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준비기간 및 개인적 배경
저는 개인적 사정으로 올해가 통번역 대학원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처음이지 마지막 기회였기때문에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했던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입시만을 놓고 보자면 온갖 악조건은 다 갖추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1월부터 어린시절 꿈이었던 통번역대학원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고 3월부터 입시학원
인터넷강의를 들으며 총 7개월 정도 시험을 준비했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기억력이 많이 나빠졌다는 걸
피부로 느낄수 있었고 당연한 것이지만 입시에 필요한 영한, 한영통역시 메모리 스팬이 최악이었습니다. 내가 아메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10~20초도 벅찰정도로 메모리스팬이 짧았습니다. 한한이 메모리스팬 확장에 좋다는 말을 듣고
신문을 보고 한한 요약을 해보았지만 저는 정말 바보였나봅니다ㅠㅠ 여기 카페에서 유명하신 초코파이400원님께 메모리스팬
관련 자문을 구한적이 있는데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들을때는 분명 이해가되고 논리도 기억이
나는데 다 듣고나면 머릿속이 포맷되는 그 느낌 입시준비 초기에 한번씩 느껴보셨을거라 생각이듭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저는 8년차 직장인입니다. 업무상 날마다 외신기사를 읽기때문에 영어에 대한 감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스피킹을 할 기회는 전혀 없었고 녹초가되서 퇴근하면 저를 격렬하게 반기며 간절한 눈빛으로 놀아주길 바라는 어린 두 딸들을
외면하고 시간을 내서 인강을 듣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온전하게 입시를 위해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주말뿐이었습니다.
결혼 6년차 직장생활 8년차 연봉은 많지는 않지만 욕심을 버리면 충분히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줄정도가 되었고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을 보면서 행복하다는 생각도 자주했지만 고등학생 때 그리고 대학을 다니면서 가졌던 통역사의 꿈...
지금 이 comfort zone을 벗어나지 못하면 제 꿈은 그저 한낱 forgotten dream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를 아무리 좋아하고 잘한다고 해도(실은 잘하지도 못하지만) 요즘 처럼 영어잘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에 내 실력으로는
경쟁력이 전혀 없을거라는 생각, 통역사는 job security가 떨어져서 결혼하기도 힘들며 여성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
(현실적으로 20대초반에 통대의 꿈을 접었던 직접적인 이유) 뭐 이런 생각으로 꿈을 접고 현실에 타협해 공직에 들어온후
지금까지 왔던것같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3명의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내려놓을수 없기에 고심하던중
정말 저를 이해해주시는 과장님께서 대학원 합격하면 2년간 휴직할수 있게 힘써주시겠다고 하셔서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휴직하는
걸로 가닥을 잡고 반년정도 정말 열심히 대학원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정말 힘든 환경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시는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내시라고 저의 개인적인
배경을 말씀드렸습니다.
2. 시험준비
이런 구분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저는 소위 국내파입니다. 영어권 체류 경험은 대학재학시에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교환학생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한학기 생활했던것이 전부입니다. 6개월정도의 시간은 문화체험 정도였지
영어실력 향상에는 거의 도움이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말 외모도 카와이하고 착했던 일본 친구에게 마음을 뺏겨
6개월간 일본어만 늘어서 돌아왔던것 같습니다(결론은 보쿠와 츠키야떼 구다사이라고 고백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슬픈
스토리 ㅠㅠ)
아무튼 저도 보통 국내파분들이 그렇듯 시험준비를 하면서 한영이 참 어려웠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코리아중앙데일리를
구독하면서 한국적인 내용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암기하였고 같이 배달되는
뉴욕타임스는 화려한 표현이 많아 열심히 외워서 써보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입으로 내뱉을수는
없더라도 100% 이해하는것을 목표로하고 스피킹으로 연결시킬만큼 연습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조중동 논설을
읽어보고 이것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할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문장을 만들어보았고 같은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는
병렬텍스트를 찾아서 암기해보았던것이 시험에서 좋은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듣기 같은 경우는 미드를 정말 좋아해서 수년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어자막으로 모르는 표현을 찾아보고 정리해
보면서 공부하듯이 봐서 (요즘 입시끝나고 편한 마음으로 24 잭바우어가 대통령으로 나오는 designated survivor보는데 강추합니다^^)입시 준비할때 적어도 안들려서 통역을 못하지는 않았고 입시전에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뉴스 받아쓰기 연습을 꾸준히 해왔던터라 정밀하게 듣는 훈련이 되어있어서 메모리스팬이 부족해서 문제였지 정말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이상 듣는 순간에는 95%이상 이해했던것 같습니다. 입시와 상관없이 TED강연도 정말 주옥같은
내용이 많아서 아이패드로 구독하며 시간날때마다 보고 내가 입으로 정말 할수 있을것같은 표현이 나오면 적어놓았다가
써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늘지않던 메모리스팬도 10월쯤 되서는 그래도 30~40초 정도는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핵심내용은 빠지지않게 스토리를 이어갈수 있을만큼은 좋아져서 시험을 치를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3. 중앙대 1차 및 2차 시험
중앙대 시험은 크게 1차 듣기평가와 2차 번역 및 구술평가로 나누어지는데
1차 시험은 쉽게 얘기하면 주관식 토플이라고 생각하시면됩니다. 해마다 주제는 바뀌겠지만 외국인 교수가 크게 어렵지 않는 신문기사를 읽어주고 여기에 대해 3문제 정도 한글로 답변을 하는 내용입니다. 중요한것은 영어로 들은 내용은
한글로 답을 적고 한글로 들은 내용은 영어로 답을 적는 것입니다. 총 문제는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는데 영어 한 지문당 3문제씩 두 지문해서 6문제 마지막 한글 한 지문에 영어로 답변하는 4문제로 총 10문제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올해는 아동 안락사 문제, 정치인들의 역사인식 문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문제 등이 듣기지문으로 출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핵심은 디테일을 기억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줄거리 중심으로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면 충분히 답변할수 있는
문제였던것 같습니다. 단 한 문제당 답을 적을수 있는 시간이 3~4분 정도여서 잘쓸려고 고민할 시간이 전혀없이
듣고난후 바로 3~4문장 정도로 핵심을 빠른시간안에 작성해야하는게 관건입니다.
저도 과욕을 부리다가 한국형 4차산업혁명관련 지문에서 한 문제는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했습니다. 절대 화려한 표현따위 고민하지 마시고 가장 plain한 영어로 문법에만틀리지 않게 빨리 쓰시는게
좋습니다.
중앙대학교는 2차 시험에서 영한-한영 통역 구술평가를 보기전에 영한번역과 한영번역 시험을 별도로 실시합니다.
40분동안 영한번역 1문제와 한영번역 한문제가 출제되었는데 번역시험도 정말 시간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문의 길이가 생각보다 길어서 번역시험도 멋진표현 쓸려고 절대 생각도 하지 마시고 문법에 맞는 영어와 한국어로
시간내에 번역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험끝나고 저도 그랬지만 다른분들도 하시는 얘기가
절대 시간내에 작성하지 못할난이도와 분량이므로 평이한 영어와 한국어로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문법에 틀리지 않게
빨리 시간내에 작성하는 것기 가장!!! 중요합니다. 영한번역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주제였고 한영번역은 한국인들의 평균수명은 증가하고 있지만 늘어난 수명만큼 경제적 수입이 보조를 맞추어
keep up with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술평가에서는 처음에 1분정도 자기소개로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구어체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외국인 교수님과 눈을 맞추며 긴장하지 않고 casual하게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바로 외국인 교수님이 영어지문을 읽어주셨는데 제가 평가받은 내용은 난민문제 였습니다. 지난 2년간 국제적으로 난민
문제는 지난 몇십년간 발생한 난민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고있고 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는 과정에서 익사하는 등 난민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미국의 트럼프후보 프랑스의 르펜후보 등 대선 주자들이 각국의 난민의 유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이들이 최고 정책결정자가 될경우 이들의 운명은 암담한데 인류애를 발휘하여 인권차원에게 이문제를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고 중앙대만의 특징으로 외국인 교수님이 영어로 지문을 읽어준후에 응시자가 한글로 요약해서 통역을 하면 한국인 교수님이 추가로 질문을 하시는데 제가 받은 질문은 난민이나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였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제 답변은
Basically Korean society is xenophobic, not to mention Syrian refugees or North Korean defectors, when you see African Americans on the street, you shy away from them or try to stay away from them, thinking to yourself
he's gonna hurt me. This kind of social prejudice or bias is the biggest barrier they have to overcome to settle down in Korean society. 이런 정도로 답변했던것 같습니다.
한영통역은 자기암시성이라는 다소 난해한 개념이었는데 학원 인강을 들으면서도 강사들이 강조하는데 특정 단어에 꽂히면
절대 안됩니다. 이 말을 듣고 암시성이 뭐더라 insinuate였던가? 저도 1초정도 고민했는데 결국은 100%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암시성이라는 말은 아예 통역에서 빼버리고 통역했습니다. 핵심은 미국 모 대학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크던 작던 무언가를 놓고 협상을 해야할 경우 사교적이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사교적인
사람들보다 협상하기 쉬우며 쉽게 우리의 의도대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협상이 어렵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대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는 주제였습니다.
영한-한영 통역 구술평가가 끝나면 한국인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신상에 관한 질문을 몇가지 더하시고 구술평가가 끝났습니다.
4. 맺으며
직장생활하며 통대시험준비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문서사역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님께서 저의 부족한 능력보다 의지를
보시고 합격시켜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공부한다고 잘 놀아주지 못해도 이해해준 사랑하는 두 딸들과 부족한 남편을 위해
항상 기도해준 아내에게 더 잘해야 겠다는 다짐을하게됩니다. 앞으로 2년간 통대공부가 어렵고 힘들겠지만 초심을 잃지않는
통역사가 되겠습니다.
첫댓글 축하드려요!^^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축하해요~ 써 주신 글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니 기쁘네요 열심히 준비하셔서 좋은결과있으시길~^^
저도 직장인이어서 정말 많이 공감했습니다. 축하드리고 앞으로 2년 동안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
8년차 직장인이시라는 것보다 두 딸의 아버지라는 점이 더 대단해보입니다!
2년의 학교 생활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아서 선택한 길이니 후회없이 살아보렵니다^^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역시 가족이 든든한 버팀목이네요! 지금쯤 학기 시작하셨겠어요 ^^ 통대생활 화이팅이에요. 축복합니다~!
이거 퍼가도 되나요?!
이거 퍼갈수 있을까요?!^^??
네~ 별거없긴하지만^^
축하드립니다.~ 감동적이네요
우왓 저도 30대 중반인데요 ㅠㅠ 후기 감사드립니다 축하드려요 !
멋지십니다. 축하드려요!
와 정말 멋지세요~~^^ 앞으로의 2년이 무지 고되겠지만 (저는 타대 출신이긴 한데 어느 학교나 힘든 건 매한가지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파이팅 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3.27 17:55
우와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멋지세요! 정보 공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