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면 지서리의 옛이름은 '지지포知止浦'"
[김형주의 부안이야기-부안 땅이름-5]부안 마을 이름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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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면 운산리 망포대 오르는 길에서 본 운산리, 지서리 너머로 변산해수욕장이 보인다, 변산면 지서리는 옛날에는 배가 닿는 포구마을로 지지포知止浦였다. 이러한 마을이름은 고려 원종 때의 평장사 문정공 김구金垢에게서 연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부안김씨의 시조인 김구는 벼슬에서 물러나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지서리 옆 마을 운산리에는 김구의 사당(경지재)이 있다. 변산8경 중의 일경인 지포신경止浦神景도 지포 김구에게서 연유된 것으로 전해진다.ⓒ부안21
땅이름의 형성이 지형(地形)과 지물(地物), 풍수(風水)와 사건(事件) 등에 연유하여 주로 생성한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하였으며 생성 당시의 원초(元初)에는 우리의 순수 국어로 이루어졌을 것이나 한자가 들어와 생활문화로 크게 정착되면서 점차 우리의 순수 국어를 버리고 한자어 땅이름으로 바뀌었음도 지적한 바와 같다.
이제 부안지방(扶安地方)의 마을들의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몇 가지로 분석하여 그 특성을 살펴 보고자 한다. 부안의 마을 이름에 주로 많이 사용된 한자를 그 빈도(頻度)의 순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洞 66, 新 37, 浦 29, 山 28, 金(끔·九味포함) 22, 堂 19, 大 15, 龍 15, 內 15, 石 14, 長 12, 德 11, 川 10, 谷 10의 순인데 동(洞)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고을, 즉 마을이란 뜻과 통하기 때문인듯 하며, 그 다음으로 신(新)이 많은 것은 인구의 증가에 따라 새로운 마을들이 원래부터 있던 마을의 주변에 새로 생겨난데서 연유한 것으로 보여진다. 포(浦)와 끔(金)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부안지역의 특성으로 변산반도(邊山半島)를 중심으로 한 해안선의 굴곡이 많아 생긴 항포구(港浦口) 마을이 많음을 의미하며, 끔(金·九味)의 이명(里名) 또한 해변(海邊)이나 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명인데 부안에서는 위도(蝟島)에 집중적으로 끔이 많고, 계화도(界火島)에 살금이 있고, 변산면에 조개미(蛤九味)가 있다. 그리고 동진강(東津江)과 고부천(古阜川) 유역에 곶이(串)가 붙는 마을 이름이 다섯 곳이 보이는데 요꼬지(蓼串·內蓼里), 불꼬지(火串), 소롱곶이(新農里), 징구지(長串), 돌꼬지(石串)가 그것이다. 이 곶이(串)가 붙는 마을 이름은 강(江)의 유역에서 언덕배기가 강쪽으로 뀌어져 나오는 곳에 붙여지는 땅이름으로 우리 나라 하천의 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명이다.
이와는 상반되는 마을 이름들도 있는데 일제의 토지수탈 정책으로 이루어진 개간(開墾)이나 간척사업(干拓事業)으로 조성된 곳에 인위적(人爲的)인 마을을 급조(急造)하여 불이촌(不二村), 척식촌(拓殖村) 등 왜인(倭人)의 회사나 농장의 이름을 따다 붙인 마을 이름, 또는 이민촌(移民村)이라 부른 마을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1963년 계화도간척공사(界火島干拓工事)로 바다를 메워 계화면(界火面)이 생기면서 신생된 마을 이름들이 원래 있던 마을의 이름에 곁들여 10여 개가 생겨났다.
부안은 옛부터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이 나 있어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 한다 하거니와 특히 풍수(風水)와 관련된 마을 이름들이 많은데 선은동(仙隱洞), 봉황리(鳳凰里), 복룡리(伏龍里), 거룡리(巨龍里), 청등리(靑燈里), 청호리(晴湖里), 관선불(觀仙佛), 불무동(佛舞洞), 연곡리(蓮谷里), 백련리(白蓮里) 등의 이름이 아름답고 상서(祥瑞)롭다. 그리고 인물과 관련되거나 연유하여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을 이름들도 보이는데 군자동(君子洞), 삼현동(三賢洞), 회시동(回枾洞), 지지포(知止浦), 매창뜸(梅窓), 우반동(愚磻洞) 등의 이름은 부안이 배출한 역사적인 인물들과 관련되어 붙여진 마을 이름들이라 하겠다.
또 전란(戰亂)과 관련하여 마을 이름이 형성된 곳은 호벌치(胡伐峙), 왜몰치(倭歿峙·잿등), 돼야지터(退倭地터·大陳터), 장밭들(將敗坪) 등이 있어 옛날 크고 작은 전란이 이 곳에 있었음을 뜻하는 이름들이다. 그 외에 제조업(製造業) 또는 공예업(工藝業)과 관련하여 생긴 마을 이름은 염소(鹽所), 사기점(沙器店), 구옹점(舊瓮店), 기와꼴(瓦洞), 신옹점(新瓮店), 갓점(笠店), 점뜸, 은정리(銀井里), 대막골(竹幕洞), 벌끔(筏金)이며 이들 마을 이름이 지난 날의 그 곳 역사와 문화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는 좋은 예라 하겠다.
지형이 동물의 풍수와 관련하여 붙여진 마을 이름은 60여 개나 보이는데 그 내용을 보면 상서로운 동물인 용을 나타내고 있는 이명(里名)이 15개 마을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봉황(鳳凰), 학(鶴), 거북(龜)의 순이며, 범섬(虎島), 곰소(熊淵)와 우동리(牛東里)가 있으며, 닭실리(鷄谷里), 노계동(老鷄洞), 공작리(孔雀里), 새포(鳥浦), 치도리(雉島里), 그리고 어류(魚類)인 하섬(蝦島)과 조개미(蛤九味) 등이 보여 흥미롭다.
그리고 부안에는 옛부터 다섯으로 불리는 유명 마을에 대한 속설(俗說)이 전해오고 있어 일옹정(一瓮井), 이노적(二露積), 삼석교(三石橋), 사줄포(四茁浦), 오월천(五月川)이라 하는데 무엇을 기준하여 그 등급이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을의 양택(陽宅), 명당설 혹은 과거급제자(科擧及第者)의 배출 수에 의한 것이라는 설도 전해오고 있어 이 또한 흥미로운 마을 이름에 얽힌 속설의 하나다.
이와 같은 마을 이름들에는 어떤 의미나 전설, 유래담(由來譚)들이 있어 훌륭한 설화문학(說話文學)을 형성하여 주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풍수설화(風水說話)가 그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우리 나라 지명설화(地名說話)의 특징이기도 한 것이다.
/김형주
김형주선생님은 1931년 부안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소재(素齋)이다. 전북대학교를 나와 부안여중, 부안여고에서 교사, 교감, 교장을 역임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부안향토문화연구회와 향토문화대학원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향토문화와 민속’, ‘민초들의 지킴이 신앙’, ‘부안의 땅이름 연구’, ‘부풍율회 50년사’, ‘김형주의 부안이야기’, '부안지방 구전민요-민초들의 옛노래', '속신어와 실아 온 민초들의 이야기'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전북지역 당산의 지역적 특성’, ‘부안읍 성안 솟대당산의 다중구조성과 제의놀이’, ‘이매창의 생애와 문학’, ‘부안지역 당산제의 현황과 제의놀이의 특성’ 외 다수가 있다.
그밖에 전북의 ‘전설지’, ‘문화재지’, 변산의 얼‘, ’부안군지‘, ’부안문화유산 자료집‘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