견하며, 학습동아리(Study Circle) 지도자를 겸하기도 한다. 스웨덴산업노조에는 30여명의 학습동아리 지도자가 있는데, 주로 클럽차원의 교육담당자나 전임 간부가 리더로 활동을 한다. 이들은 지도자 훈련과정을 이수해야 하며, 이 과정을 마친 교육참가자에게 대개 지역조직의 교육을 맡긴다.
더 많은 조합원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클럽 대표자는 클럽이 소속된 지역조직에서 3일간 기초교육을 받는다. 지역조직과 클럽단위에서 1년에 약 7,500여명이 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기초교육을 받은 대표자들 중에서 연간 300여명 정도가 스웨덴노총과 노동자교육협회의 코스에 참가하여 다음 단계 교육을 받고 있었다.
최근 들어 지역조직 차원에서 실행하는 기초교육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현장차원의 교육이 강조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본부의 교육담당자가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조합원 10만명 중에서 연금생활을 하는 조합원이 17,000명, 직장을 갖고 있는 조합원은 83,000명인데 이중 노조활동가는 12,000명 정도 있다. 그런데 활동가 1명이 실제로는 2∼3개 업무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활동가가 필요하다. 반면에 1년동안 기초교육에 참가할 수 있는 조합원은 앞서 본 것처럼 7,50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교육보다 4배 정도 교육기회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기회를 확대하려면 재정이 큰 문제인데 스웨덴에서는 1993년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노동조합 교육에 대한 보조금이 상당부분 삭감되었다. 산별노조체제이기 때문에 교육비용에는 교육비만이 아니라, 교통비와 교육기간 임금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과 중앙차원의 교육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최근에는 클럽(기업) 차원의 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단위 교육은 해당 클럽·지역조직·노동자교육협회·산별노조의 본부가 6개월의 기획과정과 클럽의 교육담당자 훈련을 거쳐 실행하고 있었는데, 98년에는 6개 클럽, 99년 3월 현재 9개 클럽에서 교육이 실시되고 있었다.
2) FM 2000
스웨덴산업노조에서는 매년 실행하는 기본교육과는 별도로 특별교육과정이 추진되고 있었다. FM 2000 운동이다. 본부에서는 FM 2000운동을 조직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으며, 그 성과를 2000년 스웨덴산업노조 총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FM-2000 운동은 교육사업, 조직사업, 조사사업이 결합된 스웨덴산업노조 활성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FM 2000 교육운동에 참가하는 현장 활동가들은 3000여명이다. 이들은 스웨덴산업노조의 기초교육과정에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본부의 교육담당자는 이 교육운동에 대한 현장 활동가들의 호응이 매우 높으며, 지금까지 추진과정을 보면 더 많은 수가 이 교육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FM 2000운동은 본부에서 기획하여 준비하였다. 달라나 지역의 민중학교 교사 2명과 본부 교육담당자 1명이 준비팀이 되어 21세기 스웨덴산업노조를 책임질 유능한 지도자의 양성, 스웨덴산업노조의 조직활성화, 조직 강화 등을 목표로 몇 개월 동안 연구과정을 거쳤다. 준비팀에서는 리더십에 관한 문헌, 현장 자료를 토대로 토론과 분석을 통해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지역단위 활동가를 위한 코스(22개 지역조직에서 9∼11명씩 300여명 참가), 클럽단위 활동가(600여개 클럽에서 3∼9명씩 2000여명 참가)를 위한 코스는 3일교육 → 45일간의 실천과정 → 2일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며, 지회차원의 활동가(1800여개의 지회중에서 지회책임자 약 500명 참가)들을 위한 코스는 1일 일정으로 운영된다.
지역단위 교육과정을 집행하기 위해 본부차원에서 활동해 온 간부 12명, 클럽과 지회단위의 교육을 위해 지역조직의 간부 85명이 선발되어 교재 검토와 집행과정에 관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FM 2000의 교육내용은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3일간 진행되는 계획 세우기(Working in Project)과정이다. 이 과정은 자신이 속한 클럽이나 지역조직의 활성화를 위한 목표와 추진일정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주요과목을 보면 첫째, 현장위원을 위한 리더십 개념정리 둘째, 정보처리 방법, 셋째 노동시장관련법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그리고 심리학도 다루는데 리더는 환경변화에 따른 조합원들의 심리 변화에 민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론수업과 함께 참가자들은 자기 조직의 조건과 상태를 분석하여 활동계획서를 완성한다.
2단계는 후속과정으로 45일 간의 실천과정이다. 이 과정은 현장에서 스스로 진행한다. 물론 실천계획은 현장실정, 활동수준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한 클럽에서 3명이 참가하여 토론한 결과 현장조합원이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왔다면 현장조합원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 및 인터뷰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인터뷰 계획을 짜고 그에 따라 교육과정을 마친 후 45일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2일간의 코스로 첫날은 각자의 실천을 보고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실천과정을 공유하며 배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다음날은 실천과정에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 개선해야 할 기능, 더 배워야 할 학습내용을 정리하면서 필요한 경우 후속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에서 특별히 지역의 교육훈련 담당자들은 교육과정에 참가한 청년층 조합원 18,900명을 대상으로 3월∼12월까지 10개월에 걸쳐 40문항에 관한 인터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최근 경제상황의 악화로 인해 노동강도가 강화되면서, 젊고 새로 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의 노조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 노조들의 경우에는 경제상황이 비교적 좋았던 70-80년대에 조합원이 되었던 30대 조합원들의 의식이나 활동이 매우 미약하며, 현재 30대 미만 조합원의 노조활동 참여가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젊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담당자가 직접 대면하여 인터뷰하고 보고서를 데이터로 분석해서 이후 조직활동의 기초로 삼을 계획이다.
FM 2000 운동기간 동안 어느 클럽의 경우에는 조합원이 2배로 늘어나기도 하였으며, 각종 모임의 참여율이 더 높아지는 실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를 기획하고 실행한 본부의 교육담당자는 이 운동이 배우고 교육할수록 실천이 확대되고 참가율이 높아지는 매우 효과적이고 새로운 조직·교육활동임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그는 조합원들이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을 너무 자주하거나, 너무 오랜 기간 진행해도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비슷한 방식으로 할 경우 4∼5년에 한 차례씩, 대대적인 운동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3) 산별노조 지역조직의 교육활동 - 스톡홀름 아브데닝 16번 조직
스웨덴 산업노조 스톡홀름 16번 지역조직에서는 모두 4명의 상근자가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중 1명이 교육담당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사무실은 스웨덴노총(LO)과 한 블럭 떨어진 건물에 있었는데, 스웨덴노총 지역본부와 같은 건물에 있다. 우리가 만난 지역조직의 교육담당자는 현재 환경담당을 겸임하고 있었으며, 클럽의 교육담당자 활동을 지원하면서 교육기획, 예산수립, 집행, 교육보조금 신청 등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학습동아리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었는데, 지역조직의 실정에 맞게 노동자교육협회(ABF)나 민중학교와 협의하면서 새로운 코스를 기획하고 실행하기도 한다. 또한 기초교육과정을 마친 조합원들을 스웨덴 노총의 코스에 보내기도 한다.
지역조직에서는 주로 클럽의 현장위원을 위한 교육을 실행하고 있었고, 클럽의 교육담당자, 조직담당자, 환경담당자를 위한 간부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교육확대를 위해 다른 지역조직과 합동교육도 배치하고 있었다. 스웨덴산업노조 클럽단위의 교육담당자는 270명 정도라고 하며, 지역조직 교육담당자의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교육을 실행하기도 한다.
교육집행은 지역조직의 상근책임자 4명 모두가 함께 맡고 있었으며(의장, 교육담당, 청년담당 등) 주제에 따라 외부강사를 초청하기도 한다. FM 2000운동과 관련해서는 당시 22주째 교육이 실행되고 있는데 1회에 50명이 모여 2팀으로 나누어 3일간 진행하는 등 매우 바쁜 일정이었다.
스톡홀름 16번 지역조직은 조합원 기초교육에 중점을 두는데, 30세 미만의 청년조합원교육으로 5일간의 숙박교육이나, 주 1회 40시간 코스가 있다.
교육과목은 다음과 같이 5개로 이루어져 있다.
● 조직론: 노조 역사, 조직구조, 조합비, 규약,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
● 임금·노동조건: 단체교섭, 단체협약
● 노동관계법: 노동시간, 휴가, 산업안전
● 보험제도: 실업보험, 일반보험,
● 직업교육
특히 직업교육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있었는데 이 과정은 클럽단위에서 40시간의 후속과정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부지원금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4) 산별노조의 현장활동 - DCM 클럽의 활동
우리가 방문한 공장은 DCM이라는 비디오 테입을 만드는 공장이다. 직원은 100여명이며, 노조클럽(기업별조직)이 결성된지 1년이 채 안 된 곳이었다. 스웨덴산업노조 조합원은 30∼40여명이었으며, 나머지 직원들은 다른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다. 스웨덴은 중앙조직이 제조업노총(LO), 사무직노총(TCO), 전문직노총(SACO) 등 3개이며,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한 공장에도 각 노총에 소속된 여러 산별노조의 클럽이 존재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병원노조의 경우에도 전문직노조(의사들이 주로 가입)와 간호사노조의 클럽사무실이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었다. 일상적인 활동은 개별 클럽차원에서 이루어지지만, 공장차원의 큰 문제가 발생하면 클럽차원의 공동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클럽의 결성
DCM 공장 스웨덴산업노조에 소속된 클럽의 현장위원은 5명이다. 대표는 20대 후반의 여성이었고, 부대표, 청년담당, 교육담당, 환경담당을 맡고 있는 현장위원들은 모두 20대 초 중반의 젊은 간부들로서 매우 의욕이 넘쳐 보였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클럽을 결성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1992년 4명의 소그룹으로 활동이 시작되었는데, 이 때는 현재 클럽의 부대표를 맡고 있는 현장위원이 중심이 되었다. 클럽을 결성하기 1년 전부터 지역차원에서 직접 간부가 내려와 현장위원 대표를 선택해서 1주일에 1번씩 함께 회의하고, 지도했다고 한다. 물론 현재도 지역조직에서 직접 결합하여 활동을 지도하고 있었다.
현장위원 대표에게 학습동아리의 운영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현재는 예전처럼 현장차원의 학습동아리가 활발하지 않으며, 자신도 지역 학습동아리의 지도자로 활동할 것을 권유받았지만 아직 클럽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클럽의 FM-2000운동
다음으로 클럽에서 진행되는 FM-2000운동에 대해 확인해 보았다. DCM 클럽에서도 현장위원 대표는 이미 진행중인 본부 차원의 FM-2000 교육을 받았으며, 그 결과 듀바(DUVA-비둘기란 뜻의 스웨덴말)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의 목적은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신의 힘이 조합에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노동조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수록 노동조건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 마치 계단처럼 교육을 받을수록 임금도 올라간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5월에 시작되는 FM-2000의 3일 교육에 클럽 현장위원들을 모두 참가시킬 예정이다. 이 교육에서 클럽차원의 실천활동계획을 수립하고, 여름휴가를 거쳐 올해 9월에 다시 2일 교육에 참가할 것이라고 하였다.
클럽 재정
조합비는 모두 본부에 직접 내고 있었으며, 클럽에는 정기적으로 내려오는 재정은 전혀 없다고 한다. 다만 지역조직에서는 클럽에서 올린 사업계획서를 보고 타당성을 판단하여, 사업비를 클럽에 내려주고 있었는데, 이 규모는 1년에 2500크로네(약 35만원)정도라고 한다. 기업별 노조형태인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정은 전적으로 클럽의 조직적 힘에 의해 좌우된다. 스웨덴산업노조의 협약과 노동관계법의 규정을 어긴 사실을 클럽에서 적발하면, 회사에서는 조합원수에 비례해서 벌금을 내고, 이 벌금이 클럽의 재정으로 쓰인다. 예를 들면 신규직원을 채용할 경우 노동조합이 조합을 소개할 시간이 보장되어 있는데 회사가 이 규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채용했다면, 이에 해당하는 벌금을 클럽에 지불하는 것이다. 조합원수에 비례해서 벌금을 받기 때문에 클럽의 규모에 따라 재정규모가 차이가 난다.
재미있던 사실은 회사가 협약이나 규정이나 법을 어겼는지 여부에 대해 지역조직에 상담을 해서 벌금을 받게 되면, 이 벌금의 절반은 지역조직에 납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활동경험이 풍부한 클럽차원에서는 지역조직을 거치지 않고 회사와의 교섭과 협의, 교육에의 참가 등을 통해 스스로 클럽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재정이 비교적 풍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조직 차원에서는 가급적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협약과 규정, 법 등 조합원의 기본 권리에 대한 기초교육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었다.
2. 스웨덴 노동조합의 폭넓은 교육활동 체계
1) 스웨덴의 민중학교 - 스웨덴 노총(LO)의 루뇌(RUN )교육원
민중학교는 150년 전 독일에서 출발하여 덴마크, 스웨덴으로 전파되었고, 독일과 덴마크는 쇠퇴한 반면 스웨덴에서 더욱 발전되어 정착되었다. 현재 스웨덴 민중학교는 모두 147개다. 이 중에서 스웨덴 노총은 루뇌, 브룬스비키, 외레나스 지역에 있는 3개의 민중학교를 갖고 있으며, 공공노조, 금속노조 등에서 1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 13개의 민중학교를 제외한 나머지는 당이나 지방정부, 각종 종교단체에서 운영한다. 정부에서 학비를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에 스웨덴 국민들은 시·군·차원에서 다양한 수준의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의 액수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국민교육단체협의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스웨덴노총(LO)과 노동자교육협회(ABF)도 참가하고 있다.
루뇌교육원을 포함하여 외레나스, 브룬스비키 교육원의 교장은 스웨덴노총의 교육담당자가 맡고 있다. 스웨덴노총 교육원들의 교육과정을 협의하기 위해 산별의 교육책임자와 노동자교육협회(ABF), 민중학교 교장 등 10명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었다. 루뇌교육원은 교장 1명, 교감 2명, 교사 13∼15명으로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었으며, 교감 1명은 사무행정을 책임지고 있었으며, 나머지 교감은 교육담당으로 교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관장하면서 교사들과 교육과정을 협의하면서 교육원의 교육과정 전반을 책임을 진다.
147개의 민중학교에 참가하는 학생수는 약 220,000명이며 30주(9월∼5월까지)의 숙박교육 코스가 있는데 교과목은 스웨덴어, 수학, 사회제도 등 일반과목과 몇개의 전문과목, 음악, 미술 같은 특별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은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조합원이나 실업자들이 가고 있었으며, 이 과정을 마치게 되면 대학에 진학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이 있고,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휴가가 있다. 또한 여성 교육참가자를 위해 민중학교와 지자체에서 함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30주 코스의 참가비는 전혀 없는데, 조합원의 경우 식비, 교재 등은 조합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교육기간 중의 월급은 60%를 정부보조비로 해결하고 있다. 월급의 부족분은 20%정도를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육기간동안 월급의 80%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하였던 루뇌교육원에는 30주 코스가 없으며, 외레나스와 브룬스비키 교육원에만 개설되어 있다. 루뇌교육원에는 3단계 노동조합 지도자훈련코스가 있는데, 이중 1단계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1단계를 이수해야만 2단계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2단계 훈련과정은 주로 산별노조의 지역조직에서 일할 현장위원들이 참가하게 되며, 주요 내용은 경제학, 사회학을 포함하여, 지역차원의 노조활동계획수립과 조직, 작업장차원의 협상지원 등에 관련된 지식을 다룬다. 2주간 교육을 마치면 약 1달간 실천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교육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학습동아리를 운영해 본다. 실천과정이 끝나면 다시 1주일간의 교육과정을 갖게 된다. 3단계는 전국차원에서 일할 활동가가 산별차원에서 선별되어 참가하게 된다. 교과목은 이데올로기, 조직발전과 지도력, 국민경제, 노동법, 노동조합의 여론장악, 노동과 성취 등 6개 과목이다. 3단계교육은 2주간 동안 이루어진다. 이 외에도 1주단위의 특별교육과정도 개설되어 있다.
루뇌교육원에서는 이러한 스웨덴 노총의 기본코스 외에도 산별노조차원에서 요구에 따라 별도의 코스가 개설되기도 하며, 여성을 위한 코스도 개설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스톡홀름에 있는 웁살라 대학과 협력해서 일정한 코스를 마치면 대학의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2) 노동자교육협회(ABF)의 교육활동
노동자교육협회의 활동은 매우 광범위하였는데 스웨덴 산업노조의 교육담당자 역시 이 단체가 국민교육단체의 성격을 지니며, 스웨덴 노동조합들은 노동자교육협회와 매우 긴밀하게 협의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해 주었다. 현재 전국차원 1개, 지방 9개, 지역차원 129개가 있다.
노동자교육협회(AOF)의 현관을 들어서면 교육과정 안내 팜플렛과 각양각색의 교육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교육주제는 매우 다양한데 컴퓨터 교육이 가장 많았고, 외국어(영어, 이태리어, 프랑스어 등), 그림, 음악, 댄스, 헌법, 국회 운영, 신문기사 읽기, 국제관계 등이다. 99년 1/4분기 강좌를 보면 1월 15개, 2월 44개, 3월 59개, 4월 34개가 개설되어 거의 매일 4∼5개의 새로운 강좌가 시작되고 있었다. 노동조합들과 협력하거나, 위탁을 받아 개설하는 강좌도 있었는데 보통 1일∼3일 과정이다. 학습동아리 리더훈련, 현장위원 훈련과정을 비롯해서 작업환경개선, 정치이념, 유럽통합노조와 경제, 컴퓨터와 여성같은 주제별 교육도 있었다. 이밖에도 노동조합정치훈련을 위한 저녁학교가 있었다. 이것은 99년 가을부터 2000년 봄까지 진행되는데 주로 쟁점토론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유럽여행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노동자교육협회 교육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교육기간이 짧은 편이며, 교육주제도 매우 광범위해서 다양한 요구를 갖는 조합원들과 일반 시민들을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숙박교육이 중심인 민중학교에는 참가할 수 있는 인원(220,000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비해, 노동자교육협회의 교육은 100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노동자교육협회에서는 18세∼64세 국민을 대상으로 3년마다 교육과정에 관한 조사가 실시되는데, 67%가 교육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75%는 학교 졸업 후 교육받을 기회가 있었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교사들은 노동자교육협회의 직원이며, 각 노조에서 파견된 교사, 또는 주제에 따라 전문가(노동부 장관, 교수 등)도 교사로 참여하기도 한다. 교육과정을 마친 후 주제와 관련하여 더 깊은 학습을 하고 싶으면 그런 요구도 받아 필요에 따라 코스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를 안내하였던 스웨덴산업노조의 교육담당자는 이러한 교육시스템에 대해 시험과 성적표가 없으며, 경쟁하지 않고 능력에 따라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임을 거듭 강조하였다.
신임현장위원 교육과정을 참관하면서 담당교사와 얘기할 수 있었는데, 스웨덴에서도 효과적인 교육방법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한다. 교육방법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냐는 물음에 최근에 새로운 교육방법모델로 FALU3)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최근 개발한 평가방법이라고 한다. 진행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이번 교육과정에서 본인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두 A4 용지에 쓰도록 한다.
② 이를 일렬번호로 작성토록 한 후, 오른편에는 그 반대 개념을 적도록 한다. 예를 들면 왼편에 '재미있어야 한다'라고 썼으면 오른편에는 '재미없다'로 반대개념을 적고, '새로운 지식을 배워야 한다'라면 오른편에는 '배운 것이 없다'로, '서로를 잘 알았으면 좋겠다'라면 '모르는 사람이 많다'라는 식으로 작성토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평가가 가능하도록 빈칸 칸을 만든다.
③ 평가서를 개인별로 작성토록 하여 교육과정이 끝나면 참가자 개인의 평가그래프가 만든다.
④ 가운데의 빈칸의 값을 평균하면 전체 평가 그래프를 만들 수 있다.
노동자교육협회에서 진행하는 학습동아리는 주 1회, 8∼10주간 (30∼40시간) 정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하루 코스도 있다. 한 그룹에 3명∼20명이 참가할 수 있는데, 보통 7∼10명이 참가하고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노조운영과 관련된 학습동아리는 참관할 수 없었고, 오후 7시에 시작하는 이태리어 동아리를 참관하였다. 원래 참가자는 7명이지만 그날은 2명밖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 동아리의 리더는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었는데 노동자교육협회에서 만든 교재와 VTR 기자재를 활용하여 동아리를 이끌었다.
동아리 리더들은 노동자교육협회에서 진행하는 6일 교육과정에 참가하게 되는데, 특별 전공과목과 그룹운영, 교육학, 심리학을 배운다. 주요 내용은 학습동아리란 무엇인가,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학습동아리의 운영과 규칙 방법, 학습동아리 자료제작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원하면 누구든 동아리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3. 맺음말
7박 8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스웨덴노동조합의 교육활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동안 말로만 듣던 스웨덴 노동교육체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외국의 산별노조 중에서 규모가 비교적 작은 스웨덴 산업노조의 조직체계와 본부, 지역조직, 분회차원의 활동은 산별노조 전환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특히 스웨덴 산업노조의 FM 2000운동은 IMF 이후 투쟁동력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산별 차원의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조직활동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산별노조 건설, 정치세력화, 노동운동의 방향 등에 관해 아무리 바람직한 방침이 수립되더라도 그 과정에 현장조합원 참여가 없을 경우 힘을 가질 수 없다. 현장토론의 집행과 현장조합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활동가들을 훈련하고 양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훈련체계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FM 2000운동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본부차원에서 조직활성화를 위한 기본방침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급 단위별로 활동가 또는 간부들을 선별하여 집중적인 훈련 → 실천 → 점검과정을 거친다면, 이 자체가 산별본부를 중심으로 현장조합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아예 기본방침(산별노조건설, 정치세력화, 노동운동의 방향 등 무엇이라도 좋을 것이다)을 수립하기 위한 대대적인 현장토론운동을 벌인다면 어떨까? 이를 집행할 수 있는 현장활동가들을 지역/본부차원에서 선발하여 훈련하면서 세부적인 현장토론 계획을 수립하고, 이 활동가들이 다시 지역과 현장으로 내려가 현장토론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본부차원에서 이러한 토론결과를 집약해서 당면방침을 수립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이렇게 수립된 당면과제에 대한 방침은 아주 유능한 간부 몇 명이 만든 것보다 훨씬 생동감과 창의성과 현실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Ⅱ. 캐나다 노조교육 현황
1. 들어가면서
현재 캐나다 노동교육의 중심은 전국적 노조단위에서 실시하는 유급교육휴가제도(PEL; Paid Education Leave Program)이다. 유급교육휴가제도는 유럽의 벨기에(법적으로 규정됨), 덴마크와 이탈리아(주요산업에서 단체협약으로 규정됨), 스웨덴(법과 단체협약을 통해 규정됨)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탈리아를 예로 들면, 주요 산업의 모든 노동자는 3년마다 4주∼6주의 유급교육휴가를 가질 수 있다. 교육내용은 △ 정규학교교육, △ 직업기술교육, △ 노동조합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부족한 학력을 보충하고자 정규학교교육을 선호하고 있다.
2. 유급교육휴가제도
1) CAW 사례
캐나다에서는 캐나다자동차노조(CAW)가 선구적으로 1970년대 후반에 시작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노동조합의 사회·정치적 목적을 이해시키는데 있으며, 교육대상은 노조활동가만이 아니라 일반조합원까지 포괄한다. 캐나다자동차노조의 유급교육휴가는 1978년∼1988년까지 10년 동안에만 3천명의 졸업생을 내면서 노조지도자를 양성하는 제도로서 확고히 정착되었다. 캐나다 자동차노조의 유급교육휴가 프로그램은 22일(4주)간의 합숙교육으로 이루어지는데, 교육내용은 노조활동은 물론 △ 단체협약, △ 커뮤니케이션, △ 정치학, △ 인권문제, △ 여성문제, △ 국제외교관계 등 노동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으로 이뤄진다. 졸업생들은 자신이 활동하는 작업장과 노조지부의 범위를 넘어서 노동운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가진다는 점을 무엇보다 큰 성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캐나다 자동차노조는 1980년대 말 북미자동차노조(International United Autoworkers)로부터 분리한 이후 3백만 캐나다달러(2400억원)를 투자해서 가족교육센터를 설립하여 노동자대상 교육프로그램과 노동자가족을 대상의 휴가를 겸한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 시설까지 완비된 이 곳에서는 2주간의 가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운동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와 지지를 증진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의노동조합활동 프로그램을 통해서 청소년자녀들과 부모들이 함께 노조지부를 운영해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또한, △ 세금정책, △ 의료정책, △ 교육정책 등 노동자 가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강의도 포함하고 있다. 재정은 가족교육프로그램의 경우 조합비 1%로 충당하고 있지만, 유급교육휴가제도(PEL)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사용자가 교육기금(PEL Trust Fund)에 노동자 1인당 시간급 기준으로 2∼3센트씩 출연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기금의 운영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노조측에 있다. 교육은 4주간의 합숙교육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교육기금으로 교육에 참가하기 위해 손실된 임금을 보전해 준다.
캐나다자동차노조의 특징적인 제도는 지부별 교육책임자(Local Union Discussion Leaders; LUDL로 불림)를 두는 점이다. 그들은 노조활동가로서 지부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지역문제에 대한 토론을 조직하고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수요 조사 및 홍보를 담당한다. 활동의 성격은 자원봉사이지만, 활동과 관련된 손실임금은 교육기금에서 지급된다. 지부별 교육책임자(LUDL)야말로 캐나다자동차노조 교육부서의 주춧돌인 셈이다.
2) CUPE 사례
또 다른 유급교육휴가제도의 예로서 캐나다공공노조(CUPE; Canadian Union of Public Employees)의 6단계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노총(CLC; Canadian Labour Congress)이 운영하는 노동자대학이 실시하는데, 원격교육으로 이뤄지는 5단계 과정과 합숙교육인 6단계 과정으로 이뤄진다. 단계별 교육내용은 다음과 같다. △ 1단계: 신임 조합원 및 간부교육, △ 2단계: 대의원 활동교육, △ 3단계: 단체교섭 교육, △ 4단계: 특수사안 교육; 위험물질표시제도 교육 등), △ 5단계: 경제학·정치학·사회학, △ 6단계: 8주간의 합숙교육. 한 노동운동 지도자의 예를 보면, 원격교육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서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캐나다 노조교육은 전통적으로 노조실무교육(대의원교육, 고충처리절차 등)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여파로 주요 산업에서 공장이전과 감원 등 구조조정의 바람이 휩쓴 이후 정치·사회적 문제 및 직업기술교육까지 교육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주도했던 급속한 직업기술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에서 노동자의 관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 주도의 직업기술훈련의 폐해는 기술수준 저하와 노조활동 약화로 나타난다. 1983년 연방정부 조사팀의 유급교육휴가제도 및 기술훈련실태조사에 의하면, 1980년대 불황기에 직업기술훈련이 54.6%나 축소되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는 기술훈련기금이 정식으로 적립되지 않고, 기술훈련을 사용자 자의에 따라 실시토록 하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캐나다노동운동은 직업기술훈련에의 노조 개입 방향을 다음으로 잡고 있다. △ 직업기술훈련에 참가하는 노동자의 임금과 비용보전, △ 교육과정에 있어서 새로운 기계장비의 단순조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편집, △ 기술훈련의 결과가 노동조합의 조직력에 미칠 영향을 고려(예를 들어 작업편성 변경, 작업속도, 작업편의를 고려한 신기술 적용 및 교육).
직업기술훈련에 대한 노동조합의 개입이 조직화된 힘을 기반으로 정확한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조직력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조합이 정규학교교육과 직업기술훈련에 참가하기 어려운 조합원과 비조합원들(가사노동의 부담을 가진 여성, 장애인, 노인, 저학력자, 이민자 및 외국인)을 도와 줄 수 있다면, 노동조합은 폭넓은 연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3. 노조-대학 연계교육
이 밖에도 캐나다 노동교육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 지역노조와 대학간의 연계 속에 이뤄지는 노동교육프로그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사스카치완대학과 사스카치완노총(Saskatchewan Federation of Labour; SFL)이 실시하는 노동교육프로그램이 한 예이다. 1988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공동운영위원회를 통해 교육과정운영과 정책을 합의하면서 운영된다. 노동교육프로그램의 설립과 운영에서 진보적인 교수들과 노동운동가들의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노동운동가들에게 노동운동이 당면한 혹은 장래의 문제들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갖도록 하는데 있다. 이 프로그램은 4가지 핵심과목(12주 코스)을 이수하는 1단계와 4가지 선택과목(6주 코스)을 이수하는 2단계로 구성된다. 핵심과목은 △ 노동운동사, △ 노동운동의 역할, △ 노동자의 사회적 조건, △ 경제학, △ 노동자의 법적 조건, △ 산업안전보건으로 이루어진다. 선택과목은 △ 실업 및 구조조정, △ 기술변화의 영향, △ 작업장 의사결정참가, △ 경영환경변화의 구조 및 영향, △ 공기업 노동운동의 환경, △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 노동운동의 당면문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업은 보통 대학 캠퍼스에서 이뤄지며 주 1회 3시간씩 강의 및 토론으로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을 이수하면 수료증을 수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수료하는데 최소한 3년이 소요된다.
필자는 참관인 자격으로 노동운동의 당면문제라는 과목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과목은 사스카치완대학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10시 사이에 6주간 진행되었는데, 6가지 당면문제를 다뤘다. 다룬 문제들은 인종주의와 노동운동, 인디언 차별, 여성문제(여성적 가치와 가사노동의 가치), 동일노동 동일임금(주로 성차별), 채용 과정에서의 공평성, 이민자정책 등이다. 강의를 진행한 강사는 간호사노조의 간부로 풍부한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석사자격을 가진 강사를 찾았지만, 노동운동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를 갖춘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학사자격이 있는 간호사노조 간부가 강사로서 채용되었다고 한다. 이 과목이 특수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매 강의에서는 관련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자세한 설명을 듣고, 참가자들이 모두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사스카치완 지역이 너무 넓어(한반도의 2배정도) 이 과목이 두 중심도시의 대학캠퍼스를 연결한 인공위성중계시스템에 의해 두 대학의 텔레비전 스튜디오 안에서 두 개의 학급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런 방식은 대학과 연계된 프로그램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사스카치완대학의 수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10여명으로 대부분 노조간부였는데, 간호사노조 대의원, 버스노조 비상근 부위원장, 시청에서 일하는 공공노조 대의원, 철강노조 대의원 등이었다. 쉰이 넘어서까지 노동교육프로그램에 열심히 참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노동교육 연구자인 브루스 스펜서(Bruce Spencer)는 이런 노동교육프로그램이 확산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는 영국과 미국에서 1990년대에 시도한 노동교육프로그램의 사례로 대학과 노동자교육센터간의 컨소시움 프로그램을 든다. 영국의 모델인 유니슨개방대학 (Unison Open College)이 좋은 예다. 이를 모방하여 토론토노동교육센터(Toronto Metro Labour Centre)와 조지브라운대학 간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시도되었다. 그 결과를 보면, 영국의 유니슨개방대학 프로그램이 정규대학과 노동자교육협회(WEA), 노동자대학(합숙과정) 간의 학위수여과정으로 기획되어 성공을 거둔 반면, 캐나다의 시도는 제한된 프로그램들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에서도 뉴욕시립대학과 노조간의 컨소시움에 의한 노동교육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는데, 노동교육 지도자들은 이 같은 컨소시움 형태의 노동교육프로그램을 북미지역 노동교육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4. 인터넷 프로그램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새로운 노동교육의 분야는 인터넷을 통한 프로그램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캐나다공공노조(CUPE; www.cupe.ca)의 솔리넷(SoliNet)을 들 수 있다. 1987년에 출범한 솔리넷(www.solinet.org)은 인터넷 토론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노동문제에 대한 토론과 정보제공(도서관의 역할)을 문자와 영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캐나다노동자대학과 아따바스카대학(Athabasca University)의 노동교육과정 일부가 솔리넷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원격교육(Distance Education; 방송통신교육)의 전통이 깊은 캐나다에서 인터넷은 새로운 교육매체로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노동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정착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사회운동 관련 수업의 진행에서 교육 목표와 의의에 대한 집단적인 공감대가 먼저 합의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넷으로 수강생을 모집하여 강의와 토론을 진행하는 작업이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토론집단이 구성되는 시점에서는 직접 만나는 형태로 교육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인터넷 원격교육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시도되기도 했다. 어쨌든 인터넷을 비롯한 컴퓨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기능 위주의 교육은 인터넷으로도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방식과 비슷한 효과를 올리고 있다.
5. 글을 마치며
캐나다는 100여년에 걸친 노조운동과 노동교육의 역사 속에 풍부한 사례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캐나다의 경험에서 하나의 노동교육 프로그램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설립·운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대학-노동교육기관-노동조합간의 컨소시움을 통한 노동교육의 확대라는 전망과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교육시스템 구축이라는 시도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Ⅲ. 미국노동운동의 새로운 흐름과 노동자 교육
미국의 새로운 노동운동
1999년 11월 있었던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는 미국노동운동의 분기점이었다. 노동자와 지역사회단체들은 시애틀 거리에서 연대의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시위의 위력은 경찰을 놀라게 만들었으며, 시위대는 WTO의 활동을 저지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시위는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와 그 결과 일어나는 노동자 착취, 환경파괴, 인권남용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WTO 반대 시위에 AFL-CIO가 참가한 사실은 지난 5년 동안 일어났던 주요 변화를 반영한다. AFL-CIO는 국제적으로 냉전의 굳건한 옹호자로 알려졌다. 지난 시기 AFL-CIO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제3세계 해방운동을 반대했다. AFL-CIO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운동과 연결되었다는 이유로 국제노동조직들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우익노동운동과 제휴해왔다. 하지만, 1995년 AFL-CIO 내부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AFL-CIO 출범이래 최초로 위원장 경선이 이루어진 것이다. 구체제를 대표했던 후보와 존 스위니 미국서비스노조(SEIU) 위원장이 맞섰다. 존 스위니는 힘 있는 몇몇 노조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고, 미국 노동자를 위해 "새로운 목소리"를 약속하는 강령을 내세웠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AFL-CIO 안에서 지난 수십 동안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새 지도부는 국내외로 미국노동운동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활발한 조치를 취했다. 더 많은 자원을 조직화에 투자했으며,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를 단절하기 위해 노동운동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노동조합의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했으며, 더 많은 여성·유색인종·이민노동자를 조직함으로써 노조의 구성을 다양화했다.
많은 진전이 이뤄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노동운동 같은 거대하고 관료적인 제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대단히 어렵다. 물론 AFL-CIO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변화했다. 하지만 AFL-CIO가 개별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에 불과함은 엄연한 사실이다. AFL-CIO는 노동운동이 가진 자원의 작은 부분만을 갖고 있을 따름이다. 대부분의 돈과 권력과 영향력은 여전히 개별 노동조합의 전국·지역·현장 조직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노동운동 내부에 진보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투쟁은 지금도 존재한다. 많은 노조들이 현상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실리적 조합주의"(business unionism)는 여전히 지배적인 경향이며, 다수 노동조합들이 조합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협약을 체결하며, 불만과 고충을 처리하는 것으로만 자기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일부 노조들만이 비조직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기존의 권력관계를 바꾸고 노동운동을 변화시키는데 시간과 자원과 에너지를 투여하는 "조직화 모델"(organizing model)을 수용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조직화 모델에 대한 관심과 강조는 성과를 얻고 있다. 1999년은 미국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노동조합은 25년 간에 걸친 노조조직률 저하를 반전시키면서 노조원수를 26만 5천명 늘리는데 성공했다. 작년에 60만 명이 새로 노조에 가입했음을 감안한다면, 26만 5천명에 달하는 조합원 순증가(net gain)는 조직화를 위해 엄청난 노력이 기울여졌음을 반증한다. 현재 AFL-CIO의 조합원수는 1천 3백만 명이다.
새로운 노동교육 단체의 출범
미국노동운동의 변화는 노동교육 진영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다. 노동교육가들의 새로운 전국 조직인 미국노동교육협회(United Association for Labor Education)가 지난 4월 문을 연 것이다. 미국노동교육협회(UALE)는 전국 조직이었던 대학노동교육협회(University and College Labor Education Association)와 노동자교육노조189지역본부(Workers Education Local #189)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대학노동교육협회는 역사가 40년이나 되었고, 주로 대학에 소속된 노동교육가들을 비롯해 50개 대학의 노동센터나 노동연구프로그램을 위해 일하는 직원 50명을 포괄하고 있다. 노동자교육노조189지역본부는 노동교육가들로 구성된 노조로 75년 이상 활동해왔다.
미국노동교육협회(UALE)는 미국 노동교육 분야에서 단 하나뿐인 단체다. 미국노동교육협회는 해마다 총회를 개최하며, 전문적인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잡지도 출판한다. 또한 정기적인 우편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노동교육협회는 미국노동운동과 노동자의 이익을 증진하고, 노동운동이 민주 사회에서 자리한 역할을 강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미국노동교육협회는 지식과 행동을 하나로 만들고, 민주주의를 튼튼히 하고 폭넓은 사회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공개적이고 정직한 대화, 논쟁, 비판을 추구한다. 또한 국경을 뛰어넘는 노동교육가들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미국노동교육협회는 대학의 교육가들과 노조의 교육가들을 함께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대학에 자리잡은 노동센터가 50개쯤 있다. 노동센터들은 노조가 공립대학이 노조와 노동자들의 요구에 봉사해야 한다고 요구함으로써 세워졌다. 노동센터들은 전국에 걸쳐 일상적인 노동교육의 자원을 제공한다. 교육내용은 조직하기, 기획하기, 노조 만들기, 노동법, 정치경제학, 다양성(diversity)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센터들은 노조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에게 교육 기회와 인턴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노조 캠페인에 대학생들을 배치하고 있다. 또한 미국노동교육협회는 1주일 숙박과정인 '여성을 위한 여름학교'(Summer Institute for Union Women)를 4개 지역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 과정은 여성 지도자를 발굴하고 훈련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노조의 교육 활동에서도 놀라운 발전이 있었다. AFL-CIO 교육국은 자본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는 '경제학 상식' 과정을 전국적인 규모로 시작했다. 이것은 조합원들에게 미국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와 이에 대항해서 노동자들이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교육하는 과정이다. 또 AFL-CIO는 워싱턴에 자리잡은 숙박교육센터인 조지 미니 센터(George Meany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조지 미니 센터는 전국노동자대학을 출범시켰다. 전국노동자대학은 전국 어디서나 조합원들이 대학의 노동관련 과정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한다. 조지 미니 센터는 국제연대활동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의 노동교육가들과 노동지도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노동운동에게 짜릿한 순간이다. 미국노동교육협회는 노동교육의 영역을 노조와 노동자연대의 통합된 부문으로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한국노동운동과의 연대도 강화시키길 원한다. 한국노동운동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Ⅳ. 남아프리카 노동교육
1. 머리말
남아프리카는 제3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노동조합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기나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반대투쟁을 통해 지난 1995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남아프리카 노동조합운동은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와 더불어 노동교육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남아프리카는 노동조합운동의 역동성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헌신성 등 여러모로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이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지난 10년 간의 발전 경로를 밟아오면서 새롭게 조성된 정치·사회적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지금,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노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데 시사점을 얻으려 한다.
이 글은 원래 필자가 민주노총 교육국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집필 중에 있는 글의 초고를 바탕으로 서술되었다. 제한된 지면이기 때문에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의 구체적인 실태를 이 글에서 다룰 수는 없다. 여기서는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의 현황을 살펴보고 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 볼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의 전통
1) 탄압과 저항의 역사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의 전통에 대한 이해는, 남아프리카 노동운동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바탕으로 한 백인 정부의 탄압에 대항하면서 성장해 왔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1960년대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범아프리카회의(PAC)가 불법화되었으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무장투쟁으로 투쟁형태를 전환하였다. 그 결과 대중운동으로서의 노동조합운동은 사실상 해체되었다.
흑인의 정치활동에 대한 백인정부의 가혹한 탄압으로 유지된 이른바 '산업평화'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1973년 더반(Durban)에서 발생한 대중파업으로 와해되었다. 이후 1980년대 초 전투적인 시민·청년·학생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흑인노동조합은 이 정치투쟁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1985년 11월 전례 없는 대중시위와 봉기 속에서 46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33개의 노동조합이 더반에 있는 나탈대학 체육관에 모여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COSATU, 이하 코사투)를 결성하였다. 이에 대해 백인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흑인 노동자들을 코사투 참여와 파업 참가를 이유로 학살하였다. 이렇듯 코사투는 출발부터 국가의 가혹한 탄압을 받으면서 성장하였다.
2) 노동계급 해방의 도구로서의 교육
정부와 자본의 극단적인 탄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운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강조된 것은 노동자의 집단적이고 통일적인 투쟁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노동교육 역시 어떠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신념 있는 활동가를 양성하고 이들의 집단적인 결의와 투쟁에 대한 헌신성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러한 목표가 노동교육에서 '노동자 통제'와 '지도성'이라는 원칙으로 실현되었는데, 이것은 억압적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노동조합운동이 노동계급의 이익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는 정치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던 상황에서 노동조합 교육은 정치적이고 전투적인 저항문화와 밀접히 결합될 수밖에 없었다. 진보적 노동조합운동의 교육 역시 이러한 정치적 이념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 되었다. 이에 따라 노동교육은 노동계급 세계관의 개발과 내면화를 기본적인 목표로 삼았다.
1985년 코사투 출범대회에서 채택된 교육에 관한 결의문은 '교육은 노동계급의 해방에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교육프로그램이 '노동계급을 정치의식화하고 동원하며 조직하여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의 해방에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의 변화
1) 남아프리카 노동운동의 새로운 과제
기나긴 투쟁의 결과 1990년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종식되고 1994년 ANC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남아프리카 노동운동도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를 맞게 된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1985년 46만 명으로 출발했던 코사투의 경우만 보더라도 1999년 현재 조합원수 17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영향력도 급격하게 상승하였으며, 이에 따라 코사투는 전례 없이 막강한 권리들을 확보하게 되었다.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참가는 제도화되었으며, 또 민주적인 정부에 의해서 사용자 조직과 함께 사회적인 파트너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 반면에 남아프리카 노동운동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ANC-SACP(남아프리카공산당)-코사투 3자 동맹의 한 축이자 국정의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된 코사투는, 지난날에는 관심거리가 아니었던 경제 발전, 생산성,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과 같은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여야만 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인종차별, 가난, 불평등과 같은 과거의 낡은 질서와 모순에 대항해서도 싸워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되었다.
또한, 백인정부 하의 살인적 탄압에 대한 저항을 넘어서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국제자본의 압력과 사방에서 밀려드는 신자유주의 물결로부터 노동조합의 이익과 민주적 이행을 지켜내야 하는 복합적이고도 무거운 과제도 안게 되었다.
2)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의 변화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노동교육의 전통과 흐름 역시 1990년대에 들어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1991년 제4차 코사투 전국대회는 교육훈련에 관한 결의문에서 '교육과 훈련의 통합, 전 국민을 위한 평생교육기회 부여, 국가공인자격증이 주어지는 직업훈련' 등을 언급하고 있다. 교육 내용에서도 정치의식 교육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노동관계법', '협상과 중재 기술' 등 실무적인 내용에서부터 '조직 운영관리', '조직 리더십', 더 나아가 '인간관계 훈련'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원인은 다양하지만 우선 지적할 것은 노동조합운동 자체의 지형이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폭압정권에 대항하는 지난한 과정에서 노동교육은 활동가와 대중들의 투쟁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헌신성을 촉발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일정 정도 민주화를 위한 이행 과정이 가시화되고 노동조합운동이 점차 안정화되면서 과거의 저항과 투쟁 일변도의 사업과 교육이 더 이상 조합원들을 움직이기 어려운 현실에 부닥치게 되었다. 따라서 노동교육 역시 조합원들의 관심과 이해에서부터 출발하여 그것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지적할 것은, 코사투가 저항의 구심이자 노동계급의 대표라는 과거의 위치로부터 더 나아가 남아프리카 전체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과 새로운 현실이 노동조합의 지식·역량·전문성의 확대와 다양화, 그리고 정책 테이블에서 지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동조합 교육 역시 현장위원과 임원 및 노동조합 직원의 전문역량을 강화하고 노동조합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 내용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세 번째는 코사투 가맹조직의 변화 양상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 코사투 조직 변화의 추이는 제조업 조합원의 감소와 공공서비스부문 및 화이트칼라, 전문직 조합원의 증가로 대표될 수 있다. 1987년에 코사투에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수 중 4% 미만을 이루고 있던 공공부문 조합원수가 1999년에는 37%를 넘어섰다. 반면에 1987년에 제조업 조합원수는 코사투 조합원수의 55%를 점하고 있었는데 1999년에는 28%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코사투가, 강력한 투쟁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제조업 노동조합과 새롭게 늘어나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들었으며 이것은 노동교육에도 마찬가지로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에서 주목할 점
1) 조합원에 대한 일상적인 교육의 강화
남아프리카 노동조합이 노동운동을 위협하고 있는 여러 가지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조합원, 특히 핵심 활동가인 현장위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남아프리카가 민주 이행 과정을 밟으면서 경험이 풍부하고 유능한 현장위원들이 경영진으로 승진하거나 아니면, 정치계나 시민운동 등 다른 곳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장위원과 노조간부직에서 핵심 활동가들이 빠져나가게 되고, 그 빈자리를 경험 없는 사람들이 대체하게 되면서 현장위원의 활동 능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일이 초래되었다. 유능한 현장위원과 노조간부의 부재는 곧바로 노동조합의 작업장 조직의 조합원에 대한 불충분한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면서 조합원의 노동조합에 대한 참여 의욕을 떨어뜨리고 불만을 불러일으키는 소지가 되고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코사투는 1997년 열린 제6차 전국총회에서 "모든 노동조합은 자체 수입의 10%를 직원과 현장위원 교육훈련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과 "가맹조직들은 '모든 현장위원은 교육받은 현장위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1997년 코사투 총회 이후 1년 안에 모든 현장위원은 현장위원 기초훈련과정에 참가해야 한다"는 점을 권고 사항으로 제시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하 산별노조는 3년마다 현장위원 선거가 있은 직후 현장위원에 당선된 사람들의 인명과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현장위원 기초교육과정'을 빠짐 없이 이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교육과정에서는 기존의 일회 교육을 탈피하여 체계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상당수의 산별노조에서 입문·기초 과정 외에 중급·고급 과정 등의 후속 교육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실시하고 있다. 그밖에 수시로 현장위원의 능력 향상을 위해 노동관계법, 협상기술, 고충처리, 징계절차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제별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2) 조합 간부와 직원을 위한 리더십 교육 강화
변화된 상황 속에서 코사투와 가맹조직의 간부와 직원들 역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민주주의로의 이행기가 초래한 사상적인 혼란과 비전의 상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높은 봉급과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봉급을 받고 있는 현실 때문에 많은 간부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그리고 실무에 허덕이면서 자신의 능력이 계발되기보다는 소진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떠나고 있다. 이 결과 노동조합 임원과 직원들의 이직률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사투와 가맹조직들은 최근 들어 임원과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교육에서도 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여 운영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내용에서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남아프리카 사회의 변화를 통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을 창조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내용, 그리고 노동조합 조직 자체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의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3) 교육과 조직의 결합
교육과 조직의 관계를 도식화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정리한다면, 교육을 통해서 사람을 키워내고 그 사람들이 왕성한 조직활동을 전개하며 그러한 조직 활동의 결과 발굴된 활동가의 능력을 교육을 통해 다시 계발하는 일종의 순환이 노동교육과 조직활동의 바람직한 관계라 할 수 있다.
코사투에서는 교육훈련을, 조직화·캠페인·정책개발과 연결되어 있는 전략 기능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조직국이 조직화가 힘든 취약계층을 조직화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면, 교육국은 이 캠페인을 지원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코사투가 공공부문 개혁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면, 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개혁 과제와 목표를 토론하고 분석하는 포럼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목할 점은 코사투 본부 조직을 편성하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면 교육과 조직을 하나의 부서로 통합할 수도 있음을 제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사투에서 교육과 홍보선전은 별개의 부서로 나뉘어져 있다. 통상 교육이 선전이나 문화활동과 통합되어 있는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부서 체계를 이와 관련하여 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 조직의 결합은 교육프로그램의 배치에서도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노동조합 지도와 운영', '조직적 변화와 발전프로그램' 등 상황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기적인 조직 체계와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 계발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역량을 투여하고 있다.
4) 남아프리카 노동교육 체계의 확립 과정
남아프리카에서는 초기 노동단체(Labour Service Organizations)의 헌신적인 노력과 교육 보급에 힘입어 노동조합 교육역량이 점차 증가하였다. 이후 많은 교육내용과 교육역량이 코사투와 산별노조에 이전되었지만, 각 노조들 사이의 역량 편차로 인해 대부분의 산별노조는 자체 교육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남아프리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노동교육의 체계적이고 균등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 단위의 교육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단위에서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노동교육의 틀을 정립하기 위한 시도가 노동교육원((Development Institute for Training, Support and Education for Labour;Ditsela, 이하 디첼라)의 설립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디첼라는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의 중심 역할을 맡아 노동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 활동가·교육담당자의 양성과 그 체계 정립 등 노동교육 발전에 가속도를 주었다.
디첼라가 실제로 운영되기 시작한 첫해인 1997년은 남아프리카 노동교육이 중앙 단위에서 규모 있게 준비되고 진행된 출발점인 셈이다. 그 해에 디첼라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배워야 할 프로그램의 틀을 정립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고 그에 걸맞은 기본 교육과정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1998년 디첼라는 기존 교육프로그램 외에 '전국노동교육고급과정(Ditsela Advanced National Labour Education Programme, DANLEP)'을 신설하였다. 기본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다 전문적이고 심화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노동조합 활동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적인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이 시기 주요한 목표인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노동교육이 일회적인 방침 교육이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능력을 단계별로 신장시킴으로써 그것이 노동조합 활동의 연속성과 체계화를 가능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유력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디첼라는 1999년에 들어오면 이제까지의 교육 경험을 정리하고 체계화하여 교육프로그램을 영역별로 분류하게 된다. 노동교육의 목표를 크게 범주화하여 제시하고 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하위에 배치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교육 참가자들은 자신이 받게 될 교육의 목표를 분명히 인식하게 되고 나아가 이후에 더 받아야 할 교육의 내용을 전체적인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각 범주를 '노동조합 건설, 조직화 그리고 단체협상', '교육역량의 건설', '효과적인 노동조합 내부조직의 건설', '강화와 발전(고급과정)'으로 나누고 그에 알맞은 교육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배치하였다.
2000년에 들어와 디첼라는 3년 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교육프로그램의 체계화와 노동조합에 대한 프로그램 보급 및 교육프로그램 진행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하였다. 따라서 2000년부터는 직접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횟수를 줄이고 연맹이 스스로 지역단위의 교육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 사업에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5. 맺음말
노동조합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는 데 노동교육은 현실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당장에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힘이 결국 조합원의 참여·의지·결의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조직력에 의해서 판가름된다고 본다면 '사람을 길러내는 사업'인 노동교육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리고 그 과정 역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할 사업임에 틀림없다.
남아프리카의 노동교육이 항상 순조로운 발전의 길을 걷고 있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아직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많이 안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남아프리카의 노동교육이 가진 문제의식만은 우리가 진지하게 검토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교육이 일회적인 선전, 홍보의 수단 내지는 당면투쟁에 조합원들을 동원하기 위한 이른바 '방침교육'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사람을 키워내고 그 성과를 조직적 발전으로 유도하려는 뚜렷한 목표의식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당면 투쟁과 사업 현안이 발생하면 미리 예정되어 있던 교육프로그램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기 일쑤며, 단체협상 과정에서도 유급교육휴가제도를 획득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현재 눈앞에 전개되는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노동운동의 발전이 튼튼한 활동가들과 잘 교육된 조합원이 있음으로 해서 가능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