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9일(토), 기온은 쌀쌀하지만, 하늘은 파랗게 개인 청아한 날이다. 총동창산악회의 정기산행일로 2024년을 위한 시산제를 지내고 마니산을 등산하는 날이다. 산신제는 마니산 자락,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거행되었다. 210명이나 되는 인원이 버스 5대(3대는 잠실운동장 출발, 2대는 당산역 출발)와 승용차를 이용하여 함허동천 아래 큰 주차장에 도착한 후 야영장까지 걸어가서 야외공연장(시산제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가 채 안 되어서였다. 우리 24회 동기는 세 쌍의 부부와 4인의 싱글로 10인이 참가하였다.
10시가 몇 분 넘어서 집행부의 주관으로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집례관(강김구 동문)의 호령(지시)에 따라 통상 절차의 산신제가 진행되었다. 초헌관인 총산회장(정용식 동문)의 헌작이 있었고 독축관인 부회장(강동식 동문)의 축문 낭독이 있었으며 아헌, 종헌 후 맨 위 기수(16회)에서 부터 기수별로 한데 모여 헌작하고 삼배를 하였다.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기부금을 플라스틱 돼지 저금통에 투입하며 절을 하였다. 산신제가 끝나고 떡과 삶은 돼지고기, 막걸리를 배급받아서 포식할 수 있었다.
음식과 술로 배를 채운 후 11시 4분쯤 산길로 들어서서 마니산 정상을 향한 등산을 시작하였다. 마니산을 넘어서 마니산 국민관광지까지 가는 경로(B코스로 명명)이다. 이 경로가 풀코스라 할 수 있는데 전체 인원이 이 길을 택한 것은 아니고 일부 인원은 버스를 타고 북쪽의 국민 관광지 주차장으로 가서 마니산을 역으로 오르는 A코스를 택하였다. (본인은 풀코스인 B코스를 채택하였다.)
산길을 조금 올라가니 콘크리트로 지었는데 흰색으로 칠한 2층의 한식 정자 건물이 나타났는데 함허정(涵虛亭)이란 편액(扁額)이 붙여져 있었다. 조선 전기 함허대사가 인근 정수사를 중수하고 이곳 함허동천에서 수도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길은 능선을 향해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는데 활엽수(신갈나무로 추정)들이 헐벗고 있어 겨울 풍경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곳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올라가다가 12시 10분경 주 능선에 올라섰다. 그리고 곧 이어서 조망이 우수한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거기에서 산 아래쪽 육지와 주변을 둘러싼 바다를 조망할 수 있었다. 산과 산 사이에는 간척해서 만든 논들이 경지정리가 잘 되어 직사각형의 격자무늬를 보여주고 있었다.
강화도는 조선 시대에 서울을 지키는 요충지로써 여러 방어시설을 마련해 둔 곳이었으나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털리고만 아픈 역사가 있는 곳으로, 높은 곳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니 역사도 떠오르고 감회가 새로웠다. 섬 안에선 산과 들이 조화를 이루었고 그 주변을 바다가 둘러싸고 있으며 주변 섬들이 강화도를 보호하듯이 떠 있는 모습이 가히 금수강산이라 부를만한 장관이었다. 주 능선의 산길은 돌로 되어 있어 제법 험하게 구성되어 있어 조심해야 했고 주의하다 보니 산행속도가 느려졌다. 바윗길을 조심하며 진행하여 정상 못 미쳐서 ‘참성단중수비’에 도착하였다. 이 비는 암벽에 50cm X 105cm의 음각 테두리 안에 9행 250자의 글자(한문)를 새겨 넣은 것으로 1717년(숙종43년) 강화유수 최석항이 참성단 일부를 보수하고 만들었다고 한다.(최석항은 우리 동기인 최중기군의 선대 조상이라고 함)
중수비에서 조금 올라가니 곧 정상의 평평한 광장이 나오고 한옆에 정상목이 서 있었는데 마니산, 472.1m라고 쓰여 있었다. 정상을 지나서 정상에서 불과 1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참성단으로 올라갔다.(13:07) 참성단(塹城壇)은 단군이 올라와서 단을 쌓고 봄, 가을로 하늘에 제사를 지낸 성소라고 하는데 민족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으며 전국체육대회 등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 성화를 점화하는 곳이다. 단은 돌로 쌓아 단순하고 평범했는데(사진 참조) 단의 우측 아래쪽에 천연기념물(제502호)인 소사나무가 한 그루 잎을 떨군 채 옆으로 퍼져 있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참성단에 배례하고 단을 내려와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거리가 짧지만 계단이 많은 계단길과 거리가 먼 우회길이 있었는데 저와 동료 2인은 우회길을 택하여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산을 시작하는데 국민관광지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A코스를 택한 동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회로를 이용해 참성단까지 올라왔다가 계단길로 내려가는 듯하였다.
우회로는 계단 길보다 700m가량 먼 길이지만 경사도가 낮아 걷기에 편안할 수 있었기에 택하였는데 눈이 녹은 물이 길을 질게 하여 걷기에 안 좋은 부분이 많았다. 신발에 흙을 덜 묻히느라 조심하면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길이 꽤 지루했다. 길이 마니산공원을 지나더니 드디어 국민관광지의 건물들이 보이고 주차장이 가까워졌다. 14:53, 주차장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하였다. 4시간이 조금 안 되는 산행시간이 걸렸고 5.9km를 걸은 셈이었다.
산행 후 일행은 버스에 탑승하여 강화도를 떠나 육지로 건너와서 김포시 양촌읍에 있는 “이학농가”에 가서 식사를 하고 서울로 떠났다. 하늘이 깨끗한 날, 성스러운 장소에 가서 시산제를 엄수하고 즐거운 산행을 한 보람있는 날, 성지순례에 몰두한 하루였다.
산행 후 시를 한 수 써 보았다.
마니산 시산제와 산행
국토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
단군왕검 단 쌓으시고
하늘과 마주하시던 곳
마니산 아래
함허대사 수도하던
함허동천
신선대좌형 명당에
산신령 위해 제단 차렸다
추상같은 목소리의
집례관(강김구)
조신하고 진지한
초헌관(정용식)
이어지는 헌작
기수대로 내려가며
엄숙하게 이어진다
플라스틱 돼지머리 속
투입돼 쌓여가는 흰 봉투들
풍요를 불러오고
안전산행 기원한다
산신령 흠향하고
남은 술과 음식을
나누어서 배불린다
시산제 끝나고
더욱 성스런 산정 향해
다 같이 진군이다
돌로 된 능선
걸음을 더디게 하는데
저 아래 풍요로운 벌판
간척으로 형성되고
경지정리 잘 되니
직사각형 격자무늬다
서울을 지키는
서쪽의 요충
호국의 역사 진하게 남아
강화에 오면은
애국자 된다
뚝심으로 참성단 오르니
단군이 만들었다는
최고의 지성소이자
민족의 성지
돌로 잘 쌓아 올렸다
지성소 기운 쏘이면
큰일 나지 않을까 해서
지키는 이는 길을 막는가
예까지 왔으니
동문 산악인들 꿈을 기원해 보자
삼각산의 기상
백운대의 용맹이여
한국의 산을
다 올라서 접수하라
최고의 지성과
최강의 야성으로
산하를 누벼라
최상의 감성을
벼려가면서
▼ 2013년 제4회 인천 실내&무도 아시아대회를 위해 참성단에서 채화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인터넷 검색)