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술관에서 전시 홀을 채운 회화나 조각 작품을 둘러보는 일이 전부였다면, 지금부터는 좀 더 오래 머물며 놀이터처럼 자유롭게 즐겨볼 일이다. 지난 1년 새 북 카페, 콘서트 홀, 레지던스 룸, 근사한 야외 테라스를 갖춘 매력 만점 갤러리가 모습을 드러내 반갑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hoto-contents.daum-img.net%2Fmiznet%2F201006%2F21%2Fd115m.jpg)
최근 오픈한 복합 문화 갤러리는 한쪽 공간에 작품 몇 점을 전시하고, 카페에서 샌드위치나 음료 등을 판매하는 기존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느낌이다. ‘아트’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부수 공간을 더한 것이 특징. 미술 전시 전문 기획사 ‘사무소SAMUSO’의 박미영 팀장은 “미술관을 방문한 이들은 작품을 충분히 즐기며 공간에 머물기를 원한다. 1~2년 새 많은 대안 공간이 등장하면서 갤러리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형태의 미술관을 자랑하는 해외 선진 도시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이미 오래전에 자리 잡았다. 대표적 공간이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런던의 테이트모던. 1층 예술 전문 서점에서는 하루 종일 앉아 책을 열람할 수 있으며, 6층 야외 테라스에서는 런던 시내를 조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다양한 예술 공연과 컨퍼런스가 열리는 바비칸 센터, 웨딩 홀까지 운영하는 퐁피두 센터 등은 갤러리가 얼마나 근사한 놀이터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 여기, ‘아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신생 갤러리 5곳을 소개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봐도 좋겠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hoto-contents.daum-img.net%2Fmiznet%2F201006%2F21%2Fd116m.jpg) (왼쪽) 부띠끄 모나코 뮤지엄 (오른쪽) CSP111아트스페이스
작가의 작업 과정을 엿보다, 부띠끄 모나코 뮤지엄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궁금한 것 가운데 하나가 작가의 작업 과정이다. 워낙 파격적이고 희한한 작품이 많다 보니 어떤 방식을 거쳐 탄생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접하기 힘든 작가의 작업 현장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갤러리가 있으니 바로 ‘부띠끄 모나코 뮤지엄’! 스튜디오 101에서 505까지 총 5곳의 레지던스 룸이 나란히 붙어 있는데, 전면을 유리로 마감해 입주 작가의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1년 단위로 레지던스 룸에 머물며, 현재 도예가 이헌정과 한규남 작가가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7~8시 사이에 들르면 작가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물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미술 전시라는 것이 늘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전시 공간 외의 부대시설만이라도 좀 더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갤러리 최유진 실장의 설명. 비어 있는 레지던스 룸에도 조만간 공모전을 통해 입주 작가가 들어설 예정. 건축에 관한 다양한 예술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을 홀 가운데에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프레임>, <스페이스> 등 전공자들이 반길 만한 서적을 책장 가득 빼곡하게 진열해놓았다. 지난 12월 말 오픈 한 이 갤러리는 강남역 주상복합 건물 부띠끄 모나코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하며, 메인 전시장은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넓어 웬만한 대형 갤러리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문의 535-5844, www.bmmuseum.com
매주 토요일의 음악 살롱, CSP111아트스페이스
샛노란 캔버스 위로 서너 마리의 수탉이 한껏 날아오르고, 미술관에는 나른한 탱고 선율이 흐른다. 이미지에 적절한 음악을 더하자 작품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지난해 말 연희동에 모습을 드러낸 갤러러 CSP111아트스페이스는 이처럼 매주 토요일 미술관 내부에서 작은 살롱 형태의 음악회를 연다. 가로보다는 새로 폭이 훨씬 긴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전시장 앞에 무대를 만들고, 그 뒤로 의자를 놓아 근사한 공연장을 연출했다. 공연 시간은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로, 개관 기념 축하 파티에서는 네덜란드 왕립음악원 출신의 기타리스트 박윤우가 빛을 주제로 한 그룹전 <빛을 그리다>를 배경으로 아련한 클래식 기타곡을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연주자가 사전에 전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뒤 작품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구림 화백의 전시에는 그의 도발적인 그림에 맞춰 어쿠스틱 밴드 송 브리즈의 격정적 탱고 음악이 청중을 사로잡았다. 성은지 대표는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갤러리를 방문하다 보면 자신의 취향을 알 수 있어 좋다”고 귀띔한다. 좋은 공연이 넘치는 황금 같은 주말, 음악을 들으러 갤러리에 오는 이가 있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이곳은 어느새 연희동 일대에 입소문이 퍼져 40석 규모의 객석이 늘 모자랄 정도. 이곳의 주말 콘서트를 두 차례 즐긴 적이 있다는 한 방문객은 “갤러리는 차가운 공간이라는 인식 때문에 작품에 다가서기가 힘들었지만, 라이브 음악을 듣다 보니 작품과 한결 친숙하게 교감할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전한다. 문의 3143-0121
(위) 지하 미술관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hoto-contents.daum-img.net%2Fmiznet%2F201006%2F21%2Fd119m.jpg) 갤러리 팔레드 서울
N타워 못지않은 야외 테라스, 팔레 드 서울 & 자하 미술관 갤러리 부대시설 중 야외 테라스만큼 매력적인 공간도 없다. 작품 감상 뒤햇볕을 쐬며 여유롭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종로구 통의동에 문을 연 갤러리 팔레 드 서울이 대표적.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미술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7층 높이의 갤러리 옥상 야외 테라스다. 경복궁 경회루를 옆에 둔 채, 360。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 풍경에 남산 N타워가 부럽지 않다. 북쪽으로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같은 풍경이 연출되는데, 날씨 좋은 날에는 멀리 남산까지도 선명하게 보인다. 2~3층 전시실에도 테라스를 두어 통의동 한옥을 내다볼 수 있다. 문의 730-7707, www.palaisdeseoul.com 또 하나의 근사한 전망대를 자랑하는 곳은 부암동 끝자락, 인왕산 치마바위 밑에 자리한 자하 미술관이다. 지난해 4월 개원한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미술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으로, 아마추어 사진가 사이에서는 서울 도심의 멋진 전경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호도는 “북악산, 삼청동 등 갤러리의 창 너머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전시장의 작품도 더 멋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미술관은 아래에서는 잘 모이지 않을 정도로 산자락에 숨어 있는데, 언덕 끝에 오르면 회색빛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갤러리 2층에 난 대형 유리 창문. 이를 통해 내다보는 풍경은 마치 서울 도심을 대형 사진에 담아 액자에 걸어둔 듯 근사하다. 갤러리 2층 야외 정원에 삼삼오오 무리지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사진 촬영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의 395-3222, www.zahamuseum.com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hoto-contents.daum-img.net%2Fmiznet%2F201006%2F21%2Fd120m.jpg) 아트선재
예술 전용 도서관, 아트선재
북촌마을 초입에 자리한 아트선재는 새로운 문화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로비를 ‘아트북 라이브러리로’로 개조했다.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일반 매장으로 운영하던 공간을 작년 3월부터 근사한 예술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장혜진 매니저의 설명은 이렇다. “전시와 관계된 아트 전문 서적을 배치한다면 수십 개의 전시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듯한 효과가 있다.” 1층 라이브러리 책장에는 독립 큐레이터가 만든 각종 잡지와 이론서, 아티스트 북은 물론 지난해 에르메스 미술재단상을 수상한 남화연 작가의 소설집 등 독립 출판물이 가득하다. 넓은 좌대 위에는 1997년부터 아트선재에서 연 전시는 물론, 타 갤러리 도록도 판매한다. 국제 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 아르코 등의 전시 도록을 비치해 주요 갤러리의 연간 전시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라이브러리 한쪽 공간은 이른바 ‘라운지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매년 작가들이 직접 꾸미고 있는데, 올해는 길초실・최선아 작가 2인이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는 등 작은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갤러리는 오후 7시에 문을 닫지만, 라이브러리는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해 전시 뒤에도 독립된 공간으로 이용한다. 문의 733-8945, www.samusobooks.com
기자/에디터 : 박나리 / 사진 : 홍보라미, 황인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